오스트리아학파 3대 거장: 한스 헤르만 호페 (Hans Hermann-hoppe)

Hans-Hermann Hoppe (1949-)

아나코-자본주의 및 자유주의(Libertarianism) 철학자이자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자인 한스-헤르만 호페는 1949년 9월 2일, 서독 파이네(Peine)에서 태어났다. 자를란트 대학교를 졸업했고, 프랑크푸르트 괴테 대학교에서 유명한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Jürgen Habermas)의 지도를 받아 1974년 <행동과 인식>(Handeln und Erkennen)으로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좌파사상가인 하버마스의 지도를 받길 원했으나, 오이겐 뵘-바베르크(Eugen Böhm-Bawerk)의 마르크스주의 비판 등을 접하면서 좌파의 모순점을 깨달았고,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과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Hayek)를 통해 자유시장경제의 지지자로 전향하였다. 하지만 프리드먼과 하이에크 역시 문제가 있음을 얼마 가지 않아 깨달았고, 최종적으로 루트비히 폰 미제스(Ludwig von Mises)와 머레이 라스바드(Murray N. Rothbard)를 비롯한 오스트리아 학파 경제학의 엄격한 인간행동학(Praxeology)을 지지하는 아나코-자본주의자가 되었다.

박사 과정을 끝마치고 1976년부터 78년까지는 미시건 대학교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았다. 그 후 프랑크푸르트 대학교로 돌아와 사회학과 경제학을 주제로 1981년 독일의 교수자격논문시험인 하빌리타치온을 통과했다. 이처럼 여러 대학에서 철학·사회학·역사학·경제학을 폭 넓게 학습한 후 1982년부터 86년까지 독일국립장학재단의 최상위 장학 기금인 하이젠베르크 장학 기금의 수혜를 받는 프리바트도젠트(전임강사)로서 독일의 여러 대학에서 강의했고, 1984년부터 85년까지 1년간 볼로냐의 존스홉킨스 대학교 고등국제학 연구소의 방문 교수로 강의했다.

하이젠베르크 연구교수로서 봉급을 받던 그는 1985년에 라스바드가 재직하던 뉴욕의 브루클린 폴리테크닉에서 라스바드와 함께 연구하기 시작했다. 미국에 막 정착할 시기인 1985년부터 86년까지는 사업가 버튼 블루머트(Burton Blumert)가 이끄는 자유주의 연구 센터의 재정 지원을 받았다. 1986년에는 라스바드와 함께 네바다 라스베이거스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임용 되었고, 1995년 라스바드가 영면한 이후에도 2008년에 은퇴할 때까지 재직했다.

터키인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자 굴친 임레(Gulcin Imre)와 재혼하여 현재 이스탄불에서 거주하고 있는 호페는 UNLV 경제학과 명예교수이자, 미제스 연구소의 특별 선임 연구원이고, 정부 권력의 어용으로 전락한 몽펠르렝 협회를 대체할 진정한 자유주의 학술 단체인 재산과 자유 협회(The Property of Freedom Society)를 2005년 창립, 현재까지 회장으로서 2006년부터 터키의 보드룸(Bodrum)에서 매년 연례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는 <자유주의 연구 저널>(Journal of Libertarian Studies)의 편집자로 재직하기도 했다.

호페는 멩거, 뵘-바베르크, 미제스, 그리고 라스바드로 이어지는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과 오스트로-자유주의(austro-libertarianism)의 가장 뛰어난 대표자로서, 칸트(Immanuel Kant)와 하버마스의 합리주의 철학에 기초하여 미제스와 라스바드의 인간행동학 이론체계를 대폭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멩거(Carl Menger)에 의해 창시된 오스트리아학파가 미제스의 인간행동학을 통해 완전한 선험적-연역적 이론체계로 탈바꿈했다면, 적어도 지금까지는 최종적으로 호페가 미제스의 방법론을 경제학을 넘어 형이상학과 윤리학에도 적용함으로써, 인식론, 윤리학, 그리고 경제학을 아우르는, 일종의 모든 것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으로서의 오스트리아학파의 정체성이 완전히 확립되었다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호페의 다양한 업적 중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것은 단연 그의 논증윤리(argumentation ethics)이다. 이는 사유재산권 및 자연권의 옹호 등을 포함한 자유주의의 윤리적 입장이 곧 논리적으로 반박 불가능한 절대적인 진리임을 증명하기 위하여 인간행동학을 하버마스와 칼-오토 아펠(Karl-Otto Apel)의 담론윤리 및 신칸트주의적 맥락에서 윤리학적으로 응용한 결과물이다. 호페 교수에게 있어 “인간은 목적을 가지고 수단을 이용해 행동한다”라는 인간행동학의 기본 공리는 정말로 자명하고, 모든 인식의 기초가 되는 절대적인 진리이다. 따라서 이 공리를 수행모순적으로 반박하는 모든 명제는 논리적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 즉 인간행동학에 명시적으로 반대하는 모든 주장은 자세히 따져보면 인간행동학의 절대적 타당성을 인정하는 자기모순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인간행동학의 기본공리와 수행모순관계를 맺지 않는, 적어도 지금까지 개발된 것 중에서는 유일한 윤리학적 입장이 곧 라스바드와 자신의 자유주의 윤리뿐이라는 것이 호페의 주장이다.

그 외에도 사회과학에서 경험주의 방법론의 부당함과, 민주주의 및 사회주의의 이론적 파산을 인간행동학적으로 증명했고, 공공재와 치안서비스의 생산을 민영화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포함한 자연적 질서로서 아나코-자본주의의 이성적 필연성을 가치중립적 기술을 통해 보여준 것이 주된 업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영어로 쓰인 주요저서로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A Theory of Socialism and Capitalism, 1988), <사유재산의 경제학과 윤리학>(The Economics and Ethics of Private Property, 1993), <경제과학과 오스트리아학파 방법론>(Economic Science and the Austrian Method, 1995), <민주주의는 실패한 신인가>(Democracy: The God That Failed, 2001), <국방의 신화>(The Myth of National Defense, 2003), 그리고 <거대한 허구>(The Great Fiction: Property, Economics, Society, and the Politics of Decline, 2012)가 있고, 독일어 저서로는 <인과과학적 사회연구의 비판>(Kritik der kausalwissenschaftlichen Sozialforschun, 1983), <재산, 아나키, 국가>(Eigentum, Anarchie und Staat, 1987)가 있다.

 

작성 : 김경훈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