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l Menger (1840 – 1921)

600년 전 부터 시작된 선구자들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의 진정하고 유일한 설립자는 바로 카를 멩거였다. 그가 오스트리아학파의 핵심을 이루는 가치 및 가격이론 체계를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이 칭호를 받기에 충분한 자격이 있다. 그러나 멩거는 더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는 경제학 연구에 있어 올바른 인간행동학적(praxeological) 방법을 최초로 고안하고 일관되게 적용했다. 따라서 방법론과 핵심이론에 있어서, 오스트리아학파는 언제나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영원히 ‘멩거주의(Mengerian) 경제학으로 남을 것이다.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의 근본적 기원으로서의 멩거의 지위는 오스트리아학파사(史)에 관한 모든 저명한 권위자들로부터 인정과 지지를 받았다. 1921년에 멩거가 사망했을 때 요제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가 쓴 찬사를 보면. “멩거는 그 누구의 제자도 아니었다. 그 스스로 가치, 가격, 그리고 분배에 대한 이론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이론들은 지금까지 우리가 접한 것 중에서 단연 가장 뛰어나다.

루트비히 폰 미제스 역시,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은, 1871년에 카를멩거가 <경제학의 기본원리>(Grundsätze der Volkswirtschaftslehre, Principles of Economics, 1987. 번역판: 국민경제학의 기본원리, 민경국 역)를 출판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1870년대 말 까지 ‘오스트리아학파’는 없었다. 오직 카를 멩거만이 있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F.A. 하이에크(F.A. Hayek)에게 있어서, 오스트리아학파의 “근본적 사상은 전적으로 카를 멩거에게서 기인하였다. 오스트리아학파 구성원의 공통점, 즉 그들 고유의 특이성을 구성하고 후학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준 것은, 바로 카를 멩커의 가르침에 있었다.

멩거가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원칙을 창조한 사람으로서의 명예를 누려야 한다는 점에는 전혀 논쟁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의 기여가 정확히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이견 차이가 있다. 멩거가 한계효용의 법칙(the law of marginal utility)에 근거하여 가격이론을 급진적으로 재구성하려 했던 노력이, 어렴풋한 주관주의로부터 영감을 얻지 않았다는 점에 언제나 의견이 통일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멩거는 소비자의 선택에 기초하는 주관적 가치와, 사업가의 경제 계산에 이용되는 객관적 시장가격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립하려는 구체적이고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마음이 보다 강했다.

고전파 경제학자들은 시장가격을 수요와 공급 법칙(the law of supply and demand)의 결과로 설명하려는 이론을 구성해냈다. 그러나 이들은 만족스러운 가치 이론이 없었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을 무시했고, 기업가의 금전적 계산과 선택에 대한 그들의 분석은 큰 한계에 직면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그들의 계산된 행동(calculated action) 이론은 정확했으며, 16세기와 17세기의 중상주의자들의 보호주의 그리고 간섭주의적 계획과, 19세기의 유토피아적 사회주의자들의 국가주의적 환상을 무너뜨리는데 성공하였다. 따라서, 멩거의 궁극적인 목표는, 종종 제시되는 바 처럼 고전파 경제학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행동의 일반 이론에 가격결정론과 화폐계산론을 추가하여, 고전파 경제학의 계획을 완성하고 확고히 하는 데 있었다.

멩거는 경제 법칙이 가지는 보편성 및 불변성과 단기적인 가격결정론을 근거로 하여 자유방임주의(laissez-faire)의 정책적 결론에 도달한 고전파 경제학에 만족했고, 따라서 그것을 전복할 의도가 없었다. 멩거는 그저 소비자의 선택과 행동에 있어서의 수요와 공급의 법칙과 화폐계산론을 새로운 토대로 삼아 고전파 경제학을 재구성하고, 가격이론과 분배이론(theory of distribution) 사이의 균열을 해소하여 상부구조를 정비하고자 하였다. <경제학의 기본원리>의 서문에서, 멩거는 재구성된 가격 이론을 통해 경제학의 모든 세부 분야를 포섭하려는 그의 원대한 계획을 천명했다:

나는 실재성(reality)에 기초한 가격 이론을 확립하고, ―이자(interest), 임금(wages), 지대(ground rent) 등을 포함한― 모든 가격 현상에 적용하려는 목적뿐만 아니라, 그것과 같은 관점 하에서 상품과 그에 상응하는 생산자가 관련된 경제현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조사하는 데에도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또한 그 중요한 통찰력 덕분에, 우리는 지금까지 완전히 오해한 많은 다른 경제적 과정들의 진면모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멩거는 일반적으로 실재성에 근거한 가격이론과 경제 이론의 중심에는 오직 ‘인간 행동과 인간 행동’만이 있음을 인식했다. 멩거가 <경제학의 기본원리>를 계획하는 동안 쓴 예비노트에 그 사실을 짧고 날카롭게 표현한 적이 있는데:

인간 자신이 경제의 시작이자 끝이다.(Man himself is the beginning and the end of every economy.)

그리고

경제학은 인간 자신이 원하는 욕구에 대처할 능력에 대한 이론이다.(Our science is the theory of a human being’s ability to deal with his wants.)

인간 욕구 만족의 중심성은 물론 주관적 가치 전통의 초기 저술가들에 의해서도 확증된 바 있지만, 오직 멩거만이 그 통찰력과 일치하는 ―추후에 미제스가 인간행동학(praxeology)이라고 명명하는― 경제적 이론화의 방법론을 고안하는데 성공했다. 그리하여 그는 욕구의 충족을 위해 행동하는 인간의 본성을 숙고하고, 그것의 직접적인 의미를 추론하는 것을 통해 과학적 연구를 시작했다. 이런 방식으로 연구하면서, 멩거는 욕구만족의 과정이 순수하게 인지적(cognitive)이고 인간 마음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세계에 결정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따라서 인과관계의 법칙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음을 즉시 깨달을 수 밖에 없었다. 멩거가 “모든 사물은 인과관계의 법칙의 대상이 된다.”(All things are subject to the law of cause and effect)라는 진술과 함께 그의 경제학 논문을 시작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서 설명된다. 이 객관적이고 실재적인 위대한 법칙을 참조하지 않는 한, 목표를 달성하려는 인간의 노력은 논리적으로 설명될 수 없다. 멩거가 주장했듯이, 주관적인 만족 상태는 세계의 객관적 상태와 동일한 인과적 사슬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독립된 개인이라도, 게다가 그의 어떤 상태라도 이 관계의 거대한 보편적 구조 속에서 연결되어 있다. 인과관계의 법칙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인간의 상태가 다른 상태로 바뀌는 것을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누군가 필요의 상태에서 필요가 충족된 상태로 변화한 경우, 이러한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충분한 원인이 존재해야 한다. 그렇다면 두 가지 가능성을 유추해볼 수 있다. (a) 특정 유기체 내에서만 작동하는 힘이 스스로 혼란스러운 상태를 치유할 능력이 있다. (b) 우리의 욕구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외부적인 것이 존재한다.

그러나 세계의 객관적인 상태로부터 주관적인 만족 상태에 이르기까지, 인과관계의 방향은 단뱡향적이지 않고, 양방향적이다. 인과관계의 법칙의 영향을 받음으로써, 인간은 외부 세계에 대한 자신의 총체적인 의존을 인식하고, 외부세계를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은 만족을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궁극적인 원인이자 궁극적인 목적이 된다. 그의 노트에서, 멩거는 서로 연계된 개념들 사이의 평행적 삼위일체를 묘사함으로써 행동의 주관적 측면과 객관적 측면 사이의 인과관계를 표현하고 강조했다:

목적-수단-실현/인간-외부세계-생존/욕구-상품-만족(ends-means-realization/man-external world-subsistence/wants-goods-satisfaction.)

멩거는 가치를 ‘개별 상품 혹은 상품의 양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성’이라고 정의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그것이 가진 특성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멩거에게 있어서,

“가치는 인간의 의식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상품의 가치는 본질적으로 완전히 주관적이다.”(. . . value does not exist outside the consciousness of men…. The value of goods is entirely subjective in nature)

그리고 공급의 각 단위 및 모든 단위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가장 덜 중요한 만족(the least important satisfaction)이다. 이러한 가치-결정적 만족(value-determining satisfaction)은 한계효용(marginal utility)으로 알려지게 된다.

가격이론이야 말로, 멩거의 가장 위대한 업적이자, 경제학에서 그가 일으킨 ‘혁명’의 본질이다. 즉, 그는 가격이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형성 및 유도된 인과적 과정의 객관적 표현 이외의 다른 것이 아니다는 점을 증명하였다. 이 가격이론이 멩거주의의 핵심이며, 따라서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의 핵심이다. 슘페터는 멩거의 이 위대한 기여에 대해, 그의 추도사에서 다음과 같이 통찰력있게 강조했다:

그러므로, 중요한 점은 사람들이 욕구의 충족을 위해 상품을 구매, 판매, 또는 생산한다는 사실의 발견이 아니라, 상당히 다른 종류의 발견이다: 이 단순한 사실의 발견과, 또 그것의 원천으로서의 ‘인간 욕구의 법칙’이, 현대적 교환 경제가 가지는 복잡한 현상의 기본적 사실을 설명하기에 완전히 충분하다는 점, 그리고 반대로, 현대 경제의 그 놀라운 외관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욕구가 로빈슨 크루소 경제 혹은 교환이 없는 경제 이상의 복잡한 경제의 메커니즘을 작동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결론으로 이어지는 사고의 연쇄는, 가격의 형성이 ―다른 모든 사회적 ,역사적 ,기술적 특징과는 구별되는― 현대 교환 경제의 독특한 특징이며, 모든 특정한 경제적 사건들이 가격 형성의 틀(the framework of price formation) 안에서 이해될 수 있다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순수하게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현대 교환 경제는 단지 가격에 의존하는 체제일 뿐이다. 모든 특별한 문제는, 그것이 어떤 것이든 간에, 하나와 같은 반복적인 과정의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즉, 모든 특정한 경제적 규칙성은 가격 형성의 법칙에서 추론될 뿐이다. 이미 ‘경제학의 기본원리’의 서문에서, 우리는 자명한 가정으로서의 이 인식을 발견할 수 있다. 멩거의 본질적 목표는 ‘가격 형성의 법칙’의 발견이었다. 그가 가격 문제의 해결책을 ‘수요’와 ‘공급’의 측면에서 인간의 필요를 분석하고, 비저(Friedrich von Wieser)가 한계 효용의 원리라고 명명한 것에 근거를 두는 데 성공하자마자, 예상치 못할 정도로 갑작스럽게, 경제 생활 전체의 복잡한 메커니즘의 투명하고 단순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멩거의 다른 상당한 공헌에도 불구하고, 슘페터는 “그의 ‘가격과 가치의 이론’은, 말하자면 그의 인격의 진정한 표현이다“(theory of value and price . . . is, so to speak, the expression of his real personality.)라고 결론지었다.

만약 그렇다면, 오늘날 멩거의 인격은, 현대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의 번창하는 인간행동학적 패러다임 속에서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작성 : 조셉 T. 살레르노 (Joseph T. Salerno)

번역 및 편집 : 김경훈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