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코-캐피탈리즘 (Anarcho-Capitalism)

아나코-캐피탈리즘 혹은 무정부 자본주의는 자유시장이 보장하는 개인의 주권을 강력하게 옹호하며 국가의 폐지를 주장하는 정치 학으로, 자유주의(libertarianism)와 개인주의적 아나키즘(individualist anarchism)의 범주에 속한다.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자 머레이 라스바드(Murray N. Rothbard)가 최초로 이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나코-캐피탈리스트 사회에서, 법 집행, 법원, 그리고 기타 모든 치안 서비스는 세금이 아니라 시장에서 경쟁하여 스스로 재원을 충당 해야 하는 사설 방위 업체에 의해 제공되며, 화폐 역시 자유시장에서 민간 경쟁에 의해 공급된다. 아나코-캐피탈리즘에 따르면, 개인적 혹은 경제적 활동은 정치가 아니라 시장의 자연법(natural laws)과 민간법(private law)에 의해 규제되어야 한다. 게다가, 희생자 없는 범죄와 국가에 대한 범죄는 결코 범죄가 아니며, 처벌받아선 안된다.

아나코-캐피탈리스트는 개인적 자유와 번영의 극대화를 위하여, 사유 재산의 절대적 보장과 자발적 거래에 기초한 사회를 주장한다. 물론 화폐, 땅, 소비재, 그리고 자본재 등의 완전한 민영화(privatization) 역시 이에 포함된다. 물론 아나코-캐피탈리스트가 자발적 윤리의 일환으로서 자선과 공공 합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사유—개인화된(individualized), 혹은 공유하지 않는(joint non-public)-재산에 대한 절대적 권리 외에도, 비국가적인(non-state) 공공 혹은 공동체 재산 역시 아나코-캐피탈리스트 사회의 중요한 측면이다.

아나코-캐피탈리즘에 따르면, 공격(aggression)이나 사기는 부당하며, 오직 자발적 거래, 선물, 혹은 노동에 기초한 최초의 전용(labor-based original appropriation)만이, 유일하게 정당화될 수 있는, 그리고/혹은(and/or) 경제적 효용을 창출할 수 있는 재산 취득 방법이다. 따라서 강제적인 국가로부터 어떠한 도움이나 방해 없이 재산을 자유로이 취득하고, 이전할 수 있어야 한다.

자유시장 자본주의가 자유롭고 번영하는 사회의 기초라는 이해가 아나코-캐피탈리즘의 기본이다. 라스바드에 따르면, 자유시장 자본주의는 평화적이고, 자발적인 교환을 중시하지만, 국가 자본주의(state capitalism)는 자유시장을 파괴하기 위해 강제를 사용하는 정부와 일부 기업이 맺은 ‘결탁 협력 관계’이다. 아나코-캐피탈리스트가 ‘자본주의’를 말할 때, 그것은 ‘자연적 시장’의 ‘이윤과 손실’ 메커니즘이 국가간섭에 의해 왜곡되는 국가 독점 자본주의, 정실 자본주의(crony capitalism), 조합주의, 혹은 현대적 혼합 경제와 완전히 다르다.

아나코-캐피탈리스트는 국가를 거부한다. 국가는 세금과 몰수를 통해 재산을 도둑질하고, 무력 사용을 강제 독점하고, 강압적인 힘으로 다른 사람을 희생 시켜 특정 기업 및 개인에게 이익과 독점권을 주고, 자유로운 거래를 제한하며, 마약 금지법, 의무 교육, 징병제, 식품 및 도덕에 관한 강제적 법률 등을 통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공격적인 실체이기 때문이다. 무제한적 자본주의(unfettered capitalism)의 수용은 아나코-캐피탈리스트와 다른 사회주의적 아나키스트 사이의 긴장을 야기한다. 사회주의적 아나키스트는, 자본주의와 시장을 비록 국가와는 다른 형태지만 같은 권위로 파악하며, 따라서 일반적으로 아나코-캐피탈리즘을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머레이 라스바드는 자신의 철학을 사유재산에 반대하는 일반적인 아나키즘과 구별하고, 또 자유시장과 미묘하게 거리가 있는 개인주의적 아나키즘과도 거리를 두기 위하여 ‘아나코-캐피탈리즘’이라는 용어를 창안했다. 이 철학을 의미하는 다른 용어들은 다음과 같다. 다만, 이 용어들이 아나코-캐피탈리스트 집단 밖에서도 언제나 의미가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반국가 자본주의(anti-state capitalism)

반국가 시장주의(anti-state marketism)

아나코-자유주의(anarcho-liberalism)

자본주의 아나키즘(capitalist anarchism)

시장 아나키즘(market anarchism)

자유시장 아나키즘(free-market anarchism)

개인주의 아나키즘(individualist anarchism)

자연적 질서(natural order)

질서잡힌 아나키(ordered anarchy)

다중심적 법 체계(polycentric law)

사법 사회(private-law society)

사유재산 아나키(private-property anarchy)

순수 자본주의(pure capitalism)

급진적 자본주의(radical capitalism)

무국가 자본주의(stateless capitalism)

무국가 사회(stateless society)

무국가 자유주의(stateless liberalism)

자원봉사주의(voluntaryism)

자유주의 아나키(libertarian anarchy)

다양한 용어를 사용함에 있어, 아나코-캐피탈리즘은 일반적인 용법이나 다른 아나키즘 운동과는 상당히 다른 맥락을 강조하곤 한다:

아나키즘(Anarchism): 모든(all) 형태의 강제의 개시(initiatory coercion)에 반대하는 모든(any) 철학 (국가에 대한 반대도 포함)

계약(Contract): 개인 간의 자발적이고 구속력 있는 약속

강제(Coercion): 사람 또는 재산에 대한 물리적 힘의 행사 혹은 위협

자본주의(Capitalism):  생산 수단을 사적으로 소유하고, 투자, 생산, 유통, 소득, 그리고 가격 결정을 정부 보다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기는 경제체제

자유시장(Free-market): 화폐, 자본재를 포함한 재화, 그리고 서비스에 관련된 모든 결정―이전 포함―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시장

사기(Fraud): 부정직한 방법으로, 누군가를 가치 있는 무언가와 헤어지게 유도함

국가(State): 합법화 및 제도화 된 공격적 강제를 행하고 세금을 부과하는 조직

자발적(Voluntary): 강제나 사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 행동


비침해성의 공리 (Non-aggression axiom)

나는 아나키스트 사회를, “어떤 개인의 인격이나 재산에 대한 강제적 침략의 합법적 가능성이 없는 사회”(no legal possibility for coercive aggression against the person or property of any individual)로 규정한다. 국가가 바로 그러한 부류의 합법화된 공격, 즉 세금을 통한 사유재산의 강제 몰수, 영토 내 다른 치안 서비스 제공 가능성의 강제 배제, 그리고 개인의 권리 침해라는 초점 위에서 세워진 다른 모든 강탈과 강압을 행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아나키스트는 국가에 반대한다. – 머레이 N. 라스바드

라스바드를 중심으로 공식화된 아나코-캐피탈리즘은, 자유주의의 핵심인 ‘비침해성의 공리’를 강력하게 고수한다:

자유주의 정치 이론의 기본적 공리는 자기소유권(self-ownership), 즉 모든 사람이 자기 신체에 대한 절대적 통제권을 가지는 ‘자기소유자’라는 주장이다. 이는 사실상 아무도 다른 사람의 신체를 정당하게 침해하거나 공격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자기소유권으로부터 각 개인이 소유되지 않은 자원을 전용(appropriate)하거나 노동을 섞어서 정당하게 소유할 수 있음이 유도된다. 자기소유권과 홈스테딩(homesteading)이라는 두 개의 공리로부터, 자유시장 사회 및 재산권 체계 전반에 대한 정당성을 찾을 수 있다. 자유주의 제도는 자기 자신에 대한 모든 사람의 권리, 기부할 권리, 상속받을 권리, 그리고 재산 소유권(property titles)을 계약을 통해 교환할 권리 등을 보장한다.

라스바드에 따르면, 자유주의적 자기소유권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대안적 이론도 논리적으로 성립 가능할 수 없다. 개인이 자기 자신에 대해 온전한 소유권을 갖지 못한다면, 유일한 두 가지 가능한 대안은 (a)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의 신체를 집단으로 소유하거나, (b) 그 누구도 자기 신체를 소유하지 못한다는 것 뿐이다. 라스바드는 보편 윤리, 즉 시공간을 초월하여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적용될 수 있는 정당한 자연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 두 입장을 모두 기각한다. 결국 남은 라스바드에게 남은 유일한 방도는 자기소유권 뿐이며, 이것은 정말  공리적이고(axiomatic) 보편적이다.

일반적으로, 비침해성의 공리는 사람(무력 행사, 폭행, 살인 등)또는 재산(사기, 강도, 절도, 세금 등)에 대한 ‘무력의 개시’, 혹은 ‘위협’의 금지라고 말할 수 있다. 무력의 개시를 보통 공격 또는 강제라고 한다. 아나코-캐피탈리즘과 다른 자유주의의 차이는 대체로, 이 공리를 어느 정도로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자유주의 정당 등을 비롯한 최소국가주의자는 가장 작은 규모의, 그리고 가장 덜 침략적인 형태로 국가를 유지하기를 원한다. 경찰, 법원, 그리고 군대를 국가가 담당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부 자유주의자는 정부의 업무에 더 많은 것을 추가하길 원할 수도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아나코-캐피탈리스트는 국가를 강제적 독점으로 이해하고, 그것이 합법화된 공격을 통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인간 사회의 유일한 실체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자유주의의 핵심 공리 그 자체와 완전히 상반된다는 점에서, 국가의 간섭 자체를 거부한다.

라스바드를 비롯한 일부 아나코-캐피탈리스트는 자연법 혹은 본래적 도덕(intrinsic moral)에 근거하여 비침해성의 공리를 받아들인다. 라스바드는 비침해성의 공리를 기준으로 하여 아나키즘을 정의한다:

“아나키즘은 개인과 재산에 대한 그 어떤 침해에도 합법적 허용을 제공하지 않는 체제이다.”(anarchism as a system which provides no legal sanction for such aggression against person and property.)

“아나키즘이 제안하는 것은, 국가의 폐지, 즉 공격적 강제의 합법화된 기관의 폐지이다.”(what anarchism proposes to do, then, is to abolish the State, i.e. to abolish the regularized institution of aggressive coercion.)

“자본주의는 아나키즘의 완전한 표현이며, 아나키즘은 자본주의의 완전한 표현이다.”(capitalism is the fullest expression of anarchism, and anarchism is the fullest expression of capitalism.)


사유재산 (Private property)

아나코-캐피탈리즘의 중심은 자기소유권과 최초의 전용(original appropriation)이다. 한스-헤르만 호페(Hans-Hermann Hoppe)에 따르면:

모든 사람이 자신의 물리적 신체의 적절한 소유자인 만큼, 자연에서 취득할 수 있는 모든 토지와 재화를 소유할 권리가 있다. 다른 사람이 같은 것을 먼저 점유하거나 사용한 적이 없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우리가 최초로 전용된 토지와 재화를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은, 스스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어떤 방식으로든 그것을 사용하고 변형할 권리가 있음을 의미한다. 다른 사람이 최초로 전용한 토지와 재화의 물리적 무결함(the physical integrity)에 초대받지 않고(uninvitedly) 변화를 가하지 않는 한, 우리의 권리는 절대적으로 보장된다. 특히, 일단 어떤 토지나 재화가 로크(John Locke)적 의미에서 ‘노동을 섞어서’ 최초로 전용된다면, 다른 사람은 오직 최초의 전용자와의 ‘자발적’, ‘계약적’ 이전을 통해서만 그것의 소유를 취득할 수 있다.

자기소유권과 최초의 전용 원칙은 아나코-캐피탈리스트 재산권 이론의 근간이다. 이는 ‘생산수단’의 공적 소유와,’필요에 따른’ 노동 생산물 분배를 주장하는 사회주의적 아나키즘과는 완전히 다르다. 아나코-캐피탈리스트는 개인의 ‘필요’와 전혀 관계 없이, 생산수단과 노동 생산물의 개인 소유, 혹은 민간 차원의 공공 소유만을 옹호한다. 라스바드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몸을 소유할 권리가 있고, 생존을 위해 자연 물질을 사용하고 변형해야만 한다면, 그는 자신이 만든 재화를 소유할 권리가 있다.”(if every man has the right to own his own body and if he must use and transform material natural objects in order to survive, then he has the right to own the product that he has made.)

재산은 노동을 통해 만들어진 후, 거래 혹은 선물을 통해서만 합법적으로 소유권이 이전 될 수 있다. 강제적 이전은 불법이다.

최초의 전용을 통해, 개인은 ‘이전에 사용된 적이 없는’ 자원—물론 토지 포함—을 소유하고, 개발하고, 혹은 원하는 방도로 처분하는 데 있어 자신의 신체에 대해서와 동일한 ‘절대적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라스바드에 따르면, 재산은 오직 노동을 통해서만 발생하며, 따라서 토지의 최초의 전용은 단지 그 소유를 주장하거나, 주위에 울타리를 세우는 것 만으로는 정당화될 수 없다. 토지의 사용, 즉 토지에 노동을 섞음을 통해서만 최초의 전용은 정당화된다:

(그렇지 않다면) “사용된 적 없는 새로운 자원을 취득하려는 모든 시도가, (그것을 발견했으나 노동을 섞지 않고 방치한) 최초의 발견자'(first user)’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Any attempt to claim a new resource that someone does not use would have to be considered invasive of the property right of whoever the first user will turn out to be.)

그렇다고 해서 소유를 인정받기 위해 계속하여 노동을 섞을 필요는 없다:

“일단 그의 노동력이 천연 자원과 섞이게 되면, 그것으로 그 토지 혹은 재화는 그의 소유가 된다. 그의 노동은 그것과 떼어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뒤섞이게 되었고, 따라서 그것은 영원히 그의 몫이다.”(for once his labor is mixed with the natural resource, it remains his owned land. His labor has been irretrievably mixed with the land, and the land is therefore his or his assigns’ in perpetuity.)

토지 소유권에 관련하여 제기할 수 있는 보다 실질적인 문제가 있다. 아나코-캐피탈리스트 역시 어느 시점부터 홈스테드 원칙(hometead principle)이 더 이상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제대로 된 취득 과정을 거친 토지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음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오늘날 지구상의 토지 대부분은 국가에 의해 몰수되거나, 혹은 국가의 보조 하에 독점적으로 사유화되었다. 이에 관련하여 라스바드에 따르면:

단지 ‘사유재산권’의 방어를 요구하는 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재산권에는 충분한 정의론(theory of justice)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유주의자는 국가가 사유(private)라고 규정한 모든 재산을 옹호해야만 한다. 그것이 엄청나게 부당한 절차를 거쳐서 우스꽝스럽게 사유화 되었다고 해도 말이다.

“정의와 재산권”(Justice and Property Right)이라는 에세이에서, 라스바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절도된 재산의 모든 ‘신원 확인된’ 소유주(당사자와 상속인)는 반드시 그의 재산을 되찾아야 한다.”(any identifiable owner (the original victim of theft or his heir) must be accorded his property.)

또한 노예제에 대해서는:

“과거 농장주와 노예의 상속자 혹은 후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고, 보상금 역시 실제로 매우 구체화될 수 있다.”(the old plantations and the heirs and descendants of the former slaves can be identified, and the reparations can become highly specific indeed.)

라스바드는 노예가 그들이 강제로 일하게 된 토지에 대해 실제로 노동을 섞은 주체인 만큼, 그 토지의 정당한 소유주가 된다고 생각했다. 마찬가지로, 만약 특정 토지가 국가의 소유라면, 그것을 몰수하여 민간에게 환원해야 한다:

“국가의 손아귀에 있는 모든 재산은 도둑질당한 것이며, 가능한 빨리 해방되어야 한다.”(any property in the hands of the State is in the hands of thieves, and should be liberated as quickly as possible.)

예를 들어, 라스바드는 미국의 주립대학교 소유권을 홈스테드 원칙에 따라 학생과 교수진에게 부여할 것을 제안한다. 또 국가 주도의 힘에 의해 생겨난 재화, 예컨대 원조나 보조금을 받아 성장한 기업에게도 같은 방안이 적용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국가에게 최소한 50% 이상 의존하는 기업은 그 노동자들의 소유로 넘어가야 한다.

“우리 자유주의자가 반대하는 것은, 정부 ‘그 자체’가 아니라 범죄 그 자체이다. 우리는 부당하거나 범죄적인 재산권에 반대한다. 우리는 그 자체로 ‘사적인’ 재산이 아니라, 정의롭고, 죄가 없으며, 비범죄적인 사유재산에 찬성한다.”(What we libertarians object to, then, is not government per se but crime, what we object to is unjust or criminal property titles; what we are for is not “private” property per se but just, innocent, non-criminal private property.)

사유재산권과 재산권에 대한 공리적 정의(axiomatic definition)를 받아들이면서 아나코-캐피탈리스트는 원칙적으로 국가의 합법성을 부정한다. 한스-헤르만 호페에 따르면:

“살인, 강간, 무단 침입, 강도, 절도, 그리고 사기 등 ‘정당화될 수 없는’ 모든 행위에 대한 판단 외에도, ‘사유 재산의 윤리학’은 특정 영토 내에서 강제로 ‘궁극적 의사 결정’을 독점하고, 세금을 부과하는 기관인 국가와도 양립할 수 없다.”


지적 재산권 (Intellectual property)

재적 재산권에 대한 아나코-캐피탈리스트의 입장은, 모든 지적 재산권을 허용부터 반대까지,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라스바드는 ‘특허’를 국가가 부여한 ‘강제적이고 독점적인 특권’으로 보았으며, 자유 사회에서 존재하지 않으리라 주장했다. 특허가 여러 사람이 독립적으로 같은 발명을 하는 것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그는 ‘저작권’이 자유 사회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고 보았다. 예컨대 문학 작품에 있어, 작가가 책을 출판하면서 구매자들이 그것을 허가 없이 복제하거나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없음을 조건으로 한다면, 구매자들은 그것을 준수해야 한다. 그렇다면 책을 구매하는 행위 자체가 계약이 된다. 반면에, 한스-헤르만 호페와 스테판 킨젤라(Stephan Kinsella)는 모든 종류의 특허, 저작권, 그리고 재적 재산권에 반대한다. 오늘날에는 호페와 킨젤라의 입장을 따라 사실상 모든 아나코-캐피탈리스트가 지적 재산권에 반대하고 있다.

참고 : 제이콥 휴버트, 지적재산권, 특허권, 저작권에 대한 자유주의적 견해


공공 재산 (Common property)

아나코-캐피탈리즘의 핵심은 사유재산권이다. 그러나 아나코-캐피탈리스트 사회에서도 공동체와 공공 재산이 존재할 수 있으리라 전망하는 이론가도 물론 있다. 개인이 자신의 노동력을 섞거나, 다른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서 재화를 소유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동체나 사회적 차원에서 노동력을 집합적으로 섞어서 소유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개인적 차원에서 소유하기 무척 어렵거나, 아예 불가능한 종목, 예컨대 도로, 공원, 강, 그리고 바다 등이 그 대상이 된다. 로데릭 롱(Roderick Long)은 자생적으로 형성된 도로를 예시로 들며 이를 설명한다:

호수 근처에 위치한 마을을 생각해 보자. 마을 사람들은 종종 낚시를 하러 호수에 가곤 한다. 공동체 초기에는, 수북한 수풀과 바닥에 흩어진 나뭇가지 때문에 호수에 도착하기가 참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길이 깨끗해지고 형성되기 시작한다. 어떤 조직적인 노력 때문이 아니라, 그저 매일 매일 그 길을 걸은 모든 사람이 만든 결과일 뿐이다. 이렇게 생겨난 깨끗한 길 역시 노동의 산물이다. 다만 어느 개인의 의도적 노동이 아니라, 모든 이가 함께 한 노력이다. 만약 한 사람이 이 길의 주변을 점거하고 통행료를 부과한다면, 그는 마을 사람들이 함께 형성한 집단적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공공 재산은 소유자의 수가 많을 수록 사유 재산 수준의 책임 있는 관리가 안되거나, 더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아나코-캐피탈리스트는 의도적으로 형성된(intentional) 공공 재산을 불신하고, 민영화, 탈중앙화, 그리고 개인화를 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그런 도전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곤 한다. 예컨대, 이미 확립된 해상 노선은 개인이 전용할 수 없다고 파악된다.

아나코-캐피탈리스트는 자유시장-환경보호주의자와 함께하는 경향이 있는데, 오늘날 가장 중대한 환경 파괴범이 바로 국가와 공공협정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공기 오염, 물 오염, 그리고 토양 오염은 소유권의 집단화의 결과이다. 정부는 대개 다수에게 혜택을 주기 위하여 오염유발기업에 맞선 개인 또는 집단의 소송을 기각하며,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치적 기반 내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중공업에 대한 법률적 또는 경제적 보조금을 정당화한다.

참고 : 전용덕, [제8-3장 기타문제: 환경오염 – 1편] 대기오염


계약사회 (Contractual society)

이상적인 아나코-캐피탈리스트 사회는 계약사회이다. 라스바드에 따르면 “폭력이나 폭력의 위협이 전혀 통제하지 않고, 순전히 자발적 행동에만 기반을 둔 사회”(… a society based purely on voluntary action, entirely unhampered by violence or threats of violence.) 이다. 이 사회에서 모든 제도는 자발적 동의, 즉 ‘계약’에만 의존하며, 그 주체인 개인이 곧 법적 체계(legal framework)이다. 물론 계약의 세부 사항과 복잡성 때문에, 이 사회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재산과 서비스의 모든 이전이 양 당사자의 자발적 동의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는 점이, 계약 사회의 형성에 중요한 영향(ramification)을 미친다. 어떤 외부의 실체도 개인에게 특정 거래를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도록 강요할 권리가 없다. 어떤 고용주는 동성 커플에게 의료보험과 사망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고, 다른 고용주는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어떤 결합도 반대할 수 있다. 개인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계약을 체결하거나 거부할 수 있다.

계약권의 한계는 아나코-캐피탈리즘에서 이견이 갈리는 주제이다. 라스바드는 계약권이 양도할 수 없는(inalienable) 인권에 기초해 있으며, 따라서 기본권을 암묵적으로 침해하는 계약은 그것이 무엇이든 무효화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한 개인을 영구적 노예로 전락 시키는 계약은 설사 그가 동의했다고 해도 무효화된다. 그러나 다른 해석에 따르면, 그러한 계약을 금지하거나 무효화하는 것 자체가, 계약권에 대한 수용 불가능한 침해적 간섭이다.

참고 : 스테판 킨젤라, 자발적인 노예는 불가능하다


법, 질서, 그리고 폭력의 사용 (Law and order and the use of violence)

라스바드는 무력과 사기의 자연적 금지를 지지하면서도, 모든 민간 법원이 채택하기로 상호 합의한 중앙화된(centralized) 자유주의 법 체계의 형성을 지지한다.

법원, 군사, 혹은 경찰력이 명백한 자발적 기초에 근거하여 형성되고, 따라서 세금이 아니라 거래를 통해서 수익을 얻는 경우에만, 아나코-캐피탈리스트는 개인적 자유의 집단적 방어를 받아들인다. 국가의 치안 서비스가 세금으로 유지된다는 점이, 아나코-캐피탈리스트가 국가에 반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인 것은 아니다. 국가는 물리력을 합법적으로 보유한 유일한 독점 조직이며, 또 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민간 차원에서 경찰, 법원, 교도소 등의 서비스가 제공될 가능성을 전면 금지한다는 사실이 아나코-캐피탈리스트가 강조하는 국가의 위험성이다. 국가라고 해서 민간 조직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치안 서비스 제공에 경쟁이 붙는다면, 가격은 낮아지고 서비스는 더 나아지게 된다. 몰리나리(Gustav de Molinari)에 따르면,

“자유의 체제하에서, 치안 산업의 자연적 조직은, 다른 산업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Under a regime of liberty, the natural organization of the security industry would not be different from that of other industries.)

민영화된 치안 서비스의 비용을 지불할 수 없는 사람들의 방어는, 강제적 세금에 의존하는 국가 기관이 아니라, 자발적 기부에 의존하는 자선 단체의 지원, 혹은 그런 사람들이 협동적으로 자립하기 위해 모인 조직을 통해서 해결될 것이다.

고전적 자유주의와 마찬가지로, 아나코-캐피탈리즘은 아나코-평화주의(anarcho-pacifism)과 달리, 개인 혹은 재산의 방위를 위한 무력의 사용을 인정한다. 물론 방어적인 힘이 허용되는 범위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다.

아나코-캐피탈리스트 혁명을 포함한 폭력적 혁명은 독재정권에 맞선 방어적 공격의 어려운 응용 예시이다. 많은 아나코-캐피탈리스트가 미국 독립혁명을 자유를 위협하는 폭압에 맞선 합법적 공동 투쟁으로 동경한다. 라스바드에 따르면, 독립전쟁은 미국이 행한 여러 전쟁 중 유일하게 정당화될 수 있다.

출처 : https://wiki.mises.org/wiki/Anarcho-capitalism

번역 및 편집 : 김경훈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