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덕 – 한국경제의 진단과 처방 (2009)

전용덕
*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 경제학 박사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 이 글은 원저자인 전용덕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의 허락을 받아 게재하였으며, <한국경제의 진단과 처방>의 제1주제에 해당한다.

청년이 ‘삼포’를 하게 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실업은 아주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삼포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것을 말한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많은 요인과 함께 노동시장의 각종 문제, 즉 높은 청년실업률, 낮은 취업률, 다수의 불완전고용, 장시간노동, 다중 구조의 임금, 비정규직의 정규직으로의 강제전환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문제는 그 문제가 만들어진 원인이 분명히 있다. 그 문제의 원인을 고치지 않는다면 노동시장의 문제는 갈수록 악화될 공산이 크다. 그 결과로, 다른 조건이 같다면, 저출산 문제도 점점 더 개선하기가 어려워질 것을 예상할 수 있다.

한국 노동시장의 문제에 대한 원인을 앞 절에서 분석했다. 그 원인을 간략히 요약하면서 해법을 제시한다.

첫째, 실업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노동조합이다. 노조는 노동자 일반을 위하는 조직이 아니다. 노조는 현직에 있는 노동자만을 보호하는 조직이다. 그 점에서 노조는 노동자가 다른 노동자를 착취하는 일을 돕는 조직이다. 노동조합의 폐해는 그것만이 아니다. 노동조합이 지금까지 각 경제주체에 끼친 폐해는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 헌법은 제헌헌법부터 근본적으로 잘못 만들어졌다. 이제 노동조합과 관련한 헌법조항을 폐지할 것을 제안한다.

둘째, 단기적인 대량 실업의 원인은 경기변동이다.¹ 한국 경제는 기축통화인 달러를 결제수단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달러에 의한 경기변동도 피할 방법이 없다. 즉 한국 경제는 이중적인 경기변동을 겪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경기변동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하는 주제는 이 장의 분석 대상이 아니다. 이 주제는 화폐와 금융을 분석하는 곳에서 다룰 것이다.

그러나 일단 경기변동이 발생했다고 하면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한다는 것은 기업이 노동자의 채용과 해고에 관한 권리를 전적으로 소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노동시장에서 기업이 가진 그런 권리에는 많은 규제가 있기 때문에 해고가 어렵고 그 결과 채용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이론적으로는 노동자의 채용과 해고에 관한 권리는 전적으로 기업의 것이다. 그러므로 노동관련 법규에 산재하는 규제로서 채용과 해고를 어렵게 하는 각종 법률 조항 등을 혁파할 것을 제안한다.

셋째, 최저임금제는, 결과만을 놓고 보면, 노조의 제한주의적 임금과 큰 차이가 없다. 두 가지 모두가 최저가격이기 때문이다. 다만 두 가지가 다른 점은 전자가 법에 의해 결정되고 후자는 노사의 협상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도 궁극적으로는 헌법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전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 결과 최저임금제의 영향은 노조가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최저임금제를 혁파할 것을 제안한다.

넷째, 연공서열제는 평등주의에 입각하여 임금을 산정하고 지불하는 방식이다. 그것은 생산성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소득재분배를 초래한다. 그러므로 연공서열제가 반자본주의 또는 친사회주의 제도 중의 하나이다. 인사고과제도에 관한 한, 한국의 많은 조직과 기관에서 아직도 사회주의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그리고 직무와 성과에 기초한 임금 체계는 공무원과 공기업에 먼저 적용하고 민간 기업이 따라오도록 하면 제도를 전환하기가 쉬울 것이다.

다섯째, 강제 실업보험은 사회주의 제도 중의 하나이다. 강제 실업보험은 세금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강제보험은 실업 기간을 단축하기보다는 늘리는 데 일조를 할 것이다. 정부는 민간 자율 실업보험 도입을 허용하고 강제 실업보험을 혁파하는 것이 옳다.

여섯째, 정부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강제 전환하는 것을 즉시 그만두어야 한다. 그런 강제 전환은 멀지 않은 미래에 노동시장을 더 나쁘게 만들어 강제 전환이 있기 이전보다 고용사정 등을 더 나쁘게 만들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멈추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