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언제나 정부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Liberty is always freedom from the government.)

-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von Mi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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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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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
작성자
작성일
2022-05-1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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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계운

전계운
* 미제스 연구소 대표

주제 : #정치철학과_윤리학


지난 5월 10일 윤석열 신임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었다. 대통령 취임사를 본 일부 사람들은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중에서 ‘자유’를 가장 많이 언급한 대통령이라고 환호한다. 하지만 나는 정치인의 이런 수사학을 대단히 경계한다. 수많은 정치인이 '자유'를 수사학으로 써왔는데 그중에 가장 심한 사람은 로널드 레이건이다.

로널드 레이건(1911-2004)

그는 자유를 자신의 정치 철학으로 어필하는 수사학으로 즐겨 쓰곤 했다. 그 결과 그가 실제로 했던 행동과 진실은 가려지고 일부 리버테리언과 보수주의자들 사이에서 존경 받는 대통령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자유, 낮은 세금, 제한된 정부의 중요함을 알았던 레이건은 후보 시절 폐지를 약속했던 교육부를 폐지는커녕 예산을 전보다 두 배인 227억 달러로 올렸고, 사회보장지출도 1981년 1790억 달러에서 86년 2690억 달러로 올렸다. 농업 프로그램 역시 81년 214억 달러에서 515억 달러로 140% 증가시켰다. 대외원조도 100억 달러에서 220억 달러로 증가시켰다.

레이건은 초기에 개인소득세와 사업세를 인하했지만, 카터 행정부 시절에 비하면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었다. 정부 수입을 ‘국민 소득’의 비율로 놓고 보면 1980년(카터 행정부 임기)에는 25.1%, 레이건 임기 말인 1988년 1분기에는 24.7%인 것이 그 점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되려 레이건은 갤런당 5%의 유류세와 트럭 산업에 높은 세금을 매겼다. 연방 정부의 지출은 지미 카터때 보다 더 늘었다. (카터 행정부 마지막 임기에 쓴 연방정부 지출은 국민소득의 27.8%, 레이건의 임기 말 1988년 1분기 연방 정부 지출은 28.7%였다, 레이건은 후보 시절 카터 행정부의 연방지출을 낭비라며 비판한 바가 있다.) 예산삭감은 현재 지출 수준에서 절대적인 삭감이 아닌 예상된 지출 수준에서 삭감했다.

결과적으로 레이건은 총 연방 부채를 9,000억 달러에서 2조 7,000억 달러로 3배를 늘렸다. 전임 행정부인 포드와 카터 행정부의 부채를 다 합쳐도 그 두 배에 못 미친다.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부채를 3배 이상 늘리는데 31년 걸렸지만, 레이건은 이것을 8년 만에 해냈다.

더욱이 레이건은 자유무역주의자가 아니었다. 후버 이래로 엄청난 보호무역주의자였다. 1980년 이래로 수입품의 제한 비율은 두 배로 늘었고 특히 고부가가치산업인 칩부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규제와 할당량이 붙었다. 레이건은 무역법을 더 보호무역주의 쪽으로 향하게 하는데 주저하지 않았었다.

2,500억 달러의 적자예산을 만들어낸 레이건은 나쁜 선례를 남겼으며 동시에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나쁜 선례는 정치인들이 “자유가 중요하다.”는 수사학을 쓰면서 뒤로는 적자지출, 통화량 확대, 가짜 감세 정책을 펼치는 것을 레이건으로부터 너무나도 잘 배웠고 그렇게 하는 것이 ‘우파’ 정치인의 덕목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는 점이다. 중요한 교훈은 우리가 지적으로 무장해 레이건뿐만 아니라 ‘자유’, ‘낮은 세금’, ‘제한된 정부’ 이미지 메이킹하는 정치인의 수사학에 속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혹자는 윤석열 정부는 이제 막 시작했으니 다르다고, 지켜보아야 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임기 초반부터 34-36조원에 달하는 추경을 예고했다. 필요로 하면 적자 국채를 발행할 수도 있다고 공언했다. 벌써부터 취임사에서 했던 말과 행동이 다르다. 정치인의 수사학에 속지 않도록 그들의 행동과 정책을 면밀하게 살펴보는 습관을 기르는 것은 모두에게 중요하다.


태그 : #보수어용세력-가짜자유주의#인물평가 #정치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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