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교육시장 - 8편] 한국 교육시장의 문제의 원인 - 간섭주의: 대학등록금 규제와 정원제

제2장 교육시장
작성자
작성일
2020-03-20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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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9

전용덕
*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 경제학 박사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교육

편집 : 전계운 대표
  • 이 글은 원저자인 전용덕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의 허락을 받아 게재하였으며, <한국경제의 진단과 처방>의 제2주제에 해당한다.
진단과 처방 시리즈 목차 <펼치기>
제1장 노동시장 - (1편2편3편4편5편6편7편8편9편10편11편12편/完)
제3장 저성장 - (1편, 2편, 3편, 4편, 5편, 6편, 7편, 8편, 9편, 10편, 11편, 12편/完)

제4장 저출산 - (1편, 2편, 3편, 4편, 5편, 6편/完)
제5장 부동산 - (1편, 2편, 3편, 4편, 5편, 6편, 7편, 8편, 9편, 10편, 11편, 12편/完)
제6장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 (1편, 2편, 3편, 4편/完)
제7장 소득불평등 - (1편, 2편, 3편, 4편, 5편/完)
제8장 기타문제 - (1-1편, 1-2편, 1-3편, 2-1편, 2-2편, 3-1편, 3-2편, 4-1편, 4-2편, 완결편)
[제2장 교육시장 - 1편] 한국 교육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제2장 교육시장 - 2편] 한국 교육시장의 문제들 - 공교육의 부실화
[제2장 교육시장 - 3편] 한국 교육시장의 문제들 - 과다한 교육비 지출
[제2장 교육시장 - 4편] 한국 교육시장의 문제들 - 학교  폭력의 심각성

[제2장 교육시장 - 5편] 한국 교육시장의 문제들 - 영어 교육의 실패
[제2장 교육시장 - 6편] 한국 교육시장의 문제들 - 자원의 낭비와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 & 기타 문제들
[제2장 교육시장 - 7편] 한국 교육시장의 문제의 원인 - 평등주의
[제2장 교육시장 - 8편] 한국 교육시장의 문제의 원인 - 간섭주의: 대학등록금 규제와 정원제
[제2장 교육시장 - 9편] 한국 교육시장의 문제의 원인 그리고 결론 - 학벌 위주의 사회
[제2장 교육시장 - 10편/完] 한국 교육시장의 문제의 해법
[제2장 교육시장 - 부록 1편] 사립유치원 문제의 핵심 쟁점
[제2장 교육시장 - 부록 2편] 강사법과 등록금 규제


교육과 관련한 문제점과 폐해의 상당 부분은 대학 교육의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특히 대학 교육의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대학 등록금(다른 비용도 포함)에 대한 정부의 규제 때문이고 정원규제는 그것을 도와주는 장치이다.

대학 등록금은 사립은 1989년, 국공립은 2003년에 자유화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명시적인’ 자유화일 뿐이다. 그 이후에도 대학 등록금은 ‘실질적으로는’ 자유화되지 않고 정부에 의해 통제되어 왔다. 국민 모두에게 교육 기회를 평등하게 주어야 한다는 이유, 교육 비용을 낮게 해달라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이유, 물가에 미치는 영향 등의 이유로 정부는 대학 등록금을 자유시장가격보다 낮게 통제했다. 즉 대학 등록금은 해방 이후 현재까지 소위 ‘최고가격’이다.

등록금 통제의 정도는 시기별로 달랐을 뿐만 아니라 대학마다 다르다. 다만 평균적으로 국공립대학과 유명 사립대학의 등록금이 더 강하게 통제되어 왔다. 여기에 정부는 국가장학금1을 주는 방법, 대학에 보조금을 주는 방법 등으로 대학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을 더 낮추어왔다. 여기에서 정부가 국가장학금을 주는 방법은 개인 차원에서, 대학에 보조금을 주는 방법은 대학 차원에서 대학교육 비용을 낮추어주는 방법이다. 이것은 대학 등록금이라는 최고가격을 자유시장가격보다 더 낮추게 된다. 다시 말하면, 대학 등록금의 자유시장가격과 최고가격의 명목적인 차이보다 실질적인 차이가 더 크다는 것이다.

최고가격은 필연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만들어낸다. 최고가격은 공급을 줄어들게 하고 수요를 증가하게 하기 때문에 '초과수요'(excess demand)가 발생한다. 등록금이 자유시장가격일 때와 비교하여 그렇다는 것이다. 초과수요의 존재를 어떻게 아는가? 재수생(대학에 진학하기 위하여 대기하는 학생을 통칭하여 재수생으로 부르기로 함)과 유학생의 존재가 대학교육에서 초과수요가 존재하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재수생 수는 1996년에 약 30만 명까지 늘어났다가 최근에는 약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총 유학생 수는 연간 약 5만 명 정도다. 재수생과 유학생의 수가 가변적이지만 매년 약 20만 명 내외의 학생이 한국의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고 있는 것, 즉 초과수요 상태인 것이다.

대학 교육의 공급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수요자들의 일부에게 공급을 나누어주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 때는 가격으로는 자원을 배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요에 비해 부족한 공급을 나누어주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은 일정한 원칙을 정해 '배급'(rationing)을 하는 것이다. 대학에서 배급은 ‘정원제’의 형태로 나타난다. 정부는 각 대학의 총정원 뿐만 아니라 각 학과의 정원도 규제한다. 대학 당국이 때로는 여러 개의 학과를 융합하는 경우나 각 학과의 정원은 정하지 않음으로써 교육 당국의 규제를 벗어나고자 하지만 많은 경우에 실패한다.

최고가격에 의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지면 수요자들은 여러 가지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1년을 대기하면서 다음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것이다. 소위 재수생, 삼수생 등이 되는 것이다. 이것마저도 말처럼 쉽지 않다. 대학교육은 다음 해에도 그 다음 해에도 여전히 초과수요 상태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 가지 방법은 해외대학에 유학을 가는 것이다. 초과수요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대체재를 찾기 마련이다. 해외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국내대학에 진학하는 것의 대체재이다. 또 다른 방법은 대학 진학 이전에 공교육의 대체재, 즉 사교육(과외, 사설학원, 학습지 등을 통칭함)을 받아서 대학에 진학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앞에서 나열한 방법으로도 대학 진학을 하지 못하고 그 기간이 길어지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취직을 하거나 자영업자가 되거나 실업자가 된다.2

사교육이 증대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대학 등록금에 대한 규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교육의 증대는 공교육의 부실과 맞물려 있다. 공교육의 수준이 충분하여 대학교육 공급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대학입학에 문제가 없다면 교육 수요자들은 사교육을 찾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고등학교 이하의 공교육은 대학교육보다 가격이 더 낮게 규제되어왔다. 초등학교는 무상급식 등으로 교육비가 오래 전부터 음(陰)이고 중학교도 무상으로 된지 오래이다. 고등학교의 경우에 국공립학교는 교육비가 매우 낮고 사립학교만 교육비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즉 공교육의 부실화는 교육비에 대한 정부의 규제 때문이지 사교육이 원인이 아니다.

한 마디로, 사교육은 대학 등록금에 대한 규제 때문에 발생하지만 공교육의 부실화는 사교육을 촉진하는 요인이다. 그리고 공교육의 부실화는 공교육에 필요한 교육비의 규제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교육의 발달이 공교육의 부실화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전적으로 틀린 것이다.

최고가격은 다른 폐해도 만들어내고 있다. 대학교육의 부실화이다. 등록금이 최고가격으로 규제되기 때문에 이제 대학들은 대학교육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교육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점은 대학교의 교원 1인당 학생수가 잘 보여준다. 한국 대학교의 교원 1인당 학생수는 2012년 현재 29.4명인데 비하여 같은 해 OECD평균은 14.4명이다.3 대학교육의 부실화는 전임교원의 강의 담당 비중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전임교원의 강의 담당 비중이 2014년 현재 4년제 대학의 경우에 국립 약 54.2%, 공립 약 40.6%, 사립 약 54.6% 등이다. 전임교원이 전체 개설 강좌의 1/2 내외를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의 대학들이 전임교원을 적게 확보하고 강의를 시간강사에 많이 의존하는 것은 대학교육 부실화의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대학교육 부실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어학연수를 위해 매년 약 8~10만 명 정도의 학생이 해외로 나간다. 이 경우에도 국내 대학에게 자율권이 충분히 주어져 있다면 어학연수에서 국내 대학들이 외국 대학들과 경쟁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등록금 등과 같은 가격을 정부가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대학이 해외 대학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고 그 결과 어학연수를 위하여 매년 해외로 나가는 학생의 수가 작지 않은 것이다.

요약하면, 대학 등록금에 대한 규제는 초과수요를 만들어내고 그런 수요를 해결하기 위하여 배급제가 도입되어 있다. 대학 수요에 비해 충분하지 못한 공급은 재수생, 해외유학, 사교육, 어학연수 등의 폐해를 만들어왔다. 대학 등록금에 대한 규제는 또한 대학을 부실하게 만든다. 재수생은 노동공급이 줄어드는 것이고, 해외유학은 ‘기러기 아빠’와 ‘기러기 엄마’와 같은 부조리한 현상을 만들어왔다. 사교육, 어학연수 등에는 많은 비용이 들어왔다. 고등학교 이하의 공교육도 가격이 규제되어왔고 그 결과 부실화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좀 더 좋은 공교육을 위하여 ‘위장전입’과 같은 불법이 자행되어왔다. 그런 부실화는 공교육에 대한 대체재, 즉 사교육을 촉발하고 증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등록금 규제와 정원 규제는 기술이 급변하는 시대에 대학에게 경쟁력을 배양할 수 있는 기초를 없애는 것이다.




태그 : #가격통제 #간섭주의

썸네일 출처 :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594

  1. (원문 19번) “국가 장학금의 규모는 2012년 1조7,500억 원, 2013년 2조9,000억 원, 2014년 3조7,000억 원, 2015년 4조 원 등이다. 교육부는 2015년에는 대학 자체 장학금 3조 원을 마련하여 전체 장학금의 규모로 7조 원-이 금액은 같은 해 총 등록금 규모 14조 원의 약 절반임-을 지원하고 2016년 이후에는 추가 재원을 투입해 대학의 명목 등록금보다 대학이 학생에게 부과하는 실질 등록금을 인하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앞의 인용문은 전용덕(2015), pp. 59~60에서 가져왔다.
  2. (원문 20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면 수요자들은 여러 가지 대체재를 찾지 않을 수 없다. 본문에서 예로 든 것은 가장 대표적인 대체재만이다. 현실에서는 훨씬 더 다양한 대체재가 존재한다. 그러나 그런 대체재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다.
  3. (원문 21번) 유진성, “교육정책의 주요 이슈 평가와 창의적인 글로벌 인재육성을 위한 시사점”, 미발표 원고, 2014, 22쪽에서 재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