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저성장 - 3편] 경제성장의 원인 (1)

제3장 저성장
작성자
작성일
2020-04-07 17:15
조회
792

전용덕
*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 경제학 박사(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한국경제

편집 : 전계운 대표
  • 이 글은 원저자인 전용덕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의 허락을 받아 게재하였으며, <한국경제의 진단과 처방>의 제3주제에 해당한다.
진단과 처방 시리즈 목차 <펼치기>

저성장 문제를 다루면서 경제성장의 원인을 먼저 다루는 이유는 무엇인가? 경제성장의 원인을 정확하게 이해할 때만이 저성장의 원인도 잘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는 데는, 아래에서 자세히 보겠지만, 성장의 원인과 저성장의 원인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물론 역설적 상황이다.

신고전학파 종합과 달리,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이론은 경제성장을 위한 별도의 이론을 제시하고 않고 있음을 앞에서 지적했다. 그러나 그 경제학이 제시하는 경제이론에서 경제성장을 초래하는 요인들을 유도 또는 추출할 수 있다. 아래에서 그런 요인들 중에서 중요한 것만 지적할 것이다. 그리고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는 가정을 한 상태에서 논리와 설명을 전개한다.

주지하듯이 생산은 세 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즉 그것들은 자연자원, 자본, 노동 등이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 중에서 자본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점을 미제스(1998, 번역서 pp. 277, 278~279 인용)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다른 나라에서 가장 효율적인 생산방법을 도입하지 못하는 원인은 자본의 공급이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장비를 구입하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는 데 필요한 자본이 부족하면 기술적인 ‘노하우know-how'와 ’생산성에의 열정‘은 별소용이 없게 된다. (중략) 부(wealth)는 상품의 축적이 아니라 자본재의 축적으로 이루어진다. 자본재의 축적은 저축의 결과이다. … 경제조건을 개선하고 노동의 생산성을 높여 임금과 국민의 생활수준을 올리려면, 계속해서 자본재를 축적하고 계속해서 투자해야 한다. 사회에서 이용할 수 있는 자본의 양을 증가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저축을 늘리는 길이며, 동시에 저축을 방해하거나 심지어는 직접적으로 저축과 자본을 감소시키는 모든 이념적, 제도적 요소를 멀리해야 한다.”

미제스(1998, 번역서 pp. 58, 60~61 인용)는 다른 곳에서 자본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현대 서구 문명국가의 생활을 이전의 생활조건(아직도 많은 나라에 존재하고 있다)과 다르게 만든 것은 노동공급의 변화 때문도 아니고 노동자의 기술변화 때문도 아니고, 나아가 순수과학의 이해를 통한 응용과학과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도 아니다. 바로 축적된 자본의 양 때문이다. (중략) 임금을 올리려면 한 노동자당 자본을 더 많이 투자하는 길밖에 없다. 자본을 투자한다는 것은 결국 노동자에게 보다 효율적인 도구와 기계를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다 나은 도구와 기계의 도움으로 생산량이 증가하고 품질이 향상된다. 고용주는 노동자로 하여금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생산량을 올리게 하여 소비자에게 더 많이 팔 수 있고, 결과적으로 노동자에게 더 많은 임금을 줄 수 있다. 또한 다른 고용주와의 경쟁으로 인해 더 많이 주지 않을 수 없다.”

물질적 부가 증가하는 것, 즉 경제성장을 위한 미제스의 지적을 한 마디로 요약해본다. 경제성장이 물질적 부가 증가하는 것이라면 물질적 부가 증가하기 위해서는 자본재의 증가가 이루어져야 하고 그런 자본재의 증가는 자본의 증가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리고 자본의 증가는 저축의 증가에 의해 이루어진다. 자본의 증가에 의한 자본재의 증가만이 노동자의 생산성을 올려서 결과적으로 노동자의 임금을 올라가게 한다. 다시 말하면, 저축의 증가에 의한 자본의 증가만이 물질적 부가 증가하는 것, 즉 경제성장을 초래하는 원인이다.

기술을 외국에서 사오는 경우나 국내에서 개발하는 경우나 자본이 필요하다. 기술이 입수 가능한 경우에도 그것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하다.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경제성장에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것은 자본이다. 자본의 증가만이 노동자의 생산성을 끌어올려 노동자에게 높은 임금을 줄 수 있고 그것이 바로 물질적 부의 증가를 가져온다. 그리고 미제스는 다른 곳에서 자본의 증가가 노동의 증가를 앞지를 때 경제성장이 일어난다고 지적한다. 한 마디로,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은, 세 가지 제도적 틀이 주어진 상태이고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자본의 증가만이 경제성장을 초래하는 유일한 요인임을 규정한다.

자본의 축적 또는 자본의 증가야말로 경제성장의 유일한 수단이다.1자본의 축적 또는 증가는 저축에 의하여 가능하다. 그 저축은 국내의 저축일 수도 있고 다른 나라의 저축, 즉 외국자본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한 사회가 불환지폐를 교환수단으로 사용하면 ‘돈=자본’이라는 등식은 해석에 주의를 필요로 한다. 불환지폐는 신용수단을 포함하고 있고 신용수단은 자본이 아니다. 실물의 백업(backup)이 있는 화폐만이 ‘돈=자본’이라는 등식을 성립하게 만들고 신용수단은 그런 관계에서 화폐의 구매력을 떨어뜨림으로써 모든 재화의 가격을 상승하게 만든다. 현실에서는 화폐와 신용수단이 병존하기 때문에 한 시점의 ‘돈=자본’은 다른 시점에서는 구매력이 감소된 ‘돈=자본’이 된다. 다만 중앙은행이 불환지폐의 공급을 줄이고 그 결과 신용수단이 감소하는 경우에는 반대의 상황이 발생하지만 현실에서는 경제위기가 오기 전까지는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이 점은 국제 불환지폐인 달러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요약하면, 대규모 유전의 발견과 같은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자본의 증가가 경제성장을 초래하는 유일하고 중요한 원인이다. 이것의 의미는 두 가지다. 첫째, 자본의 증가 또는 자본의 형성을 억제하거나, 자본을 소비하는 제도, 정책, 행동 등을 규명하고 그것을 폐지 또는 혁파하면 자연스럽게 자본의 증가 또는 자본의 형성이 촉진될 것이다. 그러므로 저성장을 탈피하기 위하여 자본의 소비를 초래하거나 자본의 형성을 억제하는 제도, 정책, 행동 등을 규명하는 일이 필요하다. 둘째, 현재의 자본의 증가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항목, 예를 들어 저축률, 외국자본 등을 따져보고 가능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것도 저성장의 해법을 위한 시사점을 유도할 수 있다.




태그 : #생산이론 #오스트리아학파개요

썸네일 출처 : http://kidd.co.kr/news/187690

  1. (원문 7번) Rothbard(1993, p. 833 인용)도 경제성장에서 자본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성장’ 즉 미래 생활수준의 향상은 ··· 오로지 몇 가지 정의할 수 있는 방식으로만 달성될 수 있다. 더 많고 더 좋은 자원이 발견될 수 있거나, 더 많고 더 나은 사람들이 태어날 수 있거나, 기술이 개선될 수 있거나, 자본재 구조가 장기화되고 자본이 증대되어야 한다. 실제에서는 자원을 발견하고 개발하려면 자본이 필요하다. 또 기술진보도 생산에 적용되려면 오로지 자본투자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기업가적 재능도 오로지 투자를 통해서만 적용될 수 있다. 또는 노동공급 증가는 단기적인 경제적 고려들과는 상대적으로 독립적이고, 1인당 생산물을 낮춤으로써 맬서스가 말한 방식으로 다시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결국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하게 실행가능한 길은 저축과 투자의 증대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