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부동산 - 3편] 가격상승의 이론적 원인: 화폐의 구매력에 대한 기대, 수요와 공급

제5장 부동산
작성자
작성일
2020-09-20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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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덕
*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 경제학 박사(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부동산

편집 : 김경훈 연구원
  • 이 글은 원저자인 전용덕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의 허락을 받아 게재하였으며, <한국경제의 진단과 처방>의 제5주제에 해당한다.
  • 편집자주: 본 시리즈 연재 계획대로라면 부동산은 제7주제에 해당한다. 하지만 오늘날 임대차 3법과 같은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집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에 처해있고 계속해서 정치인들과 대중들은 잘못된 해법을 요구하거나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 주제를 앞당겨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 주제에서는 임대차 3법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지만 부동산 문제에 오스트리아 경제학파 이론을 적용 및 응용하고 있으며, 실증적인 원인분석 역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임대차 3법을 어떤 시각으로 보아야할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정독을 권한다. 
진단과 처방 시리즈 목차 <펼치기>

2. 화폐의 구매력에 대한 기대

통화공급의 증대가 크지 않을 때는 기대가 모든 재화들의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여기에서 기대란 화폐의 구매력에 대한 예상을 말한다. 그러나 통화공급의 증대는 장기에는 누적되고 그 결과로 화폐의 구매력 또는 화폐의 객관적 가치에 대한 기대는 모든 재화들의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화폐의 구매력이란 화폐의 가격을 말하는 것이고 그것은 ‘화폐 1단위로 교환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총집합’으로 정의된다.

한국 사람들은 자신이 보유한 전체 자산의 70% 이상1을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화폐의 구매력을 화폐 1단위로 교환할 수 있는 부동산의 양으로 규정한다고 주장해도 무리가 없다. 예를 들어, 아파트 1평당 3,000만원이라면 한국 화폐 1단위인 1원의 구매력은 아파트 1평의 3,000만분의 1이다. 다르게 말하면, 화폐 3,000만원의 구매력은 아파트로는 1평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만약 아파트의 가격이 1평당 3,0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상승했다면 이제 화폐 1단위인 1원의 구매력은 가격이 상승하기 이전에 비해 정확히 1/2로 줄어들었다. 그러므로 이후에서는 부동산 가격의 기대를 화폐의 구매력에 대한 기대와 동일한 것으로 간주한다. 다만 그런 동일시가 지역적으로 상당한 편차가 있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Mises(2007, pp. 264~265)는 기대라는 미래에 대한 예측은 과거의 심정학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투기적 예측’이라고 규정한다. 미제스는 인간의 감정, 동기, 아이디어, 가치, 의지 등에 대한 판단을 다루는 것을 ‘심정학’이라고 부를 것을 제안했다.2여기에서 기대의 형성에 관련되는 것은 ‘과거의 심정학적 경험’이다.

기대의 형성 방법과 기대의 내용 그 자체는 인간행동학의 일부이지 경제학이 아니다. 그러나 기대를 경제이론의 보조가정으로 채택할 때 경제정책의 결과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더 잘 이해하고자 한다면 투기가 발생하기 전후의 기대를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미제스는 모든 재화의 가격에 대한 기대 또는 화폐의 구매력에 대한 기대(화폐의 객관적 가치에 대한 기대)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사전에’(ex ante)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현실에서 사람들이 가졌던 기대를 이용하여 ‘사후적으로’(ex post) 모든 재화의 가격 상승 현상 또는 부동산 투기(주식 투기 현상 포함) 현상 등을 설명할 수 있을 뿐이다.

Mises(2007)는 1914~1923년 독일에서 지속되었던 초인플레이션을 당시 사람들이 가졌던 ‘비탄력적 기대’, ‘적응적 기대’, ‘합리적 기대’ 등으로 설명했다.3 비탄력적 기대란 어떤 화폐 가치가 안정적이어서 모든 재화의 가격이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을 말한다. 1914~1918년 기간에 독일 국민은 비탄력적 기대를 가졌다. 1914년 이전에 모든 재화의 가격이 매우 안정되어 있어서 1914년 이후 화폐공급이 증대하여 일부 재화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음에도 그것이 일시적이고 조만간 안정될 것이라고 대부분의 독일 국민이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독일 국민은 모든 재화의 가격 상승의 원인을 간파하고 그에 따라 기대를 적응시켜 나갔다. 이것이 적응적 기대이다. 적응적 기대란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한 기대의 형성을 과거에 일어났던 일에 기초하여 기대를 형성하는 방법을 말한다. 인플레이션 초기에 독일인들은 비탄력적 기대를 적응적 기대로 바꾸어 나갔다. 그러나 적응적 기대를 가지게 된 정도와 정확성은 개인마다 모두 달랐다. 그리고 그 기간도 길지 않았다. 1918년 이후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합리적 기대를 가졌다. 합리적 기대란 경제주체들의 기대가 진정한 통계적 기대치와 같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그런 기대에 따라 통화량 증가에 의한 인플레이션 과정은 초기에는 통화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일반적 물가상승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고(비탄력적 기대), 중기에는 모든 재화의 가격들의 상승률이 통화량 증가율보다 낮았으며(적응적 기대), 최종적으로는 모든 재화의 가격의 상승률이 통화량 증가율보다 훨씬 컸다(합리적 기대). 여기에서는 과거에 한국에 반복되었던 부동산 투기를 설명함에 있어서 미제스의 기대 형성 방법과 기대의 내용 그 자체를 응용하고자 한다.

3. 실물적 원인들: 수요와 공급

1절과 2절에서 모든 재화의 가격을 결정함에 있어서 화폐와 화폐의 구매력에 대한 기대라는 것이 하는 이론적 역할을 알았다. 이 절에서는 각 재화의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요약한다. 각 재화의 가격 결정에는 그 재화의 수요와 공급도 영향을 미친다. 어떤 재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감소)하면 가격은 상승(하락)한다. 어떤 재화의 공급이 증가(감소)하면 가격은 하락(상승)한다.

여기에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화폐가 모든 재화의 가격 결정에 미치는 영향과 각 재화의 수요와 공급이 그 재화의 가격 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차이가 있다. 후자의 경우를 자세히 보기로 한다. 수요 또는(그리고) 공급의 변화는 해당 재화의 가격을 상승 또는 하락하게 한다. 그러나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그런 상승 또는 하락은 장기간 지속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떤 이유로 수요가 증가하여 가격이 상승한다고 하자. 예외를 제외하고, 가격이 상승하면 생산자들이 공급을 늘린다. 이 경우에 가격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그 이전의 가격 수준으로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그 때 다른 조건이 발생하여 새로운 가격이 그 이전의 가격 수준으로 하락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 경우에 새로운 조건이 발생하여 가격이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지 공급이 증가하여 가격을 이전의 수준으로 하락하게 만드는 힘이 작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다만 아파트와 같은 부동산은 아파트의 공급이 증가하여 가격을 하락하게 만드는 데는 2~3년 또는 4~5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에는 공급 증가에 의한 가격 하락 효과는, 다른 재화에 비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즉, 재화의 특성에 따라 수요 또는(그리고) 공급의 힘이 미치는 시간과 정도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수요 또는(그리고) 공급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일회적이고 장시간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급 쪽에서의 변화를 생각해보자. 천재지변 등으로 공급이 감소했다고 가정하자. 그 경우에 재화의 가격은 상승하게 되고 수요자들은 높아진 가격 때문에 이제 수요를 줄이게 된다. 어떤 재화에 대한 수요의 감소는 가격을 하락하게 만든다. 정부의 시장에 대한 간섭이 없다면, 시장의 이런 조정과정은 빠르게 이루어지고 가격은 변화가 발생하기 이전으로 돌아가는 경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요약하면, 정부의 시장에 대한 간섭이 없다면, 수요 또는(그리고) 공급의 변화는 해당 재화의 가격을 지속적으로 상승 또는 하락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말이다. 수요 또는(그리고) 공급의 힘은 해당 재화의 가격을 일시적으로 변화하게 만든다.

4. 종합

여기에서 화폐가 모든 재화의 가격 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몇 가지 특징을 지적한다. 첫째, 현실에서 모든 재화의 가격은 앞에서 설명한, 모든 재화와 화폐의 관계를 결정하는 네 가지 요인이 합쳐져서 나온 것이다. 물론 거기에 그 다음 2절과 3절의 요인들도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것은 모든 재화의 가격이 아니라 하나의 재화의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이 점은 아래에서 더 다룰 것이다.

둘째, 앞에서 서술한 네 가지 요인이 일회성으로 증가하거나 감소하면 그 영향은 일회성으로 끝날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런 경우는 흔하지 않다. 역사적으로 화폐총공급은 언제나 그리고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적어도 1960년 이후의 한국에는 그렇다.

셋째, 과거의 경험을 보면 통화총공급의 증대가 다른 세 가지 요인보다 훨씬 영향력이 컸을 뿐만 아니라 장시간 지속되었다. 그리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 점은 앞으로도 유효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중앙은행이 불환지폐를 독점 발행하는 한에서 말이다.

넷째, 통화총공급의 증대는 경기변동을 촉발하고 경기변동의 붐 기간에는 부동산, 주식 등과 같은 자산의 가격이 크게 상승한다. 그러나 경기변동은 다음 단계에서 버스트를 맞게 되고 부동산, 주식 등과 같은 자산의 가격이 폭락한다. 이 때 부동산, 주식 등의 가격이 단기간에 폭등하는 경우도 적지 않는데 우리는 그것을 부동산 투기, 주식 투기 등이라고 말한다.

다섯째, 모든 재화의 공급도, 경제가 성장하는 경우에,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다만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인 경우는 모든 재화의 공급이 감소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 그런 연도는 많지 않았다.

여섯째, 화폐에 대한 유보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재화에 대한 유보수요는 증감을 반복했다. 전자는 모든 재화의 가격 상승을 지속적으로 억제했다. 후자는 증감에 따라 그 효과는 달라진다. 그리고 우리는 다수의 경제주체들이 많은 양의 화폐를 보유하고 있을 때 그런 보유를 비난하는 것을 본다. 그러나 화폐를 보유한 경제주체가 누구든지 화폐 보유를 비난할 수는 없다. 모든 경제주체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하여 화폐를 보유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보유가 화폐공급의 증대에 따른 모든 재화의 가격 상승 효과를 상쇄한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일곱째, 통화총공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 모든 재화의 가격도 지속적으로 상승한다. 이 점이 3절에서의 가격 상승과 다른 것이다. 3절에서의 가격 상승은 일회성일 뿐이다. 그리고 이 때 2절의 요인이 보태지면 몇 개의 재화의 가격은 폭등 또는 폭락하기도 한다. 이 점은 아래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여덟째, 화폐와 관련한 요인들이 일정하다면, 어떤 재화의 가격은 그 재화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화폐와 관련한 요인들도 모두 변한다. 그리고 화폐와 관련한 요인들은 모든 재화의 가격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도, 화폐의 공급이 모든 재화의 가격 결정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대도 재화의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기대는 대부분의 제조업 제품의 가격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기대는 부동산, 주식, 약간의 농수산물, 수요 또는 공급이 급변하는 재화 등의 가격에만 영향을 미쳐왔다.

아홉째, 현실에서는 앞에서 지적한 일곱 가지 요인이 동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인간의 능력으로 그 모든 영향을 동시에 고려하여 가격을 결정하고 그 변화를 예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 가지 요인의 영향이 다른 모든 요인의 영향을 압도하는 경우에는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통화총공급이 증대하는 경우이다. 그러나 이 때도 각 재화의 가격 상승 시기, 속도, 정도, 그 이후 상승이 멈추는 시점이 모두 다르다. 그리고 그것들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물가지수라는 이름으로 그런 변화를 평균해버리면 실제로 중요한 변화를 통계자료에서 찾아낼 수 없다. 정부 통계 작성기관, 정부 관련 연구소 등이 작성한 통계자료의 문제점이다.

열째, 통화의 총공급이 증가하는 경우라도 다른 요인의 힘이 그 증가 영향을 상쇄하면 대부분의 재화의 가격이 상승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통화총공급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역사에서 이런 경우를 흔하지 않지만 볼 수 있다. 대공황이 일어나기 직전의 미국이 대표적인 사례이다.4




태그 : #사회현안 #한국경제 #가격 #화폐와_은행

  1. (원문 9번 각주) 물론 이 수치는 비공식적인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이 보유한 자산 중에서 부동산이 가장 중요한 것은 분명하다.
  2. (원문 10번 각주) Mises(2007)는 실험 심리학 또는 자연 심리학과 구분하기 위하여 심정학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3. (원문 11번 각주) 미제스의 기대이론에 대한 해설로는 전용덕(2015b)을 참조.
  4. (원문 12번 각주) 대공황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전용덕(2010), pp. 39~90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