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부동산 - 7편] 정부 부동산 정책과 그 문제점: 잘못된 경제지식

제5장 부동산
작성자
작성일
2020-09-2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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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1

전용덕
*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 경제학 박사(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부동산

편집 : 김경훈 연구원
  • 이 글은 원저자인 전용덕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의 허락을 받아 게재하였으며, <한국경제의 진단과 처방>의 제5주제에 해당한다.
  • 편집자주: 본 시리즈 연재 계획대로라면 부동산은 제7주제에 해당한다. 하지만 오늘날 임대차 3법과 같은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집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에 처해있고 계속해서 정치인들과 대중들은 잘못된 해법을 요구하거나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 주제를 앞당겨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 주제에서는 임대차 3법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지만 부동산 문제에 오스트리아 경제학파 이론을 적용 및 응용하고 있으며, 실증적인 원인분석 역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임대차 3법을 어떤 시각으로 보아야할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정독을 권한다. 
진단과 처방 시리즈 목차 <펼치기>
제1장 노동시장 - (1편2편3편4편5편6편7편8편9편10편11편12편/完)
제2장 교육시장 - (1편2편3편4편, 5편6편7편8편9편10편/完부록 1편부록 2편)
제3장 저성장 - (1편2편3편4편5편6편7편8편9편10편11편12편/完)
제4장 저출산 - (1편, 2편, 3편, 4편, 5편, 6편/完)
제6장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 (1편, 2편, 3편, 4편/完)
제7장 소득불평등 - (1편, 2편, 3편, 4편, 5편/完)
제8장 기타문제 - (1-1편, 1-2편, 1-3편, 2-1편, 2-2편, 3-1편, 3-2편, 4-1편, 4-2편, 완결편)
[제5장 부동산 - 1편] 문제의 제기
[제5장 부동산 - 2편] 가격상승의 이론적 원인: 화폐적 이유

[제5장 부동산 - 3편] 가격상승의 이론적 원인: 화폐의 구매력에 대한 기대, 수요와 공급
[제5장 부동산 - 4편] 실증분석: 각종 재화의 가격 상승
[제5장 부동산 - 5편] 실증분석: 부동산 가격의 상승
[제5장 부동산 - 6편] 실증분석: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들
[제5장 부동산 - 7편] 정부 부동산 정책과 그 문제점: 잘못된 경제지식
[제5장 부동산 - 8편] 정부 부동산 정책과 그 문제점: 통화공급의 증대
[제5장 부동산 - 9편] 정부 부동산 정책과 그 문제점: 부동산 관련 조세
[제5장 부동산 - 10편] 정부 부동산 정책과 그 문제점: 신도시 건설
[제5장 부동산 - 11편] 정부 부동산 정책과 그 문제점: 부동산 관련 규제
[제5장 부동산 - 12편/完] 가격상승의 해법과 결론

정부 부동산 정책과 그 문제점 (1): 화폐 관련 부문

해방 이후 역대 모든 정부가 크게 구분하여 세 가지 정책을 시행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한 정책을 시행했다고 주장해도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세 가지 정책의 세부적인 내용은 동일한 것도 있었고 다른 것도 있었다. 여기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부동산 정책의 세부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다루지만 다른 정부의 정책의 세부적인 내용도 필요하면 서술할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을 필요한 곳에서 지적할 것이다. 그리고 부동산과 관련하여 시행하는 정책이지만 화폐와 관련한 것과 실물과 관련한 것을 분리하여 다룬다.

(1) 기대의 형성과 잘못된 경제지식

역대 정부는 부동산 투기 광풍에 어떤 대응을 했는가? <표 7-4>에서 1960년대 후반 내내 전국 평균 지가 상승률이 연 30%를 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968년에는 전국 평균 지가 상승률이 연 약 55%로 정점에 도달했다. 급속한 도시화와 공업화로, 서울, 부산, 대구 등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지가가 폭등했다.

박정희 정부는 이런 투기 광풍에 대하여 1967년에 ‘부동산 투기억제에 관한 특별 조치법’을 제정하고 1968년부터 부동산투기억제세를 부과했다. 박정희 정부는 특별 조치법을 제정하기 이전에 ‘대대적인 조사를 시작하겠다’, ‘관련자는 엄벌에 초하겠다’, 세금포탈로 입건하겠다‘와 같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투기 억제를 위한 선전과 선동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1

그러나 3공화국 시대 부동산 투기 광풍은 1970년대, 특히 1977~1978년에도 재발했다. 이 번에는 투기가 대도시 뿐 아니라 중화학 공업지대, 특히 새로 개발된 동남 해안지역에서도 발생했다.2 이에 3공화국 정부는 ‘부동산투기억제 및 지가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5공화국에 들어와서 1983년에 지가의 상승은 유례없는 것이었다. 전두환 정부는 1983년 2월에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 같은 해 4월에 ‘토지 및 주택 문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부동산 가격은 1985년까지 안정되었지만 1986년부터 1988년까지 전국 평균 지가 상승률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이에 전두환·노태우 정부는 1988년에 ‘부동산 종합 대책’, 1989년에 ‘토지공개념 입법화’, 1990년 ‘부동산 투기억제 대책’ 등을 세우는 것으로 부동산 투기에 대응했다.

2000년대 전반에 수도권 버블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투기 광풍이 불었다. 이 때 노무현 정부는 가격 안정화를 위한 노력을 했다. 그러나 가격 폭등세는 2006년까지 지속되었다. 이 시기 정부는 범부처 투기 합동 단속반을 구성하고 투기 단속이라는 ‘완장’을 차고 강남 일대의 부동산 중개업소를 집중 단속했다. 투기단속 완장을 찼던 것은 일종의 쇼맨십이었다. 2017~2018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문재인 정부도 다른 정부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투기를 맹렬히 비난했다. 심지어 주택을 1채 이상 보유한 사람은 두 번째 부동산을 팔지 않으면 크게 손해를 보도록 하겠다고 위협했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하여 부동산 투기를 맹렬히 비난하는 선전·선동을 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이전에 부동산 투기의 기능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과연 정부의 주장대로 부동산 투기는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가격을 ‘증폭’시키는가?

‘인간행위학’(praxeology)에서는 투기를 불확실성 하에서 결정을 내리는 행위로 정의한다. 인간의 모든 행위는 미래를 향해 있고 그 미래는 언제나 불확실하기 때문에 인간의 모든 행위는 본질적으로 투기이다. 부동산을 매매하는 행위도 예외는 아니다. 부동산 가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부동산을 매매하기 때문에 부동산 투기는 인간의 다른 행위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이것으로 부동산 투기를 인간의 다른 행위와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점은 명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다른 행위와 분리하여 부동산 투기를 검토한다. 부동산 투기는 투기가 없을 때와 비교하여 가격을 더 높아지게 하는가? 즉 부동산 투기는 가격의 변동 폭을 더 크게 하는가? 부동산 투기에 성공한 경우를 생각해 본다. 낮은 가격에 구입해서 높은 가격에 판매한 경우가 바로 이 경우이다. 이 때 부동산 투기가 없었다면 부동산의 가격은 더 낮았을 것이고 가격이 올랐을 때는 더 높았을 것이다. 투기자가 부동산을 구입함으로써 가격이 낮을 때 더 낮아지는 것을 방지했고 가격이 높을 때는 부동산을 판매함으로써 가격을 조금이라도 낮추었다. 한 마디로, 성공한 부동산 투기는 투기가 없을 때와 비교하여 가격의 변동 폭을, 투기가 없을 때와 비교하여, 더 작게 만든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에 실패하는 투기자도 적지 않다. 실패한 투기란 가격이 높을 때 사고 낮을 때 판매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에는 투기자의 존재는, 그가 없을 때와 비교하여, 가격이 높을 때 그 가격보다 더 높게 만들고 가격이 낮을 때는 그의 판매로 인하여 가격이 더 낮아진다. 한 마디로, 실패한 부동산 투기는, 투기가 없을 때와 비교하여, 가격의 변동 폭을 더 크게 만든다.

현실에는 성공한 투기자와 실패한 투기자가 공존한다. 그러나 인간은 생존경쟁에 이기기 위하여 노력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성공한 투기자가 실패한 투기자보다 많다. 그러므로 부동산 투기는 가격의 변동 폭을 증폭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축소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왜 부동산 투기를 맹렬히 비난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보통 사람들의 인간의 경제행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차익 거래라는 관점에서도 부동산 투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자본주의에서 모든 경제주체는 차익 거래를 노리고 경제행위에 참여한다. 누구도 손실을 목적으로 거래를 하지 않는다. 다만 각 거래는 그 수익률이 다를 뿐이다. 수익률이 높은 행위를 특별히 비난할 수는 없다. 만약 그렇게 하고자 한다면 많은 경제 행위를 비난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정부는 왜 부동산 투기를 강력하게 비난하는 선전·선동을 하는가? 정부가 간섭과 통제를 하지 않아도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될 것인데도 말이다. 심지어 노무현 정부는 세무공무원으로 하여금 ‘부동산 투기 단속반’이라고 적힌 완장을 차고 일부 과열 지구를 순회 또는 순찰하면서 투기 단속을 했다.3 투기 단속반에 투기가 적발되면 엄청난 세금을 납부해야 하고 사회적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된다. 세무 공무원을 동원하여 투기 단속을 선전·선동보다 더 강력하게 실시하게 된 것은 부동산 투기가 극심해지면서 단순한 선전·선동만으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맹렬히 비난하는 선전·선동 또는 투기 단속을 하는 경우에 어떤 목적 또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가? 부동산 투기는 한 편으로는 가격을 안정화시킨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부동산 투기는 사람들의 기대에도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서 기대란 좁게는 부동산 가격에 대한 기대를, 넓게는 화폐의 구매력의 기대를 말한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초기에는 비탄력적 기대를 가진 사람들이 많을 수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지속되면 적응적 기대를 가진 사람들이 증가할 것이다. 부동산 투기로 성공한 사람이 많을수록 사람들은 합리적 기대를 가지게 된다. 거의 모든 사람이 합리적 기대를 가지게 되면 부동산 가격의 상승률은 화폐공급의 증가율보다 더 커지게 된다. 거의 모든 사람이 합리적 기대를 가지게 되면 부동산의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다가 짧은 기간에 폭락할 수 있다. 극심한 경우에 합리적 기대는 모든 재화로 퍼져 나가게 된다. 이것은 화폐제도가 붕괴하고 있다는 시장의 신호이다. 정부로서는 그런 상황을 막아야 한다. 가장 쉽고 빠른 길은 부동산 투기를 맹렬히 비난하는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면 공무원이 투기 단속 완장을 차고 투기 단속을 실시하는 것이다.

화폐를 증가시켜 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 특히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이 경우에 합리적 기대를 하는 사람은 화폐 가치의 하락을 보상하기 위하여 부동산을 매입하고자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누구나 그리고 언제나 합리적 기대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하면, 일부 사람의 기대는 부정확하고 단편적일 수 있다는 것이 진실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과 자신이 은연중에 가지게 된 경제이론과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한 이해 등에 의해 기대를 형성하게 되는 데 그 세 가지에는 정확한 부분도 있고 부정확한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부동산 투기가 투기로부터 큰 이득을 획득하고자 하는 투기자들에 의해 발생한다고 믿는 사람은 그 가격이 곧 하락할 것임을 예상하고 부동산 매입을 자제할 것이다. 물론 투기 초기 단계의 이런 믿음은 아직 확정된 지식이 아니다. 즉 이 때의 믿음은 ‘반신반의’하고 있는 상태라고 하겠다. 이 때 정부가 투기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선동하고 투기를 단속한다. 정부의 그런 선전·선동과 단속에 의해 일부 사람이 투기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이라는 지식을 ‘확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부동산을 포함한 모든 재화의 가격 상승은 그 시점에서 어느 정도 진정되게 된다.

여기에는 화폐와 모든 재화의 관계에 대한 잘못된 지식도 한 몫을 한다.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과 폭락은 화폐공급의 증가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이것이 화폐와 모든 재화의 관계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다. 그러나 정부는 부동산 투기가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의 원인임을 선전·선동한다. 이것은 물론 부정확 지식이다. 정부는 그런 부정확한 지식을 확산시킴으로써 부동산 투기의 원인이 정부 자신임을 감출 수 있게 된다. 왜냐하면 화폐의 발행과 유통에 대한 현재의 제도적·정책적 책임은 정부에게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선전·선동과 단속이 사람들의 지식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사람들의 경제행위에 영향을 미치게 됨을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정부나 정치가들은 민간 경제주체들이 가진 잘못된 지식을 이용하여 합리적 기대를 형성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부동산 투기의 억제, 더 나아가 화폐 제도의 붕괴를 방지한다.

정치가들이나 정부가 사람들이 가진 지식-특히 모든 재화의 가격과 화폐의 관계에 대한 경제이론 또는 지식-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사람들이 가진 잘못된 경제이론들이 경제행위에 미치는 영향을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미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는 사람들이 부동산 가격에 관한 합리적 기대를 가지는 것이 잘못된 일이고 그 결과 사람들이 합리적 기대를 버리고 투기가 억제되는 방향으로 기대를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를 비난하는 정부의 선전·선동 또는 단속에 의해 투기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이고 합리적 기대는 잘못된 기대라는 생각을 경제주체들이 가지게 되면 부동산을 포함한 모든 재화의 가격 상승은 이제 상당히 진정되게 된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에 대한 정부의 다른 대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부동산 투기는 언제든지 재연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런 선전·선동 또는 단속이 합리적 기대를 가진 경제주체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할 뿐만 아니라 그런 기대가 경제주체들에게 급속히 다시 확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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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네일 출처 : 연합뉴스, "부동산 투기와 전쟁"…고강도 추가 대책 경고"

  1. (원문 17번 각주) 손정목(2003), 서울도시 계획 이야기, 3, 한울, p. 156 참조.
  2. (원문 18번 각주) 이진순(1990), 부동산투기 억제 정책의 전개 과정, 철학과 현실, 가을호, p. 290 참조.
  3. (원문 19번 각주) 이 때는 이미 어떤 거래도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에 사실상 그 효과는 거의 없다. 그것은 일종의 다른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