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부동산 - 9편] 정부 부동산 정책과 그 문제점: 부동산 관련 조세

제5장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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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0-09-25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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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덕
*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 경제학 박사(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부동산

편집 : 김경훈 연구원
  • 이 글은 원저자인 전용덕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의 허락을 받아 게재하였으며, <한국경제의 진단과 처방>의 제5주제에 해당한다.
  • 편집자주: 본 시리즈 연재 계획대로라면 부동산은 제7주제에 해당한다. 하지만 오늘날 임대차 3법과 같은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집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에 처해있고 계속해서 정치인들과 대중들은 잘못된 해법을 요구하거나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 주제를 앞당겨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 주제에서는 임대차 3법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지만 부동산 문제에 오스트리아 경제학파 이론을 적용 및 응용하고 있으며, 실증적인 원인분석 역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임대차 3법을 어떤 시각으로 보아야할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정독을 권한다. 
진단과 처방 시리즈 목차 <펼치기>
제1장 노동시장 - (1편2편3편4편5편6편7편8편9편10편11편12편/完)
제2장 교육시장 - (1편2편3편4편, 5편6편7편8편9편10편/完부록 1편부록 2편)
제3장 저성장 - (1편2편3편4편5편6편7편8편9편10편11편12편/完)
제4장 저출산 - (1편, 2편, 3편, 4편, 5편, 6편/完)
제6장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 (1편, 2편, 3편, 4편/完)
제7장 소득불평등 - (1편, 2편, 3편, 4편, 5편/完)
제8장 기타문제 - (1-1편, 1-2편, 1-3편, 2-1편, 2-2편, 3-1편, 3-2편, 4-1편, 4-2편, 완결편)
[제5장 부동산 - 1편] 문제의 제기
[제5장 부동산 - 2편] 가격상승의 이론적 원인: 화폐적 이유

[제5장 부동산 - 3편] 가격상승의 이론적 원인: 화폐의 구매력에 대한 기대, 수요와 공급
[제5장 부동산 - 4편] 실증분석: 각종 재화의 가격 상승
[제5장 부동산 - 5편] 실증분석: 부동산 가격의 상승
[제5장 부동산 - 6편] 실증분석: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들
[제5장 부동산 - 7편] 정부 부동산 정책과 그 문제점: 잘못된 경제지식
[제5장 부동산 - 8편] 정부 부동산 정책과 그 문제점: 통화공급의 증대
[제5장 부동산 - 9편] 정부 부동산 정책과 그 문제점: 부동산 관련 조세
[제5장 부동산 - 10편] 정부 부동산 정책과 그 문제점: 신도시 건설
[제5장 부동산 - 11편] 정부 부동산 정책과 그 문제점: 부동산 관련 규제
[제5장 부동산 - 12편/完] 가격상승의 해법과 결론

정부는 부동산 투기가 발생할 때마다 부동산 관련 각종 조세(준조세 포함)를 인상하거나 도입해왔다. 그러나 조세의 인상 또는 도입은 부동산 투기를 억제할 수 없다. 문제는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부동산 관련 각종 조세의 인상 또는 도입은 건설 경기를 위축되게 한다는 점이다. 이제 이전 정부가 부동산 투기 억제의 명분으로 도입하거나 인상한 각종 조세는 새 정부 들어서 건설 경기를 활성화한다는 명분으로 폐지 또는 인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부동산 투기 → 부동산 관련 각종 조세 인상 또는 도입 → 건설(부동산 포함, 이하 동일) 경기 위축과 부동산 투기 억제 → 부동산 관련 각종 조세 폐지 또는 인하 → 건설 경기 활성화 → 부동산 투기의 재발”이라는 일련의 과정이 반복되어 왔다. 여기에서 화살표는 인과관계가 아니다.1 앞에서 서술한 일련의 과정은 부동산 투기와 다음 부동산 투기가 재발할 때까지 정부가 세금을 어떻게 조작했고 그 다음 단계에 어떤 결과가 초래되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여러 번 주택 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했다. 그 중에서 조세 관련 부문만 요약하기로 한다. 첫째, 정부는 조정대상지역에서 다주택자 종부세율을 0.5~2.0%에서 0.6~3.2%로 인상했다. 종부세율을 0.1~1.2% 포인트 인상한 것이다. 정부는 1주택 소유자도 시가 18억 원 이상의 고가인 경우에 종부세율을 0.2~0.7%포인트 인상했다. 그 결과 세금의 절대액수는 시가에 따라 큰 폭으로 인상되었다.

둘째, 정부는 조정대상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모든 주택 소유자에게 종부세율을 0.2~0.7%포인트 인상했다. 그 결과 세금의 절대액수는 시가에 따라 큰 폭으로 인상되었다.

셋째, 정부는 조정대상지역 임대사업자의 양도소득세 감면, 종부세 제외 등, 기존 세제 혜택을 폐지했다. 임대사업자의 부동산 투기를 억제한다는 명분에서 임대 사업자에 대한 각종 조세 감면 혜택을 축소 또는 폐지했다.

역대 정권의 부동산 관련 조세 정책을 보기로 한다. 김대중 정부는 1997년 경제위기를 극복한다는 명분으로 부동산에 가해진 각종 규제, 세금 등을 폐지하거나 축소했다. 신축 주택 구입 시 양도세 면제, 취득세·등록세 감면 등의 정책을 도입했다. 무엇보다도 김대중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근간을 이루던 토지공개념 제도를 폐지했다. 그러나 2001년 경 부터 불기 시작한 부동산 투기 바람 때문에 부동산 정책의 기조를 투기 억제로 변경하고 2001년까지 지속되었던 각종 규제 완화, 각종 세금 폐지 또는 감면 등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2013년에 세법 개정안을 통해 양도세 중과를 폐지했다. 그 이전에 이명박 정부는 보유세 강화와 양도세 중과를 무력화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경기 활성화 정책은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 부동산 투기 과열 현상을 유발했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억제해야 한다는 이유로 부동산 관련 각종 조세를 인상 또는 도입했다.

요약하면, 부동산 관련 각종 조세의 변경은 부동산 경기와 정확히 맞물려 돌아갔다. 적어도 단기에는 그랬다. 부동산 경기가 과열 상태이면 부동산 관련 조세를 인상 또는 신규 조세를 도입했다. 그와 반대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 상태이면 부동산 관련 조세를 인하 또는 폐지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관련 조세는 지속적으로 인상되었다.2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투기는 1960년대 이후에 반복해서 발생해왔다. 다만 부동산 투기 지역이 달라졌고 정책 시차가 조금 길어지기도 하고 짧아지기도 하는 등의 예외가 있었다.

부동산 관련 조세는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양도소득세 등이 있고, 준조세로서 다양한 개발 이익 환수제도(개발부담금, 개발제한구역 훼손 부담금, 농지전용 부담금, 산림전용 부담금, 대체초지 조성비, 수도권 과밀 부담금 등을 말한다)가 있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개발부담금이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부동산 관련 조세, 준조세 등을 인상 또는 도입해왔다. 그와 반대로, 정부는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 부동산 관련 조세, 준조세 등을 인하 또는 폐지해왔다. 적어도 단기에는 그렇게 했다.

그러나 부동산 관련 조세, 준조세 등의 인상 또는 도입은 부동산 투기를 억제할 수 없다. 왜냐하면 앞에서 지적했듯이 그것이 부동산 투기의 발생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부동산 경기를 위축시킬 것은 분명하다. 그와 반대로, 부동산 관련 조세, 준조세 등을 인하 또는 폐지하면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시킬 것은 분명하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자세히 다룬다.

한국의 토지 관련 전문가들, 특히 조지스트들은 부동산에는 불로소득이 작지 않기 때문에 부동산 관련 조세, 준조세 등을 통해 불로소득을 환수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왔다. 그들은 토지 관련 불로소득 때문에 부동산 투기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런 불로소득이 불평등의 원인 중의 하나일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지스트들은 토지 관련 조세, 준조세 등을 통해 불로소득을 환수함으로써 부동산 투기도 억제하고 불평등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조지스트들은 부동산 관련 조세, 준조세 등이야말로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조지스트의 주장대로 부동산에는 불로소득이 존재하는가? 부동산은 주택용 건물과 그 부속토지, 일반토지(나대지), 상가·업무용 건물과 그 부속토지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건물에는 불로소득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건물은 인간에게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점은 조지스트도 부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토지인 것이다. 조지스트들은 토지는 무엇이라도 불로소득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그 크기는 토지에 따라 지역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그들은 건물에 부속된 토지, 나대지 등이 불로소득이 존재하는 토지라는 것이다.

그러면 불로소득을 어떻게 정의3하는가? 첫째는 “토지 불로소득=(매각가격-매입가격)+(보유기간 중의 지대)”로, 둘째는 “토지 불로소득=(매각가격-매입가격)+(보유기간중의 지대-보유기간중의 매입가격 이자)”로 정의하기도 한다. 후자는 토지가 이미 합법적 자산으로 인정된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거기에 평균적인 수익을 인정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에서 보유기간중의 매입가격 이자를 빼는 것이다.

토지에 불로소득이 존재한다는 주장은 토지 소유자가 토지를 만드는 데 아무런 희생이나 공헌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소득을 얻기 때문에 그 소득이야말로 불로소득이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을 시작으로 조지스트에서 극대화되었다. 그 결과, 조지스트는 토지보유세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토지가치세(land value tax)를 주창했다. 토지가치세는 지대세(rent tax)로 불리는데, 토지지대의 대부분을 징수하는 세금이다. 한국 조지스트의 일부는 토지를 국가나 공공기관이 소유할 것을 주장하기도 한다.

부동산 학계의 조지스트들은 토지에 존재하는 불로소득을 없애고 불평등을 낮추기 위하여 부동산 관련 조세, 준조세 등을 부과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해왔다. 정부는 조지스트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관련 조세, 준조세 등을 도입 또는 강화해왔다.

토지에는 과연 불로소득이 존재하는가? 다시 말하면, 토지와 토지 소유자(ground landowner)4는 아무런 생산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가? 만약 그렇다면 정부는 안전하게 시장의 생산적 서비스의 공급을 줄이지 않으면서 입지가치(site value)에 대해 과세할 수 있다고 조지시트는 주장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토지와 토지소유자가 생산적 기능을 한다는 Rothbard(1993, pp. 813~814 인용)의 주장을 인용해본다. “그러나 이 중심적 주장(지표토지(ground land) 소유자는 아무런 생산적 기능을 수행하지 않으며, 그래서 정부는 안전하게 시장의 생산적 서비스의 공급을 줄이지 않으면서 입지가치(site value)에 대해 과세할 수 있다는 원칙, 역자주)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지표토지의 소유자는 매우 중요한 생산적 서비스를 수행한다. 그는 토지의 입지들(land sites)을 발견하고, 사용되게 하며, 이것을 가장 가치생산적 호가를 제시하는 사람에게 배분한다. 우리는 토지의 물리적 총재고가 일정한 시점에서는 고정되어 있다는 사실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토지의 경우, 다른 원자재와 마찬가지로 팔리는 것은 물리적 재화뿐만 아니라 이것과 더불어 제공되는 서비스의 전체 묶음이다. 그 가운데는 판매자로부터 구매자에게 소유권을 이전하는 서비스, 그리고 그것을 매우 효과적으로 하는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다. 지표토지는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 소유자에 의해 사용자에게로 서비스되어야만 한다(물론, 토지가 수직적으로 통합되어 있으면, 한 사람이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토지소유자는 그 입지를 가장 가치생산적 사용에, 즉 소비자들이 가장 원하는 사용처에 배분함으로써 최고의 지표토지 임대료를 얻는다. 특히, 우리는 위치(location)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되고 각 위치들의 특정 용도를 위하여 가장 생산적인 위치가 되도록 확정하는 데 있어서 입지소유자(site-owner)의 생산적인 서비스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장소들이 사용되게 하는 것과 그 위치를 결정하는 것은 ‘진실로’ 생산적인 것이 아니라는 견해는 과거의 고전적 견해, 즉 물리적인 어떤 것을 눈에 보이게 ‘창출하지’ 않는 서비스는 ‘진정’ 생산적인 것이 아니라는 오래된 고전적 견해의 잔재이다. 실제로, 이 기능은 여타 어떤 기능과 마찬가지로 생산적이고, 결정적으로 중요한 기능은 그것이다. 이 기능의 방해와 파괴는 시장경제를 난파시킨다.”

토지에는 불로소득이 존재하지 않음을 알았다. 토지에 불로소득이 존재한다는 조지스트의 주장은 전적으로 틀린 것이다. 건물뿐만 아니라 토지도 생산적인 서비스를 인간에게 제공한다. 이와 함께, 토지 소유자도 생산적 기능을 하는 것이 분명하다.

토지와 토지소유자가 생산적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주장이 옳다고 하더라도 부동산의 가격은 너무 높을 뿐만 아니라 수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다시 말하면, 거기에는 일정 부분 불로소득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건축한지 오래되었지만 엄청난 고가인 강남 지역의 한 아파트를 예를 들어보자. 여기에서 아파트의 가격은 단위 면적 당으로 생각하자. 이 아파트는 너무 낡아서 건축물에 의한 생산적 서비스의 가치는 아주 적다. 이 아파트 가격의 대부분은 건축물에 부속된 토지의 가격이다. 만약 다른 곳에 비하여, 강남의 학군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인한 아파트 수요 증가, 인구의 변화에 의한 강남 아파트 수요 증가, 교통과 각종 편의시설 등의 편리함으로 인한 강남 아파트 수요 증가, 지방에서의 강남 아파트에 대한 수요 증가(투자 목적), 공급의 변화 등이 없다고 가정하자. 이런 상황에서 강남 아파트가 고가(高價)이고 지속적으로 상승했던 것은 화폐 구매력이 빠르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다른 지역에 비해 강남 아파트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변하지 않았다면, 아파트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그리고 크게 상승했던 것은 화폐의 구매력의 지속적이고 빠른 하락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이 변하지 않았다면, 지난 40~50년 동안 토지의 명목가치는 크게 상승했지만 실질가치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앞에서 제시한 이유들로 강남의 아파트는 수요가 크게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공급도 크게 증가했다. 수요 증가와 공급 증가, 어느 쪽이 더 큰가는 실증의 문제이다, 저자의 직관으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수요의 증가가 공급의 증가보다 더 컸을 것으로 여겨진다. 만약 이런 추정이 옳다면 강남의 오래된 아파트에 부속된 토지의 실질가치는 수요와 공급의 변화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의 실질가치보다 클 것이다.

강남의 오래된 아파트의 명목가치가 지난 수십 년 동안 크고, 빠르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상승했던-우리가 부동산 투기라고 부르는 현상-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토지의 실질가치가 변하지 않았지만 명목가치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화폐공급의 증대에 의한 화폐의 구매력의 하락 때문이다. 이 경우에 토지를 구입하는 이유는 화폐가치 하락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다. 둘째, 토지의 실질가치가 상승하여 명목가치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강남을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기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공급보다는 수요가 더 많이 증가한 결과로 아파트 부속 토지의 실질가치는 지속적이고도 크게 상승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 가지 이유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는 실증의 문제이다. 다만 저자의 직관으로는 전자가 후자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하겠다.

이와 대조적으로, 강북의 평범한 한 아파트를 생각해보자. 강남의 아파트에만 존재하는 수요들은 강북의 아파트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예를 들어 강북의 아파트도 교통과 각종 편의 시설이 잘 만들어졌을 수 있다. 이런 경우가 없지는 않다. 여기에서는 설명의 편의상 그런 수요가 없다고 가정한다. 즉 지난 40~50년 동안 강북의 아파트에는 실질가치의 상승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그 경우에 강북 아파트 가격의 지속적이고도 급격한 상승은 거의 대부분 명목가치의 상승 때문이다.

토지가 생산적 기능을 함에도 불구하고 토지가 토지소유자에게 불로소득을 취할 수 있게 해준다는 주장에 기초하여 각종 조세, 준조세 등이 인상 또는 도입되어왔다. 그런 조세, 준조세 등은 산업과 경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하에서는 다른 조세를 포함하여 경제의 다른 부분은 동일하다고 가정한다.

첫째, 각종 조세, 준조세 등은 부동산(토지와 그 부속토지)의 명목가치를 떨어뜨린다. 그리고 떨어진 명목가치에 비례하여 부동산의 실질가치도 인하된다. 한 마디로, 각종 조세, 준조세 등은 부동산 소유자의 재산을 ‘파괴’하는 것이다. 재산 파괴의 정도는 조세, 준조세 등의 크기에 비례한다. 이것은 화폐의 구매력의 하락에 의해 부동산의 명목가치가 상승하더라도 부동산에 대한 과세는 정부가 민간이 가진 화폐의 구매력의 하락을 보전할 방법을 방해하고 막는 것을 의미한다. 과세가 지속될수록 민간은 실질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조세, 준조세 등만큼 부동산 보유자는 점점 더 가난해진다.

둘째, 건물의 경우에는 건설업자들, 건설업에 종사하는 생산요소들의 활동의 위축을 초래한다. 세금만큼 건물의 가치가 인하되면서 건물(신축 건물 포함)의 수익률이 낮아지고 이렇게 낮아진 소득은 건물을 기준으로 건물의 신축 또는 개조에 투입되는 노동, 자본, 토지 등으로 '후방이전'(backward-shifting)하게 되고 그 결과 그들의 소득도 낮아진다. 여기에서 후방이전이란 자원이 건물을 짓는데 들어가는 분야로 이전하는 것을 말한다.

토지의 경우에도 건물과 유사한 일이 발생한다. 토지의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토지를 기준으로 토지의 개발에 투입되는 노동, 자본, 토지 등의 수익률이 낮아진다. 즉 토지의 수익률이 낮아진 것이 후방이전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후방이전이란 자원이 부속 토지를 조성하는 데 들어가는 분야로 이전하는 것을 말한다.

셋째, 토지 개발과 주택 건설의 수익률이 낮아지면 자원은 두 곳으로부터 빠져나가 다른 산업으로 이동한다. 그 결과는 토지 개발과 주택 건설에서의 공급이 부족해지고 토지와 주택의 가격은 상승한다. 그와 반대로, 다른 산업에서는 재화의 공급이 증가한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점을 실증으로 증명하기 어렵다.

넷째, 부동산이라는 자산의 실질가치가 과세에 의해 낮아질수록 부동산 소유자의 시간선호 스케줄은 더 높아질 것이고 이에 따라 투자에 비해 소비의 비중이 더 높아질 것이다. 한 마디로, 부동산에 대한 과세 또는 세율 인상은 부동산 소유자의 저축과 투자를 위축시킨다. 그에 따라 경제성장은 당연히 둔화된다. 사람들의 평균적인 물질적 삶은, 세금이 없을 때와 비교하여 더 나빠진다.

다섯째, 부동산 관련 조세, 준조세 등을 전가한다는 주장이 있다. 부동산 관련 세금이 인상되면 전세금 또는 월세 등을 인상할 수 있다고 일부 토지 전문가는 주장한다. 즉 그들은 부동산 소유자가 과세 또는 세금의 인상으로 손해 볼 일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런 길은 없다. 외관상 그렇게 보이는 것은 전가가 일어난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다른 이유, 예를 들어 부동산의 공급 부족 등으로 부동산의 생산적 가치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부동산에 대한 과세는 부동산 소유자의 재산을 파괴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관련 조세, 준조세 등을 인하 또는 폐지하는 경우는 앞에서 분석한 내용과 거의 정확히 반대의 결과가 초래된다. 그러므로 이 부분은 따로 다루지 않는다.




태그 : #사회현안 #한국경제 #가격 #화폐와_은행 #세금과_지출

  1. (원문 22번 각주) 경제현상은 인과관계이다. 그 점에서 본문에서 서술한 일련의 과정에서 일부 과정, 특히 세금의 인상 또는 도입은 대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2. (원문 23번 각주) 이 점은 실증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부동산 관련 조세가 지속적으로 인상되어왔던 것은 분명하다.
  3. (원문 24번 각주) 전강수(2019), pp. 121-122 참조.
  4. (원문 25번 각주) ground land는 ‘지표토지’가 정확한 번역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관례에 따라 그냥 ‘토지’라고 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