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 2편] 임금 격차의 원인: 자본과 교육

제6장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작성자
작성일
2020-11-04 10:31
조회
560

전용덕
*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 경제학 박사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노동과_임금

편집 : 김경훈 연구원
  • 이 글은 원저자인 전용덕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의 허락을 받아 게재하였으며, <한국경제의 진단과 처방>의 제5주제에 해당하나, 연재 순서의 편집에 따라 본 웹사이트에서는 여섯째 장으로 다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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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규모에 따라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원인을 규명한다. 정규직 여부, 남녀, 학력, 최저임금 등이 임금 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분석 목적상 제외하기로 한다. 그리고 <표 5-1>의 월임금총액은 평균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할 필요가 있다.

1. 노동자의 생산성: 자본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세계는 이미 자유시장이 아니다. 우리는 그런 시장을 ‘통제받는 시장’(hampered market)이라고 한다.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 특히 ‘고용주가 노동자를 착취한다’는 인식마저도 없는 세계가 바로 노동의 자유시장이다. 노동이 자유시장인 세계에서의 노동자의 임금 결정을 먼저 보기로 한다.

자유시장에서의 노동자의 임금(W)은 할인한계가치생산(Discounted Marginal Value Product, DMVP)으로 정의된다.1 즉 W=DMVP이다. 그리고 DMVP=MVP÷(1+i)이고 MVP=MPPxP이다. 다시 말하면, W=MPPxP÷(1+i)이다. 여기에서 MPP(Marginal Physical Product)는 한계실물생산이고, P는 기업이 판매하는 재화의 가격이며, i는 이자율이다. 그리고 MPP는, 다른 요인이 일정할 때, 노동이라는 생산요소 한 단위를 증가시킬 때 증가하는 실물(판매하는 재화)의 양을 말한다.

이제 임금을 결정하는 요인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한다. 첫째, 이자율이 임금에 영향을 미친다. 왜냐하면 이것은 기업가가 자본을 투자하여 노동자를 고용할 때 노동자에게 지불하는 임금은 자본의 기회비용만큼 할인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할인을 해야 하는 것은 기업가로서는 제품을 판매하기 이전에 노동자의 임금을 지불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신용이 기업의 크기에 비례하기 때문에 이자율 요인은 규모가 작은 기업에 취업한 노동자의 임금을, 규모가 큰 기업의 노동자의 임금과 비교하여, 더 작게 만든다. 물론 규모가 큰 기업도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 이자율은 상승하겠지만 예외적으로 보는 것이 옳다. 다른 요인이 일정하다면, 기업규모별 이자율의 차이가 임금의 차이를 가져온다. 그러나 이 요인이 임금격차에 미치는 영향은 실증의 문제이다.

둘째,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한계실물생산의 크기는 노동자의 숙련도에 달려 있다. 특별한 기계 또는 장비를 다루는 경우를 제외하면, 노동자의 숙련도는 입사 초기에는 지속적으로 상승하지만 그 이후에는 상승은 하지만 그 정도가 그리 크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이 요인이 임금에 미치는 영향은 실증의 문제이다.

기업규모별 평균 근속기간은 5~9인은 4.4년, 10~99인 5.4년, 100~499인 7.2년, 500인 이상 10.3년 등이다.2 이것은 기업규모별로 한계실물생산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왜냐하면 소규모 기업의 경우에도 노동자의 숙련도가 거의 정점에 도달하는 기간을 평균적으로 근속하기 때문이다.

셋째, 기업이 생산하는 재화의 가격도 노동자의 임금에 영향을 미친다. 재화의 가격이 클수록(예를 들어, 아파트, 자동차 등) 노동자의 임금은 높을 수밖에 없다. 재화의 가격이 정부에 의해 고정된 경우는 그만큼 노동자의 임금이 규제된다고 볼 수 있다.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서 공기업의 노동자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 점이 임금 격차에 영향을 미친다. 기업의 규모와 재화의 가격 간의 관계는 단정적으로 규정할 수 없기 때문에 재화의 가격이 임금에 미치는 영향도 단정적으로 결론내릴 수 없다.

넷째, 투입되는 자본의 양이 임금을 결정한다. 지금까지는 다른 요인이 일정하다고 가정하고 임금이 어떻게 결정되는가를 분석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기업들은 노동의 생산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하여 자본을 투입한다. 즉, 노동과 협업하는 자본, 토지 등의 생산요소가 가변적이라는 것이다. 이 때 생산성을 높이기 위하여 토지도 가공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런 가공에는 자본이 필수이다. 자본은 주로 기계, 컴퓨터, 운수장비, 연구·개발, 공장용 또는 사무실용 건물과 토지 등과 같은 자본재로 구현된다.

예를 들어, 노동자 2~3명을 고용하여 편의점을 운영하는 경우에 투하되는 자본이란 편의점 임대료, 각종 냉장고, 현금 계산기와 보관대, 각종 진열 장비 등의 구입이나 임대에 투입되는 자본이 전부이다. 다른 한편, 예를 들어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제조 장비, 제조 공장, 예비 발전 설비, 연구·개발 투자를 위한 장비, 각종 건축물의 구축 등의 구입이나 임대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한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제조를 위해 투입하는 자본은 편의점주가 편의점에 투입하는 자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기업이 투입하는 자본의 양은 기업의 규모와 비례 관계에 있다. 왜냐하면 기업의 규모에 비례하여 동원 가능한 자본의 양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본의 양이 노동의 생산성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므로 노동이 자유시장인 상황에서 노동자의 임금을 결정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요인은 기업에서 투입하는 자본의 양이고 일반적으로 그 자본의 양은 기업의 규모에 비례한다. 다시 말하면, 노동시장이 자유시장인 상황에서 기업규모별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첫 번째로 중요한 요인은 기업이 재화의 생산에 투하하는 자본의 양이다.

요약하면, 자유시장에서 노동자의 임금을 결정하는 요인들은 이자율, 노동자의 숙련도, 기업이 생산하는 재화의 가격, 자본의 양 등이다. 그러나 그 네 가지 중에서 기업이 투입하는 자본의 양이 임금의 결정에 첫 번째로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므로, 다른 요인이 일정하다면, 노동시장이 자유시장인 환경에서, 규모가 작은 기업에 취업한 노동자의 임금이 대규모 기업 노동자의 임금보다 작은 것은 각 기업이 투입하는 자본의 양 때문이다.

그리고 기업규모별 임금 격차의 결정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요인들은 이자율, 노동자의 숙련도, 기업이 생산하는 재화의 가격 등이지만 그것들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실증의 문제이다. 다만 노동자의 숙련도는 근속기간이 짧을수록 임금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

2. 노동자의 생산성: 교육

노동자의 생산성을 결정짓는 두 번째 요인은 노동자가 자신을 위하여 투하하는 자본의 양이다. 이것은 물론 앞 절의 임금 결정식에서 다른 요인으로 간주했던 것이다.

노동자도 자신의 미래를 위하여 결정을 한다는 점에서 기업가이다.3 현실에서 기업가는 위험을 떠맡는 기능, 자본가 기능, 재산의 소유자로서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기능 등을 한다. 노동자가 자신의 미래의 위험을 떠맡는 점에서, 그 때 자본을 투자한다는 점에서, 자신이라는 재산의 소유자로서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한다는 점에서 노동자도 기업가이다.

이것은 노동자가 통상의 기업가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의 행위 중에서 앞에서 규정한 행위만을 기업가의 행위로 간주한다는 것이고 바로 그 점에 국한하여 노동자는 기업가라는 것이다. 노동자가 자신의 미래의 위험을 떠맡는 행위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예는 미래에 어떤 직업에 종사할 것인가를 결정하고 그런 직업에 필요한 교육을 받기 위하여 자본을 투자하는 행위이다.

구체적으로, 노동자는 자신이 저축한 자본을 교육에 투자한다. 이 때 교육이란 공식 학교교육뿐만 아니라 비공식 교육도 포함한다. 노동자가 많은 자본을 교육에 투자할수록 그의 학력은 높아지고 평균적으로 생산성도 높아진다. 물론 노동자가 자신이 투자한 자본으로 받은 교육이 생산성을 높이지 않을 수도 있다. 이것은 그의 자본 투자의 방향이 잘못되었거나 자신이 받은 교육과 관련이 없는 일자리에 취업했기 때문이다.

이런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높은 학력은 노동자의 평균적인 생산성을 높인다. 노동자 자신이 교육을 받기 위하여 자본을 투자하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예가 예비 노동자가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경우이다.

대규모 자본을 투자한 대기업은 높은 학력의 노동자 또는 노동자가 자신에게 자본을 많이 투자한 노동자를 원한다. 왜냐하면 자신에게 자본을 많이 투자한 노동자일수록 생산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른 요인이 일정하다면 말이다. 그러므로 노동자가 자신에게 투자한 자본, 즉 교육의 수준이 높을수록 기업규모 간 임금 격차는 커진다. 그리고 자본이라는 관점에서 노동자가 자신에게 투자한 자본은 본질에서 기업가가 기업에 투자한 자본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공식 학교교육에 최고가격이라는 규제가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그 폐해가 작지 않다. 그런 폐해는 기업규모 간 임금격차와 교육 간의 관계를 불분명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폐해로 인하여 경제 전체 차원에서 자원의 낭비도 작지 않다. 이 점은 기업규모 간 임금 격차를 줄이고자 할 때 고려되어야 할 점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더 다룰 것이다.




태그 : #한국경제 #간섭주의 #자본과_이자 #교육 #빈곤

  1. (원문 2번 각주) 이 점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Rothbard(1993), 7장 참조.
  2. (원문 3번 각주) 노민선(2019), p. 11에서 인용
  3. (원문 4번 각주) 기업가의 기능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Salerno(2008), 전용덕(2010)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