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언제나 정부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Liberty is always freedom from the government.)

-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von Mi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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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完] 아나키즘과 급진적 탈중앙화는 같은 것이다 - 선택권만 주어진다면, 국가는 자발적일 수 있다

해외 칼럼
자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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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0-06-18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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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an McMaken
* 미제스 연구소 편집장

주제 : #탈중앙화와_분리독립

원문 : Anarchism and Radical Decentralization Are the Same Thing (게재일 : 2016년 1월 29일)
번역 : 한창헌 (SFL Korea 회원)

[1편] 아나키스트는 더 많은 국가가 필요하다


국가 없는 세상에서도 선택은 제한적이다

일부 아나키스트들은 무한한 수의 사회와 정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현존하는 거대국가들을 단계적으로 쪼개나가자는 우리의 주장마저도 반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어떤 사안에서도 무제한적 선택이 보장된 적은 없었다. 만약 우리가 살아갈 정부에 대한 무한한 선택지를 가지게된다면, 그것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무제한적 선택의 가능성이 실현된 것이다.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는 항상 선택에 제한이 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도 있고, 시간적으로 극복할 수 없는 것도 있으며, 타인의 자발적인 의지마저도 우리의 선택을 제한한다. 완전한 자유시장조차도, 나에게 (정확하게 원하는 가격에 정확하게 원하는 맛을 공급해주는) "완벽한" 햄버거 가게를 제공하진 못한다. 비록 기업가들이 엄청나게 다양한 햄버거 메뉴를 제공해주겠지만, 사람들은 오로지 주어진 조건에서만 선택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무한한 자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논리가 어떤 체제에서 살 것인가를 선택할 때에도 적용된다. 설령 자신만의 개인적인 국가를 만들어낼 능력이 있다고 해도, 여전히 희소성이라는 현실과 마주할 것이다. 규모의 경제, 노동의 분업, 그리고 계약 집행의 문제들이 자급자족적(autarkic)인 노력에 내재한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사람이 가능한 여러가지 옵션을 고려한 뒤, 어떤 유형의 국가 혹은 민간정부(civil government)의 일원으로 가입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국가(state)와 "민간정부"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나의 다른 글을 참조하라.)

현실적으로 생각해볼 때, 특정 유형의 체제는 실현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최소한 대부분의 인구가 납득할 만한 비용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전적으로 간섭받지 않는 시장(unhampered market)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예컨대 1980년대 중반까지 미국의 비디오 가게에서 베타맥스(Betamax, 소니에서 개발한 약 12.7 mm 규격의 비디오테이프) 규격의 영화테이프를 빌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편집자주: 이는 베타맥스 규격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광범위하게 싼 가격으로 보급되기에는 현실적으로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에서 자원은 가장 큰 수요를 가진 상품과 서비스에 투입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시장실패가 아니다. 희소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기업가들의 노력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미제스가 '완전한' 아나키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 점은 옳다. 분리독립이라는 옵션이 항상 존재하는 미제스의 시나리오에서는 특정한 정치적 집단에 가입하는데 필요한 비용(stake)이 훨씬 더 적을 것이다. 미제스의 사례에서는 세금이 일종의 요금(fee)이 된다. 납세가 사실상 자발적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신이 바라는 완벽한 법적 기관(jurisdiction)을 찾을 수 없는 경우에도 세금은 자발적인 것이 된다. 소비자가 비록 자신이 상상했던 이상적인 상품을 찾을 수 없어 차선책을 선택하는 경우에도, 우리는 그것이 자발적인 구매라고 판단한다. 정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의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

방위의 문제

미제스의 저서를 많이 읽어본 사람이라면, 그가 외교 정책에 대해서 상당한 관심을 기울였음을 아마 알고 있을 것이다. 중앙집권이 잘 이루어진 국가가 강력하며, 외교적으로도 영향력있다는 상식에 맞서, 미제스는 탈중앙화된 자유국가들이 가장 강력한 경제력을 보유할 수 있으며, 국제 사회에서도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보다 효과적인 자주국방을 추구한다면, 국가의 체제를 자유롭게 하고 탈중앙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미제스의 견해를 어떤 맥락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자결권과 분리독립에 대해서, 분리독립을 원하는 어떤 지역들의 경우 "다른 국가에 속하고 싶어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미제스가 인지하였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 어떤 국가는 다른 국가에 소속되기를 원하는가? 강력한 정치적 연합의 구성원이 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이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선적으로, 국방 측면에서 이점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한 국가 내에서는 대체로 같은 세율이 적용되거나 자유로운 거래가 보장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독립혁명 당시의 미국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계획된 국가였다. 즉, 초창기의 미국은 일종의 관세동맹이자 방위 연합체였으며, 특히 자발적인 가입국 유치를 통한 새로운 영토의 확장을 염두하였다. 실제로 1860년대 이전의 미국은 정치력 및 군사력이 연방의 회원국들(주)에게 크게 분산되어 있던, 매우 약한 국가였다.

회원권에 기초한 국가(Membership-Based "States")가 가능한가? 한자동맹의 역사적 사례

한자동맹(Hanseatic league)에 대한 국제관계학자 헨드릭 스프루이트(Hendrik Spruyt)의 해석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한자동맹이 주권국가(sovereign state)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대안적 정치조직의 사례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고 설명한다. 한자동맹은 "군대를 양성하고, 법률을 제정하고, 사회적인 규제를 실시하며, 세금을 징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와 유사했지만, 기본적으로 회원권에 기초한 조직이었다.

하지만 국가와는 달리, 한자동맹은 구성원이 되기를 강요할 권한이 없었고(다만 가맹도시들을 추방할 수는 있었음), 수도를 설치하거나 관할 가맹도시들의 납세자들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을 수는 없었다. 가맹도시 및 마을들은 종종 회의를 개최해 각각 한 표씩 나눠갖고 동맹의 정책과 목표에 대해 투표를 했다.

스프루이트가 설명한 바처럼, 도시와 마을들은 외세와 해적으로부터의 방위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자동맹의 이점을 얻기 위해 자발적으로 회원으로서 가입하고자 하였다. 또 한자동맹의 회원이 됨에 따라, 동맹 내의 다른 가맹도시들, 혹은 동맹 본부에서 외교적 수단을 활용해 무역을 할 수 있게끔 조치를 취해둔 동맹 밖의 도시들과도 교류를 더 원할하게 할 수 있었다.

요컨대, 한자동맹은 관할 가맹도시들의 내부 구조에 대한 독점적 지배력을 행사하지 않고 국가적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동맹이 전면적으로 나서서 간섭할 수 없다고 여겨지는 문제들이 있었고, 그런 문제들은 가맹도시 차원에서 혹은 순수하게 지역적 수준에서 처리되었다.

외세 혹은 해적에 직접 대응하는 비용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는, 다른 정치적 조직의 회원으로 가맹하는 것이 명백한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자동맹의 경우, 동맹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더 많이 필요한 도시일수록 회원으로서 보다 활동적이었던 반면, 동맹의 서비스에 비교적 적은 필요성을 가진 도시들은 동맹의 일에 큰 관여를 하지 않았다. 한자동맹의 회원권 제도는 복잡하고, 유동적이고, 자발적이었으며, 각 지역의 자결권을 인정하는 동시에, 집단 방위와 교역의 촉진이라는 이점을 제공하는데 큰 능력을 발휘하였다.

한자동맹이 이런 유형의 조직으로서 유일한 역사적 사례는 아니었지만, 분명 가장 영향력있고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할 수 있다. 스프루이트 교수는 다른 도시 동맹(city-leagues)과 마찬가지로 한자동맹 역시 "명확하게 계층화된 지배구조와 형식적 영토 경계가 없었다."

한자동맹이 군사적으로 성공적이었음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군사적인 면에서 한자동맹은 주변의 구태적인 독점적 국가들과도 경쟁할 수 있었다. 한자동맹은 13세기부터 17세기까지 존립할 수 있었고, 여러 경쟁 체제들을 능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선술했듯이 이런 유형의 정치체제로 한자동맹이 유일했던 것은 아니었다. 스프루이드 교수는 스리랑카의 버거인(burghers, 포르투갈·네덜란드·영국 식민지를 차례로 겪은 스리랑카에서 태어난 백인과 원주민의 혼혈)들이 결성한 도시 동맹, 1385년의 슈바벤-라인 동맹(Swabian-Rhenisch League) 등의 다른 예시도 제시한다.

물론 상호방위(mutual defense)라는 개념을 도시동맹이 고안한 것은 아니다. 정치가 처음 생겨났던 옛날 옛적부터 이 개념도 존재해왔다. 그러나 19세기의 전환기에 이르러 국가주의 이데올로기가 승리함에 따라, 한자동맹과 같은 자발적인 상호방위 비국가(voluntary mutual-defense non-states) 조직들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도시 동맹들의 상호방위가 확실한 효과가 있었다는 점에서, 상호방위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아나키즘과 급진적 탈중앙화의 본질적인 특징은 '선택'이다

법률 및 방위 서비스가 시장에서 자유롭게 제공되는 세상에서도, 무한한 선택지가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시장을 국가보다 선호한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자발적이고, 역동적이고, 융통성있으며, 소비자들의 자유로운 협력에 부응해 그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끊임없이 제공하는 제도가 바로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종류의 자발적인 사회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가능할 것이다. 미제스의 제안처럼 자유로운 결속과 분리독립을 통해서 형성될 수도 있고, 호페의 구상처럼 지역적인 무효화와 시민 불복종을 통해서 촉진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든, 우리는 국가의 강제에서 벗어나 협상, 타협, 중재, 합의를 통한 갈등 해결의 체제로 전환할 것이다. 이러한 시도가 실패했을 경우 여전히 폭력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강제적인 폭력이 전제되고, 합법적으로 여겨지며, 빈번하게 사용되는 국가의 통치보다는 훨씬 더 바람직하다.

더 많은 자유를 보장하고, 사유재산을 더 철저히 존중하며, 더 많은 자결권을 제공하는 체제가 경제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체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가 국가의 힘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국가의 독점력, 특권, 그리고 합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어떤 조직적 구조, 자료, 역사적 사건이 있다 하더라도, 국가를 의심하는 이데올로기를 가진 사람이 없다면, 그 자체만으로 성공적인 자결권 행사를 위한 조건을 형성할 수는 없다. [편집자주: 국가가 아니라 시장과 민간사회의 힘이 더 뛰어남을 방증하는 조직적 구조(자유기업), 자료(경제학), 역사적 사건(정부실패와 시장의 기적을 보여주는 역사)이 있는 경우에도, 근본적으로 사람들이 그것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 제도 개선이 아니라 사람들의 의식을 계몽하는 교육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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