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언제나 정부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Liberty is always freedom from the government.)

-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von Mises)

칼럼 및 번역자료 투고 요령 안내

[미제스 와이어 2021년 4월호] 불법 대(對) 투기

국내 칼럼
사회·문화
작성자
작성일
2021-04-01 18:06
조회
1067

전용덕
*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 경제학 박사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사회현안

미제스 와이어 2021년 정기칼럼 목차 <펼치기>

지난 3월 초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터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땅 투기(?) 의혹에 대하여 국토부 등, 관계기관에 대한 전수 조사(?)와 수사 의뢰 등의 엄중 대응을 지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투기 의혹 정부합동조사단을 편성하고 광범위한 조사에 들어갔지만 23명만을 불법 행위자로 색출하여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LH 사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진정되지 않자 정부는 3월 29일 ‘부동산 투기 근절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 160만 명의 재산을 의무적으로 등록하도록 한다.

둘째, 수사 인력을 현행 770명에서 2000명으로 늘리고 검찰도 수사에 참여토록 한다.

셋째,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설립하여 부동산 거래를 상시 감시토록 한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은 여러 가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여기에서 그런 문제에 대한 지적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한다.

이 글에서는 LH 사태의 본질이 ‘불법’이지 토지 ‘투기’가 아님을 지적하고 ‘조사’가 아니라 ‘수사’의 필요성을 밝힌다. 여기에 덧붙여, 수사와 처벌만이 능사가 아님도 지적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여야 정치가들까지 LH 사태를 LH 직원들과 그 관련자들의 땅 투기 또는 토지 투기로 규정하고 있다. 언론도 LH 사태를 땅 투기 의혹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과 크게 다르지 않다.

LH 사태는 LH 직원들과 그 관련자들이 3기 신도시 개발 정보를 이용하여 큰 시세 차익을 노렸다는 것이 본질이다. 여기에서 핵심은 ‘개발 정보’를 이용한 것이지 큰 ‘시세 차익’이 아니다. LH 직원들과 그 관련자들이 그런 정보를 이용하는 것은 명백히 ‘불법’이기 때문에 ‘범죄’일 뿐만 아니라 수사가 필요한 것이다. LH 사태가 나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LH 사건은 공적 정보를 이용한 도둑질, ‘망국 범죄’라고 지적”했을 때 정곡(正鵠)을 찌른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 정세균 국무총리, 여야 정치가들 등은 LH 사태를 ‘투기’라고 규정하고 조사와 대응을 지시했다. 3월 29일 대책에서도 그런 인식은 바뀌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백번 양보하여 LH 사태를 투기로 규정하더라도, 도시 개발 정보를 이용하여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경우는 통상적인 투기와 다르다. 그 경우에는 불확실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개발 계획이 취소 또는 변경되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러므로 LH 사태의 다른 특징 중의 하나는 그런 행위가 통상적인 투기와 다르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는 부동산 ‘투기꾼’ 또는 땅 투기꾼 등의 용어에서 보듯이 투기를 매우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LH 사태나 이 정권의 지난 4년간의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에 대한 대책에서도 그런 인식이 잘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삶의 본질이 투기이기 때문에 투기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가를 생각해보자. 기업가는 노동, 토지, 자본 등에 대해서는 ‘현재재’(present goods, 현금은 대표적인 현재재이다)를 지불하고 ‘미래재’(future goods), 즉 완성된 자동차를 몇 년 후에 그들로부터 받는다. 다시 말하면, 자동차 생산 기업가는 노동, 토지, 자본 등에 지불하는 현재재의 총합보다 3-5년 후에 생산될 자동차, 즉 미래재의 가격이 높을 것을 예상하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노동, 토지, 자본 등을 한 곳에 모아 미래에 받을 자동차를 생산할 것을 결정한다.

경제학에서 투기란 불확실성 하에서 내리는 결정 또는 결단으로 정의한다. 자동차 생산 기업가는 완성차라는 미래재의 가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자동차 생산을 결정하기 때문에 그의 결정은 투기인 것이다(엄밀히 말하면, 노동, 토지, 자본의 가격도 미래에는 불확실하지만 그것들을 더 많이 고용 또는 더 적게 고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처하여 불확실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이 때 그의 예상이 틀리지 않으면 적정한 이윤을 얻지만 그렇지 못하면 손실을 입게 된다. 1997년 경제위기 때 쏘나타의 가격이 위기 직전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생산을 계획했던 시점에서 쏘나타의 가격이 출고 시점에서는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면 현대자동차는 쏘나타 생산을 계획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인간의 모든 행위는, 자동차 생산의 경우처럼, 투기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모든 행위는 미래를 향해 있고 그런 미래를 예상하여 현재 시점에서 결정 또는 결단을 내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은 누구나 비용보다는 대가가 크기를 기대할 뿐만 아니라 수익률이 더 큰 것을 선호한다. 이렇게 말한다고, 최근에 급격히 오른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 투기를 다룰 때는, 투기와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투기와 상관없이, 최근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상승한 원인은 분명히 존재한다. 즉 문제가 되는 것은 투기가 아니라 부동산 가격의 급격하고도 지속적인 상승이라는 것이다(이 둘을 분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부동산 문제를 영원히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이다. 하나는 통화량 공급의 지속적인 증대이고 다른 하나는 부동산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3기 신도시 개발 계획은 부동산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부동산 가격 상승의 한 가지 원인-그것도 중요한 원인-인 점을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비록 늦었지만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기 대책일 뿐이다(그리고 이 대책은 문재인 정부 초기에 나왔어야 했다. 즉 부동산 공급 정책은 실기를 했다는 것이다). 통화량 공급이 부동산 가격 상승에 엄청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음에도 그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나 사람은 없지 않지만 소수일 뿐이다. 이것이야말로 장기 원인이다. 그러나 주무기관인 한국은행은 팔짱끼고 강 건너 불구경만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예외가 있다. 신도시 개발을 하는 경우이다. 신도시 개발의 대부분은 토지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다가 그 제한이 철폐될 뿐만 아니라 용도가 농업용에서 주거용 또는 상업용 등으로 변경된다. 토지의 가격은 이런 규제 완화만으로도 수직 상승한다. 그런 토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법적 강제로 수용하기 때문에 토지 가격은 시세보다 크게 낮을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있던 토지의 소유자는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아파트나 주택을 건축하기 적합하게 지표 토지를 개발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도로, 학교, 상하수도 시설, 전기통신 시설, 공공기관, 고속도시철도(연계 설립 계획) 등을 설립·설치하면서 지표 토지의 부가가치를 높인다. 이제 그런 토지 위에 지어진 신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신도시 인근 부동산 가격보다 높아지거나 최소한 비슷해진다.

신도시 개발 계획을 사전에 알고 그 계획이 실행되기 직전에 토지를 구입했다가 한국토지주택공사에 토지를 되팔아 보상을 받거나 신도시 개발 이후에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는 권리를 받게 되면 그런 매매의 수익률은 어떤 투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다. 토지보상과 부동산 분양권을 모두 받는 경우에 수익률은 배가된다. 특히 개발지 주변을 사는 경우는 토지 매매 수익률이 앞에서 말한 경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다. 통상 이 수익률은 10-20배라고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핵심은 신도시 개발에 관한 정보이지 높은 수익률의 투기가 아니다. 그리고 이 투기는 불확실성이 매우 낮다는 점에서 통상의 투기와 다르다는 점을 앞에서 지적했다.

앞에서 신도시 개발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러나 지방정부를 포함한 중앙정부나 한국토지주택공사 주도로 토지 또는 부동산 개발을 하는 경우는 거의 대부분 앞의 설명을 적용할 수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 계획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모든 신도시 개발 계획이나 정부나 한국토지주택공사 주도의 개발 계획은 불법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내부정보를 이용하여 ‘한 탕’을 노리는 행위는 신도시 개발과 같은 경우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주식을 매매하는 경우에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주주가 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하여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하고 회사 관련 정보를 매도 후에 발표하여 손실을 예방하는 경우이다. 반대의 경우에는 매도자가 대량 이득을 챙길 수 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현대경제에서 내부정보를 이용하여 이득을 챙기는 행위는 언제 어디에서나 발생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즉 현대경제에서 내부정보를 이용하여 저질러지는 불법은 '상수'(常數)라는 것이다.

정치권과 언론은 LH 사태의 본질이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땅 투기 또는 토지 투기로 규정하였다. 정치권이 그 점을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그렇게 했다면 악의적인 선전·선동을 한 것이다. 언론은 선전·선동을 할 필요성이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그 점을 몰랐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언론이 두 개념의 차이에 무지함으로써 정부는 LH 사태를 다루기가 훨씬 쉬워졌을 것이고 국민은 피해자가 되었다는 점이다.

도시 개발 계획이라는 ‘공적’ 정보를 훔쳐서 ‘사익’을 취하고자 했다면 그것은 명백히 불법이자 범죄인 것이다. 불법은 수사의 대상이지 조사의 대상이 아니다. 어떤 이가 불법을 저질렀다면 수사를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조사를 받을 의무는 없다. 국회의원, 청와대 공직자, 국토부 직원 등을 전수 조사하겠다는 것은 ‘마녀사냥’일 뿐이다. 공적 정보와 관련이 없는 공무원까지도 재산 등록을 의무화한 정부의 대책도 앞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노태우 정권은 1990년 성남, 분당 신도시 개발에서 이런 불법 행위자를 987명이나 구속했다. 노무현 정권은 2005년 7월 2기 신도시 개발에서 불법 행위자를 27명을 적발하고 7명 구속했다. 그런 결과는 모두 검찰 수사의 결과이다.

정치권이 수사해야 마땅한 범죄를 조사한다는 것은 불순한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권은 LH 사태 관련자들이 불법을 저질렀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크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미리 알았을 것임을 추정할 수 있다. 증거인멸 등의 이유로 수사가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특검을 주장하는 것도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특검은 아무리 빨라도 서울시장 선거와 부산시장 선거 이후에야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불법과 투기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 다른 것을 다르다고 하지 않는 것은 무능하거나 본질을 속이기 위하여 선전·선동을 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리고 개발 정보를 이용하여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것은 통상적인 투기도 아니다. 이런 불법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법치(法治)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우고자 한다면, 그리하여 부패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씻자면, 불법과 투기를 ‘정확하게’ 구분하는 일에서 출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대경제에서 내부정보를 이용한 불법은 상수라는 점을 이해한다면, LH, 국토부 등과 같이 내부 정보를 이용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공공기관의 사전교육을 의무화하고 불법이 발생할 수 있는 민간기관 등은 사전교육을 자발적으로 할 것을 제안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불법과 범죄에 대하여 수사와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태그 : #범죄 #부동산 

썸네일 출처 : LH사태에 비상 걸렸다, 대통령·총리·여당 연일 강경메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