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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스 와이어 2021년 6월호] 백신 스와프와 애플의 앱마켓

국내 칼럼
사회·문화
작성자
작성일
2021-06-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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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5

전용덕
1952년 대구에서 출생하여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하였고, 퇴직하여 동 대학 명예교수이다. 한국 미제스 연구소의 학술분야를 총괄하는 아카데미 학장으로서, 자유주의 철학과 자유시장경제에 관한 연구, 강의, 발표 등에 관심과 노력을 쏟아왔다.

주제 : #사회현안

미제스 와이어 2021년 정기칼럼 목차 <펼치기>

백신 스와프

이 번 달 청와대는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출발하기 전에 이 번 회담에서 미국과 코로나19 백신 스와프를 추진할 것임을 공표했다. 그리고 주지하듯이 백신 스와프는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2008년 미국에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발생한 경제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하자 미국은 한국과 달러 통화 스와프를 맺었다. 처음에 미국은 G7 국가들과만 통화 스와프를 맺었다. 그러나 한국 외환시장이 불안정해지면 그런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하여 미국 국채를 미국 금융시장에 내다팔 것이고 그렇게 되면 미국 금융시장도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을 한국 외환당국이 미국 통화당국에 설명하자 미국 연준은 한국과도 통화 스와프를 체결해 주었다. 그리고 연이어 한국과 일본, 한국과 중국도 달러 스와프를 체결했다.

주지하듯이, 한·미 간 통화 스와프나 한·일 간, 한·중 간 달러 스와프는 어느 한 쪽이 위기를 겪을 때 다른 한 쪽이 달러나 화폐를 빌려주고 시장이 안정되고 나면 빌려온 달러나 화폐를 되갚는 것이다. 여기에서 핵심은 어느 일방이 달러나 화폐를 상당량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연준은 필요하면 언제든지 달러를 발행하면 되고 일본과 중국도 그 당시 외환보유고가 상당했다. 한국도 외환보유고가 일본과 중국만큼 되지 않았지만 그 크기가 상당했다. 그런 경우에도 스와프로 인한 기대 이득이 있어야 두 나라 간 스와프가 성사된다.

백신 스와프(달러 스와프와 백신 스와프는 스와프 자체의 본질이 다르지만 이 점은 여기에서 제외한다)로 돌아가 보자. 미국의 제약사들은 한국과 백신 스와프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제약사들은 백신을 생산하는 대로 수요자에게 인도하는 것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즉 백신 스와프를 맺는다면 한국은 그로 인한 이득이 있지만 제약사들은 이득이 하나도 없다. 오히려 변이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이미 생산된 백신이 불신을 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제약사들은 백신을 지금 건네주고 나중에 돌려받는 계약은 일정 부분 불리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미국 제약사들에게 한국과 백신 스와프를 체결하도록 권고하는 것이 미국 정부에게 어떤 이득을 주는가? 백신 스와프 자체만으로는 미국 정부에게 주는 이득이 없다. 그러면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에게 줄 수 있는 당근은 무엇이었나? 쿼드 가입을 약속하는 것은 미국 정부를 움직일 수 있는 당근으로 보인다. 그러나 친중 성향을 보이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그런 당근을 제시하지 않을 것을 예상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사후이지만, 미국 정부에게는 쿼드 가입만이 ‘유일한’ 당근처럼 보인다.

미국 제약사들이 백신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와의 백신 스와프는 미국 제약사들과 미국 정부에게 아무런 이득이 없는 계약이다. 심지어 미국 제약사들은 백신 스와프가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보이기까지 했을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정상회담 한국 당국자들은 백신 스와프의 이런 특성을 몰랐나? 그렇다면 그들은 무능한 것이다. 만약 그런 모든 점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백신 스와프를 추진했다면 국민을 상대로 백신 스와프 ‘쇼’를 한 것이다. 쿼드를 사안별로 협력할 것을 미국 정부에게 제안했을 수 있다. 만약 그런 제안을 했음에도 미국 정부가 백신 스와프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은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의 기대 이득을 잘못 계산한 것이다. 부정확한 계산도 무능에서 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애플의 앱마켓

미국의 게임 개발 회사 에픽게임스는 애플과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그리고 지난 5월 3일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서 첫 재판이 열렸다. 문제의 핵심은 “애플(구글은 아직 재판일이 결정되지 않아 애플이 재판을 먼저 시작했지만 이하의 내용은 구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과 같은 앱(응용 프로그램)장터 사업자가 앱 유통을 통제하고 결제 수수료를 받는 것이 독점 행위일까”하는 것이다. 에픽게임스는 애플과 구글에게 앱마켓 수수료로 앱 내 판매액의 30%를 지불해왔는데 이것이 반독점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앱마켓 수수료를 부과하는 행위가 독점행위인가’를 결정하는 재판은 세기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 ‘앱 경제’의 규모가 연간 1000억달러(약 112조원) 규모이지만 만약 애플이 패소하면 앱 유통시장은 무너지고 앱 수수료 수익도 급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오학경’으로 줄임)은 아주 명확하고 간단한 대답을 준비해두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애플의 수수료 부과 행위는 독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학경은 독점을 ‘정부가 개인이나 기업에게 주는 특권 또는 특혜’로 정의한다. 애플이나 구글이나 앱장터를 개설하면서 정부로부터 어떤 특권이나 특혜도 받지 않았음은 분명해 보인다. 오히려 두 사업자는 앱장터를 운영하기 위하여 엄청난 액수의 비용을 지출하고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주류경제학인 신고전학파 종합은 한 시장에서 ‘하나의’ 생산자 또는 판매자를 독점자로 규정하고 있다. 애플, 구글, 소니 등과 같이 하나 이상의 앱장터 사업자가 있기 때문에 주류경제학의 독점 정의에 따르더라도 그들은 독점자가 아니다.

다른 방법으로 설명해본다. 앱장터를 오프라인의 백화점과 비교해 볼 수 있다. 백화점에 입점하기 위해서 입점사는 일정한 임대료와 시설 사용료를 내야 한다. 그와 같이, 앱장터를 이용하고자 하는 앱 개발사도 같은 논리로 일정한 수수료(임대료와 시설 사용료)를 내야 하는 것이다. 백화점과 다른 점은 앱장터 사업자는 수수료를 받지 않고 앱을 장터에 진열해두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앱장터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앱장터는 디지털 백화점이고 앱 개발자는 디지털 입점사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에 입점사가 수수료를 내는 것은 독점과 무관하다.

에픽게임스 입장에서는 앱스토어 수수료 30%가 너무 많다고는 할 수 있다. 그것은 앱마켓 사업자인 애플·구글과 앱개발자인 에픽게임스가 협상해야 할 문제이다. 마치 백화점과 입점업체 간에 임대료와 시설 사용료를 두고 협상하는 것처럼 말이다. 즉 앱스토어 수수료는 계약의 문제이지 독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에픽게임스는 문제를 잘못 짚은 것이다.

높은 앱 수수료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에픽게임스는 2020년 8월부터 자사 홈페이지와 앱을 통해 애플·구글 앱장터보다 20% 저렴하게 게임 아이템을 내놓으면서 결제를 유도했다. 에픽게임즈가 그렇게 나오자 앱마켓 사업자인 애플과 구글은 에픽게임스를 자신들의 앱장터에서 즉각 퇴출했다. 세 사업자의 그런 행동은 계약에 불만이 있을 때 하는 전형적인 행동이다. 2020년 8월 이후 세 사업자의 행동은 이 번 문제가 계약의 문제이지 독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간접적인’ 증거로 볼 수 있다.




태그 : #건강 #독점과_경쟁 #전쟁과_외교정책 #정치비판

썸네일 출처 : '백신 스와프' 난관에도…정부 "충분한 물량 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