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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스 와이어 3월호] 자본주의와 '부익부 빈익빈'

국내 칼럼
경제학
작성자
작성일
2022-03-01 09:45
조회
889

전용덕
1952년 대구에서 출생하여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하였고, 퇴직하여 동 대학 명예교수이다. 한국 미제스 연구소의 학술분야를 총괄하는 아카데미 학장으로서, 자유주의 철학과 자유시장경제에 관한 연구, 강의, 발표 등에 관심과 노력을 쏟아왔다.

주제 : #자본주의

2022년 미제스 와이어 목차 <펼치기>

역사가 주경철은 조선일보 2022년 2월 8일자 ‘인문기행’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자본주의 경제의 문제점은 부익부 빈익빈의 모순과 극심한 사회 갈등이다.” 사실 이런 주장은 상당수 경제 전문가마저도 쉽게 인정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은 아주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다.

주경철의 주장에서 핵심적인 아이디어는 자본주의가 소득 또는 부의 불평등을 초래하거나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과연 자본주의가 소득 또는 부의 불평등(이하에서는 ‘불평등’으로 표기)을 더 나쁘게 만드는 것인가? 만약 진실로 그렇다면 왜 우리는 대안을 찾지 않는가?

경제체제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세 가지란 자본주의, 간섭주의, 사회주의를 말한다. 역사에서는 그 세 가지를 적절히 혼합하여 변형된 형태가 출현했다가 사라지고는 했지만 변형된 형태에서 본질은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가상적인 예를 들어 세 가지 체제가 불평등을 어떻게 만드는가를 검토한다. 정부가 쌀 1포대(20kg)를 6만원에 적정 양(예를 들어 80만 톤)을 구입한다고 가정하자. 정부의 그런 구입이 있기 전에는 포대 당 4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고 가정하자. 정부의 구매가격은 자유시장가격보다 높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최저가격’이라고 한다. 최저가격 때문에 자유시장가격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최저가격에 영향을 받은 가격이 4만 5천원(흔히 이 가격을 ‘시장가격’이라고 하지만 자유시장가격은 아니다)이라고 가정하자.

최저가격 때문에 쌀을 생산하는 농민은 소득(엄밀하게 말하면 이것은 소득과 보조금의 합이다)이 증가한다. 자유시장가격일 때와 비교하여 그렇다는 것이다. 도시의 비농민은 자유시장가격보다 비싼 가격에 쌀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소득은 이전보다 줄어든다. 이제 최저가격이 없을 때와 비교하여 소득은 더 불평등해진다. 정부는 최저가격을 유지하기 위하여 일정한 액수의 세금을 필요로 한다. 최저가격을 유지하기 위하여 부담하는 국민 각자의 세금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세금의 영향은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세금 액수가 커질수록 국민 전체의 가처분 소득은 낮아질 뿐만 아니라 소득의 불평등도 악화된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정부가 세금을 징수한 만큼 민간의 일자리는 사라지기 때문에 불평등이 추가적으로 악화된다. 더 나쁜 것은, 최저가격 때문에 농민은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여 쌀을 생산하기 때문에 쌀은 정부 창고에서 썩어가고 민간의 일자리는 그만큼 추가적으로 사라지기 때문에 불평등은 더 악화된다는 점이다. 창고를 건설하는 비용 등을 고려하면 사태는 다시 한 번 악화된다. 앞에서 서술한 모든 것을 종합하면, 최저가격 제도로 사회의 불평등은 더 나빠진다는 것이다. 최저가격 제도는 간섭주의의 전형적인 예이다.

이제 농지를 국가가 몰수하고 공동 생산과 공동 분배를 한다고 가정하자. 사회주의는 자본재(capital goods) 가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자본재의 배분에서 실패한다. 자본재 가격이 부재(不在)하면 자본재를 효율적으로 배분할 방법을 정부 당국자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국자가 자본재 가격을 알 수 없는 것은 농지의 국유화로 자본재 시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소비재로서 쌀은 어떤 방법으로든지 분배가 되지만 농지, 농기구 등과 같은 자본재를 효율적으로 배분할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적정 양의 쌀을 생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미제스가 말한 ‘경제계산’(economic calculation)의 문제이다. 사회주의는 경제계산의 문제 때문에 필연적으로 실패한다. 게다가, 사회주의에서는 인센티브의 왜곡으로 인한 문제, 권한의 중앙 집중화에 따르는 문제와 그와 관련된 부패 문제 등도 사태를 악화시킨다. 사회주의는 소득과 부의 하향평준화를 만들고 그렇게 작아진 소득과 부가 권력을 가진 소수에게만 집중된다. 그 결과로 사회주의 하의 불평등은 간섭주의 하의 불평등보다 훨씬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의 북한을 생각해보라.

쌀의 생산과 분배를 자유시장에 맡긴다고 가정하자. 앞에서 포대 당 4만원이 정부의 간섭이 없는 자유시장가격이다. 이제 포대 당 4만원에 존립 가능한 농민만 적정 양을 시장에서 쌀을 생산한다. 이제 남아서 창고에 섞고 있는 쌀은 없다. 도시 비농민은 자유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간섭주의 하에서보다 적은 돈으로 많은 양의 쌀을 소비한다. 간섭주의 하의 모든 비효율, 세금 낭비, 소득 불평등 악화, 일자리 감소 등은 모두 사라진다. 자유시장에서 모든 생산자와 소비자는 자신을 위해서 열심히 일한다. 그것은 전체 국민의 소득을 끌어올리고 불평등을 낮춘다. 불평등이라는 관점에서, 자본주의는 간섭주의, 사회주의 등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수란 경제체제이다. 무엇보다도, 자본주의에서 모든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족한다. 다시 말하면, 역사가 주경철은 전적으로 틀린 주장을 한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평등한’ 세상을 꿈꾼다. 그러나 인간이 가진 재능, 상속받은 재산, 행운, 우연한 사고 등으로도 불평등은 생겨나게 마련이다. 즉 어떤 경우에도 완전히 평등한 세상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섭주의와 사회주의에 비해 자본주의는 그런 불평등마저 최대한 낮추어 줄 수 있는 체제이다.

사실 한국이나 다른 서방 국가의 불평등은 정부가 간섭주의 또는 사회주의를 오랫동안 그리고 강력하게 시행한 결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가 불평등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널리 확산된 것은 우리 모두가 가진 잘못된 지식 때문이다.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그 결과로 사회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세 가지 경제체제의 작동 원리를 깊이 깨닫고 경제체제를 개선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리고 정치가들, 정부 관료들, 잘못된 지식을 가진 지식인들 등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간섭주의 또는 사회주의를 선전·선동하는 일을 멈추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에 자본주의가 무엇인가를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아 보이기 때문에 자본주의를 정확히 정의해 본다. 자본주의가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즉 그 조건이란 사유 재산의 보호, 계약의 자유, 건전한 화폐(sound money)를 말한다. 여기에서 건전한 화폐란 오늘날 모든 나라가 사용하는 불환지폐가 아니라 시장에서 발달된 상품화폐(예를 들어, 금)를 말한다. 건전한 화폐가 자본주의 성립 조건 중의 하나라는 점을 이해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지만 말이다. 물론 세 가지 조건이란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의 한국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라고 하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러나 앞에서 제시한 세 가지 조건 중에서 한 가지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그런 체제는 자본주의가 아니다. 작금의 한국 사회는 진정한 의미의 자본주의 사회라고 할 수는 없다. 부 또는 소득 불평등을 포함한 모든 문제는 그것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태그 : #자유시장

썸네일 출처 : https://www.globalbankingandfinance.com/what-is-capital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