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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스 와이어 5월호] 상생협약 대 사적 국가

국내 칼럼
사회·문화
작성자
작성일
2024-05-01 08:31
조회
268

전용덕
1952년 대구에서 출생하여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하였고, 퇴직하여 동 대학 명예교수이다. 한국 미제스 연구소의 학술분야를 총괄하는 아카데미 학장으로서, 자유주의 철학과 자유시장경제에 관한 연구, 강의, 발표 등에 관심과 노력을 쏟아왔다.

주제 : #사회현안

2024년 미제스 와이어 목차 <펼치기>

한동훈 국민의 힘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2월 5일 총선 유세 도중 경동시장을 방문하는 길에 시장 내 스타벅스 매장에도 들렀다. 그 때 한 전 비대위원장은 스타벅스가 경동시장 상인회와 상생협약을 맺고 스타벅스 판매 아이템 당 300원을 납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그런 상생협약은 우리 모두에게 ‘이롭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경동시장 상인회가 스타벅스로부터 판매 아이템 당 징수한 300원은 ‘실질적으로는’ 세금이다. 세금을 징수할 수 있는 기구는 국가이기 때문에 이 때 경동시장 상인회는 사실상 국가가 된 것이다. 물론 그런 국가는 우리가 통상 알고 있는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사적 국가'(private state)라고 할 수밖에 없다.

사적 국가란 명목적으로는 국가가 아니면서 국가와 같은 행위, 예를 들어 세금을 징수하는 행위 등을 하는 조직 또는 기구를 말한다. 경동시장 상인회가 스타벅스로부터 300원을 징수할 때 바로 사적 국가가 된 것이다.

그 300원은 스타벅스에게는 세금이기 때문에 스타벅스의 재산을 침해한다. 그 300원의 일부는 스타벅스 이용자의 것일 수도 있다. 경동시장 상인회는 300원만큼 부자가 된 것이다. 세금은 그 성격상 제로섬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생협약이라는 이름은 세금을 감추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그런 상생협약은 우리 모두에게 이롭다고 말한 것은 전적으로 ‘틀렸음’을 알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경동시장 상인회는 스타벅스가 경동시장 내에 매장을 여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 스타벅스는 상인회의 진입장벽을 우회하는 방법으로 판매 아이템 당 300원을 내기로 합의했을 것이다. 제3자가 보기에 그런 협약은 스타벅스와 상인회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길인 것처럼 보일 것이다. 협약이 외형적으로는 자발적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상인회가 진입에 장애물을 만들어 놓지 않았다면 스타벅스가 판매 아이템 당 300원을 낸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때 장애물은 유형의 것도 있지만 무형의 것도 포함한다. 그러므로 상인회가 판매 아이템 당 300원을 받기로 한 행위는 상인회가 사적 국가가 되어 세금을 징수한 것으로 보는 것이 정확한 것이다.

화물연대는 국가로부터 여러 가지 보조금을 받아내기 위해 집단행동(일부 언론은 이들의 행동을 ‘파업’이라고 규정하지만 그런 개념화는 틀린 것이다)을 할 때가 있다. 집단행동을 할 때 화물연대 집단행동 참가자들은 집단행동에 참가하지 않는 운전자들 또는 화물차 차주 겸 운전자들에게 경찰의 눈을 피해 폭력을 행사하거나 화물차를 부셔버리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경찰이 그런 폭력 행위를 수수방관하거나 암묵적으로 허용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경찰이 법집행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폭력 행위는, 그런 행위의 합법성을 떠나, 집단행동 참가자들(화물연대)을 사실상 사적 국가로 만드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파업을 하는 경우에 파업 불참자에게 '파업파괴자'(strikebreaker)라는 불명예를 붙이고 노조원이 유무형의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이 때도 그런 유무형의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에 그 노동자를 사적 국가라고 부를 수 있다. 특히 경찰은 파업 참가자들을 무언중에 격려하거나, 파업 행위에 동조하거나, 파업 불참자가 피해를 당하는 경우를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는다. 이 경우에는 경찰이 노조를 사적 국가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조직폭력배가 일정 지역의 상인들에게 외부로부터의 보호를 약속하고 ‘자릿세’를 걷는 경우를 언론은 보도한다. 이 경우에는 조직폭력배가 아예 세금이라는 것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사적 국가가 되고 있다. 그런 사적 국가는 너무 쉽게 외부에 드러날 뿐만 아니라 피해 범위도 크기 때문에 언론 보도와 경찰 단속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조직폭력배의 자릿세 징수가 언제나 단속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적 국가로서의 행위를 은밀하게 진행하기 때문이다.

사적 국가의 세금 징수 행위를 상생협약이라는 이름으로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민간의 많은 행위가 사적 국가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사적 국가의 행위를 잘 방지하지 못한다면 민간의 삶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태그 : #범죄 

썸네일 출처 : https://www.huffington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216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