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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스 와이어 2020년 1월호] 김우중 회장을 평가함에 있어서 빠진 것: ‘거시-화폐적’ 환경

국내 칼럼
인물
작성자
작성일
2020-01-01 12:40
조회
1179

전용덕
*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 경제학 박사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인물평가

미제스 와이어 2020년 정기칼럼 목차 <펼치기>

2019년 12월 9일 대우그룹을 이끌었던 김우중(이하 존칭 생략)이 타계했다. 그와 같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웅이 별세하면 그가 우리에게 남긴 것이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된다. 지금까지의 그에 대한 평가는 모두 그의 공(功)과 과(過)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것들은 대부분 사실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평가는 크게 틀린 것이 없어 보인다. 다만 평자마다 그에 대한 평가가 다르게 보이는 것은 평자마다 강조점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김우중의 삶을 평가함에 있어서 모든 평자가 놓치고 있는 것이 하나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가 직면했던 거시-화폐적(macro-monetary) 환경이다. 그것은 중앙은행이 불환지폐를 독점 발행하고 이자율을 인하하여 통화공급을 증가시킴으로써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것은 바로 ‘경기변동’이다.

해방 이후 중앙은행은 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낮게 규제하여 통화공급을 늘려왔다(해방 이전에도 상황은 크게 차이가 없지만 여기에서는 제외한다). 비록 예외적인 연도도 있었지만, 이자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졌고 그에 따라 통화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금융기관의 대출금리는 1964년 연 20%대에서 1997년에는 연 12-13%대, 2015년에는 연 4-5%대로 크게 낮아졌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2019년 10월 역대 최저인 연 1.25%까지 낮아졌다. 그 결과 시중은행 가계대출금리는 2019년 8월 연 2.92%로 그 역시 역대 최저였다. 그 결과 (광의의)통화량은 1960년 250억 원(연말 잔액 기준)에서 2018년 27,003,620억 원으로 약 108,014배 증가했다.

3공화국 공업화 이래로, 통화공급의 증대는 한 번도 빠짐없이 경기변동을 초래했다. 다만 그 정도는 물론 경우마다 달랐다. 1차 경기변동은 1962-1972년, 2차는 1973-1982년, 3차는 1983-1998년(참고로 이 기간에 경기변동 사이클이 길었던 것은 5공화국 시대 초기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붐 기간의 경제성과가 다른 때보다 훨씬 좋았기 때문이다), 4차는 1999-2009년(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는 한국발 경기변동에 중첩되었기 때문에 그 영향은 5차 경기변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5차는 2010-현재 등이다(경기변동을 소주기로 잡으면 그 기간은 훨씬 짧아지지만 설명의 정확성은 올라간다). 각 경기변동에서 위기와 버스트는 1차는 1970-1972년, 2차는 1979-1982년, 3차는 1996-1998년, 4차는 2008-2009년, 4차는 2015-현재 등이다. 그리고 일부 경기변동은 정치적 위기가 중첩되었다.

경기변동은 붐과 버스트로 크게 구분할 수 있지만 붐, 위기, 버스트 등의 세 단계로 구분하기도 한다. 이자율을 인위적으로 인하하여 화폐공급이 증가하면, 높은 이자율에서 타당성이 없던 투자가 이자율이 낮아지면서 그런 투자가 타당성을 가지게 되고 기업가들은 이제 투자를 늘리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과오투자’(malinvestment)이다.

소비자들쪽에서도 '과소비'(overconsumption)가 일어난다. 많은 노동자들의 임금이 상승하면 그 만큼 지출을 늘리기 때문이다. 투자의 증가로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증가하면서 그 부문에서 임금이 증가하고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 부문에서도 노동이 부족하기 때문에 임금을 올려주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따라 붐 기간에 많은 재화들의 가격이 상승한다.

특히 주식, 부동산 등과 같은 자산의 가격이 크게 상승한다. 그러나 이런 과정은 지속되지 않는다. 과잉투자된 부문에서 만들어진 과다 생산된 재화를 이제 소비자들은 모두 구매할 수 있을 정도의 저축을 가지고 있다. 붐 기간의 과소비 때문이다. 위기와 버스트는 필연이고 과오투자가 클수록 파산과 구조조정은 대규모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주식, 부동산 등과 같은 자산의 가격도 폭락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아주 간단히 요약한 경기변동 이론이다.

경기변동이 발생한다고 ‘모든’ 기업가들이 과오투자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수의’ 기업가가 과오투자를 한다. 예전에 기업을 잘 경영했던 기업가도 예외가 없다. 1997년 경제위기가 발생했던 3차 경기변동에서는 30대 재벌 중에서 17개 재벌이 파산했다. 그 때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가 망한 것은 헤아릴 수도 없다. 다수의 노동자들도 일자리를 잃고 거리를 방황하거나 극단적인 경우에는 자살했다.

경기변동은 세 가지 공통적인 특징을 가진다.

첫째, 중앙은행이 규제한 이자율이 인위적으로 인하되면서 통화공급이 증가한다.

둘째, 다수의 기업가들-그 중에는 경기변동 이전에는 유능한 기업가들도 적지 않다-이 거의 동시에 과오투자를 하고 파산한다. 김우중 평가에서 이 점이 중요하다. 김우중을 포함한 많은 기업가가 거의 동시에 투자에 실패한다는 것이다. 왜 하필 다수 기업가가 동시 다발적으로 투자에 실패하는가 하는 것이다.

셋째, 소비재산업보다는 자본재산업에서 생산과 소비의 괴리가 커서 더 큰 위기를 겪는다.

기업가 김우중은 1967년 창업하여 1, 2차 경기변동을 슬기롭게 넘기고 3차 경기변동의 붐 시기에 빠르게 확장함으로써 1998년에 재계 서열 2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3차 경기변동에서 그가 투자한 것의 상당 부분이 명백히 과오임이 드러났다.

그의 성공과 실패를 거시-화폐적 관점에서 해석 또는 평가해보자. 만약 중앙은행이 만들어낸 경기변동이 없었다면 그의 그런 급속한 확장을 볼 수가 없었을 것이지만 그런 극심한 위기와 구조조정도 불필요했을 것이다. 이것은 한국 사회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모든 기업가들과 모든 노동자들에게도 해당한다,

김우중을 평가함에 있어서 공통적인 결함은 그가 직면했던 거시-화폐적 환경을 다루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환경을 만드는 현재의 화폐·금융 정책과 화폐·금융 제도에 대한 개혁없이는 우리는 붐과 버스트로 이어지는 경기변동을 무한히 겪을 것이다. 김우중이 직면했던 거시-화폐적 환경을 개혁하는 일이야말로 제2, 제3의 김우중을 방지하고 한국 경제에서 반복되는 위기의 발생을 억제하는 길이다. 전 세계 모든 나라의 화폐·금융 제도와 화폐·금융 정책은 미국을 베낀 것이기 때문에 앞에서 설명한 것은 전 세계 모든 나라에 해당한다. 다만 국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태그 : #일대기 #경기변동 #호황과_불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