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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병제 다시보기

국내 칼럼
사회·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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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0-01-0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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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8

박형진 (미주교 대학교 경제학 박사과정)

주제 : #경찰국가

20대 초반 남자 청년들의 최고의 고민은 바로 군입대 문제일 것이다. 한국은 신체 건강한 남자라면 누구든지 군 복무를 수행해야 하는 징병제 국가이다. 따라서 한국인들에게는 짧게는 21개월 많게는 24개월 동안의 시간은 피해갈 수 없는 군생활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남북 분단 상황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징병제를 시행하는 것이 당연시되어왔고, 이에 대한 문제제기도 현실을 도외시한 처사라는 비난으로 그리고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는 답변으로 묻히기 일쑤였다.

하지만 2014년에 일어난 일련의 병영 내 가혹행위 사건 등으로 모병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징병제는 의무복무이기 때문에 피해갈 수 없고, 그로인해 군대 내 인권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문제제기가 되어왔던 군대 내 사건 사고 문제로 촉발된 모병제 도입 주장이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징병제 폐지 주장은 힘을 얻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징병제 폐지론자가 늘어나고 모병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을까? 그것은 바로 징병제에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징병제는 자유사회에서 부정의한 제도이다. 저명한 경제학자 머레이 N. 라스바드(Murray N. Rothbard)는 그의 저서 『새로운 자유를 찾아서』(For a New Liberty: The Libertarian Manifesto) 에서 노예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머레이 N. 라스바드 (1926-1995)

'노예제도라는 것은 바로 (1) 노예 주인이 원하는 일을 강제로 해야 하고, (2) 근근이 생존할 만큼만 주거나 아니면, 그 금액이 얼마든지 간에 노예가 자진해서 받아야 할 보수보다 낮게 주는 것이다.'

노예제에 대한 그의 정의를 보면 한국에서 이와 같은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쉽게 깨달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한국의 군대 제도이다. 한국 청년들에게 병역은 거부할 수 없는 하나의 청년 통과 의례이고, 시장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했을 때에 비해 턱없이 낮은 월급을 받고 21~24개월의 군 생활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한국 청년들에게는 국방 서비스의 제공의 의무로 인해 약 2년의 인생을 그들 스스로 결정할 선택권이 없고, 자신의 적성과 상관없이 무조건적으로 병사의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다. 이는 본질적으로 일시적 노예제도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는 본질적으로 노예제가 금지되어 있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부당한 제도라고 할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징병제는 결코 효율적 자원배분을 보장하지 못한다. 징병제의 속성은 바로 '절대적 평등원칙'과도 같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도 같게. 모든 20대 건강한 젊은이들은 2년 동안 같은 교육을 받고 같은 생활을 하게 된다. 이 때는 시장이 제공하는 효율성을 담보 받을 수 없다. 시장경제의 우수성 중 하나는 바로 비교우위를 통한 전문화(특화)에 있다.

사람마다 개개인의 적성 그리고 능력이 다른 가운데 시장(Market)은 자신의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곳에 배치되도록 이끌어 준다. 군대도 마찬가지이다. 군대 시장에는 군인에 적합한 사람들이 들어가 정당한 대가를 받고 있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지금은 군인으로서 적합한 신체, 적합한 정신자세, 적합한 적성에 있는 사람이 군인으로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청년들을 똑같은 곳에 몰아넣고 있다. 이는 전적으로 비효율적인 것이며, 제대로 된 전투력도 담보할 수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징병제는 병사를 속된 말로 '소모품化’시킬 가능성이 크다. 보통 우리가 물건을 쓸 때 비싼 물건은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필요시 여러 가지 보조용품을 덧붙여 애지중지 사용하는 반면, 싸구려 물건은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앞서 말한 여러 가지 보조용품은 일종의 자본재라고 할 수 있는데 군대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국가 예산 절감을 위하여 징병제 하에서 병사들의 임금은 시장 임금보다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우리가 싸구려 물건의 인식과 비슷하게 자원배분의 왜곡으로 이어져 그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수준의 정신적, 물질적 대우를 받기 힘들어진다. 더욱이 의무 복무 제도이기 때문에, 병사들이 생활하기에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인센티브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병사들은 정해진 의무복무 햇수만큼은 자신 스스로가 이직을 할 자유가 없기 때문에 병사들의 대우는 다소간 낮은 수준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은 전투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모병제를 도입한 미군과 징병제를 실시중인 한국군의 차이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상식적으로 미국군 병사와 한국군 병사의 전투력을 비교해보면 누구나 미군이 월등히 앞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단순히 개인의 능력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기 보다는 개개인에게 부여된 대우, 무기 수준, 환경도 한 몫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는 군인의 생산성(전투력)저하로 이어진다.

이와 더불어 의무 복무이기 때문에, 동기 부여에 문제점이 있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자신의 선택에 의한 일을 수행하는 것과 강요받은 일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기 마련이다. 자신의 선택한 군 복무에 대해서는 맡은 일에 대한 책임이 부여되기 때문에 더 열정적으로 군 복무를 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된다.

하지만 강요된 군 복무에는 절대로 그들에게 책임감이 뒤따라 올 수 없기 때문에 군 생활에 있어서 열정도 적을 수밖에 없고, 군대 내의 문화를 적응하는데 있어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군대는 상명하복식의 위계질서가 중요시 되는 집단이기 때문에 다소 일반적인 집단과는 다른 문화를 보이는 것은 이해되어야 할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을 감내하고 이겨낼 수 있는 가의 문제는 군 생활에서 꼭 고려되어야 할 상황이다.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2005년 '미국정신의학회보’에 게재된 11개국 병영 내 자살자 통계를 살펴본 결과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의 병영 내 자살률이 대체적으로 월등히 높다고 한다. 이는 결국 특정 문제에 직면했을 때 과연 강요된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를 보여준다.

이러한 징병제의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혹자는 첫째 국방 예산의 부족과 이를 확충하기 위한 국방세(가칭) 도입의 조세 저항 문제와 둘째 내 나라이기 때문에 국민 모두가 함께 지키는 것이 맞다는 식의 논리를 통해 징병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너무나 단편적인 생각이다. 징병제의 대안인 모병제는 국방 문제에 대하여 국민들에게 선택지를 넓히는 제도이다. 국방 유지를 위하여 국방 서비스 비용을 지불할지 아니면 본인이 직접 국방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을지를 선택하게 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선택지를 늘리는 방안에 조세 저항과 예산문제가 발생할 리 만무하다. 또한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는 문제도 단순히 애국심에 기대어 있는 이야기이다. 국방과 더불어 우리 생활에 뗄 수 없는 한 가지는 바로 치안 문제이다. 하지만 아무도 내 지역의 안전은 내가 지킨다며 특정기간 동안 모든 청년은 의무경찰로 복무해야 한다고 하지 않는다. 대신 경찰에 적합한 인재를 통해 그러한 서비스를 받기 마련이다. 아무리 삶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해도 그것을 반드시 우리 몸으로 만들어 내고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징병제를 유지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어 왔고, 징병제로 비롯된 다양한 문제점과 부정의 한 점에도 불구하고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는 이유로 혹은 "남북한의 대치 상황에서 어쩔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모병제 도입에 대해 거부하는 반응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론은 언제 어디서나 이유를 붙이기 마련이다. 아마 통일이 되면 중국이라는 장벽이 또 하나의 징병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지금 당연하다고 여기는 많은 제도와 생각들이 과거에는 징병제처럼 현실을 도외시한 이상론 혹은 말도 안 되는 소리 등의 조롱을 듣기도 하였지만 시간이 지나 결국 그들의 생각이 틀렸음을 입증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인간 세계에 신성한 것은 없다. 이제는 징병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을 해야 한다.




태그 : #정치비판 #정치적자유 #큰정부 #자유주의일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