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언제나 정부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Liberty is always freedom from the government.)

-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von Mi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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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레이 라스바드: 국가의 적

해외 칼럼
인물
작성일
2020-01-08 16:31
조회
702

Llewellyn H. Rockwell Jr. (미제스 연구소 회장)

주제 : #오스트리아학파의_역사

원문 : Murray Rothbard: Enemy of the State
번역 : 김경훈 연구원



20세기 최고의 경제학자이자 자유의 옹호자는 단연 루트비히 폰 미제스였다. 그리고 학문적 수준과 자유에 대한 열정에 있어, 미제스의 정당한 후계자는 물론 머레이 N. 라스바드이다.

라스바드는 1926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그는 컬럼비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뉴욕 대학의 미제스 아래에서 10년 이상 공부했다. 그러나 컬럼비아 대학 경제학부 교직원의 전례없는 간섭에 의해 그의 학위 취득은 몇 년 이상 늦어졌고, 아예 무산될 위기에도 놓인 적이 있다.

라스바드의 학위논문 '1819년의 공황'은 연방준비제도의 조상격인 '미국 은행(the Bank of the United States)'이 어떻게 미국 최초의 공황을 야기했는지를 보여주었다. 라스바드의 반-중앙은행 및 친-금본위제 성격은 추후 닉슨 행정부에서 연준의장이 되는 아서 번스(Arthur Burns) 교수를 매우 불쾌하게 했다.

결국 라스바드는 박사학위를 받았고, 그는 뉴욕의 리버테리언 기관인 '볼커 펀드(Volker Fund)'에서 글을 쓰는 일을 시작했다. 위대한 스승 미제스처럼, 라스바드의 견해는 그가 미국의 주요 대학에서 교수직을 얻을 수 없게 만들었다. 최종적으로 그는 경제학 학위를 수여하지 않는 공업 전문대학인 브루클린 폴리테크닉에 취직했으며, 그가 속한 교양학부는 케인스주의자와 마르크스주의자로 구성된 상황이었다.

1986년까지 그는 어둡고 칙칙한 지하 사무실에서 근무했는데, 마침내 자유시장 사업가인 S.J. 홀(S.J. Hall)의 도움 덕에 라스베가스 네바다 대학교의 석좌교수로 임명되었다.

그러나 라스바드의 부족한 학문적 명성이, 그가 선대의 윌리엄 허트, 핸리 해즐릿, 그리고 미제스 이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그는 학자, 학생, 그리고 일반 대중에게 광범위하게 도달했다. 라스바드는 '인간, 경제, 국가' (1962)', '미국의 대공황' (1963), '권력과 시장' (1970), '새로운 자유를 위하여' (1973), '자유에서 잉태한' (1966), '자유의 윤리' (1982), 그리고 '은행의 신비' (1983) 등을 포함한 16개 책의 저자이자 수백 편의 혁신적이고 학술적인 논설문의 저자이다.

1930년대 경제 위기에 대한 권위있는 수정주의 역사서 '미국의 대공황'에서, 라스바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유발한 인플레이션이 20년대의 호황과 30년대의 불황을 야기했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이론을 사용한다. 강제적 공장폐쇄, 농업에 대한 간섭, 물가 통제 등의 형태로 후버와 루즈벨트 행정부는 시장에 대해 지속적으로 공격하며 호황시기의 ‘과오투자’(malinvestment)를 청산을 막아 불황을 장기화했다. 이 책은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이론을 학생들에게 가장 명확하고 설득력있게 설명해준다. '1819년의 공황'과 '미국의 대공황'은 모두 카를 멩거의 화폐발전론, 오이겐 폰 뵘-바베르크의 자본론 및 시간선호이론, 그리고 미제스의 방법론과 경기변동이론 등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의 위대한 전통을 반영하는 이론적 도구를 사용한다. 라스바드는 각각 사안에 대한 이론적 문제를 해결했고, 그것들을 하나로 묶어 인간행동학의 설명 모델을 형성했다. 그는 경기변동을 유발하는 중앙은행의 간섭 뿐만 아니라, 중앙은행 없이 100% 지급준비율에 기초한 금본위제의 가능한 사례를 제시하며, 자유방임주의적 주장을 하는 데 성공했다.

라스바드가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을 거장답게 통합한 이후, 경제학자들은 더 이상 침체와 불황을 시장경제의 '필연적인' 부분이라 단언할 수 없게 되었다. 그 대신에, 침체와 불황은 중앙은행이 유발하는 인플레이션과 그에 상응하여 발생하는 이자율의 왜곡, 자본의 과오투자, 저축에 대한 절도, 그리고 가격 상승에 의해 야기되는 것이 분명해졌다. 중앙은행을 오른팔로 삼는 정부야 말로 진정한 경기변동의 원천이다.

라스바드는 여전히 신고전파 산업조직론과 가격이론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하나의 오류, 즉 독점가격과 경쟁가격을 분리시키는 것이 왜 문제가 있는지 지적했다. 이 둘 사이의 구별은 오직 신고전파 가격 모델, 즉 소비자 수요곡선이 비탄력적일 때 기업가가 점점 더 높은 가격을 부과하리라는 가정하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정적인 모델은 역동적인 시장 과정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라스바드에 따르면 자유시장경제에서 가능한 단 한 가지의 가격 종류는 곧 자유시장 가격이다. 따라서 반독점정책의 기반인 신고전파와 케인스주의의 정당성은 라스바드에 의해 파멸된다.

라스바드에 따르면 독점은 존재한다. 그러나, 정부가 일부 기업 혹은 산업에 특권을 부여하며 시장의 진입장벽을 세울 경우에만 존재한다. 진정한 독점은 정부에 의해서만 세워진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우체국이 정부독점임을 인정한다. 그리고 전력회사에 대해서는 애매모호하지만 어느 정도 인정한다. 그리고 거의 모든 사람이 의문을 가지지 않는, 중앙은행 역시 정부독점이다.

1956년에, 라스바드는 효용과 복지 분야에 있어 1870년대 한계 혁명 이후 최초로 가공할 만한 진보를 이룩해냈다. 멩거의 작품을 바탕으로, 라스바드는 효용이 인간행동이 드러내는 개인의 선호를 관찰해야만 파악할 수 있는 것임을 해명했다. 효용은 엄밀히 말하자면 서수적이고 주관적이기 때문에 총합으로 집계될 수 없다. 따라서 총효용은 있을 수 없다. 라스바드의 통찰은, 대부분의 현대적 효용이론과 사회복지론의 기초, 즉 사람들 사이의 주관적인 총효용 비교의 이론적 가능성을 제거한다.

라스바드의 혁신은 순수 경제학 이론으로서의 효용이론과 복지이론을 넘어서, 부의 재분배, 누진세, 국가계획 등 신고전파 후생경제학 모델이 정당화하는 정책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오직 개인이 정부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거래하는 것만이 그들의 주관적인 선호도를 드러낸다. 각 당사자는 교환으로부터 이익을 얻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교환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애초에 교환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하여 라스바드의 추론에 따르면 효용과 복지를 최대화하는 것은 자유시장이다. 반면에 정부간섭은, 사람들로 하여금 간섭이 없었더라면 그들이 하지 않았을 방식으로 행동하기를 강요한다는 점 그 자체 만으로도, 효용과 복지의 감소를 의미한다.

라스바드는 이러한 기초 위에서 엄밀한 재산권 이론과 경제학의 과학적 이론을 통합한다. 오늘날의 시카고학파는 권리, 윤리, 그리고 효용 최적화 수단에 관한 연구를 통해 라스바드와 같은 업적에 도달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그들이 라스바드의 효용이론과 복지이론을 받아들이고, 인간행동학의 순수논리에 기초해 분석을 시도하지 않는 이상, 영원히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라스바드의 위대한 업적 '인간, 경제, 국가'는 경제과학에 대한 엄밀한 방어를 제공한다. 이 책은 경제학의 모든 주제를 총괄하는 일반이론이며, 그러한 부류에 속하는 최후의 '대작(magnum opus)'이다. 라스바드는 최초의 원칙으로부터 출발해 경제학 전체를 연역해낸다. 이는 현대 경제학과 전적으로 달리하는 엄청난 노력이다.

원래 '인간, 경제, 국가'의 일부로 기획되었던 '권력과 시장'은 정부의 강제를 포괄적으로 비판한다. 라스바드는 세모든 종류의 간섭을 세 가지 유용한 범주에 분류한다. 자폐적 간섭, 이항적 간섭, 그리고 삼각적 간섭이다. 자폐적 간섭은 개인이 자신의 인격 혹은 재산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금지한다. 예컨대 살인이나 언론의 자유의 금지를 다른 사람에게만 적용하고 자신에게는 적용하지 않는 것이다. 이항적 간섭은 간섭하는 사람과 간섭 당하는 사람 양쪽에게 모두 적용된다. 소득세 등이 이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삼각적 간섭은 간섭하는 사람이 두 명 이상의 간섭 당하는 사람 사이의 교환을 강제하거나 금지하는 것이다. 물가 통제 등이 이에 해당한다. 라스바드는 모든 가능한 경제적 간섭의 악영향에 대해 세심하게 설명하고, 시장에 대한 도덕적 비난에 반박하며, 모든 유형의 세금에 대한 최초이자 유일한 인간행동학적 비판을 전개하며, 세금이 결코 중립적일 수 없다는 점을 입증한다.

정부통계를 공격하는 데 있어 새로운 장을 연 것 역시 라스바드의 업적이다. 정부는 시장에서 생겨나는 지식을 확보할 여력이 부족하지만, 경제를 계획하기 위해 수백만 개의 통계를 수집해야만 한다. 물론 이는 궁극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라스바드가 가장 혐오하는 정부통계는 정부가 수지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근거로 여겨지는 '무역적자'이다. 우습게도 맨하탄과 브루클린 사이의 무역통계는 기록되지 않는다. 라스바드에 따르면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우리는 브루클린 정치인들이 맨하탄에 대한 위험한 무역적자를 우려하는 외침을 듣게 될 것이다."

'국민총생산(GNP)' 역시 라스바드가 매우 반대하는 통계이다. GNP는 복지 지출을 비롯하여 모든 정부의 지출을 '생산성'으로 간주한다. 반면 라스바드의 대안인 '민간생산잔존(Private Product Remaining, PPR)'은 정부지출을 배제하여 경제구도를 훨씬 더 명확하게 반영한다. 라스바드는 조셉 샐러뇨(Joseph Salerno) 교수와 함께 이론적 일관성이 결여된 중앙은행의 통화공급 통계의 대안으로서 오스트트리아학파 모델을 구성했다. 라스바드는 뛰어난 경제학자일 뿐만 아니라 정치사의 달인이기도 했다. 그의 4권 분량의 미국 식민지 시대 역사서인 '자유에서 잉태한'에서 그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또 '자유의 윤리'에서 입증된 바 처럼, 라스바드는 개인주의 전통의 위대한 철학자이다. 그의 현재 프로젝트는 고대 그리스로부터 시작해 지금까지에 이르는 경제사상의 거대한 역사를 오스트리아학파의 시각에서 재해석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장을 고려할 때, 이것은 경제사상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연구가 될 것이다. [역주: 라스바드는 끝내 이 책을 완성하지 못하고 서거했다.]

라스바드는 매우 독특한 힘을 가진 작가이다. 그의 서술은 정말로 빛이 난다. 미제스와 마찬가지로, 라스바드는 자유사회에 대한 그의 전망으로 수 백만 명의 사람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 워싱턴 정치계와 마찬가지로 유행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학문세계에서, 라스바드는 순수한 미제스주의의 횃불을 높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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