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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교정책의 경제학적 실패

해외 칼럼
정치·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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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0-01-14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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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k Cooper

(조지메이슨 대학교 경제학 박사 과정, 2019년 미제스 연구소 연구원)

주제 : #전쟁과_외교정책

원문 : The Broken Windows of America’s Foreign Policy
번역 : 김경훈 연구원



우리는 점점 더 서로 연결되어 가는 세계에 살고 있다. 사건들을 관찰함에 있어 우리는 종종 무관한 듯한 원인에 영향을 받은 결과를 보곤 한다. 프레데릭 바스티아의 '깨진 유리창 오류' 우화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효과' 라는 경제학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가게 주인의 창문을 깬 아이와 그것을 고치기 위해 고용된 수리공의 예시를 보여준다. 여기서 '보이는 효과'는 가게 주인으로부터 수리공에게 6프랑이 이전된 것이다. 만약 가게 주인이 창문을 수리할 필요가 없었다면, 그는 그 6프랑을 가지고 다른 무언가를 했을 것이다. 이런 '보이지 않는 효과'를 고려한다면, 우리는 창문을 깨고 수리공이 6프랑을 얻은 것이 경제를 순환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사회 전체에서 창문 하나는 더 없앨 뿐이기 때문에 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처럼 보다 생산적이라 여겨지는 하나의 목표를 추구하는 데 소모되는 시간과 비용을 개념화한 것이 바로 '기회비용'이다. 바스티아의 우화를 널리 알린 헨리 해즐릿은, 그의 저서 '경제학의 교훈'에서 이것이 바로 모든 경제학에 있어 가장 중요한 교훈이나 기본개념이라 말한다.

이 아이디어는 외교정책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할 때에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정치적 담론은 보통 보이지 않는 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즉 겉으로 보기에는 무관한 문제들이 실제로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우리는 따지지 않으며, 반면 특정 이슈의 세부적인 사항에만 매우 협소하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다분하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허공에서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많은 문제는 다른 사안들과 간접적이면서도 중대한 연관성을 가진다. 예컨대, 마약과의 전쟁이 어떻게 불법이민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매우 쉽게 알 수 있는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멕시코 카르텔이 미국이 보호하는 영역에서 양귀비를 재배하는 아프간 농부들로부터 마약을 사들인다는 점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여러 분석가들은 아프가니스탄이 미국 침공 이후 마약재배국가로 성장했다고 말한다.)

우리가 이러한 연관성의 계보를 추적하고, 한 문제를 개선 혹은 악화시킴으로써 다른 문제가 어떤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표면 아래에 숨어 있는 '보이지 않는 것'을 관찰하고자 노력해야만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보다 절제된 외교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국내의 경제상황을 개선하는 동시에, 해외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의 원인을 제거하는 일환으로 여겨질 수 있다.

'외교정책 지도층의 정식 구성원'을 자처하는 기득권 인사인 리처드 하스(Richard Haass) 대외관계협의회 [역주: 비정부단체] 의장 같은 일부 인사 역시 이러한 입장에 동의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저서 'Foreign Polciy Begins at Home'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외교정책 논의에 참여하는 양당의 많은 정치인들은, 군사력의 한계, 추상적인 국제적 이상을 넘어서는 지역적 현실의 경향을 보여준 베트남전의 교훈, 그리고 존 퀸시 애덤스 행정부의 명령("미국은 파괴할 괴물을 찾아 외국으로 나서지 않는다.")를 잊어버린 듯 하다. 베트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2009년에 마주하고 있는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 역시 필연적으로 해야할 일이 아니었고, 더 중요한 점은, 정당한 개전 사유가 있는 전쟁도 아니었다.

그는 계속 다음과 같이 말한다.

미국은 세계에서 무엇을 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 선택하는 데 있어 훨씬 더 식견있는 모습을 보야야만 한다 … 단순히 가용가능한 자원에 한계가 있기 대문에 우선순위를 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아니다. 자신의 영향력이 가지는 한계를 인식해야만 한다. 미국이 해외에서 성취하고자 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인들은 바람직한 것과 중요한 것만을 구별하는 것을 넘어서, 실현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도 구별해야만 한다. 지난 20년 동안, 중동의 많은 부분을 재구성하는 데 소비된 미국의 외교정책은 정말로 지나쳤다.

하스가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논지는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개념 '지식의 가식'을 전제하고 있다. 이 개념은 하이에크의 197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강연 제목에서 따온 것인데, '사회를 성공적으로 설계하고자 하는, 그러나 누구나 충분히 떠올릴 수 있는 [역주: 얕은 식견의] 생각'이라 말할 수 있다.

즉, 그 누구도 사담 후세인이나 무아마르 카다피 같은 통치자가 지배하는 잔혹한 독재정권이 바람직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살인자였고 그 정권은 전쟁범죄자 집단에 불과했다. 그러나, 바로 이 독재정권을 서구세계가 오랜 시간 지지해왔으며, 그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행한 서구의 군사간섭은 오히려 중동에 더 많은 문제를 일으켰을 뿐이다. 드론 공격을 비롯한 새로운 전술의 부상은, 우리가 죽인 테러리스트보다 더 많은 테러리스트들이 새로 생겨났음을 보여주고 있다. 분명 서구세계의 간섭이 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발생시켰기 때문이다. 시라아 내전이 거대하고 잔혹한 참상으로 변모한 원인, 그리고 지하디스트들이 유럽에 자행한 최근의 테러의 원인 모두 간섭주의 정책이다.

미국처럼 강력한 나라라고 한들, 그 어떤 나라도 중동을 비롯해 해외의 어떤 지역에서도 거대한 계획을 성공적으로 꾸려나갈 수 없다는 점은 명백해졌다. 그러한 야망은 애초에 가식적이었고, 피할 수 없는 실패가 예정된 것에 불과했다. 게다가, 우리 미국인 조차 미국 정부에 맞서 우리의 시민적, 경제적 자유를 이 나라에서 유지할 수 없는데, 자국민에게도 그렇게 못하는 정부가 유목민족, 호전적인 부족, 테러단체, 그리고 (서구와 동구의 지원을 동시에 받는) 제정일치 독재정권으로 가득한 해외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고전적 자유주의 질서를 자리잡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할 근거는 전무하다.

우리의 외교정책이 사명으로 한 임무에서 어떻게 실패했는지를 넘어서, 기회비용이라는 '보이지 않는' 개념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대외정책의 '보여지는' 효과를 좀 더 살펴보자. 국방부와 기타 국방관련부서에 투입되는 연간 연방예산은 9890억 달러에 육박한다. 해외에는 800개 이상의 미군 군사기지가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의 정보기관들이 많은 일을 비밀리에 수행한다는 점에서 이 수치는 매우 과소평과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CIA의 예산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보다 많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들은 여러 비밀 자산을 소유하고 있으며, 미국의 총 정보기관은 16개로 추산된다. 참전용사 지원수당과 국가기밀로 보호되는 정보기관 지출비용 등의 현재 가치를 추론한다면, 실제 연간 국방예산은 1조 달러 이상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이 수치의 액면가를 보기만 해도, 여기에 엄청난 기회비용의 낭비가 있음을 간파할 수 있다.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징병제에 반대하며 징병제가 '암시된 세금'을 숨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징병되는 모든 사람이 민간경제에서 담당했을 수도 있는 생산성이 사라지는 기회비용의 낭비가 있다는 논리이다. 미군이 더 이상 징병제로 유지되지는 않지만, 유사한 기회비용 낭비가 여전히 잔존한다. 정부는 오직 직접 과세하거나,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방안으로 민간 영역에 세금을 부과해야만 예산을 편성할 수 있기 때문에, 국방에 1조 달러가 넘는 돈을 쓴다는 것은, 민간 부분에서 쓸 수 있었던 1조 달러가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즉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깨진 유리창'의 반영이다. 이점이 하스 의장의 논리를 설득력있게 한다.

물론 그 누구도 국방비 지출을 0 으로 줄여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심지어 아나코-캐피탈리스트 사회에서도 국방분야에 대한 총 민간 지출은 0 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지금 우리의 국방정책은 수 많은 역효과를 내고 있으며, 낭비적이고 파괴적이다. 절제된 외교정책을 수립한다면, 납세자들의 세금 부담의 실질적으로 감소하는 것과 더불어, 국방에 소모되는 자원이 훨씬 더 생산적인 민간부분에 배치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만으로도 상당한 금전적 이익이 예상되지만, 보다 중요한 점은 다른 점에 있다. 부상을 입고 귀국하는 미군의 수가 더 적어질 것이고, 죽는 외국의 민간인 역시 더 적어질 것이다. 사실, 인간의 생명과 비교하면 전쟁 비용은 아무 것도 아니다.

양당이 모두 지지하는 미국의 무모한 외교정책은, 그것이 해결한 것보다 더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우리가 외교정책에 얼마나 많은 돈을 쓰고 있는지는 매우 쉽게 알 수 있는 '보이는' 문제이다. 여기에 더해, 만약 미국이 해외에서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다면, 그 모든 자원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의 '보이지 않는' 문제 역시 좀 어렵긴 하지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바스티아의 교훈을 받아들여 외교정책에 대한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꾸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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