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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오스트리아학파가 재화와 서비스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는가

해외 칼럼
경제학
작성자
작성일
2020-01-16 17:49
조회
897

Per Bylund

(미제스 연구소 연구원, 오클라호마 주립 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주제 : #오스트리아학파개요

원문 : Why Austrian School Economists Have a Better Understanding of Goods and Services
번역 : 김경훈 연구원



경제학에서 '재화(good)' 라는 개념에는 많은 혼란이 있다.

간단하고 쉬운 방법은 재화를 '상품(product)' 혹은 서비스로 여기는 것이지만, 이는 경제적 현실을 제대로 포착하는 것이 아닐 뿐더러, 논리적인 실수와 명백한 오류를 유도한다. 경제학은 보통 물리적 현실에 관한 것이 아니며, 인간의 욕구라는 관점에서 물리적 현실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다루는 학문이다.

즉 '그것(thing)'이 '그것(thing)'이라는 점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점은 그 무언가가 가치있는 목적을 위해 사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사용이 경제적으로 타당한지를 따지는 것이다. 재화를 재화로 만드는 것은 물리적 특성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 가치있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에 재화로서의 가치를 가진다.

희소하지 않고, 그래서 절약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재화로 간주되지 않는 것은 많이 있다. 정제기술과 내연기관의 혁신이 있기 전에 석유는 전혀 쓸모없는 것이었다. 그러한 혁신 이후에는 확실히 재화가 되었지만, 그 이전에도 물리적 현실에서 존재했고, 물리적 특성은 다를 바가 없었다.

이 점을 주목하는 것은, 경제와 사회를 이해하는 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근본적으로 중요하다.

오스트리아학파가 아닌 경제학자들은 이 점을 신중하게 다루지 않기 때문에 실수를 저지르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소위 '기펜재(Giffen goods)'와 '베블런재(Veblen goods)'가 그러한 실수에 해당한다. 이 재화 개념들은 수요의 법칙을 반증하거나, 적어도 그것과 모순된다고 추정된다.

기펜재는 가격이 더 오를 때 더 많이 소비되는 재화이다.

베블런재는 기본적으로 기펜재와 같지만 주로 명품에 대해 다룬다.

이 개념들은 많은 문제를 제기하는 흥미로운 예시를 포함한다. 그러나 이 개념들이 일반적인 경제학과 모순된다고 말하는 것은 그저 잘못된 이해에 불과하다. 수요의 법칙에 예외란 없으며, 기팬제와 베블런재라 불리는 재화들도 마찬가지이다. 재화가 재화인 이유가 그것이 어떤 목적을 달성하는 데 가치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라면, 재화의 정의는 물리적 구성요소가 아니라 사용가치에 있다는 점에 주목해보자.

자동차를 그냥 자동차라고 생각하기는 쉽다. 그런데 우리는 바퀴가 네 개 달렸고 엔진이 탑재된 강철 상자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제공하는 서비스, 즉 교통수단, 자유, 사회적 지위 등 어떤 다른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소가 우리가 자동차를 원하게 하는 사용가치이며, 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또 우리가 자동차라고 부르는 것이 언제나 같은 재화일 필요도 없다. 사람들은 매우 다른 이유와 목적으로 포드와 람보르기니를 구매한다. 그것들이 같은 재화인가? 둘 다 확실히 '자동차'에 해당하지만, 람보르기니 구매자들 중 몇몇은 같은 액수의 돈을 주고 여러 대의 포드차를 사는 것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람보르기니에서 포드와는 다른 사용가치를 느끼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서로 다른 재화이다.

동일한 물리적 재화가 다른 가격으로 판매되는 경우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격이 오를 때 사람들이 더 많이 소비한다는 베블런재는 사실 주류경제학의 주장과 달리 모순이 아니다. 만약 그 물리적 성격을 철저히 논외로 친다면 말이다. 어떤 시장에서든, 일반 제품보다 프리미엄 제품이 더 높은 수요를 가지는 경우는 가능하다.

애플의 제품은 좋은 예시가 된다. 많은 사람이 다소 터무니 없는 가격에 아이폰을 구입하는 이유가 아이폰의 기술적 능력 때문이라 가정할 이유는 거의 없다.

우리가 더 많은 돈을 기꺼이 지불하며 아이폰을 사는 이유는 (그리고 애플이 매우 비싼 가격에 아이폰을 파는 이유는), 그것이 일반적인 스마트폰이라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비교가능한 다른 제조사의 스마트폰과는 확연이 다른 아이폰만의 강점이다.

많은 소비자가 아이폰이 기술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거의 동등한 다른 스마트폰과는 차원을 달리한다고 여기기 때문에 더 높은 가격을 아이폰에 지불할 용의가 있다. 소비자의 마음 속에서 아이폰의 소유는 여타 스마트폰의 소유와 비교할 수 없는 다른 사용가치를 가진다.

애플이 가격을 낮춘다고 해도 같은 상황이 유지될까? 그렇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아이폰은 기술 때문이 아니라 프리미엄 제품이기 때문에 스마트폰의 '황금 표준'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애플은 더 낮은 가격을 책정하며 프리미엄 브랜드를 유지할 수 없다. 높은 가격조차 재화가치의 일부분이다!

만약 아이폰 11이 500달러에 팔린다면, 그것의 '프리미엄'은 곧 사라지고 애플은 시장 점유율을 잃을 것이다. 이것이 베블런재의 작동 원리이다. 프리미엄, 고급스러움, 그리고 귀중함을 소비자가 매우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이런 상황은 가능하다. 그러나 이에 해당하는 '품질'이 없다면, 소비자들은 같은 물리적 특성을 가진다 한들 그것을 다른 상품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런 상황은 우리가 표준적인 경제학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역설이나 흥미로운 주제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이론에서 이탈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그저 흥미롭다고만 여기게 되는 것이다.

기펜재와 베블런재가 기이하고 수요의 법칙에 모순되는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우리가 재화를 다룰 때 경제적 성격이 아니라 물리적 제품에만 주목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태도는 분명 기술, 공학, 물리학의 영역에서는 유효하지만 경제학에서는 적절하지 않다.

우리가 기팬제와 베블런재와 같은 사례가 경제학에서 설명되는 재화가 아니라고 이해했기 때문에, 결코 검증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수요의 법칙에 실험을 적용하는 촌극을 벌이고 있다.

무엇이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주는가를 오해하는 경제학 이론을 형편없이 응용한 결과, 우리가 목도한 것은 수요의 법칙을 거스르는 기펜재와 베블런재가 아니다. 분명 전문가여야할 경제학자들이 경제적 재화라는 아주 근본적인 개념 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참혹한 현실을 우리는 목도한다.

예컨대, '애완돌' [역주: Pet Rock, 애완용으로 키우는 돌] 은 돌이기 때문에 재화가 된 것이 아니라, '장난으로서의 애완동물(pet-as-a-joke)'이라는 점에서 소비자에게 재화로 간주되고 시장에서 자리잡았다. 그 누구도 애완돌이 다른 돌과 같지만 우상향 하는 수요곡선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기펜재를 주장하는 주류경제학자들은 고급 자동차에 이와 같은 논리를 적용한다.

그야 말로 형편없는 경제학이다.

경제학자들은 계속해서 스스로를 속이고 실수를 반복하는 점에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태그 : #다른경제학파 #주류경제학비판 #가치와_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