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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공개념은 실패한 정책

국내 칼럼
경제학
작성자
작성일
2020-01-20 14:18
조회
1134

전용덕
*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 경제학 박사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사유재산

2003년 10월 17일 문화일보에 기고된 글 입니다.


최근 정부는 종합적인 부동산 대책의 하나로 '토지(주택)공개념 제도'(정부의 정책에는 주택공개념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 같다)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음을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은 13일 국회에서 행한 시정연설에서 토지의 공공재적 성격을 설명함으로써 그 제도가 이론적으로 타당한 것임을 국민에게 역설했다. 노대통령은 "토지는 국민 생활과 기업 경영의 필수적인 요소인데 비해 확대재생산이 불가능하다"며 "일반상품과 달리 취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재가 무엇이고 부동산이 과연 공공재인가 하는 질문은 전문가에게도 어려운 것임에 틀림없다. 그것을 잘 알지 못하더라도 노 대통령의 부동산에 대한 언급이 설득력이 없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총면적은 약 300억평이다. 이 가운데 택지와 업무 용지 등, 도시 용도의 땅으로 사용하고 있는 면적은 약 15억 평으로 총면적의 5%쯤 된다. 이 점은 농지나 임야를 조금 줄이는 대신에 택지는 크게 늘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 토지는 2차원이지만, 인간에 필요한 주택·공장·오피스 등은 모두 3차원이다. 이 점은 주택 등에 가해진 각종 규제를 철폐 또는 완화하면 이용할 수 있는 양이 거의 무제한적임을 의미한다. 즉, 부동산도 다른 재화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80년대 말의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하여, 정부가 토지공개념을 도입하고 부동산의 대폭적인 공급의 증가로 부동산 가격 하락을 유도했다고 흔히 주장한다. 이 때의 경험이 아마도 최근의 정부의 부동산 정책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부동산 공급의 증가가 부동산 가격의 하락을 초래했다는 주장은 정곡을 찌른 것이다. 그러나 토지공개념이 부동산 가격의 하락에 기여했다는 주장은 틀린 것이다.

경제원리에 따르면, 비용이 공급에 추가되면 해당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은 상승하고 수급량은 감소한다. 토지공개념은 부동산의 공급에 비용을 추가하는 제도나 세금의 일종이다. 당연히 토지공개념은 부동산의 가격을 상승케 하고 수급량을 감소케 한다. 다른 말로하면, 토지공개념은 부동산에 있어서 자본주의를 부정하고 부분적이지만 사회주의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사회주의는 이론적으로 성립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실패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므로 토지공개념은 1980년대 말의 부동산의 공급 비용을 끌어올려 토지나 주택의 가격을 상승하게 만들었다. 그에 따라 부동산의 수급은 감소했다.

정부의 두 가지 정책은 부동산의 가격과 수급에 서로 상반되는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80년대 말과 90년대 초의 부동산 가격 하락은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만약 토지공개념이 도입되지 않았더라면 부동산 공급 확대로 가격은 더 떨어졌을 것이고 수급은 더 늘었을 것이다. 즉, 토지공개념 제도가 부동산 공급 증가 효과의 일부를 날려 버린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정부가 공개념이라는 바구니에 무엇을 담든지 그것은 부동산 시장을 개선하기보다는 개악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낮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다. 예외적으로 과거 일부 기간에는 인플레이션이 매우 높았던 때도 있었다. 부동산 시장은 다른 재화보다도 신용수단(화폐) 팽창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인플레이션으로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면 가치 보전이 가능한 재화인 부동산 등을 찾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부동산과 신용수단간의 관계가 불연속적이기 때문에 인과관계는 존재하지만 규명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자율이 낮게 규제되면 사람들은 생산행위보다는 부동산을 사는 것과 같은 소비행위에 치중한다. 제도권 금융기관의 이자율은 중앙은행 제도와 연결되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이자율보다 매우 낮은 것처럼 보인다. 한 마디로, 부동산 시장을 말할 때 화폐와 금융을 함께 고려하지 않는 것은 동전의 한 면만 보는 것과 같다.

외환 위기로 많은 건설회사가 도산했거나 기업개선 작업에 들어감으로써 부동산 공급의 부족을 초래해 왔다. 최근의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지난 몇 년 동안의 공급 부족에도 크게 기인한다. 주택의 공급부족, 학군에 의한 특수, 신용수단의 팽창과 저이자율 등은 가격 상승의 기대를 만들어내고 기대가 자가(自家) 수정(修正)될 때까지 투기를 가열해 왔다.

잘못된 정책이 미칠 폐해는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토지공개념은 그러한 잘못된 정책의 대표적인 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