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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von Mi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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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수출주도·소득주도 경제성장은 실패했다

해외 칼럼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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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0-02-0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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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7

Mihai Macovei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경제분석가, 미제스 연구소 루마니아 연구원)

주제 : #한국사

원문 : South Korea’s Neo-Mercantilist Growth Engine Has Stalled
번역 : 김경훈 연구원

자본 축적과 생산성 증가는 자유시장 투자의 결과이며, 정부지출의 결과가 아니다. 이 점은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이 밝혀낸 사실 중 하나이다. 머레이 라스바드에 따르면, 자유시장만이 생산 요소의 효율적인 배분을 보장하며, 정부의 투자는 "과오투자를 창출하거나, 전혀 투자라 말할 수 없고 그저 자산을 낭비할 뿐" 이다. 또 루트비히 폰 미제스는 시장에서의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 곧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덜 원하는 방향으로 생산을 이전시키는 것이며, 결국 노동생산성과 생활수준의 하락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의 경제성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이러한 이론이 필요하다. 한국은 국가 주도의 수출지향적 산업화를 통해서 경제를 성장시켰으나, 마침내 그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사료된다.

한국 경제성장의 밝은 측면

1960년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한국은 중간국 함정에 빠지지 않고 선진국 경제로 성장할 수 있었다. PPP(구매력평가지수) 기준 한국의 1인당 GDP는 OECD 평균에 거의 근접한다. (그래프 1) 또 1990년대 중반까지, 한국은 수십년 동안 연간 7~10%의 급격한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이 성장은 매우 높은 투자율에 의해 촉진되었다. 한국의 투자율은 1990년에 역대 최고수치인 GDP 대비 40%를 기록하였으며, 그 이후에도 평균적으로 GDP의 32% 를 차지하는 투자율을 보이고 있다. (그래프 2)

한국이 2017년 기준 세계 5위의 공산품 수출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중대한 원인은 급속한 산업화와 '글로벌 가치사슬(the global value chains)'로의 긴밀한 통합에 있었다. 이러한 눈부신 성공 뒤에 적극적인 국가적 산업정책이 있었다는 점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보조금, 무역 및 투자 장벽 통해 정부가 삼성, 현대, LG, 기아, (지금은 파산한) 대우 등 소위 '재벌'로 알려진 일련의 대기업을 지원함으로써 그들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라이언 맥마켄(Ryan McMaken)이 지적한 바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정부-기업 '협력'의 이면에는, 한국인들이 놓친 수 많은 '보이지 않는' 경제적 기회 역시 존재했었다. 다르게 말하자면, 중앙집권적 의사결정과 정부의 대기업 편애 에는 언제나 대가가 따른다.

한국 경제성장의 어두운 측면 1 : 생산성과 소비의 감소, 성장의 둔화

경제성장은 대체로 국가가 부유해질 때 둔화된다. 그러나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1980년대와 1990년대 까지만 해도 약 7-8%에 머물렀으나, 현재 3% 이하로 매우 갑작스럽게 하락했다. '잠재적 산출(potential output)' 역시, 매우 높은 투자율에도 불구하고 자본 축적 및 '총요소 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의 둔화로 인해 폭락하고 말았다.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매우 빠른 GDP 성장률에 비해 노동생산성은 현저히 뒤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2018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실질 GDP 는 OECD 국가 상위 절반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낮았고, 노동생산성 역시 46% 가량 낮았다. (그래프 3) 이러한 격차는 더 많은 근로시간에 의해 메꿔진다. 한국인들은 OECD 평균보다 15%, EU 평균보다 30% 더 많이 일한다.

보다 많은 근로 시간의 대가로, 한국인들은 GDP 수준 대비 낮은 임금과 민간 소비에 머무르고 있다. 1990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의 PPP 기준 1인당 GDP는 OECD 평균의 43% 수준에서 94% 수준으로 두 배 이상 성장했지만, PPP 기준 평균 임금은 OECD 평균의 59% 수준에서 85% 수준으로 훨씬 느리게 성장하였다. 이는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약화되고 있는 점과 일치하며, 국가가 부여한 재벌기업의 독점력, 매우 경직된 노동시장, 그리고 고용안정을 대가로 임금성장을 침체시키는 비효율적인 임금 모델을 반영한 결과이다. 국내총생산에서 '노동 급료(labor compensation)'의 비율은 53% 수준으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에 속한다. 마찬가지로, 가계의 '순 가처분 소득(net disposable income)'은 꾸준히 감소해왔으며, 2018년 기준 GDP의 약 50% 였다. 같은 시기 미국과 유럽은 각각 GDP의 약 75%, 60% 에 달했다.

임금이 매우 압박받는 것 외에도, 높은 수입 관세와 제한되는 국내 기업간의 경쟁 탓에 민간소비가 타격을 받는다. 2018년 기준 한국의 국내소비는 GDP의 48% 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프 4) 가계소득이 GDP 성장률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소비와 주택 매입은 갈수록 신용대출에 의존하고 있다. 가계부채는 2019년 기준 GDP의 92% 에 육박하며, 이는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 경제성장의 어두운 측면 2 : 비효율적인 자원분배

주류경제학 성장이론에 따르면, 한국은 투자율이 매우 높고, 근무시간이 극도로 길며, 연구개발(R&D) 투자가 최고수준 (2017년 기준 GDP의 4.6%) 이므로, 여전히 고도로 성장하는 모범적인 국가여야만 한다. 분명 한국은 자본과 노동의 양적인 활용에서는 뛰어나다. 그러나 주어진 자원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는 효율적이라 보기 어려우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제공하기에 충분하지 못하다. 오직 자유시장만이 생산요소를 가장 생산적인 용도에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라. 불행하게도, 한국의 경우 노동 및 생산 시장에 대한 규제가 매우 심각하여 자원분배의 최적화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생산시장 내에서의 경쟁의 제한, 그리고 경쟁의 승자를 정부가 선택하는 것이 한국 경제성장 정책의 본질적 특징이었다. 한국정부의 보호주의는 무역과 투자에 있어 거대한 장벽을 세웠고, 국내 기업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였다. 2019년 기준, 한국은 세계 경쟁력 지수에서 141개국 중 13위를 기록하여 우수한 모습을 보였지만, 대조적으로 관세 개방도에서는 91위, 비관세 장벽에서는 70위에 머물렀다. 마찬가지로, 2018년 기준 국내 외국인 직접 투자(FDI)의 지분에 있어 EU는 GDP의 55%, 미국은 GDP의 36%를 기록했으나, 한국은 14%에 불과했다. 반면 한국은 FDI의 순수출국이라 할 만한데, 국외 FDI 수치가 무려 GDP의 22%에 달했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에 대한 예산 보조금은 OECD 평균의 거의 두 배 수준이다.

특히 1997년의 외환위기 이후, 지나치게 확대된 재벌체제의 비효율성이 너무 명백해지자, 정부는 중소기업에 비해 대기업이 경쟁할 수 있는 분야를 축소함으로써 기업간 수준을 평준화하는 정책을 수립하였다. 기득권 재벌에 의해 시장 자유화가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정부의 지원은 대신 중소기업을 주된 타겟으로 설정한 것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 및 기타 재정 보조금 지원, 낮은 세금 혜택, 공공사업 조달에 대한 특혜 부여, 특정 사업영역에 대한 독점적 특권 등의 방법으로 지원이 행해졌다. 그 결과, 재벌과 중소기업이 활동하는 시장영역은 정부에 의해 서로 구별되고 엄격한 보호를 받게 되었으며, 한국의 생산시장 규제는 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엄격한 수준으로 자리잡았다.

노동시장 규제 역시 매우 경직된 상황이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노동시장이 양극화되어 매우 비효율적으로 변모하였다. 노동시장 유연성, 정리해고 비용, 채용 및 해고의 용이성 등을 기준으로 책정된 2019년 세계경쟁력지수에서 한국은 100위에 불과하였다. 한국 노동시장은 엄청난 규모의 비정규직 비중과 함께 심각하게 분열되어 있는데, 이는 타이트한 규제에 의한 비효용을 상쇄하기 위해서이다. 한국에서 비정규직은 전체 고용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데, OECD 국가 평균은 11%에 불과하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66% 에 미달하는 임금만을 받는다. 대기업은 보수가 좋은 정규직을 보장하지만, 중소기업과 서비스업 분야의 매력 없는 일자리에 비하면 그 수가 턱 없이 부족하며, 중소기업은 언제나 노동력 부족에 시달린다. 이는 교육적 불일치 [역주: 다들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대졸자 비율은 90% 수준이며, 과도한 학력 인플레로 인해 대부분의 대졸자가 중소기업 일자리를 기피하게 되었다.] 와 함께 매우 저조한 청년 고용률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정부 조치가 대개 그렇듯, 한국정부 역시 비효율적인 성장과 소비 침체의 근본적 원인을 해소하기 보다는, 눈에 보이는 증상만 해결하고자 노력했다. 2017년에 새로이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을 재분배하고 소비를 촉진하는 소득주도성장으로의 전환을 선언하였다. 문재인정부는 2018년과 2019년 사이에 최저임금을 30% 대폭 인상했다. 법정근로시간은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했으며, 공공고용을 약 40% 이상 늘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이, 특히 미-중 무역전쟁 이후 외부 수요의 현저한 감소와 함께, 경제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점은 말할 나위도 없다. 고용성장은 제조업과 중소기업의 일자리 감소로 인해 눈에 띄게 둔화되었고, 주로 공공 부분과 상당히 불안정한 시간제 직종에서만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었다. 소득재분배 정책에도 불구하고 민간소비의 증가 역시 2019년에 들어 두드러지게 감소하였다. 외국인 직접투자의 유출과 회사 이전으로 인해 민간투자는 6분기 연속 줄어드는 상황이다.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2017년의 3.2% 에서 2019년의 2% 로 하락했다. 더욱이, 소득주도성장은 엄청난 비용을 소모하였다. 2018년의 예산수지는 GDP 대비 2.6% 의 흑자를 기록했으나, 2020년에는 오히려 1.4% 의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의 발전에 필요한 처방

한국이 지속가능한 잠재적 성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지배적인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를 대상으로 한 정부 보호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고, 생산요소의 효율적인 배분을 자유시장에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 오직 이 방법만이, 진정한 자본 축적과 높은 노동 생산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가격 경쟁력을 저해하지 않는 '시장-설정 임금(market-set wages)'을 가능하게 한다. 생산은 소비를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점을 명심하라.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소비 일정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한국인들에게 더 나은 생활 수준과 노동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다.

한국의 사례는, 정부가 기업에 간섭하는 것이 사람들을 더 가난하고 덜 만족스럽게 만든다는 미제스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충분한 근거이다. 미제스의 말을 빌리자면:

정부가 생산의 한 부분을 촉진할 때, 다른 부분은 반드시 축소된다. 그렇지 않고선 정부는 특정 생산을 장려할 힘이 없다. … 정부는 두 가지 방법으로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 하나는 대놓고 그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종의 위장술인데, 수입 관세를 제정하는 것이다. …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정부의 그런 행동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이 더 높게 평가하는 일부 만족을 포기하게끔 강요하고, 그들이 덜 가치있게 여기는 만족을 선택하도록 한다는 점이다. (인간행동, 원서 p. 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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