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언제나 정부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Liberty is always freedom from the gover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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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 하이에크와 몽펠르랭 소사이어티의 실패 - 보수주의는 경제학이 없다

해외 칼럼
자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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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0-02-1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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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6

Hans-Hermann Hoppe

주제 : #자유주의전략

원문 : The Property And Freedom Society — Reflections After Five Years
번역 : 김경훈 연구원

[1편] '제한된 정부'와 '최소국가'라는 환상
[2편] 정부와 야합하는 '어용 자유주의'
[3편] 자유주의 전략은 반국가주의에 있다
[5편] 보수주의는 일관성이 없다
[6편/完] 자유주의 전략에 필요한 것


나의 두번째 경험은, 1989년에 리버테리언 머레이 라스바드와 보수주의자 토마스 플레밍(Thomas Fleming)이 설립한 '존 랜돌프 클럽(John Randolph Club, JRC)'에 관한 것이다.

이 협회는 애초부터 훨씬 더 내 마음에 들었고, 한동안 나는 존 랜돌프 클럽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나는 라스바드 1995년 서거한 직후 그 협회의 분열, 즉 라스바드주의자들이 존 랜돌프 클럽을 집단으로 탈퇴하는 데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럼에도, 나는 존 랜돌프 클럽의 초기 시절을 즐거운 추억으로 회상한다. 그리고 내 오랜 존 랜돌프 클럽 동료들 중 상당수, 즉 피터 브림로(Peter Brimelow), 토마스 딜로렌조(Tom DiLorenzo), 폴 고트프리드(Paul Gottfried), 월터 블락(Walter Block), 저스틴 레이먼도(Justin Raimondo), 유리 말체프(Yuri Maltsev), 그리고 데이비드 고든(David Gordon) 등이 이곳 터키 보드룸에서 열리는 재산과 자유 협회에 참석한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추가적으로 나의 친구 조 소브런(Joe Sobran) 역시 언급할 필요가 있다. 그는 우리의 개회식에 참석하고 싶어했으나, 건강이 좋지 못해 그러지 못했다.

'국제적인' 몽펠르랭 소사이어티와는 대조적으로, 존 랜돌프 클럽은 '미국의' 협회였다. 그러나 이것은 존 랜돌프 클럽이 더 지엽적임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반대로 존 랜돌프 클럽은 수 많은 '외국인' 회원들이 소속되었다. 몽펠르랭 소사이어티가 전문적인 경제학자들에게 지배당하는 것과 달리, 존 랜돌프 클럽은 지적인 관심에 있어 훨씬 더 광범위한 학제간 범주를 포괄했다.

평균적으로, 존 랜돌프 클럽 회원들의 외국어 구사능력은 몽펠르랭 소사이어티의 그것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이었다. 몽펠르랭 소사이어티는 표면적으로는 다문화, 평등주의, 비차별주의를 표방했지만, 그 곳에서 허용된 것과 금지된 것의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고 편협했다. 반면에, 존 랜돌프 클럽은 표면적으로 부르주아적이고, 반평등적이며, 차별적이라고 여겨졌지만, 동시에 어떤 지적인 금기도 없는, 훨씬 더 개방적이고 관대한 협회였다.

게다가 몽펠르랭 소사이어티의 모임은 규모가 크고 인간미가 없었다. 500명 이상의 사람이 참석했기 때문이다. 반면 존 랜돌프 클럽의 모임은 대체로 150명을 넘지 못했고, 구성원의 관계는 매우 친밀했다.

나는 존 랜돌프 클럽의 이런 모든 면이 마음에 들었다. (존 랜돌프 클럽의 모임장소는 보통 주요 도시 외곽의 비즈니스 호텔이었다. 장소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아마 몽펠르랭 소사이어티가 비싼 비용에도 불구하고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존 랜돌프 클럽의 모든 것이 나와 잘 맞지는 않았고, 그 협회 역시 나에게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에 대한 몇 가지 교훈을 가르쳐 주었다.

라스바드가 서거한 직후, 존 랜돌프 클럽이 해체된 점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는 개인적인 이유이다. 대표 톰 플레밍은 인간관계에 있어 매우 어려운 사람이었다. 그를 상대해 온 모든 사람이 이 점을 증언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 이유는 조직적 다툼에 있었다. 존 랜돌프 클럽의 연례 모임은, 머레이 라스바드와 그의 추종자를 대표하는 '리버테리언 연구센터(the Center for Libertarian Studies)'와, 톰 플레밍과 그의 추종자를 대표하는 '록포드 연구소(the Rockford Institute)'가 번갈아가며 개최했다. 이러한 합의는 불가피하게 무임승차 혐의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 두 이유가 근본적인 원인이라 보긴 어렵다.

존 랜돌프 클럽은 뚜렷하게 다른 두 지식인 집단의 연합체였다. 라스바드가 이끄는 아나코 캐피탈리스트, 오스트로-리버테리언 집단은, 대부분 경제학자를 비롯해, 철학자, 법학자, 역사학자, 사회학자 등 보다 분석적이고 이론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었다. 나는 이 그룹의 일원이었다. 다른 한 측면은 보수주의 월간지 '크로니클(Chronicles: A Magazine of American Culture)'과 그것의 편집자인 톰 플레밍의 동료들이다. 폴 고트프리드는 이 그룹의 일원이었다. 이 보수주의자들 중에는 어떤 경제학자도 없었으며, 구성원들은 대체로 보다 경험적인 사고방식을 가졌다. 역사학자와 사회학자를 포함하여, 문헌학자, 문학가, 문화비평가 등 문인들로 대부분 구성되었다.

리버테리어니즘이 논리적으로 많은 문화와 양립할 수 있으면서도, 사회학적으로는 보수주의-부르주아 문화를 핵심으로 필요로 한다는 통찰에 입각하여, 리버테리언들은 보수주의자와 협력하기로 결정하였다. 이 결정은 워싱턴 D.C.의 '자유시장' 추종자 카토 연구소로 대표되는 '기득권 리버테리언'과의 단절을 포함했다.

기득권 리버테리어니즘은 이론적으로 잘못되었으며, 중앙집권화된 정부를 제한된 정부로 변모시킨다는 불가능한 목표에 헌신한다. 또 그들은 사회학적인 결함을 가지는데, 반-부르주아적 색채를 띤 소위 '코스모폴리탄' 문화 메세지, 즉 다문화주의, 평등주의, 반권위주의, 그리고 인생을 진지하게 임하지 않는 쾌락주의와 방탕한 삶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기득권에 반대하는 오스트로-리버테리언들은 자유롭고 번영하는 사회의 문화적 요건을 탐구하며 보수주의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자 했다. 그리고 대체로 그렇게 함으로써 보수주의의 교훈을 배울 수 있었다. 적어도, 나는 내가 그랬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보수주의자들, 즉 '고보수주의자(paleo-conservatives)'에게 있어 오스트리아학파와 아나코-캐피탈리스트들과 협력한다는 것은, 미국의 조직적인 보수주의를 지배하게된 네오콘들, 예컨대 워싱턴 D.C.의 '미국기업연구소(the 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혹은 해리티지 재단과의 결별을 의미했다. 고보수주의자들은 네오콘과 목표인 중앙집권화와 '경제적으로 효율적이라 여겨지는' 복지-전쟁 국가에 반대했다. 그것은 사유재산, 가정, 그리고 지역사회라는 전통적인 보수주의 핵심 가치와 양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낙태, 이민, 그리고 정부의 정의와 필요성에 있어 고보수주의자와 리버테리언 사이에 약간의 논쟁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의 차이점은, [역주: 사회적 문제의] 해결책이 중앙집권국가 혹은 UN 등 초국가적 기관 수준에서 시도되어선 안되며, 항상 가장 작은 수준의 사회조직, 즉 가정과 지역사회 수준에서만 시도되어야 한다는 데 합의 할 수 있었다.

고보수주의자들에게 있어, 중앙집권국가로부터 이탈하는 것은 금기가 아니었으며, 오스트로-리버테리언의 분리주의는 자연권(기득권 리버테리언들은 자연권을 매우 금기시함)의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양자간의 협력이 가능했다. 더군다나, 오스트로-리버테리언과의 협력은, 고보수주의자들에게 새로운 지적 무기를 쥐어줄 수 있었다. 적수인 네오콘을 상대하는 데 있어 그들은 경제학적 지식이 미비하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으나, 새롭고 건전한 경제학(오스트리아학파)을 배울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몇몇 주목할 만한 예외 사례를 제외하곤, 고보수주의자들은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리버테리언들은 보수주의의 문화적 교훈을 기꺼이 배우고자 했지만, 보수주의자들은 리버테리언의 경제학을 배우고 싶어하지 않았다. 이것이 리버테리언과 보수주의자의 연합인 존 랜돌프 클럽이 붕괴한 궁극적 이유이다.




태그 : #자유주의일반 #아나코캐피탈리즘 #호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