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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물류업계에 엄습하는 어두운 그림자, 화물안전운임제도

국내 칼럼
경제학
작성자
작성일
2020-04-08 13:12
조회
850

박창수
* 독자 기고

주제 : #관료제와_규제


국토교통부는 화물 운송시장의 저 운임에 따른 과적, 과속, 과로 운행 예방 및 교통안전 확보라는 미명하에 2019년 12월 30일 화물안전운임을 고시하고 올해 1월 화물안전운임제를 즉각적으로 적용 및 시행하였다. 해운물류업계의 혼란을 고려하여 2월까지의 계도 기간을 거친 뒤, 3월부터 시행하였지만 짧은 계도 기간과 부정확한 운영 지침, 높은 운임 측정으로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졸속 법안으로 강행된 화물안전운임제도는 화물연대에서 꾸준히 법제화를 요구해왔던 제도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시 ‘표준운임제 도입(이하 안전운임제)’ 공약에 포함되어 있었다. 제도의 취지는 다단계 구조로 인한 화물노동자(이하 차주)의 낮은 임금과 그로 인한 차주의 취약한 근로환경 개선에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운임을 시장 가격보다 높게 책정하여 일률적으로 공표하고, 이를 위반할 시에 행정 제재를 가한다는 것이 제도의 골자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가격통제로는 운송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더 많은 문제를 초래한다.

잘못된 인식

안전운임제도 시행의 저변에는 차주의 낮은 임금이 운송시장의 하도급적인 계약 관계에 의해 책정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해운물류업계에서 수출기업(이하 화주)과 차주 사이에는 실제로 많은 업체들이 중간단계, 또는 유기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다수 사람들이 이러한 중간단계의 서비스가 불필요하고 폭리를 취하기 때문에 마지막 계약 단계에 있는 차주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며, 안전운임제라는 정부의 가격통제를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사회란 개인이 자발적인 계약을 통해 서로를 위하여 수행하는 서비스의 총합이다. 해운물류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경제주체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서비스 비용을 산정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물류 동향에 대해 조사 및 연구해야 함은 물론, 다른 업체들과 가격 경쟁을 해야 하고,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해야 하며, 미래를 예측하는 등 자신의 행위를 결정하는데 최대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유시장가격이 결정된다. 만약 특정 업체나 업계가 폭리를 취한다면 다른 업체나 업계보다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하락할 것이고, 곧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복잡다단한 해운물류업계에서 중간단계의 서비스를 제외하고는 물류의 흐름이 올바르게 진행될 수 없다. 특정 경제주체가 물류업계의 모든 서비스를 수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사 그것이 가능하다고 하여도 경제적인 측면에서 비용이 너무나 많이 증가하기 때문에 모든 서비스를 수행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써 낭비이다. 따라서 중간서비스 제공자들의 경제행위는 불합리한 것이 아니며, 서비스 제공의 정당한 대가만을 취하고 있다.

차주의 임금이 낮은 실질적인 이유는 화물노동시장의 낮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과도하게 유입된 공급량에 있다. 모든 경제주체는 일정한 기준의 기초 위에서 행동한다. 자유시장에 의해 확립된 가격들과 이자율 등이 그러한 기준들이다. 이러한 신호 또는 정보에 대한 간섭은 끊임없는 조정을 향한 시장의 작동을 파괴하고 손실을 발생시키며,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한다. 바꿔 말하면 안전운임제도는 청산 및 이전되어야 할 화물 노동시장의 과잉공급을 그대로 보호하는 것이며, 다른 부문의 기업과 노동자를 희생하면서 운영 및 유지가 된다.

가격통제의 문제점

안전운임제는 가격하한제도 또는 최저가격제이다.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점에서 형성되어있는 기존 시장가격 이상으로 운임을 높게 측정하고 경제주체들이 이러한 가격으로 계약을 이행하게끔 강제한다는 점에서 최저임금제도와 대동소이하다. 최저가격은 인위적인 공급과잉을 만들어낸다. 처음에는 인위적으로 높은 가격이 이 분야로 자원이 몰려들게 만들지만 동시에 구매자들의 수요를 저해한다. 이러한 가격통제 아래에서는 자원들이 자신과 소비자들에게 이득이 되던 여타 부문에서 이 분야로 이동할 것이고, 해당 분야에서는 과잉공급과 손실이 발생한다.

해운물류업계 전체의 침체가 예상된다. 안전운임제도가 도입됨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은 운송사뿐만이 아니다. 복합운송주선업, 국내외 선박회사, 터미널운영회사, 조선업계, 항만업계, 수출기업은 물론, 심지어 이 제도의 가장 큰 수혜자인 차주들도 부정적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해운물류업계에 예상되는 부정적인 효과는 다음과 같다.

- 복합운송주선업체는 내륙운송 관련 직접이익이 사라지거나 비용부담이 추가될 것이다.

- 내륙운송업체는 기존 화물 차주에게 매출의 평균 6~7%의 업무대행 수수료를 관리비 명목으로 징수하여 운영하였으나, 관리비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함에 따라 직접이익이 사라져 폐업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 국내외 선사들은 평균 70% 정도 증가한 환적화물 비용 및 환적물량 감소에 따른 매출, 이익이 감소할 전망이다.

- 터미널 운영회사들은 약 60만 TEU에 해당하는 환적물량 감소로 인한 상대적 고정 비용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 수출업체들은 기존의 운임보다 너무도 높게 측정된 갑작스러운 운임 증가로 인해 경영난이 심각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 연쇄반응으로 조선업계와 항만 관련 업계도 불황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타까운 것은 해당 법안의 수혜자인 차주들도 피해를 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해당 제도로 인해 화물운송 서비스의 공급이 더욱 과잉됨과 동시에 수요는 줄어들게 된다. 화주들은 비용부담의 증가로 해당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줄이거나 과적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화물량은 줄어들게 될 것이고, 차주들 사이에서도 경쟁은 심화할 것이다. 이로 인해 안전 운행이 제대로 이행될 가능성도 작아진다.

가장 큰 문제점은 차주들을 보호하는 이러한 법안으로 인해 산업의 다른 분야에서 수많은 실업자가 양산된다는 점이다. 모든 경제주체는 자신의 기민한 행동을 통해 사업을 이행한다. 악화된 경영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그들이 할 행동은 비용절감이며,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장의 노동자들을 해고하고자 한다. 가장 먼저 누구를 해고하는가. 미숙련 노동자들이 우선순위에 놓이게 된다. 해당 법안은 도덕적으로도 정의롭지 못하기 때문에 ‘제도적인 약탈’의 성격을 짙게 가지고 있다.

결론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정부의 안전운임제로 인해 운임이 40% 이상 상승한 지역도 대다수이다. 최저가격 통제의 표면적 목표는 내륙운송서비스의 판매자들인 차주들에게 더 높은 가격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효과는 대다수 판매자가 자신의 초과 공급된 잉여분을 전혀 팔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게다가 가격통제는 경제 내에 존재하는 자원과 생산 요소의 생산과 배분을 불가피하게 왜곡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대부분의 소비자 이익을 해치며, 해당 분야에 심각한 경제 침체를 불러오고, 다른 노동자들의 삶을 파괴하는 것이다.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에서 나올 법한 가격통제가 해운물류업계뿐만 아니라 경제 모든 분야에 해악을 끼치고 있는 것은 자명하다. 사회주의 계산논쟁은 이미 과거 시대의 저편에서 종결되었다. 이 논쟁의 결론을 다시 뒤집는다면 우리에게 밝은 미래는 없을 것이다. 가격통제의 악영향은 위에서 언급한 것 외에도 수없이 많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이 스스로 목을 조르고 있다는 점이다. 안전운임제도라는 터무니없는 정부의 간섭을 배제하고 함께 상생할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해운물류업계의 해결 과제가 되어야 한다.




태그 : #한국경제 #경제현안 #가격통제 #노동과_임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