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언제나 정부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Liberty is always freedom from the government.)

-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von Mises)

칼럼 및 번역자료 투고 요령 안내

자유주의자가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해외 칼럼
자유주의
작성자
작성일
2020-04-17 15:17
조회
1690

Robert P. Murphy
* 미제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 뉴욕대 경제학 박사

주제 : #정치비판

원문 : Why I don't Vote (게재일 : 2008년 11월 4일)
번역 : 김경훈 연구원

  •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쓰인 이 글의 일부 인명 혹은 고유명사를 최근 기준으로 바꾸어 번역하였습니다. (ex: 오바마와 매케인을 언급하는 문장을 힐러리와 트럼프로 바꿈.)
  • 같은 저자가 2016년 5월 5일에 미국 대선을 비판하기 위해 쓴 다른 글 Voting “Strategically” Is Nonsense 의 결론 부분을 마지막 단락에 추가하였습니다. (사실상 두 글이 완전히 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음.)

나는 투표를 하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 민주주의는 '혐오스럽고 터무니없는 제도(a repugnant and ridiculous system)'여서 투표할 윤리적 이유가 없다. 그리고, 내 투표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기에 나는 실용적 관점에서도 투표에 관심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왜 도덕적으로 미심쩍은 일을 해야 할까?

아마 당신도 이 글을 읽기 전에 이미 들어본 적이 있을 텐데, 개인의 한 표는 정말 중요하지 않다. 한번 검토해보자. 선거에서 당신의 표에 따라 결과가 갈리기 위해서는 정확히 한 표 차이로 당락 여부가 결정되어야 한다. 만약 승자가 두 표 이상의 차이로 당선되었다면, 당신이 지지 후보를 변경하거나 심지어 아예 투표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견해에 제기될 수 있는 의무론적 반론을 한번 살펴보자.

1. "정말 말도 안되는 주장이다. 투표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라면, 아무도 투표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당신은 유일한 투표자로서 자신을 대통령으로 선출할 수 있다. 그러니 모두가 투표를 해야하며, 경제학적 분석은 정말로 어리석다."

→ 그렇지 않다. 비용/편익 분석을 정확하게 구성하는 한, 아무런 문제도 없다. 내가 나의 한 표가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이유는, 거의 모든 국민이 바보처럼 투표장으로 향할 것임을 사실상 확신하기 때문이다. 내 글을 읽는 사람이 매일 1,000만 명에 이른다면, 아마도 나는 투표율에 대한 기대치를 수정해야 할 것이다.

2. "모두가 이런 이유로 투표를 안한다면?"

→ 모두가 나처럼 생각한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아무도 투표하지 않는다면, 워싱턴 D.C.에 있는 수백 명의 정치인들이 "우리가 사람들을 학살하고 금융가들에게 돈을 줄 수 있도록 당신 수입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라"고 말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칸트의 '황금률(Golden Rule)' [역주: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 을 따르고 싶다면, 즉 다른 모든 사람이 당신처럼 행동하기를 바란다면, 도대체 왜 당신은 '덜 나쁜 악'을 위해 투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그것은 전혀 의미없는 처사이다

도덕적으로 혐오스러운 행동은 오직 실질적인 공리주의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만 정당화된다. 예컨대, '광차 문제(trolley problem)' [역주: 광차가 운행 중 이상이 생겨 제어 불능 상태가 되었다. 이대로는 선로에 서 있는 5명이 치여죽게 된다. 그런데 다행히도 어떤 사람이 전철기의 옆에 있고, 전철기를 돌리면 전차를 다른 선로로 보냄으로써 5명을 살릴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른 선로에 1명이 있어서 그 사람이 치여죽고 만다. 어느 쪽도 대피할 시간은 없다.] 와 같이 공리주의적 이익이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경우에만 참작이 가능하다. 하지만, 당신의 한 표가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 상황에서, 왜 '악을 행할 것이 뻔하지만 그나마 덜 나쁜 악'을 위해 투표해야 하는가? 만약 당신이 트럼프와 힐러리 모두가 나쁜 후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그들에게 투표할 이유가 없다. 트럼프와 힐러리는 99.9999%의 확실성으로 당신의 투표와 상관없이 승리/패배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유당(Libertarian Party)를 위해 투표하는 것은 힐러리에게 투표하는 것이다." 혹은 "내 표가 군소정당에게 가서 사표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따위의 주장도 큰 의미가 없다.

3. "투표하지 않으면 정부에 대해 불평할 권리가 없다."

→ 내가 들어본 모든 주장 중 가장 터무니 없는 것이다. 정부 입성에 대한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우리 모두 정부가 도둑과 거짓말쟁이들에 의해 운영된다는 사실에 동의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들이 어떻게 정부에서 한자리씩 차지하는 것인가? 바로 유권자들이 그들을 뽑아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끔찍한 정치인들에 대한 책임이 실제로 투표한 사람이 아니라 투표하지 않은 사람에게 있다고 주장하는 건가?

4. "우리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당신같은 사람의 무관심 때문이다."

→ 이는 3번 주장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나는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이 명제에 함축된 의미를 보다 구체적으로 음미해보길 권장한다. 이 주장은 실제로 투표하는 사람이 (대체로) 바보 혹은 악한 사람인 반면, 투표하지 않는 사람은 (대체로) 현명하고 선량하기 때문에, 투표하지 않는 사람들이 정치 파탄에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오직 이런 믿음을 가져야만 투표율을 높임으로써 정치가 개선되리라 주장할 수 있다. 투표하지 않는 내 입장에서는 고맙기도 하지만, 이 잘못된 주장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만약 (일부 국가에서처럼) 정부가 사람들에게 투표를 강요한다고 해서, 우리 정치인들이 갑자기 정직하게 변하리라 생각하기는 어렵다.

민주주의가 끔찍한 결과를 낳는 이유는 그것이 혐오스럽고 터무니없는 제도이기 때문이지, 우리가 너무 나태해서 '작동하게' 만들 수 없어서가아니다.

민주주의가 혐오스럽고 터무니없는 제도인 이유

당신이 자동차 브레이크를 고쳐야 하는데, 정비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고 상상해보자. 그 대신, 차량 정비사를 선출하는 선거가 있고, 당신 주변의 이웃들이 당신 차의 정비사를 결정할 투표권을 가진다고 가정하자. 또 그들은 당신이 얼마를 지불해야 하는지도 결정할 수 있으며, 심지어 당신이 차를 고치는 대신 버스를 타는 대안을 금지하고, 자차를 이용한 출퇴근을 강제할 수도 있다. 당신은 이런 제도를 원하는가?

만약 당신이 부모라면 다른 경우를 한번 생각해보자. 당신은 아이의 보모를 선택할 권리가 없고, 대신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보모가 결정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당신은 아이의 보모를 통제할 권리가 없는데, 생면 부지의 남인 보모가 개인적인 의견을 표하면서 마치 당신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잠재적인 보모로 선출될 수 있는 후보자의 수는 제한되어 있으며, 그 후보자 모두가 당신이 원하는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아는 바가 하나도 없다. 보모 후보자들을 유리한 고지에 오르기 위해 경쟁자들에 대해 악담을 퍼붓고 불쾌한 소문을 퍼뜨리며 경쟁한다. 이런 체제가 과연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을까? 아니면, 당신은 자신의 기준에 입각해 아이의 보모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원하는가?

이러한 예시를 통해서, 내가 민주주의를 혐오스럽고 터무니없는 제도라고 말하는 것의 의도를 독자가 정확히 이해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그 외에, 당신은 자동차 브레이크를 고치거나 보모를 고용하는 경우에는 자유가 이상적이고 또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국방이나 법 체계와 같은 분야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는 내가 쓴 '혼돈 이론(Chaos Theory)'를 읽어보기를 권장한다.

결론

결론적으로, 나는 나의 한 표가 결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전무한 상황에서, 재산권을 침해하고 무고한 사람들을 살해할 누군가를 지명하는 것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보기 때문에 투표하지 않는다.

그리고 당신이 급진적인 사람이라면, 나의 모범을 따르는 것을 고려하라. 나는 몇 년 동안 투표하지 않았다. 우리의 정치 제도는 명백히 조작되었으며, 두 주요 정당의 두 후보가 모두 같은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선택의 환상을 갖도록 설계되었다. 군산복합체, 국제금융세력, 신세계 질서(뉴 월드 오더)와 같은 특별한 사안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는 사소한 사안에 대한 대중의 거대한 논쟁을 야기하고, 중대한 문제 (중앙은행과 중동의 미군 등) 는 관심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정기적으로 행해지는 선거의 역할은, 국민들이 사회복지-전쟁광 국가라는 괴물을 지지하는 것 처럼 보이게끔 하는 것이다. 우리 중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조작된 게임에 참여하는 것을 중단한다면, 정부가 '합법적'인 기관이라는 신화는 점점 더 허물어질 것이다.




태그 : #자유주의일반 #자유주의 전략 #정치현안 #정치적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