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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와 정보의 비대칭성: 시장실패의 원인인가, 번영의 원동력인가?

해외 칼럼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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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0-05-06 19:45
조회
2875

Richard M. Ebeling | Mises Institute

Richard M. Ebeling
* 사우스캐롤라이나 군사대학(The Citadel) 윤리 & 기업가정신 석좌교수
* 경제교육재단(FEE) 회장직 역임 (2003-2008)

주제 : #주류경제학비판

원문 : Capitalism and Asymmetric Information (게재일 : 2017년 12월 5일)
번역 : 한창헌 (SFL Korea 회원)

자본주의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상호 발전을 위한 놀라운 제도이다. 하지만, 비판자들은 종종 판매자가 구매자들을 이용해 이득을 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수요자는 공급자가 가진 전문지식을 알지 못하고, 판매하는 상품에 대한 과장된 허위광고에 속아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은 시장 경쟁이 구매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지 않고, 속이지 않음으로써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인센티브와 기회를 창출한다는 점을 놓치고 있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 공동수상자이자 콜롬비아 대학 경제학 교수인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를 비롯한 수많은 경제학자들은 시장 경제가 '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에 내재된 비효율성과 잠재적인 부당함에 의한 문제를 겪는다고 주장한다. 그 이론의 핵심 요소는 시장에서 사고 팔리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개인들이 같은 유형이나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이 모르는 것을 알고있다. 이런 "특권적인" 정보는 누군가가 다른 사람들을 "착취" 할 수 있게 만든다고 그들은 말한다. 예를 들어 생산자나 마케터들은 자기 상품의 '품질(qualities)', '기능(features)', '특성(characteristics)'에 대해 대부분의 구매자들보다 훨씬 더 전문적으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완전 경쟁과 완전한 지식

이러한 사안만 고려한다면, 판매자가 잠재적 구매자에게 상품의 모든 품질, 기능, 특성에 대해 충분히 알리지 않음으로써, 소비자와 판매자가 동등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경우보다 더 많은 수요와 더 높은 가격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잘못된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전형적인 주류 경제학 교과서의 비현실적인 가정, 즉 '완전 경쟁(perfect competition)' 모델을 따른다면 합리적으로 나오는 반응이다.

완전 경쟁 모델에는 크게 두 가지 가정이 있다. 하나는 각 판매자가 특정 시장에서 제공되는 상품의 공급에 있어서 너무 작은 기여자이기 때문에, 판매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없고, 따라서 (한계비용을 한계수익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고 산출량을 조정한 것인) 시장 가격을 '주어진'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객관적인" 시장 조건을 지정하고 그것이 필요하다는 가정이다.  다시 말해, 경제적 분석을 위해서는 모든 시장 참여자가 "완전한" 혹은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수요자는 과도한 가격을 지불하지 않으며 공급자는 너무 적은 이익을 취하지 않는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은 어떤 이익이나 손실도 없는 완전한 장기 균형 상태에 놓여있거나, 그러한 상태로 매우 빠르게 도달하는 과정에 있다. (나의 다른 기사인 자본주의와 독점에 대한 오해 를 참고하라.)

시장은 '분산된 지식(Decentralized Knowledge)'을 통합하고 조정한다

노동의 분업은 지식의 분업을 동반하며, 수요와 공급에 있어 시장 참여자들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오래 전부터 오스트리아학파 전통에 있는 경제학자들은 이를 '시장 과정(market process)' 이론을 통해서 설명해왔다. 특히 1974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A. Hayek, 1899-1992) 가 대표적인 업적을 남겼다.

오스트리아학파는 우리가 이전에는 알지 못했고 상상조차 못했던 것들을 '발견해나가는 과정(discovery procedure)'으로써 경쟁의 역할을 강조해왔다. 시장 경쟁에서, 기업가는 끊임없이 기민하게 움직일 인센티브를 가진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고 놓쳐버린 이윤의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다.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거나 널리 받아들여지지 못했던 것들이 기업가를 매개로 하여 대중에게 소개된다. 그리하여 새롭고, 더 좋고, 더 값싼 상품들을 소비할 수 있게 된다.

시장 경쟁과 가격 체계는 사회에 복잡하게 흩어져 있고 분산되어 있는 지식을 통합하고 조정하는 방법을 제공한다. 시장 경쟁은 상품의 품질, 기능, 특성에 대한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의 비대칭적인 지식을 감소시키거나 극복하며, 구매자의 희생으로 판매자가 이득을 취하는 "착취"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감소시키는 방법을 찾아내기도 한다.

상품 조사와 '상품 품질 판단(Judging Product Quality)'

시장에서 이러한 과정들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경제학자들은 시장에서 공급되는 상품의 두 가지 유형, 즉 '상품 조사/탐색재(search goods)'와 '상품 체험/경험재(experience goods)'을 구분한다.  상품 조사는 잠재적인 구매자가 구매 전에 상품을 심사하고 판단하는 과정이다. 대형 마트가 아주 잘 익은 바나나를 광고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고객은 마트에 들어가 광고에서 약속한 만큼 좋은 물건인지 구매 전에 꽤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조사한 결과, 못 먹을 정도로 퍼렇거나, 너무 익어서 거무죽죽한 경우, 고객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상품에 땡전 한 푼 쓰지 않고 나가버릴 것이다. 허위 혹은 부정확한 광고를 하거나, 터무니없이 과장한다면, 기업은 판매량이 줄어들거나 브랜드 가치를 상실할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 고객은 두 번 다시 그 기업의 상품을 소비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게다가, 그 고객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조사" 결과가 어땠는지 말해줄 수 있고, 잠재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상품을 직접 확인하기 이전에 광고만을 믿고 구매하지 않도록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판매자에게 "진실된 광고"를 추구할 이기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준다. 진실된 광고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인 수익성을 보장해주는 단골 고객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상품 체험과 '시장의 보호수단(Market Safeguards)'

그러나 일정 기간 동안 사용하지 않고서는 품질, 기능, 특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상품도 존재한다. 그런 상품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상품 체험이다. 자동차를 생각해보자; 시운전을 해볼 수는 있겠지만, 그것만으로 자동차의 안전성, 신뢰성, 그리고 핸들링에 대한 최선의 판단을 내놓을 수는 없다. 직접 다양한 날씨와 교통 조건에서 일정 시간 이상 운전해보아야만 자동차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 아니면 침대 매트리스에 대해 생각해 보자; 가구점에서 앉아보거나, 눌러보거나, 잡아당기거나, 누워볼 수도 있겠지만, 일전 기간 동안 침대에서 직접 자보지 않는 이상, 그 매트릭스가 매일 밤 편안한 수면을 보장해줄 수 있는지는 알기 어렵다. 비슷한 경우가 수많은 다른 상품에게도 적용될 것이다. 예컨대 많은 가전제품이 그러하다.

잠재적인 구매자는 분명 불확실성과 불완전한 정보에 시달릴 수 있다. 시장 경쟁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구매자가 일정 기간 동안은 전액 환불을 받을 수 있거나, 추가 비용 없이 교환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상품 보증 제도를 판매자와 제조사에게 마련하도록 한다.

약속한 사안과 동일한 품질, 기능, 품성을 제공하는 신뢰할만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판매자에게도 이익을 가져다 준다. 그렇지 않는다면 판매자 혹은 제조자는 품질과 신뢰성에서 기인하는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상실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또 구매자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거나 기능 불량으로 인해 환불이나 교환 등을 이행해야 하는 경우, 그 교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제조자 혹은 판매자이며, 이는 자신의 이윤을 감소시킬 뿐이다.

시장의 불확실성과 프랜차이즈 사업

그러나 반복해서 판매자의 상품을 소비할 필요가 없는 영역이나, 브랜드 가치를 그다지 우려할 필요가 없는 경우는 어떠한가? 예컨대, 살면서 다시는 올 일이 없는 마을에 출장이나 여행 때문에 방문하게 된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배가 고플 수도 있고, 하룻밤을 묵어야 할 수도 있다. 동네 식당에서의 음식의 질이나, 모텔의 방이 벌레 없이 깨끗하다는 것을 어떻게 사전에 알 수 있을까? 이러한 종류의 비대칭 정보는 분명 피할 수가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시장은 체인점과 프렌차이즈라는 형태로 상품과 서비스의 품질, 기능, 특성을 보장한다. 당신은 살면서 다시는 그 마을에서 음식을 먹거나 잠을 자지 않을 수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집 밖에서 음식을 먹고 숙소를 구해야 할지도 모른다. 맥도날드를 비롯한 음식 체인점의 간판은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어디에서든 찾아볼 수 있으며, 언제나 동일한 품질의 음식과 다양한 메뉴를 제공해준다. 힡튼 호텔을 비롯한 숙박업소도 마찬가지이다. 아마 다시는 특정 지역의 맥도날드를 다시 방문할 일이 없을 수도 있지만, 다른 여행에서는 다른 지역에 있는 맥도날드 체인점을 방문하여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또 다른 예시로는 자동차 수리 체인점이 있다. 자동차 운전자는 전국의 수리 체인점 매장에 들릴 수 있으며, 자동차 기능에 문제가 있을 경우 보증 조건에 따라 무료로 교체하거나 수리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각 체인점에서는 "올바르게" 서비스를 제공할 인센티브를 갖게 되는데, 어느 한 매장이 수리 과정에서 실수를 했을 경우, 다른 매장에서 수리를 해준 뒤 본사 약관에 따라 실수를 한 매장에 비용 청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사가 수익을 얻고, 고객들이 계속 재방문하도록 하며, 브랜드 가치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개별 체인점이 올바르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약관에 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각 체인점 및 가맹점들은 어디에 위치하던 상관없이 매장에 대해 소비자가 [편집자주: 모든 체인점이 언제나 같은 서비스를 제공해줄 것이라는] 높은 신뢰도와 낮은 불확실성을 가질 수 있도록 표준적인 품질과 다양성 기준을 충족해야만 한다.

시장은 어째서 이러한 관행을 일반적인 것으로 만들고 또 성공적으로 시행되게 하였는가? 시장 경쟁과 이익 추구의 동기가 바로 그 원인이다.

사기꾼들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고, 자유시장이 그들을 억제한다

하지만 장사치, 협잡꾼, 사기꾼들이 있지 않은가? 물론 그렇다. 그들은 고대 아테네부터 지금까지 늘 있어왔다. 다른 사람의 소유물을 부당하게 취하려는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한다.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이, 정직한 생산과 교환보다 더 쉽고 비용이 적게 드는 것 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간의 본성을 변형시킴으로써 이러한 부류의 행동을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러한 부류의 행동을 체계적으로 줄이고, 적절한 정보에 입각하여 정직하게 행동하는 것에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에 대해 탐구해야 한다.

해답은 시장 경쟁이다. 실제로, 이러한 긍정적인 인센티브와 행동 메커니즘의 대부분은 경쟁적인 시장 과정 그 자체에서 출현하고 발전해왔다. 시장 참여자가 스스로 소비자의 신뢰와 수익성을 얻기 위해 노력함에 따라, 비대칭 정보의 "사회적 문제"에 대한 "시장의 해결책"이 발견되었다. 이는 정부의 명령과는 무관한 것이다. 더 나아가, 시장 해결책의 세부사항들이 경쟁적인 시장 과정과 분리해서 발견될 수 있다고 상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정부 실패와 정보의 비대칭성

정부의 비대칭성 문제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사람들이 좀처럼 언급하기를 꺼려하는 것은, 비대칭 정보는 정부의 행동과 간섭에서 훨씬 더 위험하고 남용의 여지가 많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시장에서는 실망스럽고 불만족스러운 상품을 구입한 구매자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판매자와 교환하는 것을 즉각적으로 중단하거나,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안에 중단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의 영역에선 이러한 조치가 불가능하다.

우리의 기대에 부응할 의무가 있는 정치인과 관료들이, 당선 후에 실제로 실시한 정책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아 우리를 속였다고 판명되는 경우에도, 유권쟈들은 반드시 세금을 계속해서 지불해야 하며, 정치인과 관료들의 활동에 자금을 계속 공급해야만 한다. 여기에 더해 그들이 부과한 규율과 규제에 복종해야만 한다.

시장에서, 특정 판매자가 자기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허위 광고로 소비자들을 기만한다면, 우리는 비슷한 종류의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자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의 영역에선 이러한 선택권이 없다.

정부의 간섭은 대체로 시장의 특정 부분에서 이루어지는 경쟁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방식이다. 이는 대안적 판매자의 가능성을 줄여버리거나, 특정 판매자에게 독점적 지위를 부과하는 경향을 보인다. 자유롭고 경쟁적인 시장에서는, 실망한 소비자가 공급자에게 "부정적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에게는 그런 피드백이 불가능하다. 정부가 잘못 공급했거나 규제했다고 명백하게 판단되는 상품을 어쩔 수 없이 계속 사용해야 할 수도 있다.

시장에서 소비자가 어떤 상품에 분노한다면, 누가 잘못 마케팅했으며, 누가 잘못 생산했는지의 책임 여부가 꽤 명백하다. 구입한 상품의 소비자 기만과 부적절한 허위 광고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소비자는 다소 쉽게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다층구조로 구성된 관료제와, 미궁처럼 복잡한 정치적 의사결정 구조로 인해 정부는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 이러한 환경은 정치 권력자에게 큰 이점으로 다가온다. 그들이 [편집자주: 시장이나 민간사회였다면] 완전히 몰락했어야할 수준의 심각한 거짓말과 사기를 범하는 경우에도, 대중의 따가운 눈총으로부터 더 쉽게 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강조해야 할 사안은, 시장에서는 판매자가 허위광고 혹은 제품을 평가하기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에 실망한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거래를 중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경험을 알리거나, 지금 구매하는 제품 대신에 다른 무언가를 구매할 것인지에 대하여 다른 사람의 허가나 동의를 구할 필요가 전혀 없다. 단지 실망스러운 판매자와의 거래를 멈추고, 더 매력적인 판매자를 찾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정치는 다르다. 정치인들을 심판하고,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여겨지는 정부 정책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누가 정치인이 되어야 하는지, 어떤 정책이 시행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충문히 많은 다른 유권자를 설득해야만 하며, 이것마저도 오직 선거기간에만 가능한 일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은 노동의 분업에 기초한 사회체계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다. 또 사회 전반의 지식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어낸 것은 자본주의와 경쟁적인 시장 과정이었다. 개인의 생명, 자유, 정직하게 취득한 재산, 자발적인 계약적 합의와 집행, 공정하고 편향되지 않은 법치주의, 헌법적으로 제한된 정부를 인식하고 존중하는 것이 자본주의와 시장 경쟁에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조건이라는 점은, 이미 200년 전의 애덤 스미스(Adam Smith)가 지적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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