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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기본소득의 숨겨진 비용

해외 칼럼
경제학
작성자
작성일
2020-05-20 16:17
조회
1419

Arkadiusz Sieroń

Arkadiusz Sieroń
* 브로츠와프 대학교 경제과학연구소 조교수 (폴란드)

주제 : #노동과_임금

원문 : The Hidden Costs of a Universal Basic Income (게재일 : 2019년 10월 10일)
번역 : 한창헌 (SFL Korea 회원)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 UBI, 이하 기본소득)' 은 현행 복지제도의 대안으로써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아이디어는 일을 하든 안 하든 상관없이 모든 시민에게 동일한 액수의 돈을 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복지제도와는 달리, 기본소득에는 '수단검사(means test)'1도 '구직욕구진단검사(willingness-to-work test)' 도 없이 지급된다.  만약 기본소득이 지급된다면, 직업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생계수단이 없어 곤란에 처하지는 않을 것이다. 참으로 멋진 상황이 아닌가?

문제는 기본소득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화을 위해 2억 5천만 명의 미국 성인이 있고 각자 (대선 후보 앤드류 양(Andrew Yang)의 제안대로) 매달 1,000 달러를 받는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우리는 매달 총 2500억 달러, 연간 총 3조 달러의 비용이 필요하다. 이는 미국 GDP의 약 14%, 정부 총지출의 42%, 또는 연방 지출의 73%에 달하는 금액이다. 비교하자면 의료, 국방, 교육에 대한 총 정부 지출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액수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겨우" 연간 1만 2천 달러 (또는 가계소득 중앙값의 19%, 또는 개인소득 중앙값의 36%) 만 받는다는 점에만 주목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기본소득이 유토피아적인 이유이다. 예산 문제에 시달리는 기본소득을 실제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보편성에서 벗어나거나 (예컨대, 젊은 사람들에게만 혜택을 제공), 무조건성에서 벗어나거나 (예컨대, 자격있는 사람에게만 제공), 그저 상징적인 수단으로 여기며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만 제공해야 할 것이다. 다른 선택지로는, 1. 세금을 대폭 인상하거나 2. '현대화폐이론(Modern Monetary Theory, MMT)'을 활용해 화폐 인쇄기를 돌리는 방법이 있다.

보편성과 무조건성을 포기한 기본소득 정책은 결국 기본소득의 본래적 개념을 왜곡한, 기존과 다를 바 없는 또다른 복지정책에 불과한 것이다. 터무니 없이 적은 금액만 지급하는 상징적 제도로서의 기본소득은 빈곤을 근절시키지도 않고 사회보장을 크게 증가시키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정책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다. 세금을 올리거나 MMT를 도입하여 실현하는 기본소득은 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 (예컨대, 추가적인 세금 부담으로 인한 실업률 증가)를 초래하거나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적인 혜택의 감소로 이어지는 등, 경제 전반에 걸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상당한 경제적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의미 있는 수준으로 기본소득을 시행한다는 것은 신화와 같은 이야기다.

이는 핀란드에서 시행했던 보편적 기본소득 실험(정부에 의한 실험은 아니었음)에 대하여 OECD 경제학자들이 쓴 최근 보고서인 "기본소득제-'단일급여감소율제(single tapering rule)' 효용 비교 : 핀란드의 인센티브, 포괄 조정, 지불 가능성 사례 비교"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보고서는 핀란드의 현행 사회복지제도를 기본소득으로 대체하기엔 너무 비싸거나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불충분한 혜택을 줄 것이고, 결과적으로 '빈곤선(the poverty line)' 이하의 인구 비율이 11.5%에서 14.3%로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기본소득의 둘째 경제적 문제는 노동 공급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다. 비급여 소득의 증가가 개인의 '예산선(budget constraint line, 가격과 소득이 주어졌을 때, 모든 소득을 지출하여 살 수 있는 소비점을 나타낸 선)'을 상향조정하여 유보임금(reservation wage)2을 높여 근로시간 단축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리고 이는 기본소득과 비슷한 개념인 '음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를 활용했던 이전 실험에서 보여준 결과와 유사한데, 특히 여성과 청년층을 노동시장으로 이끄는데 더욱 어려움을 보였다. 대가없이 돈을 준다는 것이, 일 하지 않는 것의 기회비용을 줄여준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별로 놀라운 결과는 아니다.

윤리적인 문제 역시 존재한다.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국가의 복지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시간과 정신적인 노력을 들여야하기 때문에 복지 수혜자들에게 좋지 않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는 일종의 적반하장으로서, 2018년에 탐 우즈(Thomas Woods)가 연설에서 밝힌 배은망덕함의 전형적인 사례이다.3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일시적 혹은 영구적으로 일할 수 없는 사람들을 돕는 행위가 사회적 낙인을 찍거나 심리적인 부담을 지우는 부정적인 행위라고 이해한다. 그러나 사실 복지수당은 정부가 (사회의 돈을 통해) 어려운 개인에게 제공하는 특권이다. (내가 정부를 칭찬하거나 복지국가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여기서 명확히 하고 싶다. 단지 복지 수혜자가 복지로부터 받는 혜택을 지적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비뚤어진 관점은 기본소득이 특권이 아닌 권리가 되어야 한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즉,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모든 사람이 그들의 기여와 시장에서 벌어들일 수 있는 가능한 수익과 관계없이, 납세자의 혈세로 지탱되는 소득에 대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 문제는 누군가는 기본소득 정책에 자금을 대야 한다는 것이다.이 때문에 기본소득은 여전히 다른 사람을 희생시켜 일부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특권적 조치에 불과하다. 한 사람이 기본소득의 권리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그 소득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본소득이라는 생각은 소득과 노동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즉, 사람들을 돈을 벌어야 한다는 불쾌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몇 가지 문제를 접하게 된다. 첫째, 모든 사람이 노동의 굴레에서 해방된 다음엔, 비록 저임금이지만 꼭 필요한 일은 누가 하게 될 것인가? 노동의 불쾌함을 과연 우리가 완전히 제거할 수 있읋까? 그것은 단지 현실 세계의 본질적 요소가 아닌가? 로봇이 우리 할머니를 돌볼 수 있을까? 예상되는 결과는 경제 전반에 걸친 생산량의 현저한 감소, 즉 전반적인 빈곤화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기본소득이 개인의 독립성을 증가시킨다고 주장한다. 기본소득은 우리에게 관료, 상사, 남편, 변덕스러운 시장의 횡포로부터 개인을 해방시킴으로써 사회경제적 독립을 약속한다. (여기서 우리는 유토피아적인 사회주의자들의 공허한 외침을 들을 수 있다.) 주머니에 돈만 있다면 노동을 필수가 아니라 옵션이 된다.

그러나 사회경제적 독립에 뒤따르는 역설이 존재한다. 누군가는 여전히 기본소득의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의존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사람들은 '리바이어던(Leviathan)', 즉 국가에게 더욱 더 의존하게 될 것이다. <공동체를 위한 탐구(The Quest for Community)>에서 로버트 니스벳(Robert Nisbet)이 말하길, 소속감에 대한 욕구는 사라지지 않는다. 만약 가족, 이웃, 그리고 지역 공동체 안에서 소속감을 느낄 수 없다면, 그 빈자리는 정부와 중앙집권국가가 메우게 될 것이다. 이것이 정말로 우리가 원하는 것인가? 기본소득이란 단순히 우리가 가질 수 없었던 유토피아가 아니라, 사실은 디스토피아였던 건 아니었을까?




태그 : #정부복지

  1. 정부의 도움 없이 생활 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에 기초하여 정부지원, 복지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결정하는 검사
  2. 구직자가 취업하고자 할 때 최소한 받아야 한다고 여기는 임금 수준
  3. https://youtu.be/Qae9zwqtk_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