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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발 경제위기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무엇이 다른가?

해외 칼럼
경제학
작성자
작성일
2020-05-27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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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kadiusz Sieroń

Arkadiusz Sieroń
* 브로츠와프 대학교 경제과학연구소 조교수 (폴란드)

주제 : #호황과_불황

원문 : How This Crisis Differs from the 2008–2009 Financial Crisis (게재일 : 2020년 5월 9일)
번역 : 한창헌 (SFL Korea 회원)

'2008년 세계금융위기(GFC, global financial crisis)' 와 '코로나바이러스 위기(CC, coronavirus crisis)' 사이에는 몇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위기의 기원과 본질

2008년 세계금융위기는 본질적으로 주택 거품에서부터 비롯된 금융 불균형의 결과인 반면,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는 노동 공급을 심각하게 감소시킨 외부적인 부정적 충격(대유행과 그에 따른 경제 셧다운)에서 촉발되었다. 즉, 금융위기인 2008년의 위기(이하 GFC)는 주택과 건설 부문에 대한 자원의 잘못된 배분에 의해 촉발된 경기 변동의 불황 단계였다. 반면에 2020년의 위기(이하 CC)는 보건위기와 봉쇄조치에 의해 촉발된 실물경제에 대한 충격이다.

중요한 것은 CC의 외인적 요소로부터 우리는 V자형 곡선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중앙은행도 기대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세 가지 근거가 있다. 첫째,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과 사회적 거리감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어쩌면 효과적인 치료법이 개발될 때까지 일정 기간 동안 우리 곁에 계속 머물 수 있다. 둘째, '이력효과(hysteresis effect, 높은 실업과 낮은 경제성장이 몇 해 계속 되면 경제주체가 성장에 대한 확신을 잃어버리게 되고 그 결과 자연실업률과 자연총생산이 반영구적으로 하락하는 현상)' 가 있을 것이다. 실업자가 되거나 파산하기는 쉽지만, 직장을 구하거나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더 어려울 수 있다. 셋째, 현재 추진되고 있는 통화 및 재정정책은 대공황의 여파에서 그랬던 것처럼 회복의 속도를 저해할 수 있다.

위기의 깊이, 범위 그리고 속도

(신규 실업수당 청구, 소매판매 또는 산업생산에 관한) 최근의 경제보고서는 CC가 GFC보다 심각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는 "2020년 세계경제가 3% 가량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하는데, 이는 GFC 기간이었던 2009년에 세계경제가 0.1% 감소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안 좋은 상황이다. 그리고 COVID-19 대유행은 국제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그 위기는 정말로 전세계적이라고 할 수 있다. IMF에 따르면, GFC 기간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국가가 1인당 국민소득의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가장 놀라운 것은 위기의 속도이다. 불과 몇 주 만에, CC의 경제적 손실은 1년 반 동안 지속되었던 2008-2009년 세계금융위기 당시의 손실을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 1에서 볼 수 있듯이, 전체 GFC 동안 3,700만 건의 실업수당 청구가 접수되었던 것에 반해, 이번에는 불과 6주 만에 3,00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실업급여를 신청하였다.

자료 1 : 2007년 1월부터 2020년 4월까지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출처 : 세인트 루이스 연준에 기반하여 자체제작

시사점

상기한 차이점들은 경제적, 정치적으로 무엇을 시사하는가?

우선적으로, 금리 인하 등 총수요를 자극하는 표준적인 [편집자주: 케인스주의적 불황] 대책은 자가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하는 CC 기간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공급망 붕괴와 심각한 경제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 역시 금리가 인하된다고 해서 투자를 늘리지 않을 것이다. 금리 인하는 보건위기를 해결할 수 없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경제 셧다운을 끝낼 수도 없다. [편집자주: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수요 위축으로 인해] 심각한 부채 문제에 시달리는 기업 부문이 금융 부문보다 더 큰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CC는 금융위기가 아니다. 따라서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추가하는 통화정책은 GFC 기간과 달리 어떤 효과도 발휘할 수 없다.

지금 미국의 금융기관들은 GFC 이전보다 자본이 더 많은 상황이고, CC 금융 부문보다 비금융 부문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신규 대출에 대한 요구가 강한 경향을 보인다. [편집자주: 지금같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대출을 받아 사업을 유지해야할 필요가 크다.] 특히 경제의 신용 흐름을 자극하기 위한 중앙은행의 정책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기업가들이 신규 대출을 요구하고 기업이 파산하지 않고 유지되도록 간절히 바라면서 '지급준비금(reserve requirements)'과 '필요자본량(capital requirements)'이 느슨해졌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한다면, 신용공급이 GFC 기간 보다도 더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예상해볼 수 있다. 은행들이 새로운 대출을 승인할수록, 새로운 돈이 시중에 더 생기기 때문에, 통화 공급 또한 GFC 기간 보다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자료 2에서 볼 수 있듯, 지난 3월 은행 신용 및 M2 통화 공급량의 연간 성장률은 10% 이상을 기록했고, 이는 GFC 기간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다. 자료 2는 '본원통화(monetary base,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현금통화)'가 아니라 광범위한 '통화 공급량(money supply)'을 표시하고 있다. 본원통화의 증가는 즉각적으로 더 높은 물가상승률로 이어지지 않는다. 은행의 적립금이 실물 경제의 광범위한 순환에 들어가지 않는 한 말이다.

자료 2 : 2007년 12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은행 신용 및 M2 통화 공급량 연간 성장률

출처 : 세인트 루이스 연준에 기반하여 자체제작

제대로된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지금의 광범위한 통화 공급 추세가 계속될 경우, 특히 '음의 수요충격과 음의 공급충격(both a negative demand and supply shock)'이 함께 있는 만큼, CC가 GFC보다 더 큰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도 있다. 자료 3에서 볼 수 있듯이, 실제 시장에서는 GFC 기간보다 지금이 더 높은 5년간 물가상승률을 기록하리라 예상하고 있다.

자료 3 : 2007년 12월 3일부터 2020년 4월 30일까지 5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율(BEI, breakeven inflation rate, 시장의 향후 인플레이션 기대를 나타내는 수치. 5년간 연평균 브레이크이븐 인플레이션율 = 5년물 국채금리 - 5년물 물가연동국채금리) (5년물 물가연동국채에서 도출)

출처 : 세인트 루이스 연준에 기반하여 자체제작

물론 이것이 가까운 미래에 미국의 높은 물가상승률이 확실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데,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1. CC는 음의 수요충격이다. 2. 최근의 유가 하락으로 인해 소비자물가지수(CPI)의 물가상승률이 하락할 것이라 예상된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한 경제조정정책)'이 더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경제불황 속에서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상태)'의 위험이 도사린다고 볼 수 있다. 너무 빠른 신용 팽창과 막대한 부채의 '화폐화(monetization, 정부의 재정여력이 한계에 이르러 재정지출이 추가로 필요함에도 세입이 없어서 중앙은행의 발권력에 기대는 경우)' 역시 발생할 수 있다. (정부가 실질금리를 낮추는 높은 인플레이션을 통해 공공 부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유혹을 받을 수도 있다.) CC가 GFC 보다 더 큰 인플레이션이 될 가능성을 경제학자, 정책 입안자, 투자자들은 인재해야만 한다.




태그 : #인플레이션 #금융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