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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von Mi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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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기와 투기는 영웅적이고 건전한 경제활동이다

해외 칼럼
경제학
작성자
작성일
2020-07-29 17:52
조회
1151

월터 블록

Walter Block
* 미제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 뉴올리언스 로욜라 대학교 경제학 교수

주제 : #간섭주의

원문 : Defending the Speculator (게재일 : 1976년 3월)

'사재기 투기꾼(Speculator)을 처단하라!'라는 울부짖음은 기근이 들 때마다 등장한다. 선동적인 정치가들은 사재기 투기꾼이 식료품의 가격을 올려놓아, 기근이 닥치게 되면 아사자들이 속출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경제에는 문외한인 대중들도 이러한 주장을 열렬히 지지한다. 심지어 이런 생각들 때문에, 기근이 왔을 때 독재자들은 제품 가격을 올린 식료품 거래상들을 처형하기도 했다. 이는 시민 권리와 자유와도 연계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거래상들은 저항할 일말의 여지도 가질 수 없었다.

하지만 진상을 살펴보면, 사재기 투기꾼들은 기근이나 아사를 초래하기는 커녕, 오히려 그러한 사태를 막는 영웅에 해당한다. 그리고 독재자들이야말로 이러한 사재기꾼들의 목숨을 마땅히 보호해 주어야 하며, 기금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사재기 투기꾼들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들은 상당히 왜곡된 것이다. 사재기 투기꾼이 단지 이윤을 남기고자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그들에 대한 비판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사재기 투기꾼들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장사꾼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엄청난 수익을 내는 이 장사꾼들과 기근을 막는 것에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아담 스미스(Adam Smith)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 이 둘의 관계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그 원리에 따르면,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자본을 이용해 생산품이 최고 가치를 얻도록 노력한다. 이들은 대중의 이익 증진을 의도하지 않으며, 심지어 대중의 이익을 증진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한다. 단지 자신의 안위와 자신의 이익을 의도할 뿐이다. 그러나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의도하지 않은 결과인 대중의 이익도 달성하게 된다. 즉 자신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성공적인 사재기 투기꾼은 대중의 이익과는 전혀 상관 없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지만, 본인도 모르게 대중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경우에 해당한다.

우선, 사재기 투기꾼은 풍요의 시기에 식량을 저장함으로써 기근의 피해를 줄인다. 물론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행동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즉 식량이 귀할 때를 대비해 식량을 구매하고 저장해 두었다가 나중에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 이러한 행동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그의 행동은 일종의 도화선 역할을 하여, 다른 사람들도 그처럼 행동하게 자극한다. 소비자들은 적게 먹고 많이 저축하도록, 수입업체들은 수입량을 늘리도록, 농부들은 곡식의 수확률을 개선하도록, 건축업체들은 개선된 저장 설비를 구축하고 상인들은 더 많은 식량을 저장하도록 자극받는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손'의 원리에 따라, 사재기 투기꾼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풍요의 시기 동안 더 많은 식량이 사회 전반에 비축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무방비로 맞았을 기근의 피해를 이러한 식량 비축을 통해서 줄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사재기 투기꾼의 전망이 맞아야 이런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만약 사재기 투기꾼이 풍요의 시기를 전망해서 비축했던 식량을 팔고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행동을 하도록 부추겼는데, 흉년이 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러한 경우, 사재기 투기꾼이 기근의 피해를 심화시킨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인가?

사재기 투기꾼이 그릇된 판단을 했다면 엄청난 피해의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그러나 무능력한 사재기 투기꾼을 자연적으로 퇴출시키는 힘이 있으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사재기꾼들에게 내재된 위험과 그들이 미칠 피해는 현실적이 아닌 이론적인 것에 불과하다. 잘못된 예상을 하는 사재기꾼들은 재정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것이 경제 문제를 왜곡할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의 자금력에 문제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사재기 투기꾼이라고 해도 100퍼센트 정확한 전망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만약 사재기 투기꾼이 너무 자주 오판을 한다면, 사업 자금은 금방 바닥을 보이게 된다. 따라서 기근의 혹독함을 심화시킬 여지도 없어질 것이다. 대중에게 반사적으로 피해를 주는 그런 실수들은 사재기 투기꾼 자신에게도 마찬가지의 피해를 주므로, 사재기 투기꾼 자신이 더 이상 그런 활동을 영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꾸준히 활동하는 사재기 투기꾼이야말로 대단한 실력을 갖춘 인물들로, 경제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높다.

정부 기관들이 사재기 투기꾼들을 대신하여 식료품 시장의 안정화를 도모하려고 사재기를 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게 된다. 정부 기관의 사재기에는 실수가 잦은 무능한 사재기 투기꾼을 추려내는 과정이 없기 때문이다. 모험적인 투기의 성공 여부에 따라 정부 관료의 연봉이 달라지지도 않으며, 사재기 결과로 발생한 수익이나 손해와 상관없이 그 돈은 정부 관료 자신의 돈이 아니기 때문에, 사재기 정책을 실시하면서도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결국 민간 사재기 투기꾼들과 달리 정부 관료들은 예측 정확도 향상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지도 않을 것이다.

사실, 사재기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사재기 투기꾼을 비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식량 가격 상승 초래'다. 사재기 투기꾼의 행동을 유심히 분석해보면, 이들이 가격 상승을 부추기기 보다는 전반적인 안정화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풍요의 시기에 식량 가격이 내려가면 사재기 투기꾼은 식량을 사들인다. 그가 식량을 사들이자 가격이 상승세를 보인다. 그 뒤에 이어 기근이 오고, 비축된 식량을 시중에 내놓자 식량 값이 다시 인하된다. 물론 식량의 평균 가격이 기근 이후 오르기 때문에, 사재기 투기꾼은 원래 구매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 이들이 판매 가격을 인상한다 해도, 이들의 활약 없이 기근을 맞았을 때보다는 낫다. 경작의 실패, 자연 재해, 인재 등의 요인 때문에 식량 부족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지 사재기 투기꾼이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즉, 사재기 투기꾼은 식량 가격을 평균 수준으로 유도한다. 풍요의 시기에 가격이 내려가면, 식량을 비축하여 가격 인상을 유도한다. 기근의 시기에 식량 가격이 오르면 비축한 식량을 판매하여 가격 인하를 유도한다. 물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재기 투기꾼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아무리 찾아봐도 그들을 비난한 근거가 전혀 없다. 오히려 아주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사재기 투기꾼은 사회로부터 칭송 받기 보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다람쥐는 겨울을 대비해 도토리를 비축해 둔다. 하지만 이를 못하게 막는다면, 다람쥐는 굶어 죽는다. 마찬가지로, 사재기꾼들의 활동을 금지시킨다면 다람쥐와 비슷한 결과를 낳게 될 뿐이다.




태그 : #자유시장 #기업가정신 #가격통제 #경제현안

썸네일 출처 : MBCNEWS, 4만 원 하던 마스크 '13만 원'에…폭리에 사재기도 (2020.01.29/뉴스데스크/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