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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von Mi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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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인간행동학)은 심리학과 무엇이 다른가?

해외 칼럼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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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0-10-1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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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P. Murphy
* 미제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뉴욕대학교 경제학 박사)
* 前 텍사스 공대(Texas Tech) 자유시장 연구소 조교수

주제 : #철학과_방법론

원문 : Psychology versus Praxeology (게재일 : 2003년 10월 9일)
번역 : 김경훈 연구원



2003년 3월 28일에 작성한 칼럼 "미제스의 중요한 통찰(Mises's Non-Trivial Insight)" 에서, 나는 미제스의 인간행동학 접근법에 대해 설명했다. 모든 경제이론이 검증될 수 있는 가설적 예측으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주류 실증주의 입장과는 달리, 루트비히 폰 미제스는 유효한 경제이론들은 "인간은 행동한다(Humans act)"라는 '공리(axiom)'로부터 연역적으로 추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자명한 행동 공리 외에도, 일부 경제학자들은 "노동은 힘들다 = 여가는 사치재이다", "토지에 비해 노동이 부족하다"와 같은 부차적인 가정도 요구한다.)

많은 독자가 내게 이메일을 보내 미제스주의 관점에 도전했다. 한 가지 주요 관심사는, 심리학의 실험적 방법에 대한 질문이었다. 결국 심리학 역시 인간을 다루고 있으며, 특히 인간의 정신상태 혹은 기질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오스트리아학파는 자연과학의 실험적 검증이나 반증가능한 가설의 공식화에 반대하므로, 경제학과 마찬가지로 심리학에서도 그 방법론을 거부하는가?

이에 대해 나는 미제스가 심리학과 인간행동학 사이의 구분선에 대해 상당히 명확했음을 지적했다. 심리학은 왜 사람들이 특정한 목적을 선택하는지, 또는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행동할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반면에 인간행동학은 사람들이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과,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행동한다는 사실의 논리적 의미를 다룬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심리학자들이 가설에 대한 실험적인 실험에 참여하는 것은 전적으로 적절할 수 있지만, 경제학자들이 물리학 방법을 비슷하게 흉내 내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심리학 법칙

차이점을 설명하기 위해, 각 분야의 두 '법칙(laws)'을 비교해보자. 심리학자들은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의 명백한 진실을 확인하는 많은 실험을 했는데, 이 법칙은 주위에 사람이 많을수록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나설 것으로 생각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을 가능성이높다는 점을 설명해준다. 이 법칙은 직관적으로 명확하다. 대도시에서 차가 고장나 곤경에 빠진 사람을 본 운전자들은, "나보다 더 적합한 사람이 멈춰서 도와줄 것이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오히려 인적드문 시골의 운전자들이 자신만이 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멈춰설 것 이다. 역설적으로, 사람이 비교적 적은 곳에서 차가 고장나면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더 높다.

비록 방관자 효과가 그럴듯하게 들리고, 실제로 우리의 개인적인 경험과 일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과학적으로 검증된 이론인가? 이것을 테스트하는 유일한 방법은 통제된 실험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방관자 효과의 타당성에 대한 선험적 추론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방관자 효과의 추론을 유도할 자명한 공리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같은 실험대상자를 상대하지 않기에 대도시와 농촌의 평균 응답시간을 시험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예컨대, 대도시에 살면 사람들이 대부분 더 비열해질 수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실험대상자를 혼자 방에 두는 실험을 했다. 그 실험에서 실험대상자는 다른 여러 명의 대상자들과 인터폰을 사용해 대화를 나눈다. (그중 일부는 가짜들이다.) 대화를 하는 도중, 가짜 실험대상자 중 한 명이 발작을 일으키기 쉬운 체질이라고 무심코 언급하고, 인터폰 앞에서 발작을 일으킨다. (물론 진짜 실험대상자는 이 사람 역시 진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서 심리학자들은 발작을 일으키는 사람을 도와주기 위해 진짜 실험대상자가 방을 나갈지의 여부를 관찰한다. 반복된 실험을 통해, 심리학자들은 더 많은 사람들이 인터폰으로 대화를 할 수록, 실험대상자들이 방을 떠나 도움을 줄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즉 만약 실험대상자가 가짜와 대화하는 유일한 사람일 경우, 가짜가 발작을 일으킬 때 실험대상자는 언제나 도움을 주고자 할 것이다. 반면 그가 인터폰을 통해 대화하는 십여 명 중 한 명일 뿐이라면, 방을 나갈 확를은 훨씬 줄어들게 된다.

물론 이 실험적 확인 조차도 방관자 효과의 보편적 진실을 증명하지는 못한다. 심리학자들의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인간심리를 대표할 자격이 있는 실험대상자들을 선정하는 데 실패했을 수도 있다. 더구나 방관자 효과가 실제로 현재의 인류에게는 사실이라 하더라도, 문화 혹은 유전자의 변화를 통해 백 년 후에는 방관자 효과를 거스르는 새로운 종류의 인류가 탄생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자연과학의 어떤 "법칙"과 마찬가지로, 심리학의 "법칙"도 (실험방법으로 검증되는 한) 잠정적일 뿐이다.

경제학(인간행동학) 법칙

이와 대조적으로, 한 전형적인 경제학 법칙을 분석해보자: 만약 정부가 적자를 냈다면, 그 때 이자율은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더 높아질 것이다. [역주: 구축효과] 이 법칙 역시 (방관자 효과와 마찬가지로) 상식적인 듯 하다. 그러나, 이 법칙은 방관자 효과 이상의 타당성을 가진다. 일단 경제학자가 주의를 기울여 용어의 정의를 정확하게 명시한다면, 그는 순수한 논리적 추론만으로 그 진술의 참 혹은 거짓 여부를 증명할 수 있다. 그 진술을 "테스트"해서 타당성을 검증할 이유가 없다. 경제학 법칙에 대한 경험적 테스트는, (유클리드 기하학에서의) 삼각형 내부 각도의 합이 180도인지를 "테스트"하는 것만큼 넌센스이다.

1980년대에, 레이건 행정부의 방탕한 지출을 옹호하려는 많은 사람들은 통계를 이용해 이 인간행동학 법칙을 반박하고자 했다. 그들은 "구축효과"를 걱정한 많은 사람들과는 달리, 1980년대의 엄청난 적자가 엄청난 금리 인상과 상관관계가 없음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기록적인 적자가 나쁘지 않은 것 같았고, 따라서 그것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정상적인 저축과 이자율을 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머레이 라스바드는 통계학이 경제학 논리를 능가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이 주장의 불합리성을 설명했다. 만약 정부가 적자(즉, 세금과 기타 수입에서 얻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로 운영된다면, 그것은 반드시 민간부문이 이용할 수 있는 저축의 양을 줄인다. 다시 말하면, 만약 정부가 수십억 달러의 새로운 채권 발행으로 시장에서 자금을 끌어들인다면, 채권 공급은 반드시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더 높아지게 된다. 즉, 시장청산 이자율이 (채권가격과는 반대로) 그러지 않았을 때보다 반드시 더 높아지게 된다.

1980년대에 (어떤 이유로든) 금리가 1970년대의 고점에 비하면 엄청나게 떨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레이건은 막대한 적자를 냈기 때문에, 금리가 그렇지 않을 경우 만큼 떨어지는 것을 막았다. (물론 레이건 옹호론자는 레이건의 정책이 금리인하 경향의 원인이었고, 균형 예산(1981년의 감세를 고려한다면)이 정치적으로 불가능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아마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레이건의 기록이 "구축효과"를 반증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저축, 적자, 이자율과 관련된 '선행(antecedent)'이론이 없다면, 경제자료를 보는 통계학자들은 변화(그리고 종종 가짜) 패턴 외에는 어떤 것도 생각해낼 수 없을 것이다. 특히 경제학자들이 같은 초기조건(initial conditions)'을 설정하고 실험을 반복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은 레이건 시대에 대한 경쟁적 가설들 중 무엇이 적합한지 "테스트"할 방도가 없다. 이번에는 적자예산으로, 다음번에는 균형예산으로 이런 식의 실험의 반복이 사회과학에선 불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오스트리아학파의 방법론적 입장은 견고하다. 심리학을 비롯해 인간을 다루는 여러 학문들이 실험적 방법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제스가 그랬던 것 처럼) 경제학이 인간행동학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한, 모든 경제학 원칙이 행동공리로부터 논리적으로 추론되어야 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오스트리아학파의 관점에서, 경제학자가 물리학자들의 방법을 모방하는 것은, 경제학 이론의 본질과 목적을 완전히 잘못 이해한 것이다.



태그 : #인간행동학 #인식론 #오스트리아학파개요 #미제스

썸네일 출처 : 컴북스닷컴, "과학이론과 역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