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언제나 정부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Liberty is always freedom from the government.)

-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von Mises)

칼럼 및 번역자료 투고 요령 안내

하이에크의 "화폐의 탈국가화"는 틀렸다

해외 칼럼
경제학
작성자
작성일
2020-10-30 17:31
조회
2225

Libertarianism at the Brink | Mises Wire

Murray N. Rothbard
머레이 뉴턴 라스바드는 매우 지적이고 박학다식한 학자였으며, 주로 경제학, 정치철학, 경제사, 그리고 법학에 중대한 공헌을 남겼다. 그는 루트비히 폰 미제스의 저술을 바탕으로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을 개발하고 확장하였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 라스바드는 오스트리아학파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이론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고, 1929년의 대공황과 미국의 은행사와 같은 역사적 사건에 오스트리아학파의 이론을 응용하기도 했다. 라스바드는 경제를 통제하는 강제적인 정부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의 독점적인 힘이야말로, 대중의 자유와 장기적인 복지에 대한 가장 거대한 위협이라고 생각했으며, 모든 종류의 국가를 가장 부도덕하고 탐욕스러운 사람들이 집결된 ‘거대한 도적 패거리’로 정의했다.

주제 : #금본위제

원문 : Hayek's "Denationalization" of Money (게재일 : 1985년)
번역 및 편집 : 김경훈 연구원

  • 이 글은 머레이 라스바드의 논문 "The Case for a Genuine Gold Dollar"의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국가로부터 '화폐(money)'를 분리하자는 제안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폰 하이에크와 그의 추종자들[역주: 이하 '하이에키안(Hayekians)'으로 통칭]의 제안이다. 하이에크의 "화폐의 탈국가화(denationalization of money)"는 법정통화를 폐지하고, 모든 개인과 단체가 자신의 이름과 상표를 걸고 자기만의 화폐를 발생하게 하자는 것이다. 중앙정부는 달러 혹은 프랑 따위에 대한 독점을 유지하겠지만, 다른 기관들은 그들 자신의 상표를 내걸은 화폐를 발행함으로써 화폐창출사업에서 경쟁을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하이에크는 "하이에크화(hayeks)"를 발행할 수 있으며, 필자는 "라스바드화(Rothbards)"를 발행할 수 있다. 하이에크가 제안한 법률 변화를 응용한 것이 바로 하이에키안 은행이 가상의 화폐 "두카트(ducats)"를 발행한다는 기업가적 계획이다. 두카트는 그것의 가치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방식으로 발행된다. 하이에크는 자신의 두카트가 달러, 파운드, 마르크 혹은 다른 어떤 국가화폐와도 쉽게 경쟁할 수 있으리라 자신한다.

우리가 '화폐(money)'라고 부르는 '상품(commodity)'이 다른 모든 재화 혹은 서비스와 비슷한 것이라면, 하이에크의 계획은 가치있다. 예컨대, 비효율적이고, 후진적이며. 때로는 독재적인 미국의 우체국을 없애는 한 방법은 단지 그것을 페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자유시장 옹호자들은 국영 우체국을 그대로 유지하되, 어떤 단체 혹은 다른 모든 기관이 그것과 경쟁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보다 덜 급진적인 계획을 제안한다. 이 경제학자들은 민간기업들이 곧 국영 우체국을 앞서리라고 자신한다. 지난 10년 동안, [역주: 라스바드의 이 글은 1985년에 최초로 발표되었다.] 경제학자들은 자유경쟁에 보다 호의적으로 변해왔기 때문에, 화폐를 탈국가화하거나 자유경쟁을 허가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우체국, 소방소, 혹은 사립학교의 사례와 유사하게 타당해보일 것이다.

그러나 화폐는 다른 모든 재화 혹은 서비스와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우체국, 사탕가게, 혹은 개인용 컴퓨터를 비롯한 모든 재화 혹은 서비스는 그 자체로 소비자들에게 효용과 가치를 제공한다. 따라서 소비자는 자신의 개인적 가치척도에 입각하여 각기 다른 재화 혹은 서비스들이 제공하는 효용을 서로 비교할 수 있다. 그러나, 화폐는 그 자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아니다. 화폐로 간주되는 그것이 이미 화폐로서 기능하고 있기 때문에, 즉 모든 사람이 그 재화를 대가로 치루어 다른 무언가를 쉽게 얻을 수 있으리라 확신하기에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달러"라고 표시된 종이쪼가리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것의 미적 가치 때문이 아니라, 그 종이쪼가리를 팔아서 그들이 원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얻을 수 있으리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달러"라고 쓰여진 종이쪼가리가 이미 화폐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만 그런 확신을 가질 수 있다.

자유시장경제와 사유재산권에 대한 헌신이, 모든 사람에게 그들이 원하는 화폐와 교환매개체를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하이에크의 주장은 분명히 옳다. 하이에크는 하이에크화 혹은 두카트를 발행할 자유가 있어야 하고, 필자는 라스바드화나 다른 무언가를 발행할 자유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발행(issuance)"과 "받아들임(acceptance)"은 분명히 다른 것이다. 사람들이 새로운 우편기관이나 컴퓨터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것처럼, 그들은 새로운 "통화표(currency ticket)" 역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화폐는 분명 이전에 화폐 혹은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을 화폐라고 인식하지 않을 것이다.

하이에크와 하이에키안들은 화폐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정리 중 하나인 루트비히 폰 미제스의 "회귀정리(regression theorem)"의 교훈을 완전히 받아들이는데 실패했다. 그 누구도 어떤 실체가 애초에 수요되고 교환되지 않는다면 화폐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미제스는 우리가 논리적인 추론을 통해 어떤 재화가 교환매개체인 화폐로 사용되기 시작한 최초의 순간으로 돌아가 볼 필요가 있음을 무려 1912년에 입증하였다. 분명하게도 그 상품은 최초의 순간 이전에는 화폐로 사용될 수 없었을 것이다. 교횐매개체로 사용되기 이전에도, 그것은 '비화폐적 상품(nonmonetary commodity)'으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수요될 수 있었고, '이미 존재하는(preexisting)' 가격이 있었을 것이다. 즉, 어떤 상품이 화폐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떤 비화폐적 목적을 위해 가치있는 상품으로서 유래되어야 하며, 교환매개체로 사용되기 이전에 이미 안정된 수요와 가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요컨대, 화폐는 허공에서, 사회계약을 통해, 또는 단지 새로운 이름이 적힌 종이쪼가리를 발행하는 것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화폐는 가치있는 비화폐적 상품으로부터 기원해야만 한다. 실제로, 금이나 은과 같은 귀금속의 단위중량은 안정적이고 높은 수요를 가지기 때문에 다른 모든 상품에 비해 화폐로서 우위를 점했다. 이렇듯, 미제스의 회귀정리는 화폐가 자유시장에서 유용한 비화폐적 상품으로부터 발생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하이에키안 두카트의 결정적인 문제는 아무도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있다. 새로운 이름을 가진 종이쪼가리가, 금 혹은 은의 단위중량으로부터 비롯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 세기 동안 단위화폐로서, 교환매개체로서, '화폐계산(monetary calculation and reckoning)'의 도구로서 사용되어온 달러나 파운드와 경쟁하기를 바랄 수 없다.

화폐의 탈국가화를 위한 하이에크의 계획은 최악의 의미에서 유토피아적이다: 그것이 급진적이어서가 아니다. 그의 계획이 전혀 효과가 없을 것이고 전혀 작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이름이 붙은 종이쪼가리를 인쇄한다고 해도 그것들은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화폐로서 기능할 수 없을 것이다. 달러, 파운드, 혹은 마르크는 여전히 억제되지 않은 채 지배적 지위를 유지할 것이다. 회귀정리가 증명하듯, 새로운 이름을 가진 종이쪼가리는 자유시장에서 이미 유용하게 쓰여온 상품에서 기인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법정통화를 제거하는 효과를 전혀 일으킬 수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달러를 비롯한 정부소유 화폐가 계속하여 도전받지 않고 화폐로 군림하게 될 것이며 화폐는 전혀 탈국가화되지 않을 것이다. 화폐는 계속하여 국가화될 것이고 국가의 창조물로 남을 것이다. 화폐와 국가의 분리는 없을 것이다. 요컨대, 하이에크의 계획은 절망스러울 정도로 유토피아적인 동시에 전혀 급진적이지 못하다. 하이에키안 화폐제도 하에서 현재의 인플레이션과 화폐의 국가독점운영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심지어 하이에키안 계획의 변형, 즉 민간시민이나 회사가 발행하는 그램 혹은 온스 단위중량에 입각한 금화도 결코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비록 달러나 다른 불태환화폐 등이 수 세기전에는 금이나 은의 단위중량당 이름으로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이다. 지난 2세기동안 미국인들은 "달러"를 사용하고 계산하는데 익숙해졌기 때문에, 그들은 가까운 미래에도 달러를 선호할 것이다. 사람들은 달러를 포기하고 온스 혹은 그램의 단위중량으로 분할된 금으로 옮겨가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미 통용되고 있는 화폐에 끈질기게 매달릴 것이다. 심지어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사실상의 통화파괴가 일어나는 와중애도, 1923년의 독일인들은 "마르크"를 계속해서 사용했고 1940년대의 중국인들은 "위안"에 매달렸다.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을 끝내는데 기여한 과감한 평가절상마저도 [역주: 사실상 기존의 화폐를 폐지하고 새로운 화폐를 도입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래의 이름인 "마르크"를 계속 유지했다.

하이에크는 둘 이상의 통화가 하나의 지역에서 동시에 유통된 역사적 사례를 예시로 들지만, 그 어떤 사례도 그의 "두카트" 계획과는 무관하다. '국경인접지대(Border regions)'에서는 아마도 두 개의 정부통화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지만, 각각의 통화는 법정통화로서의 힘을 가지고 있으며, 자국 내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다. 그러므로, [역주: 역사상의] '다중통화유통(Multicurrency circulation)'은 하나 혹은 그 이상의 새로운 민간화폐에 대한 생각과 무관하다. 게다가, 아마 하이에크는 1857년에 이러한 관행이 불법화되기 전까지는 외국의 금화와 은화는 물론 민간금화도 법정주화와 나란히 화폐로서 유통되었다는 사실도 언급했을 것이다. 스페인의 은 달러가 오스트리아와 영국의 법정주화와 함께 미국에서 오랫동안 유통되어 왔다는 점, 새로 건국된 미국이 파운드를 달러처럼 계산할 수 있게끔 조치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이 역사적 상황 역시 하이에크의 계획과는 무관하다. 이 모든 주화는 금과 은의 무게가 서로 달랐고, 어느 것도 정부의 불태환화폐가 아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동전의 다양한 가치를 금이나 은의 무게로 환원하는 것이 쉬웠다. 금과 은은 물론 오랫동안 화폐로서 유통되어 왔으며, 파운드 스털링과 달러는 단순히 하나 혹은 그 이상의 귀금속의 각기 다른 무게였다. 하지만 하이에크의 계획은 매우 다르다. 그는 새로운 이름을 가진 민간 종이쪼가리를 발행하고 그것들이 화폐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역주: 19세기까지 여러나라에서 제조한 서로 다른 금화 혹은 은화가 특정 지역에서 동시에 통용되었음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어떤 나라도 불태환화폐 제도를 운영하지 않았고, 각 나라마다 금화 혹은 은화의 무게나 비율이 달랐기 때문에 비교적 환전이나 계산이 무난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국가독점 불태환화폐 제도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민간주조금화가 등장한다고 해도 불태환화폐와 그 교환비율을 설정하는 문제가 예전에 비해 어려워졌다. 더군다나 하이에크의 두카트 계획은 태환화폐가 아닐 뿐더러 화폐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발행인의 약속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 문제와는 완전히 무관하다.]

만약 사람들이 달러나 프랑에 집착하고 그것을 사랑한다면, 국가로부터 화폐를 분리시키는 방법, 즉 한 나라의 화폐를 탈국가화하는 진정한 방법은 단 하나 뿐이다. 바로 달러, 마르크, 또는 프랑 그 자체를 바로 탈국가화하는 것이다. 오직 달러를 민영화하는 방법만이 일국의 통화공급에 대한 정부의 인플레이션적인 지배를 끝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달러를 민영화하거나 탈국가화할 수 있을까? 물론 지금처럼 합법적인 위조화폐 제조를 통해서는 아니다. 오직 한가지 방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달러를 유효한 시장상품과 다시 연결시키는 것이다. 지금의 달러는 정부가 발행하는 "불태환 종이쪼가리(fiat paper tickets)"이다. 달러를 다시 "어떤 시장상품의 단위중량(a unit of weight of some market commodity)"으로 되바꾸는 것만이, 화폐발행의 기능을 영구적으로 또 총체적으로 정부로부터 민간의 손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태그 : #오스트리아학파개요 #가치와_교환 #경제적자유 #자본주의 #화폐와_은행 #라스바드 #하이에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