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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규제 대(對) 정부규제: 소액결제와 확률형 아이템을 정부가 규제하면 안 되는 이유

해외 칼럼
사회·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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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1-02-2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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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8

Matthew McCaffrey | People - Foundation for Economic Education

Matthew McCaffrey
매튜 맥카프리는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의 경영학 교수이며 미제스 연구소의 연구원이다.  선도적인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자인 외르크 귀도 휠스만(Jörg Guido Hülsmann)의 지도 하에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그의 할아버지가 머레이 라스바드의 책을 맡아 출판하던 알링턴 하우스 출판사의 대표였던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자유주의와 오스트리아학파에 우호적인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 기업가정신의 사회적·경제적 역할과 기업가적 행위에 대한 제도적 영향을 주로 연구하며, 여가시간에는 군사전략의 경제학, 게임의 경제학 등을 탐구한다. 

주제 : #미디어와_문화

원문 : Microtransactions and Loot Boxes: Can the Video Game Industry Regulate Itself? (게재일 : 2019년 1월 4일)
번역 및 편집 : 김경훈 연구원

  • 편집자주 : 최근에 넥슨과 넷마블 등 국내 대형 게임회사에서 제공하는 유명 게임들에서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하면서 다수의 게임 소비자들이 게임회사에 맞서고 있다. 문제는 그러한 보이콧이 시장의 자발적인 자율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이 아니라, 정부의 강력한 간섭과 강제규제를 촉구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어떤 문제건 간에 정부의 권한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더러, 결정적으로 경제학적으로도 잘못된 진단이다. 만약 게임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 더 나은 게임 서비스의 제공, 더 적은 사행성 유도, 그리고 더 투명한 운영방침이라면, 정부간섭은 해답이 아니다. 게임회사의 돈줄인 게임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회사를 압박하고 보이콧하는 것이 정부의 강제보다 훨씬 더 직접적이고 바람직한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를 요청하는 국가주의 사고방식이 건전한 추론에서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별 다른 근거 없이 눈에 보이는 것만 고려하는 미신에 불과한 것인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시점이다.


컴퓨터 그리고 콘솔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loot boxes)에 대한 세계적인 논란이 계속되고 있으며, 도저히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소비자들의 분노는 계속 커지고 있고, 전 세계의 정부는 확률형 아이템이나 다른 소액결제를 규제하는 것에 점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몇몇 주들은 확률형 아이템이 포함된 게임의 마케팅과 판매를 규제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며, 적어도 이러한 제안들이 아직 결실을 맺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성공적으로 게임규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을 완전히 퇴출시키는 절차에 들어갔으며, 여러 나라가 정부조사와 공청회를 열어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

문제는 정확히 무엇인가? 게임 내 콘텐츠에 대한 소액결제가 요점이다. 게임회사가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는 점에는 논쟁의 여지가 없지만, 게임 소비자들은 경쟁 콘텐츠에서 돈을 더 많이 쓴 사람이 승리를 하게 될 때(Pay-to-Win) 불쾌감을 느끼곤 한다. 어떤 사람들은 단순히 이기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이 공정한 경쟁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여긴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논란은, 운에 의존하는 소액결제라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된다. 공정성의 문제도 있지만, 확률형 콘텐츠를 구매하기 위해 실제 돈을 사용하는 것은 중독이나 도박과 관련된 중요한 심리학적 혹은 규제적 함의를 가진다. 정부가 다양한 게임규제를 고려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문제들 때문이다. 소액결제의 도박 여부는 각각의 게임 그리고 판매국가에 따라 달라지는 법적인 문제이며, 이에 대한 일률적인 기준은 없다. 마찬가지로, 확률형 아이템이 중독적이거나 심리학적으로 도박과 동등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진지한 경험적 증거 역시 아직 없다. 그러나 슬프게도, 정부의 공공정책은 대체로 증거에 기초하지 않으며, 근거가 거의 부실함에도 게임규제는 계속 추진되고 있다. 게임 소비자들은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게임회사를 정부권력으로 보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행복해 보인다.

소액결제의 경제학적 근거

지금의 논의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소액결제 모델에 대한 경제학적 성찰과 게임규제에 대한 논쟁이다. 나는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 대해 규제당국과 게임업계 모두가 어떻게 반응해왔는지를 다루는 최근의 논문에서 이에 대해 논한 바 있다. (이 링크를 참조하라.) 소액결제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하지만, 여기서는 간단한 개요를 제공하고자 한다.

나의 논문의 주요 결론은 게임회사들이 다운로드 콘텐츠(DLC), 캐릭터 스킨, 랜덤박스 등에 수익을 의존해야 하는 경제적 이유가 있으며, 게임업계 역시 확률형 아이템 논란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이에 대응하여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내가 논문에서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은 또 다른 결론은, 정부규제에 비해 자율규제가 더 빠르고, 더 효과적이며, 경쟁을 방해하지 않기 때문에 바람직하다. 그리하여 정부간섭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게임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소액결제는 탐욕스러운 기업이 우리를 약탈하려는 음흉한 계획이 아니다. 현실은 더 복잡하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소액결제를 통해 게임회사가 점증하는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 게임회사가 대량의 자본을 투자해서 개발하는 AAA급 게임은 엄청난 비용을 필요로 하며, 특히 지속적인 사후 고객 지원, 서버 유지, 라이센스 및 기타 지적재산권 관련 문제, 기초적인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지출 등의 이유로 점점 더 많은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동시에, 게임시장은 포화상태이고,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들이 넘쳐나며, 하나의 게임이 주목을 받는 기한, 즉 게임의 실질적인 유통기한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이렇듯 AAA급 게임 프랜차이즈는 단지 브랜드 가치에만 의존하며 수익을 올리는 것이 몇 년 전, 혹은 수십 년 전보다 훨씬 더 어려워졌다.

소액결제와 확률형 아이템은 잠재적인 해결책으로 떠올랐다. "잠재적"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소액결제와 확률형 아이템은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에서 여전히 테스트받고 있는 해결책이다. 이것이 바로 기업가들이 하는 일이다. 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을 실험하며 소비자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지 알아내고자 한다. 소액결제와 확률형 아이템 덕분에 게임업계는 상당한 수익을 올리게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은 뼈아픈 손실을 겪기도 했는데, 바로 게임 소비자들이 소액결제와 확률형 아이템 모델에 엄청난 혐오감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시장은 이미 이러한 수익 모델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게임회사들, 예컨대 EA의 노골적인 Pay-to-Win 정책을 "징벌"하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부 규제는 필요하지 않다

다른 게임회사들도 EA와 유사한 문제에 직면했고, 그들만의 해결책을 실험하고 있다. 예컨대, 소비자 불만에 반응으로, 미들어스: 섀도우 오브 워, 퀘이크 챔피언스, 포르자 모터스포츠 7, 포르자 호라이즌 4 등의 게임들은 확률형 아이템을 제거하거나, 게임머니를 구매하기 위해 실제 돈을 지불하는 기능을 제거함으로써 도박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피한다.

중요한 게임 유통 플랫폼으로 부상한 애플의 앱스토어는 게임이 제공하는 콘텐츠를 소비자들이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게임들이 확률형 아이템의 내용과 확률을 사전에 공개하도록 약관을 개정했다. 이것은 이제 일반적인 관습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오버워치, 피파 19, 로켓 리그와 같은 게임은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하였다.

시장의 자율규제기관은 어린이들이 게임중독이나 과도한 사행성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사용되는 게임물 등급 심의 체계인 오락 소프트웨어 등급 위원회(ESRB)는 정부규제기관이 아니라 자율규제기관임에도 실질적인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았으며, 부모가 자녀들이 무슨 게임을 하는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준다. 유럽에서는 PEGI 시스템이 유사한 정책을 채택했다. ESRB는 또한 부모들에게 게임물 등급제의 의미를 설명하고, 부모가 자녀를 게임으로부터 더 잘 보호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한 새로운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이러한 자율규제가 게임중독이나 사행성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정부는 할 수 없고 시장만이 할 수 있는 시장의 이점이다. 결국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은 원하는 것을 쟁취한다. 기업가들은 그러한 수요를 맞춰주지 못하면 파산한다.

다가오는 정부의 게임규제 위협

확률형 아이템 논란은 현재진행중이지만, 최근의 변화는 의미있는 자율규제의 전망이 밝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게임업계에서 자율규제는 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자신의 의견을 크게 표출하며 업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소비자들이 시장을 스스로 규제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게임업계의 미래가 완전히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이 논란의 더 불안한 특징 중 하나는 게임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기꺼이 정부권력을 이용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게임 소비자와 게임회사는 1990년대 까지는 게임의 잠재적인 폭력성에 대한 논란에 맞서며 정부규제에 함께 반대했다. 그 당시에는 모든 이가 정부가 게임의 내용을 검열하는 것에 저항하며 뭉쳤다. 그러나 소액결제에 관해서는, 게임 소비자들은 게임회사의 바람직하지 못한 사업적 결정에 맞서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는데 너무 열심인 것 같다. 소비자들의 이러한 요구는, 선거철에 사회적 논란에 대한 입법을 부르짖으며 유세하는 정치인들에 의한 위협과는 다른 종류의, 그러나 더 위험한 위협이다. 소액결제와 확률형 아이템은 시간이 흐를수록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으며, 일부 평론가들은 지금의 게임업계가 정부규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신호탄이 되리라 예상한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소비자와 정부기관이 합심하여 게임업계의 목을 조르려 하고, 게입회사들이 소비자들을 달래는데 실패한다면, 게임업계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는 점이다.




태그 : #간섭주의 #관료제와_규제 #정경유착과_조합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