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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편/完] 화폐제도와 금융제도 - 화폐와 금융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

국내 칼럼
경제학
작성자
작성일
2021-02-25 18:48
조회
821

전용덕
*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 경제학 박사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경기변동

편집 : 전계운 대표
  • 이 글은 전용덕 아카데미 학장의 2007년 저서 <권리, 시장, 정부> 제4장 "화폐제도와 금융제도"에서 발췌했다. 
[1편] 시작하며
[2편] 화폐의 종류, 기능 그리고 기원

[3편] 화폐의 정의
[4편] 대출은행업과 예금은행업
[5편] 부분지급준비자유은행업의 문제점과 폐해

[6편] 중앙은행업의 기능과 폐해
[7편/完] 화폐와 금융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

편집자주: 경제현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미제스 연구소는 2021년부터 전용덕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의 대표 저서 중 하나인 2015년작 <경기변동이론과 응용>을 홈페이지에 연재하고자 한다. <권리, 시장, 정부>에서 발췌한 이 글은 본격적인 연재에 앞서 독자들에게 경기변동이론의 개론을 소개하는 길라잡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오스트리아학파의 여러 경제이론 중 경기변동이론은 시장경제의 호황과 불황의 원인을 매우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불황 치유의 정책적 진단에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사람들은 대체로 1930년대 초반의 대공황과 2000년대 후반의 금융위기를 자본주의 체제의 내적 모순 때문에 발생했다고 여기며, 2020년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위기도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경제에 적극 간섭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오스트리아학파에 따르면 이러한 진단과 처방은 잘못된 것이다. 시장경제에서 발생하는 모든 중대한 문제의 근원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있기 때문이다.


화폐와 금융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

앞에서 민간 금융기관의 신용수단의 확대와 중앙은행의 보호와 지원이 경기의 변동과 반복을 초래함을 보았다. 중앙은행으로 하여금 민간 금융기관의 신용수단의 확대를 촉진케 하는 궁극적인 주체는 정부다. 먼저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정부, 특히 행정부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에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법제상 한국은행은 행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되어 있지 못하다.1

“행정부는 한국은행법에 의거 금통위 의결사항에 대한 재의요구, 한국은행 예산 승인, 금통위 열석 발언,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한국은행의 정책 및 조직운영에 대해 개입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은행에 물가안정 책임을 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타 법령에 의해 물가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통화관리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외국환거래법령에 의거 재경부장관이 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 필요한 경우 한국은행의 외환시장개입, 한국은행의 외화자금 조달 및 운용에 대해 지시를 할 수 있어 한국은행이 조절하는 본원통화 공급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2

이렇게 된 데는 물론 한국은행법이 그렇게 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행정부에서는 한국은행을 행정부의 통제 대상으로 인식한다고 한다. 한국은행 총재를 대통령이 임명할 때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절차도 한국은행을 행정부의 산하기관으로 보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 자신이 중앙은행 총재를 임명함으로써 자신의 뜻을 거역하지 않을 인물을 선정한다. 현재 한국은행의 총재가 임기를 모두 마치고 퇴임한 경우는 거의 없다. 그만큼 그 자리가 정치적인 자리이지 전문가가 자신의 전문성을 이용하여 국민 전체의 공익을 돌보는 자리는 아닌 것이다.

“한국은 정부주도의 경제운용이 오래 지속되고 행정부가 통화 정책에 대해 자주 언급함으로써 한국은행이 물가안정 주체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으며 물가안정 업적의 축적도 일천하다.”고 한다.3 이 점은 최근의 경제위기에 행정부가 구조조정과 금융불안을 주도적으로 실시함에 따라 가중되고 있다. 그리고 최근 설립된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의 고위 공직자도 정부에 의하여 임명된다.

신용확대의 궁극적인 책임자가 정부라는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가장 구체적인 증거는 대한민국 건국 이후에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경기변동으로 두 번이나 화폐개혁을 단행한 사실이다. 41950년 5월에 한국은행법이 공포되고 같은 해 6월 12일에 한국은행이 업무를 시작했다. 한국은행은 1953년 2월 15일에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이 때 조선은행권이 한국은행권으로 교체되었고, ‘원’은 ‘환’으로 바뀌었으며, 교환비율은 100대 1이었다. 1차 화폐개혁은 전비와 정부의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하여 남발된 화폐로 인하여 발생한 극심한 인플레이션 때문이었다. 1945년 12월부터 1950년 3월까지 화폐 공급량은 11배 증가하였고, 물가는 26배 앙등하였다.

그러나 이 통계는 한국전쟁 이전의 화폐 공급량 증가와 인플레이션을 보여주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즉, 이 통계는 전비 조달을 위한 통화 발행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화폐개혁으로 물가상승은 매우 둔화되었다. 화폐개혁 이루 1961년까지 통화량은 8-9배 증가하였고 물가는 4-5배 상승하였다. 이러한 인플레이션은 화폐개혁 이전보다는 매우 낮은 것이었으나 절대적으로는 여전히 매우 높은 것이었다. 여기에서 특징적인 것은 이 시기에 통화 공급의 증가에 비해 물가상승이 낮았던 이유는 전후의 경제회복으로 인한 화폐 가치의 상승이 그러한 결과를 가져왔음을 알 수 있다.

5・16군사정부는 1962년 6월 10일에 제2차 화폐개혁을 단행하였다. ‘환’을 ‘원’으로 바꾸고 교환비율을 10대 1로 하였다. 이러한 화폐개혁은 실패로 끝났다고 한다. 이러한 실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금융시장을 통제하고 간섭하는 것을 그만두지 않았다. 1965년에는 이자율을 대폭 인상하였고, 1972년 8・3조치, 1974년 5・29조치, 1980년 9・27조치까지 정부의 인위적인 금융시장 간섭은 지속되었다. 이 시기의 구조적 특징은 높은 인플레이션, 정부에 의한 인위적인 저이자율과 자원의 인위적인 배분, 금융시장의 이중구조 등이라고 하겠다.

1993년 8월 금융실명제, 같은 해 10월 금리 자유화 등의 실시로 정부의 금융시장 간섭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 방향을 잡았으나 제대로 결실을 맺지 못한 채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았다. 그리고 외환위기도 정부의 방만한 통화 관리와 누적된 신용수단의 확대에 의해 초래되었다.

종합하면, 반복되는 대규모 인플레이션과 경기변동의 궁극적인 책임자는 정부이다. 중앙은행은 중간 단계의 책임자일 뿐이다. 근래에는 많은 금융기관의 실질적인 소유주가 정부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과 경기변동에 있어서 정부의 책임은 예전보다 더 크다고 하겠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금까지의 화폐 가치의 불안정과 그로 인한 여러 번의 경제위기는 모두 궁극적으로는 정부의 책임이다.

화폐 제도와 금융 제도의 개혁

화폐와 금융 제도의 개혁은 앞 절의 분석에서 자연스럽게 유도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발권시장을 경쟁적으로 만드는 것과 화폐의 종류를 상품화폐로 바꾸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첫째, 정부는 금을 본위 화폐로 하는 금본위제를 입법화하여야 한다.5 당연히 지폐 또는 영화를 폐지해야 한다.6

둘째, 중앙은행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셋째, 금융기관의 설립을 자유화하고, 태환 가능한 상품화폐의 발행을 모든 금융기관에 허용하도록 한다.

다섯째, 금융기관 내에서도 대출은행업과 예금은행업을 구분토록 하고, 후자에 대해서는 100퍼센트 지급준비금을 준비토록 의무화한다. 현재 중앙은행이 정하는 지급준비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서 그것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예금은행업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받을 수 있게 한다.

여섯째, 예금뇌취를 제도적으로 허용하고 예금보험공사를 폐지한다. 선착순을 예금뇌취의 원칙으로 규정한다. 예금뇌취를 허용함은 금융기관이 자신의 고객의 요구에 응할 수 없다면 언제든지 파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7

일곱째, 금을 포함한 한국은행이 보유한 실물자산은 일정한 비율로 금융기관에 나누어준다.8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앞에서 제시한 개혁 방안을 온전히 실천하고 정부는 화폐 제도와 금융 제도에서 완전히 손을 떼어야 한다.

맺는 말

최근 많은 나라, 특히 중남미에서 달러를 자국 화폐로 채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달러라이제이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일부 지식인도 원화 가치의 불안정으로 인한 위기의 반복과 민생의 파탄을 막기 위하여 달러라이제이션을 제안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차선의 대책은 되겠지만 결코 훌륭한 대책은 아니다. 왜냐하면 달러도 현재는 다른 화폐와 같이 지폐일 뿐이고 미국의 금융 제도도 앞에서 언급한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그 점에서 앞에서 지적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물론 미국이 다른 어떤 국가보다 화폐의 관리가 엄격하다는 점과 달러가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화폐라는 점이 있다. 그러나 화폐 관리의 실패로 미국경제가 경기순환을 겪는다는 불만을 가진 미국내 연구자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리버테리언들과 많은 화폐와 금융 연구자도 앞에서 제시한 것과 비슷한 개혁을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앙은행이 정부나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정부나 정치권으로부터 매우 독립적인 미국의 경우도 나타난 경제적 결과는 실망스럽다는 비판이 많다. 통화주의자의 처방을 실험한지가 20년이 지났고, 연준은 화폐 총량을 덜 강조하고 연방기금금리(Federal Fund Rate)를 정책 목표로 하기 시작했다. “이론으로서 통화주의는 광범위하게 불신되었다. 적어도 공공정책을 위한 실제적인 의미에서 말이다.”라고 헤이몬드는 적고 있다.9 그리고 미국도 경기의 순환이 계속되고 있고, 1990년대의 아시아의 국가들의 경제위기의 원인중의 하나로 미국의 무역적자가 지적되고 있다. 1998년에는 연준이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롱텀케피탈메니지먼트(Long Term Capital Management)에 35억 달러라는 거금을 지원하였다.

화폐와 신용수단의 팽창의 중심에 중앙은행 제도와 지폐 본위제가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항상 정부가 있다. 자발적인 저축을 초과하는 신용수단의 확대는 파멸의 씨앗을 내재하고 있다. 하이에크 등 상당수 연구자들은 그것이 경기변동과 공황을 가져온다고 오래 전에 지적했다. 현재의 발권시장이 자유시장이 아니고 정부의 통제된 시장이라는 사실에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자유의 억압과 위기의 반복을 초래하지 않으려면 발권시장을 포함한 화폐 제도와 금융 제도를 자유시장이 되도록 개혁하는 일이 21세기에 인류가 해야 할 일임에 틀림없다.

“100퍼센트 지급준비금 금본위제가 화폐 개혁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그 제도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deflation)―디프레션(depression)이라는 양대 악을 퇴치할 수 있는 경제제도라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그 제도는 물리적 폭력의 행사 없는 근본적인 도덕적―정치적 원리와 일치한다. 그리고 그 결과 개인적 자유의 실재함과 일치한다. 사실, 그 제도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디프레션에 부과하는 안전장치에 의하여, 100퍼센트 지급준비금 금본위제는 다른 어떤 화폐 제도보다 국가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보장할 것이다.”라고 라이즈만(Reisman)은 그의 논문 서두에서 지적하고 있다.10

한국은 새천년이 시작되는 21세기를 경제위기로 시작했다. 이러한 위기가 축복이 될 것인지 닥쳐올 더 큰 재앙의 예고가 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각종 공적자금의 급격한 증가와 정부재정적자의 증가는 화폐와 금융 위기의 더 이상의 재발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현 세대는 많은 적자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게 되었다. 화폐 제도와 금융 제도의 총체적인 개혁만이 물가안정을 통한 생산과 생산성 향상을 이룰 수 있고, 그 방법만이 아마도 정부의 부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것처럼 보인다. 화폐 제도와 금융 제도에 있어서 정부가 문제의 궁극적 원인임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을 깨닫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다음 세대를 위하여 정말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차분히 생각하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화폐 헌법의 제정은 우리 모두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태그 : #중앙은행 #주류경제학비판 #호황과_불황 #간섭주의 #화폐와_은행

썸네일 출처 :nobody chants end the fed anymore

  1. 한국은행, “미국 연준과 한국은행, 어떻게 다른가?” 2001. 3을 전적으로 참고. 특히 앞의 글에서 미국의 연준과 비교하면 한국은행이 얼마나 행정부의 강력한 통제를 받는가를 쉽게 알 수 있다.
  2. 한국은행 (2001), 3쪽에서 인용.
  3. 한국은행 (2001), 12쪽에서 인용.
  4. 이 부분은 김학은 편저, <돈의 역사> 학민사, 1994를 전적으로 참고.
  5. 라스바드는 좋은 제도의 순위를 암묵적으로 100퍼센트지급준비은행업, 자유은행업, 중앙은행업의 차례로 매기고 있다. 다만 상품화폐를 채택한다면 자유은행업도 100퍼센트지급준비은행업과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Rothbard (1993), pp. 870-871 참고.
  6. 금본위제를 고집할 이유는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상품화폐가 화폐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금보다 더 적절한 상품화폐가 없기 때문에 금을 화폐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7. 부차적으로 현행 파산 관련법은 진정한 의미의 파산보다는 오히려 파산을 지연시키는 장치다. 그 점에서 파산 관련법의 대폭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8. 금과 중앙은행이 보유한 자산을 얼마나 금융기관에 나누어주어야 하는가는 약간의 계산이 필요하다.
  9. Haymond (2000), 53쪽에서 인용.
  10. Reisman, George, “The Goal of Monetary Reform,” Quarterly Journal of Austrian Economics, vol. 3, no. 3, 2000, pp. 3-18중에서 3쪽에서 인용. 영어는 필자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