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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von Mi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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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이션에 대한 중앙은행의 4가지 거짓말

해외 칼럼
경제학
작성일
2021-04-23 08:42
조회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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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örg Guido Hülsmann
외르그 귀도 휠스만은 화폐, 은행, 통화정책, 거시경제학, 그리고 금융시장과 관련된 문제를 주로 연구하는 독일 출신의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자이다. 현재 프랑스의 앙제대학교에서 경제학 교수 겸 미제스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휠스만은 호페 그리고 데소토와 함께 가장 뛰어난 유럽 출신의 오스트리안으로 평가받고, 오스트리아학파를 넘어서 비주류 경제학계 전체에서도 선도적인 전문가로 여겨진다.

주제 : #화폐와_은행

원문 : Four Reasons Central Banks are Wrong to Fight Deflation | Mises Wire (게재일 : 2017년 6월 22일)
번역 : 김경훈 연구원


'디플레이션'(deflation)이라는 단어는 다양한 방법으로 정의될 수 있다. 오늘날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정의에 따르면, 디플레이션은 가격수준의 지속적인 하락이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디플레이션은 통화 공급의 감소를 의미하였으며, 최근의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율의 감소가 곧 디플레이션이라는 새로운 정의를 제안하기도 한다. 분석의 목적이 다르다면 이러한 정의들은 모두 통용될 수 있다. 그러나, 인위적인 통화 공급의 증가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디플레이션을 들먹이는 것은 정말 큰 잘못이다.

디플레이션이 해롭다는 교리는 오늘날의 화폐정책이 반론을 불허하는 신성불가침의 영역 중 하나이다. 디플레이션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은 여섯 가지의 주장을 제시한다.1 첫째, 역사적으로 볼 때, 디플레이션은 총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생활수준을 하락시킨다. 둘째, 디플레이션은 시장 참가자들이 더 낮은 가격에 투기하기 위해 구매를 연기하도록 부추긴다. 셋째, 가격수준의 하락은 과거에 더 높은 가격수준으로 계약된 대출의 상환을 어렵게 만든다. 넷째, 이러한 3개의 어려움 때문에 은행업계의 위기가 초래되고 신용이 급격하게 축소한다. 다섯째, '가격경직성'(sticky prices)과 실업율을 초래한다. 마지막으로 여섯째, 디플레이션은 고용과 생산을 촉진하는 '저리 자금' 화폐정책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명목 이자율을 낮춘다. 제로 이하로 금리를 낮츨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을 입증하는 이론적 혹은 경험적 증거 모두 미약하거나 부족하다.2

첫째, 디플레이션이 총생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역사적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 물가수준의 장기적인 감소는, 물가수준이 증가한 비슷한 기간 그리고/또는(and/or) 국가들에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낮은 성장률과 체계적인 상관관계가 없었다. 금융제도가 야기한 디플레이션 쇼크에 초점을 맞춘다고 해도, 디플레이션이 장기 성장을 저해한다는 일반적인 주장을 입증할 실증적 증거는 없다.3

둘째, 예상외로 강한 디플레이션이 구매 결정을 연기하도록 사람들을 부추긴다는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총생산을 늦추는 것은 아니다. 디플레이션 경향이 있는 곳에서 일반적으로 구매 결정, 특히 소비는 중단되지 않는다. 우선, 인간이 먹지 않으면 죽는다. 아무리 신경질적인 구두쇠라도 내일까지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소비활동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구두쇠가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가수준이 크게 감소하지 않는 상황에서와 마찬가지로 상품을 대량으로 구입할 것이다. 비록 가격이 더 떨어지리라 예상된다고 해도,사람들은 상품과 서비스를 더 빨리 즐기는 것을 선호하기 위해 어느 순간에는 그것들을 살 것이다. (경제학 용어로 이것을 '시간선호'(time preference)라고 부른다.) 디플레이션 환경에서 소비는 아주 미미한 정도로만 둔화될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 지출의 감소는 총생산의 감소와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그것을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다. 정말 단순하게도, 소비에 사용되지 않은 모든 자원이 절약되므로 투자할 자원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전에는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을 만큼 생산성이 없던 영역에서 생산이 이루어질 수 있게 된다.

셋째, 디플레이션, 특히 예상치 못한 디플레이션이 과거에 더 높은 가격수준으로 계약된 부채의 상환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점은 옳다. 대규모 디플레이션 쇼크의 경우 광범위한 파산을 발생시킬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디플레이션에 피해를 입은 기업가 및 자본가에게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 본다면, 누가 자원을 소유하는지는 중요한 일이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자원이 여전히 온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디플레이션은 자원을 물리적으로 파괴하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화폐가치를 떨어뜨릴 뿐이다. 따라서 디플레이션은 생산적인 자산을 이전의 소유주에서 새로운 소유주로 재분배하는 결과로 이어지며, 생산에 미치는 순영향은 0에 가깝다.4

넷째, 디플레이션이 은행 고객들의 부채 상환을 더 어럽게 만들고, 광범위한 사업실패의 발생 혹은 은행의 유동성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다소 금융산업을 위협한다는 지적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상술한 이유와 마찬가지로, 디플레이션은 일부 은행에게는 파괴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사회 전체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중요한 점은 은행의 신용이 실제 자원을 창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은행의 신용은 자원을 사업과 연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신용의 축소가 자원의 파괴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고, 인력의 고용, 토지, 공장, 도로 등의 이용이 기존과 다른 방향으로 이루어지도록 유도할 뿐이다.

상기한 논점들에 비추어 본다면, 우리는 디플레이션이 실제로 유발하는 문제들이 통화당국이 현재 주장하는 것보다 훨씬 덜 심각하다고 말할 수 있다. 디플레이션은 확실히 많은 파괴적인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파괴력은 주로 통화 공급 인플레이션에 책임이 있는 기관을 위협한다. 디플레이션은 부분지급준비제도(fractional reserve banking)에 의존하는 정부, 기업가, 은행, 그리고 소비자들의 부를 감소시킨다. 그러나 위에서 내가 주장한 바 처럼, 그러한 파괴는 새로운 고용을 위해 이전에 사용되고 있던 물리적 자원을 자유롭게 해방시킨다. 그러므로, 디플레이션이 일으키는 파괴는 슘페터(Joseph Schumpeter)가 말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라고 말할 수 있다.5


태그 : #인플레이션 #중앙은행 #주류경제학비판

  1. 개요를 살펴보고 싶다면, Federal Reserve Bank of Cleveland, Deflation— 2002 Annual Report (May 9, 2003); R.C.K. Burdekin and P.L. Siklos, eds., Deflation: Current and Historical Perspectives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4) 를 보라. 후자의 경우, Quarterly Journal of Austrian Economics 9, no. 1 (2006): 89–96 에 수록된 게르체프(Nikolay Gertchev)의 훌륭한 서평을 참고하라.
  2. 디플레이션에 대한 최근의 오스트리아학파의 분석을 알고 싶다면, Quarterly Journal of Austrian Economics 6, no. 4 (2003) 에 특별쟁점(special issue)으로 수록된 “Deflation and Monetary Policy” 를 보라. 또한 Murray N. Rothbard, America’s Great Depression, 5th ed. (Auburn, Ala.: Ludwig von Mises Institute, 2000), part 1; idem, Man, Economy, and State, 3rd ed. (Auburn, Ala.: Ludwig von Mises Institute, 1993), pp. 863–65 를 보라.
  3. 다음을 참고하라. George Selgin, Less Than Zero (London: Institute for Economic Affairs, 1997); Michael D. Bordo and Angela Redish, “Is Deflation Depressing? Evidence from the Classical Gold Standard,” NBER Working Paper #9520 (Cambridge, Mass.: NBER, 2003); A. Atkeson and P.J. Kehoe, “Deflation and Depression: Is There an Empirical Link?” American Economic Review, Papers and Proceedings 94 (May 2004): 99–103.
  4. 디플레이션이 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한 재분배가 도덕적 관점에서 용납불가능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나는 이 책의 제2장에서 합법화된 지급정지(suspension of payment)의 경제성을 다루면서 이 질문의 몇 가지 측면을 살펴볼 것이다.
  5. Joseph A. Schumpeter, Capitalism, Socialism, and Democracy (London: Allen & Unwin, 1944), chap. 7 를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