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언제나 정부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Liberty is always freedom from the government.)

-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von Mi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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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지적재산권, 특허권, 저작권에 대한 자유주의적 견해: 과거 리버테리언들의 입장

해외 칼럼
자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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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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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ob Huebert | The Federalist Society

Jacob H. Huebert
제이콥 휴버트는 <보수주의자의 양심>의 저자 배리 골드워터를 기념하는 보수주의-자유주의 단체인 골드워터 연구소의 수석 변호사로, 언론의 자유와 재산권을 보호하는 소송을 전담하고 있다. 골드워터 연구소에 합류하기 이전에는 시카고 소재의 자유정의센터의 소송 책임자로 재직하며 여러가지 헌법적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대정부 소송을 이끌었다. 머레이 라스바드의 <새로운 자유를 위하여> 이후 최고의 자유주의 입문서로 평가받는 <Libertarianism Today>의 저자이다.

주제 : #자유주의일반

원문 : The Fight against Intellectual Property (게재일 : 2011년 3월 2일)
번역 : 한창헌 연구원

[1편] 과거 리버테리언들의 입장
[2편] 왜 지적재산권을 폐지해야 하는가?
[3편] 저작권은 창조와 혁신을 가로막는다
[4편] 특허권 보호의 사회적 해악
[5편/完] 지적재산권을 폐지하라

미국 음반산업 협회가 인터넷에 24개의 노래를 공유한 32세의 미네소타 여성을 상대로 192만 달러의 배상 판결을 거둔 적이 있다. 이것이 자유를 위해 좋은 판결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디즈니를 비롯한 미디어 대기업들이 의회를 압박해서 미키마우스와 다른 창작물에 대한 자적권 보호를 미래에도 적용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을 때, 리버테리언들은 환호해야만 했을까? 특허보유회사가 스마트폰 제조사 블랙베리에게 수억 달러의 라이센스 비용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네트워크 서비스를 폐쇄하겠다고 협박했을 때, 이것은 재산권의 승리였을까, 아니면 단순한 강탈이었을까?1

오랜 세월동안, 리버테리언들은 지적재산(intellectual property, IP)에 대한 갈등을 겪어왔다. 한편으로, 리버테리언들은 재산권을 지지하기 때문에 지적재산 또한 지지해야만 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지적재산은 일부 사람들에게 정부를 이용하여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을 제한할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아인 랜드와 루트비히 폰 미제스를 비롯한 과거의 리버테리언 위인들은 지적재산을 지지했다. 랜드는 도덕적인 이유로, 미제스는 창의적인 작품과 발명의 생산을 장려하기 위해 지적재산을 지지했다. 그러나, 보다 최근의 리버테리언 사상가들은 이른바 지적재산이라 불리는 개념이 정당하지 않고, 필요하지도 않다는 입장으로 선회하였다.

과거의 리버테리언들은 지적재산에 찬성했다

특허와 저작권에 의해 보호되는 생각들을 '재산'(property)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되었다. 역사적으로, '재산권'(property rights)은 오로지 부동산(real property, 토지, 건물)과 동산(personal property, 유형의 물체)에만 국한된 것이었다. 이런 종류의 재산은 사람들이 전용(homestead)한 토지로서, 생산하고 거래한 재화로서, 정부가 존재하기도 전부터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즉, 정부가 재산을 발명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이러한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나중에 생겨난 것이 정부다.

지적재산은 보통의 재산과는 훨씬 다른 기원에서 출발한 것이며, 지금으로부터 매우 가까운 시점에 탄생하였다.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 하버드 로스쿨 교수가 말하듯이, 지적재산권을 다른 재산권과 동일한 것으로 다루려는 일부 사람들의 욕망은 "우리의 실제 법 전통과 합리적인 연관이 전무하다."2 오히려, 지적재산권은 발명가, 작가, 예술가들에게 특정한 생각을 일정 기간동안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하는 정부 명령(법률)의 산물이다. 지적재산권법을 제정한 사람들 역시, 그들이 지금까지 인식하지 못한 자연적 재산권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재산권과 무관한 일시적인 특권을 부여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미국 헌법 제1조 제8절 8항의 표현을 보면 이 점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해당 구절은 "저자와 발명가들에게 그들의 저술과 발명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일정 기간 보장해 줌으로써 과학과 유용한 기술의 발달을 촉진시킬 권력"을 의회에게 부여한다. 이처럼 의회는 지적재산권을 기존에 존재하는 자연적 권리를 새로이 인식하는 것으로 여기지 않았고, 반대로 특정한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적극적 권리(positive rights)로 이해한다. 우리는 이 조항이 제1차 그리고 제2차 수정헌법과 충돌한다고 말할 수 있다. 수정헌법은 특정 권리가 "침해될 수 없다"라고 진술하고, 그러한 권리가 이미 [자연적으로] 존재함을 암시한다. 의회는 우리에게 권리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권리란 개인의 생명과 재산에 대한 권리로부터 비롯되고, 따라서 정부의 형성에 앞서기 때문이다.

만약 지적재산권이 정말로 다른 재산권과 똑같다면, 리버테리언들이 이것을 어려운 문제로 여기고 논쟁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결국, 리버테리어니즘은 재산권에 기반한다. 지적재산권을 다른 재산권과 동일하다고 말할 수 있다면, 리버테리언들은 의회 앞에서 "창조적 재산의 소유자들은 미국의 다른 모든 재산 소유자와 동일한 권리와 보호를 제공받아야 한다"고 선언한 고(故) 잭 발렌티(Jack Valenti) 미국영화협회 회장에게 쉽게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3 또한 리버테리언들은, 온라인에서 불법으로 앨범을 다운받는 것이 매장에서 CD 한 장을 훔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하는 오늘날의 음반산업 대표들에게도 동의해야 한다. 그리고, 아마 리버테리언들은 파일 공유자들에게 내려진 막대한 배상판결이 정당하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리버테리언들이 지적재산을 지지하던 시절에도, 이는 결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아인 랜드는 "정신의 생산물에 대한 인간의 권리"를 이유로, 생각을 창조한 사람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고, 따라서 특허와 저작권을 법적인 차원에서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랜드 역시 생각이 다른 재산들처럼 다뤄질 수 없다는 점을 인식했다. 일반 재산에 대한 권리는 영구적으로 존재한다. 소유자는 재산을 상속자들에게 양도할 수 있고, 상속을 받은 사람도 또 다른 상속자에게 양도하는 식으로 권리는 영원히 보장받는다. 그러나 랜드에 따르면, 지적재산권은 오직 제한된 기간 동안만 인정될 수 있다. 만약 사람들이 생각에 대한 영구적인 재산권을 보유한다면, 연구와 혁신은 서서히 중단될 것이고, 오래 전에 죽은 발명가들의 자손이 우리가 사용하는 사실상 모든 것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로열티를 요구함으로써 사회를 '마비'시킨다는 것이다. 발명가의 권리와 더 많은 혁신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랜드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시간 제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4 랜드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그녀의 철학과 견해를 인간 권리에 대한 자신의 도덕적 견해의 일환이라고 주장하지만, 막상 혁신을 장려하기 위해 지적재산권의 기간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녀답지 않게 효용주의(utilitarian)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적재산권이 자연적 재산권이라고 믿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러한 어려움[다른 재산권과 마찬가지로 지적재산권이 영구적으로 부여될 경우 발생할 사회적 효용의 감소]에 직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루트비히 폰 미제스는 자연권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에 직면하지 않았다. 그는 단순히 사람들에게 유용한 저술 그리고 기술적 혁신을 창조하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지적재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인간 행동(Human Action)>에서, 미제스는 "만약 교과서, 지침서, 소책자, 기타 논픽션 작품들" 따위를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재생산"할 수 있다면, "어느 누구도 그렇게 힘든 저술 활동을 맡지 않을 것"이고, 만약 발명가와 후원자들이 특허를 받지 못해 그들의 지출을 메울 수 없다면, "기술의 발전이 심각하게 지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5

머레이 라스바드는 지적재산이라는 개념으로부터 약간 멀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어느정도 지적재산을 옹호하곤 했다.6 라스바드는 지적재산이 다른 재산들과는 상이한 기원으로부터 생겨났다는 점을 인지했지만, 저작권과 제한된 의미에서의 특허를 로크주의 전통의 재산권 체계에 뿌리내림으로써 정당화하려고 시도했다. 자연법과 자연권을 믿은 라스바드에게, 저작권은 효용주의적 근거로 정당화될 수 없고, 정부 명령에 의해 합법적으로 성립될 수 없다. 그러나 라스바드는 만약 저작권이 계약의 산물이라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스미스가 존스에게 책을 판매할 때, 스미스가 책에 '저작권'을 표시한다면, 존스는 스미스로부터 오직 물리적인 책을 소유하고 사용할 권리만을 받고, 그것을 복사할 권리는 받지 못할 것이다. 다시 말해, 존스에게 저작권을 통지함으로써 스미스는 존스에게 판매하는 권리 다발에서 그 책의 복사본을 만들고 판매할 권리는 배제할 수 있다. 어떤 사람도 자신이 소유한 것보다 더 많은 권리를 양도할 수 없기 때문에, 존스 이후로 그 책을 받은 모든 제3자는 존스가 마주했던 것과 같은 제한을 받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고의 흐름에 따르면, 저작권이 표시된 책을 허락 없이 복제한 사람은 누구나 본래의 소유자가 여전히 가지고 있는 권리를 도둑질한 것이다. 왜냐하면 본래의 소유자는 권리를 포기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라스바드는 유사한 맥락에서 특허를 정당화했다. 스미스가 존스에게 새롭게 개발된 진공청소기를 판매하고 그것에 '특허'(혹은 라스바드의 표현에 따르면, '저작권')를 표시한다면, 존스는 오직 물리적 물체에 대한 권리만을 받고, 그것을 복제할 권리는 받지 못한다. 특허는 저작권과 마찬가지로 계약적 제한을 형성한다. 그러나 이러한 유형의 '특허'는 동일한 장치를 완전히 스스로 고안하고 배포하는 다른 발명가들을 막지는 못한다. 오늘날의 특허법은 재화의 최초 발명가에게 배타적 권리를 수여하고, 이후의 발명가들은, 설령 본래의 발명품을 보지도, 듣지도 못했더라도 특허에 구속된다. 라스바드에게 이는 부당하다. 왜냐하면 이후의 발명가가 스스로 발명품을 고안하고 만들었다면, 최초의 발명가의 어떠한 재산권도 침해하지 않기 때문이다.(다만 이 문제는 저작권의 맥락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두 사람이 정확히 같은 소설, 희곡 및 음악을 독립적으로 작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해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무한 원숭이 정리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태그 : #오스트리아학파의_역사 #사유재산 #법체계 #정치철학과_윤리학 #미제스 #라스바드

  1. 이 점에 대해서, David Kravets, ‘‘Feds Support $1.92 Million RIAA FileSharing Verdict,’’ Threat Level, August 14, 2009, http://www.wired.com/threatlevel/ 2009/08/feds-support-192-million-file-sharing-verdict/; Lawrence Lessig, Free Culture: How Big Media Uses Technology and the Law to Lock Down Culture and Control Creativity (New York: Penguin, 2004), 213–45, http://www.free-culture.cc/freeculture.pdf; Rob Kelley, ‘‘BlackBerry Maker, NTP Ink $612 Million Settlement,’’ CNNMoney.com, March 3, 2006, http://money.cnn.com/2006/03/03/technology/rimm_ntp/index.htm 를 보라.
  2. Lessig, Free Culture, 118.
  3. Ibid., 117.
  4. Ayn Rand, ‘‘Patents and Copyrights,’’ in Ayn Rand, Capitalism: The Unknown Ideal (New York: Signet, 1967) 130–34.
  5. Ludwig von Mises, Human Action: A Treatise on Economics, 4th ed. (San Francisco: Fox & Wilkes, 1996), 661–62, http://mises.org/Books/humanaction.pdf.
  6. 지적재산에 대한 라스바드의 견해는 Murray N. Rothbard, Man, Economy, and State (Auburn, AL: Ludwig von Mises Institute, 1993 [1962]), 652–660; Murray N. Rothbard, Power and Market: Government and the Economy, 4th ed. (Auburn, AL: Ludwig von Mises Institute, 2006 [1970]), http://mises.org/Books/powermarket.pdf; Murray N. Rothbard, The Ethics of Liberty (New York: New York University Press, 1998 [1982]), 123–24, http://mises.org/rothbard/ethics.pdf 를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