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언제나 정부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Liberty is always freedom from the government.)

-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von Mises)

칼럼 및 번역자료 투고 요령 안내

[7편] 경기변동이론과 응용 - 자유시장하에서의 자원배분

국내 칼럼
경제학
작성자
작성일
2021-07-09 18:15
조회
994

전용덕
*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 경제학 박사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경기변동

편집 : 전계운 대표
경기변동이론과 응용 목차 <펼치기>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이론에서 주장하는 경기변동의 직접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경기변동에서 풀어야 할 수수께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앞에서 이미 지적했듯이, 왜 경영상의 과오(business errors)가 갑자기 한꺼번에 나타나는가 하는 것이다. 순수한 자유시장(free market)에서는 잘 훈련된 기업가들이 있어서 그 기업가들이 일시에 과오를 범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경영상의 과오가 한꺼번에 나타나는 경우는 발생할 수 없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면, 붐–버스트 사이클은 정부가 통화정책을 통해 이자율에 간섭함으로써 발생한다. 구체적으로, 화폐공급의 증가 중에서 재계(business world)로 대출된 부분이 경기변동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다시 말하면, 정부가 화폐공급의 증가를 통해 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낮춤으로써 경기변동을 초래한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시간시장(time market)과 금융시장을 포함한 자본시장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경기변동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통화 간섭이 어떻게 경기변동을 초래하는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유시장 또는 자유시장 경제(free market economy)에서 이자율이 결정되는 과정과 그와 관련한 자원 배분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1 왜냐하면 자유시장경제에서 이자율이 결정되는 과정과 자원 배분은 정부의 통화 간섭 정책이 가져올 결과를 평가하기 위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을 예로 들면, 미국 중앙은행이라 할 수 있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1913년 설립된 이후에는 순수한 자유시장 경제를 관찰할 수 없다. 물론 그 이전 기간이라도 미국이 반드시 순수한 자유시장 경제라 할 수 없지만 말이다. 특히 각종 제도가 순수 자유시장과 일치하는가 하는 점은 시대별로 다르다고 하겠다. 현실의 경제가 순수 자유시장이 아닌 시장 또는 부분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은 경제 내의 각종 제도를 자유시장이라는 기준으로 정확히 평가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설명을 위하여, 자유시장 경제라는 가정하에서 초기에 경제 내의 통화량이 일정하다고 가정한다. 통화량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하는 것, 신용확장이 이루어지는 과정 등은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다룬다.

먼저 그 통화량의 일정 부분은 소비에 쓰인다. 나머지 통화량의 거의 대부분은 저축되어 투자되고 전체 통화량의 작은 부분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여 현금의 형태로 보유된다. 그러나 순수 자유시장에서 현금 보유는 전체 통화량에서 비중이 크지 않을 뿐 아니라 큰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편의상 잠시 논의에서 제외한다. 그러나 경기변동 과정에서는 현금 보유가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 때 다시 논의에 포함하고자 한다. 투자 자금은 여러 단계의 생산구조(production structure)에 배분된다.2 소비와 저축 또는 소비와 투자의 비율은 사람들의 시간선호에 의해 결정된다. 3

한마디로, 시간선호는 시제간(intertemporal) 자원배분을 결정한다. 여기에서 시간선호란 미래에 대비하여 현재를 선호하는 정도를 말한다. 사람들이 현재를 선호할수록 시간선호가 높아진다고 하고 사람들이 미래를 선호할수록 시간선호가 낮아진다고 한다. 사람들의 시간선호가 ‘순이자율’(pure interest rate)을 결정한다. 여기에서 순이자율이란 불확실성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의, 현재 화폐에 대한 미래 화폐의 시간할인율이다. 예를 들어, 현재 100만원의 화폐가 1년 후에 105만원의 화폐를 획득할 것으로 예상되어, 그 결과 교환된다면 순이자율은 연 5%이다. 물론 불확실성이 완전히 제거된 상태라고 가정했을 때 말이다.

여기에서 시간선호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추가하고자 한다. 불행하게도 개인의 시간선호는 외부에서 관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비록 소비와 저축의 형태로 외부로 표출되지만 말이다. 문제는 시간선호가 각 개인에 의해 심리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인간행위학(praxelogy)은 시간선호에 대해 궁극적인 설명을 제공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인간행위학은 시간선호에 영향을 주는 것들에 대해 몇 가지 진실을 말할 수 있다. 첫째,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개인의 실질소득이 증가하면 그의 시간선호스케줄상에서 시간선호율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지면 미래를 선호하게 된다는 것으로 사람들의 행위에서 흔히 관찰할 수 있는 변화이다. 둘째, 가까운 미래에 종말이 올 것이 확실시된다면 인간은 미래에 대한 요구를 멈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시간선호는 급상승할 것이다. 셋째, 앞의 경우와 반대로 인간이 영생할 수 있는 신약이나 방법을 발견한다면 시간선호는 매우 낮아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간선호스케줄 자체가 이동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Rothbard(2006), 번역본, pp.512~513).

자신의 총화폐소득에서 어느 정도의 ‘소비/저축’ 비율을 유지할 것인지는 구체적인 시간선호율에 의해 결정된다. 개인들의 시간선호의 총합에 의해 총시간시장스케줄들(aggregate time-market schedules)이 결정되고, 그것들이 사회 전체의 저축과 소비 간의 비율, 즉 총사회비율들(aggregate social proportions)을 결정한다. 그 결과 “시간선호스케줄들이 높으면 높을수록 저축 대비 소비의 비율은 커질 것이고, 반면에 시간선호스케줄들이 낮으면 낮을수록 저축 대비 소비의 비율은 점점 낮아질 것이 명백하다. 그와 동시에 경제에서 높은 시간선호스케줄들은 높은 이자율로 이끌고 낮은 스케줄들은 낮은 이자율로 이끈다는 것을 보았다”(Rothbard(2006), 번역본, p.466). 사람들의 시간선호가 낮아질수록 ‘투자/소비’ 비율이 높아지고, 그 결과 생산구조가 길어지며 자본이 축적된다. 사람들의 시간선호가 높아질수록 ‘투자/소비’ 비율이 낮아지고, 그 결과 생산구조가 단축되며 자본이 ‘소비’된다. 여기에서 생산구조가 길어진다는 것은 생산단계가 예전보다 많아지는 것을 의미하고 생산구조가 짧아진다는 것은 생산단계가 예전보다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간선호가 낮아지는 것이 경제성장으로 가는 길이라면 시간선호가 높아지는 경우는 자본 소비(capital consumption)가 일어나기 때문에 음(negative)의 경제성장으로 가는 길이다.

자유시장에서 결정되는 이자율을 ‘자연이자율’(natural rate of interest)이라하고, 자연이자율은 앞에서 설명한 순이자율에 특정 프로젝트의 위험프리미엄,화폐의 구매력의 변화, 화폐가 실물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하는 교역 조건의 변화 등을 합산한 것이다.4 어떤 프로젝트의 위험프리미엄은 채권자 또는 대출자의 위험에 대한 평가에 따라 달라진다. 채권자는 그 대출에 관한 한 기업가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위험프리미엄을 ‘기업가적 위험’(entrepreneurial risk)이라고부르기도 한다. 위험프리미엄은 프로젝트 평가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자율이 하나로 동일해지지 않고 여러 가지 이자율로 이루어지는 이자율 구조(structure of interest rates)를 만들어낸다. 즉 현실에서 이자율이 동일해지지 않고 하나의 구조 형태를 가지게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업가적 위험의 존재 때문이라는 것이다. 화폐의 구매력의 변화는 양(positive)일 수도 있고 음(negative)이 될 수도 있다. 자연이자율에서 결정적인 요소는 순이자율이다. 순이자율이 대부시장(loan market) 또는 금융시장의 이자율에 반영된다.

요컨대, 순이자율과 자연이자율은 시간시장에서 사람들의 시간선호에 의해 결정되고 이와 동시에 사람들의 시간선호에 의해 소비와 저축 또는 투자가 결정된다. 다시 말하면, 자연이자율과 소비와 저축 또는 투자가 동시에(simultaneously)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축과 투자는 언제나 동일한 것이다.5 자유시장에서 생산자의 자원배분과 소비자의 자원배분이 일치하는 상황을 “소비자들의 시제간 소비 계획들이 기업가들의 시제간 투자 계획들과 걸맞은 것이다”(Carilli and Dempster(2001), p.326)라고 적고 있다. 문제는 순이자율과 자연이자율은 정부의 간섭이 없는 자유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시장 간섭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우리는 그 두 종류의 이자율을 직접 관찰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물론 정부의 간섭이 매우 작아지면 그 두 이자율의 근사치는 현실에서 볼 수도 있다.

이제 만약 시간선호가 자발적으로 하락하여, 즉 자연이자율이 하락하여 저축과 투자가 증가한다고 가정하자. 그 경우에 도달할 균형 상태를 Rothbard(2006)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자유시장에서는 투자는 언제나 소비자의 가장 시급한 욕구들을 충족시키는 사업에 가장 먼저 이루어질 것이다. 그런 후, 그 다음 가장 시급한 욕구가 충족되고, 그 다음 순서로 계속된다. 이자율은 그 시급성에 따라 사업의 시간상 순서를 규율한다. 시장에서의 낮은 이자율은 더 많은 사업들이 이윤을 내면서 시도될 수 있다는 신호이다. 자유시장에서 증가된 저축은 더 낮은 이자율에서의 안정된 생산균형으로 경제를 이끌고 간다.”

Rothbard(2006) 번역본. p.1134

요컨대, 이러한 상황은 경제주체의 자발적인 시간선호 하락에 의해 유도된 것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예전보다 길어진 생산구조(length-end structure of production)는 무한정 유지된다. 우리는 이것을 ‘지속가능한 붐(sustainable boom)’이라고 명명하고, 뒤에서 설명할 정부에 의한 화폐공급의 증가, 그중에서도 대부분을 차지하는 신용확장에 의한 붐, 즉 ‘지속불가능한 붐(unsustainable boom)’과 구분한다. 지속가능한 붐의 크기나 붐의 지속 기간은시간선호가 얼마나 빨리 하락하고 얼마나 지속적으로 하락하느냐에 달려 있다.




태그 : #미국경제 #호황과_불황 #중앙은행 #화폐와_은행 #간섭주의 #경제사 #부동산 #주류경제학비판 

썸네일 출처 : what is market economy?

  1. (원문 각주 22번) 자유시장에서의 이자율 결정과 자원배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Rothbard(1993), 제6장을 참조
  2. (원문 각주 23번) 원료를 구입하여 가공하고 최종적으로는 소비재 형태로 만들어 유통시킨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업가는 이윤이 발생하는 점까지 생산을 통합하여 관리한다. 이때 발생하는 생산단계를 생산구조라고 일컫는다. 설명이나 연구의 목적에 따라 생산구조는 작게 또는 크게 나눌 수 있다. 현실에는 각종 생산조직, 예를 들어 카르텔, 수직통합 등이 존재하는데 그것을 통칭할 때도 생산구조라고 한다. 생산구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Rothbard(1993), 5~7장 참조
  3. (원문 각주 24번) 경기변동이론뿐 아니라 모든 인간 행위의 중심에는 시간선호가 존재한다. 시간선호에 대한 자세한 설명으로는 Mises(1996), 18장과 19장, Jevons(1965), Fetter(1977), Rothbard(1993),Reisman(1996), pp.55~58 참조
  4. (원문 각주 25번) 교역조건의 변화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다. 자세한 설명은 Rothbard(1993)를 참조.
  5. (원문 각주 26번) 그러나 케인스 경제학은 저축과 투자가 동일한 것이라는 관점을 부정한다. 여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아래에서 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