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언제나 정부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Liberty is always freedom from the government.)

-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von Mises)

칼럼 및 번역자료 투고 요령 안내

[8편] 경기변동이론과 응용 - 경기변동의 직접적 원인: 화폐공급의 증가 (1)

국내 칼럼
경제학
작성자
작성일
2021-07-16 18:06
조회
709

전용덕
*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 경제학 박사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경기변동

편집 : 전계운 대표
경기변동이론과 응용 목차 <펼치기>

더 구체적으로, Rothbard(1975, p.17)는 경기변동의 원인으로 재계로 대출된 ‘신용팽창’(credit expansion)으로 정의한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이전에 여기에서 검토해야 할 점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신용팽창이라는 개념이 지폐 제도하에서 경기변동의 원인으로 적절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 둘째는 경기변동이 ‘재계’로 대출된 신용팽창 때문에 발생한다면 소비자로 대출된 신용은 경기변동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첫째 문제를 먼저 다루고 둘째 문제는 아래에서 언급하고자 한다.

먼저 신용팽창이 무엇인가를 정의하기로 한다. 신용팽창이라는 개념은 화폐제도에 따라 달라진다. 화폐제도는 크게 상품화폐제도지폐제도 또는 불환화폐제도로 나눌 수 있다. 상품화폐에서 표준화폐(standard money)는 상품화폐자체이다. 금 또는 은이 최근까지 주요국에서 사용된 상품화폐이다. 이러한 상품화폐의 실제가치 또는 무게와 일치하는 정도까지 은행이 예금증서나 은행권을 발행한다면 그런 예금증서나 창고영수증은 진짜화폐증서(true money certificates)이다. 만약 은행이 상품화폐의 실제가치 또는 무게를 넘어서서 예금증서나 은행권을 발행한다면 그런 초과분은 가짜화폐증서 또는 신용수단(fiduciarymedia)이다. 가짜화폐증서로 이루어진 자금을 순환신용(circulating credit)이라 부르고, 순수한 저축에서 오는 ‘저축된 자금’(saved fund)과 구별한다. 신용수단의 증가 또는 순환신용의 증가가 신용팽창이라 부르는 것이다.(Rothbard(2006),번역본, p.1129).

현재는 거의 모든 나라가 지폐를 표준화폐로 사용하고 있다. 표준화폐인 지폐의 가치와 일치하는 정도까지 은행이 예금증서나 은행권을 발행한다면 그런 예금증서나 은행권은 진짜화폐증서이다. 만약 은행이 표준화폐인 지폐의 총액을 넘어서서 예금증서나 은행권을 발행한다면 그런 초과분은 가짜화폐증서 또는 신용수단이다. 가짜화폐증서로 이루어진 자금을 순환신용이라 부르고, 순수한 저축에서 오는 저축된 자금과 구별한다. 신용수단의 증가 또는 순환신용의 증가가 신용팽창이라 부르는 것이다.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표준화폐의 증가는 아무 문제가 없는가? 다시 말하면, 적정 화폐량(optimal quantity of money)이 얼마인가 하는 의문이 대두된다. 미제스, 라스바드 등은 상품화폐라도 금속류의 사용 목적이 결제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그 상품화폐는 다른 용도의 쓰임새가 없다는 이유로, 경제가 성숙되고 그에 따라 상품화폐가 충분히 발달하고 나면, 상품화폐 공급량은 더 이상의 증가가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을 했다(Mises(1980), Rothbard(1993)). 그들은 어떤 시점에 어떤 공급량이라도 화폐는 교환수단으로서 언제나 최선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이유로 그런 주장을 했다. 물론 금속류의 산업용 목적을 위한 증가는 사회에 바람직한 것이라는 단서를 붙이고서 말이다.

그러나 Barnett II and Block(2004)은 그들의 주장과 달리 상품화폐의 경우에 시장에서 자생적으로 결정되는 양이 적정화폐량이라고 주장했다. 화폐의 수요에 따라 화폐 가치가 변하고, 그 결과 화폐의 공급이 증가하기도 하고 감소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 그렇게 결정되는 것이 자유시장 원리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물론 상품화폐의 발행자는 민간 기업가이고 중앙은행은 없다. 그들을 규율하는 것도 또한 재산권과 관련한 손해와 배상에 관련한 원칙과 법률이다. 요컨대, 화폐 가치의 증감에 따라 화폐발행자인 민간 기업가는 화폐공급을 증가시키기도 하고 감소시키기도 한다는 것이다. 상품화폐의 경우에 적정 상품화폐량을 초과하여 발행된 신용수단을 신용팽창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상품화폐량의 증감은 이제 경기변동과 아무 상관이 없어진다.1Barnett II and Block(2004)의 주장이 신용팽창이 경기변동을 초래한다는 오스트리아학파의 주장과 잘 일치한다. Barnett II and Block(2004)의 주장대로 적정화폐량은 시장에서 화폐에 대한 수요, 즉 화폐가치에 의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화폐수요가 증가하여 화폐가치의 상승하고 그런 상승이 화폐 발행에 드는 비용을 보전하고도 남을 정도라면 화폐 공급자인 민간 기업가는 상품화폐를 추가로 공급할것이다. 반대의 경우에 화폐 공급자는 화폐를 녹여서 일시적으로 보관하거나 산업용 용도로 돌리거나 다른 나라로 수출할 것이다. 그 결과 화폐수요가 변하더라도 화폐공급이 그에 따라 변함으로써 화폐의 가치는 매우 안정될 것이다.

그러나 지폐제도의 경우에 상품화폐제도하에서와 같은 시장의 자동조절기능이 없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지폐의 양의 얼마를 적정한 공급량으로 인정할 것인가 하는 원칙의 문제가 발생한다. 만약 지폐제도가 자유시장의 화폐인 상품화폐의 ‘내생적’ 결정—내생적 결정이란 Barnett II and Block(2004)이 주장한 바대로 시장에서 화폐수요에 따라 화폐공급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함—을 모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가정한다면 중앙은행이 증가시킨 지폐 중에서 얼마가 불필요한 것인가를 알 방법은 없다. 왜냐하면 지폐제도하에서는 자유시장의 결과를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점에서 통화공급의 증가를 일정한 비율로 유지하자는 통화주의자의 주장도 결함이 있음을 알게 된다. 통화수요가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상황에서는 일정한 화폐공급의 증가는 과소하다거나 과다하다는 문제를 일으킨다. 다른 말로 하면, 통화주의자의 소위 ‘준칙주의’는 변화하는 시장의 상황을 정확히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과다 또는 과소 발행될 여지가 언제나 있다. 적정량을 넘어서는 과다한 통화량은 경기변동을, 과소한 통화량은 화폐가치의 상승으로 인한 각종 불편함을 겪을 것이다. 한마디로, 준칙주의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통화주의자의 더 나쁜 점은 통화주의자는 상품화폐를 부인하고 있는데 현실에서 정부는 여러 가지 이유로 지폐를 언제나 과다하게 발행하는 내재적 경향이 있다. 이 점은 뒤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물론 그렇게 과다 발행된 지폐는 은행의 신용확대 과정을 통해 통화공급의 증가를 초래한다.

Hülsmann(2008b)은 지폐 공급의 증가 그 자체도 신용팽창과 함께 경기변동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비록 다소 모호하게 ‘과다한’ 지폐의 증가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말이다. 중앙은행이 표준화폐인 지폐를 적정량을 넘어서서 증가시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지만 지폐의 증가 그 자체는 신용팽창은 아니다. 상품화폐 제도와 달리 지폐제도하에서는 적정한 수준을 넘어서는 지폐의 증가와 신용팽창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만약 현재의 부분지급준비제도를 100%지급준비제도로 바꾸더라도 중앙은행이 지폐 총량을 결정하는 상황에서는 경기변동의 여지가 여전히 남게 된다는 것이다. 비록 역사적 자료를 보면 지폐 증가의 정도는 신용팽창의 정도보다 언제나 작지만 말이다. 결국 지폐의 적정량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 1>에서 보듯이 화폐공급량이 증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민간은행의 신용팽창이 분명하다. 그리고 중앙은행은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낮추어 준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그런 신용팽창에 크게 기여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요컨대, 경기변동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지폐 증가의 일정부분과 신용수단의 증가라고 하겠고, 일반적으로 표현하면 정부에 의한 화폐시장과 금융시장에 대한 간섭이 경기변동의 원인이다. 궁극적으로는 경기변동은 화폐시장과 금융시장을 규율하는 제도적 틀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두 시장의 제도적 측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으로 미룬다.




태그 :  #미국경제 #호황과_불황 #중앙은행 #화폐와_은행 #간섭주의 #경제사 #부동산 #주류경제학비판 

썸네일 출처 : Here Are The Countries On The Brink Of Recession Going Into 2020

  1. (원문 각주 27번) 엄밀히 말하면, 미제스와 라스바드는 이 부분에 대해서 견해를 달리한다. 여기에서는 라스바드의 견해를 따르기로 한다. 그러나 라스바드의 견해를 받아들이더라도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이 점은 아래에서 추가적으로 논의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