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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편] 경기변동이론과 응용 - 경기변동의 직접적 원인: 화폐공급의 증가 (2)

국내 칼럼
경제학
작성자
작성일
2021-07-29 18:16
조회
806

전용덕
*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 경제학 박사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경기변동

편집 : 전계운 대표
경기변동이론과 응용 목차 <펼치기>

신용팽창이라는 개념을 경기변동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상품화폐제도하에서만 유의하다. 지폐제도하에서 화폐공급은 본원통화와 신용수단의 합이다. 주지하듯이 신용수단의 증가를 신용팽창이라고 정의한다. 본원통화의 대부분은 정부가 발행한 지폐이다. 지폐제도하에서는 본원통화도 증가하고 신용수단도 증가하기 때문에 신용팽창을 경기변동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화폐공급의 증가에서 정부의 역할을 배제하거나 정부가 명시적으로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지폐제도하에서는 ‘화폐공급의 증가’가 경기변동의 원인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더 정확한 것처럼 보인다. 미국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하자 연방준비은행이 지폐 공급을 극적으로 증가시킨 사례는 그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사실 오늘날 오스트리안 중에는, Reisman(2009)과 같은 연구자는 신용팽창 개념을 그대로 사용하지만 Hülsmann(2008a, 2008b)은 신용수단의 팽창뿐 아니라 지폐 자체의 증가도 인플레이션 등을 정의할 때 명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아래에서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신용팽창이라는 용어 대신에 ‘화폐공급의 증가’라는 표현을 사용하고자 한다.

이제 은행이 통화량을 증가시켜 기업들에 대출한다고 가정한다. 통화공급의 증가는 대부시장의 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끌어내린다. 이자율 하락은 기업가로 하여금 저축된 자금이 실제보다 많은 것으로 믿게 만들고 그는 그 자금을 이용하여 소비자로부터 멀리 떨어진 생산과정 또는 고차 단계의 생산과정에 투자한다. 다시 말하면, 기업가는 투자의 중심을 소비재산업에서 자본재산업으로, 저차의 생산에서 고차의 생산으로 이전한다. 사람들의 시간선호를 반영하지 않는, 통화공급에 의한 정책금리 조정은 기업가로 하여금 잘못된 의사결정, 즉 과오투자를 유도한다. 여기에서 과오투자는 자본재 산업에는 과잉투자를, 소비재 산업에는 과소투자를 의미한다. 이 부분에 대한 ‘화폐–거시경제학’적 해석은 아래에서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자본재 산업에 과잉투자가, 소비재 산업에 과소투자가 일어나는 것은 불확실성이 높은 자본재 산업일수록 이자율의 변화에 민감하고,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낮은 소비재 산업은 이자율의 변화에 덜 민감하기 때문이다. 라스바드는 이런 상황을 미제스의 빌딩 건축업자의 예를 빌려와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 상황은 자신이 실제로 지니고 있는 양보다 건자재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잘못 믿고 높은 빌딩을 지으려던 공사청부업자의 상황과 유사하다. 너무 넓은 기초(고차단계)를 만드는 데 자신이 지닌 건자재를 다 소진해버려 빌딩을 계속 지을 건자재가 더 이상 남지 않는다는 것을 갑자기 깨닫게 된 것이다. 명백히, 은행 신용팽창은 자본투자를 조금도 증가시킬 수 없다. 투자는 여전히 저축으로부터 나올 수 있을 뿐이다."

Rothbard(2006), 번역본 pp.1135~1136

화폐공급의 증가가 기업가에게는 과오투자를 유도한다면 소비자에게는 과소비를 자극한다.1 과잉투자는 과잉투자된 산업 또는 기업에 고용된 생산요소들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고 그들에게 지불하는 대가인 임금, 지대, 이자 등의 상승을 초래한다. 특히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임금 상승이 가장 가파르다. 이와 함께 과소투자된 산업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난다. 생산요소의 일부가 과잉 투자된 산업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과소투자된 산업에서는 예전보다 가용 생산 요소가 더 희소해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과소투자된 산업에서도 임금, 지대,이자 등이 상승한다. 소비자들은 증가한 자신의 소득 중에서 예전보다 더 많은 비율로 소비를 증가시키게 된다. 요컨대, 화폐공급이 증가하여 이자율이 인위적으로 하락하면 소비자도 과소비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때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정의상 화폐공급의 증가가 인플레이션이기 때문이다.2 3

여기에서 분명히 해야 할 점은 은행의 대출이 소비자에게 직접 가는 경우,즉 소비자 금융이 경기변동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다른 예는, 은행이 신용을 창출하여 정부가 재정적자를 충당하기 위하여 발행한 채권을 구입하는 경우가 되겠다. 라스바드는 은행의 신용팽창이 기업에게 대출된 경우에만 과잉투자의 유발을 통해 경기변동을 초래한다는 점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새롭게 재계에 대출된(또는 기업 채권을 구매하는 것을 통한) 은행의 인플레이션적 신용팽창만이 붐–버스트 사이클을 초래하는 고차 자본재에 대한 과잉투자를 유발하는 것임을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이론은 보여준다. 정부의 재정적자를 충당하기 위하여 사용된 은행의 인플레이션적 신용은 경기변동을 야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런 신용은 고차의 자본재에 대한 과잉투자를 유발하는 대신에 자원을 민간부문에서 공공부문으로 단순히 재배분하는 것이고 또한 가격들을 밀어 올리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미제스는 ‘단순 인플레이션’(simple inflation)과 진정한 ‘신용팽창’을 구분한다. 단순 인플레이션이란 은행들이 정부 채권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예금을 창출한 결과이고 진정한 신용팽창이란 그 신용이 재계로 대출되어 경기변동을 유발하는 것을 말한다.(중략) 미제스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상대적으로 새로운 현상인 은행들의 대규모 소비자 금융을 다루지 않았고 그런 소비자 금융 역시도 경기변동을 야기한다고 말할 수 없다는 점이다. (중략) 왜냐하면 소비자 금융은 경기후퇴기에 청산되어야 할 ‘과잉’투자를 초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충분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청산되어야 할 투자의 홍수는 없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과잉투자로 인한 경기변동효과는 은행이 재계에 대출한 신용으로부터만 발생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시간선호로부터 투자/소비 비율을 낮추는 효과는 비대칭적일 것이다."

Rothbard(1978), pp.152~153

이제 “경기변동 과정은 무한정 지속되는가?”라는 의문을 해결해야 할 차례이다. 먼저 소비자들의 경우를 보기로 하자. 앞에서 언급한 인플레이션이 모든 소비자에게 차츰 영향을 미침에 따라 소비자들은 소득이 증가하기 이전의 ‘소비/투자’(또는 ‘소비/저축’) 비율을 재확립하고자 한다. 다시 말하면, 과소비를 종식하고 옛날의 소비/투자 비율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것은 신용팽창으로 시간선호가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는 것이고 그런 가정은 무리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과소비가 진정되기 시작하면, 자본재 산업의 일부 기업가들은 자신의 투자가 잘못된 것임을 인식하게 된다. 자본재 산업 또는 고차 산업의 투자가 낭비라는 점을 깨달을 뿐 아니라 그런 과오투자는 필연적으로 청산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수요가 자본재 산업 또는 고차 산업에서 소비재 산업 또는 저차 산업으로 돌아간다. 따라서 통화공급(대부자금)의 증가가 초래한 이자율 하락에 의해 인위적으로 조장된 경기호황은 필연적으로 위기와 경기침체로 귀결된다.

따라서 소비재에 대한 과소소비(underconsumption)가 위기를 불러온다는 주장은 틀린 것이다. 케인스주의자들은 경제위기가 민간의 소비 위축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공공지출을 증가시킬 것을 주장한다. 그들 주장의 일반적인 의미는 위기가 과소소비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위기를 맞거나 침체를 겪는 산업은 자본재 산업이지 소비재 산업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문제가 되는 것은 소비재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아니라 고차 또는 생산재에 대한 기업가적 수요(entrepreneurial demand)이다. 그리고 자본재 산업이 침체 또는 위기를 겪는 것은 소비자들이 ‘소비/투자’ 비율을 통화팽창이 일어나기 이전의 수준으로 되돌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위기 또는 침체가 발생하는 것은 과소소비가 아니라 오히려 ‘과잉소비’ 또는 ‘과소저축’ 때문임을 알 수 있다. 부연 설명하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소비 지출의 감소 그 자체가 아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기업가들의 과오투자에 의해 만들어진 자본구조(capital structure)가 생산하는 생산물들과 소비자의 수요패턴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소비자의 수요 패턴은 과오투자에 의해 만들어진 생산구조를 지탱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붐–버스트 사이클이 장기간 지속되고 폐해가 큰 이유는 무엇인가. 정부나 민간 금융기관이 오직 한번만 화폐를 증가시키면 또는 화폐를 경제에 주입(injection)하면 짧은 붐–버스트만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정부나 민간 금융기관은 버스트가 일어나기 직전까지 또는 인플레이션이 매우 악화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화폐공급을 증가시킨다. 정확하게 말하면, 정부는 지폐를 증가시키고 그를 바탕으로 민간 금융기관은 지속적으로 신용을 기업에 대부한다. 정부는 경기를 부양한다는 명분 또는 목적으로 지폐를 민간 금융기관에게 공급하고, 민간 금융기관은 이익 추구를 위하여 늘어난 지폐에 기초하여 대출을 받은 기업들의 부도 위험이 높아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신용을 주입하게 된다. 그리고 정부는 민간 금융기관이 신용을 팽창시킬 수 있도록 보증을 선다. 다시 말하면, 민간 금융기관과 정부는 본질적으로(inherently)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선호하는 기관이다. 그 결과, 붐–버스트 사이클은 장기간 지속될 뿐 아니라 경기 침체시에 그 폐해가 막대해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엄밀히 말하면, 붐–버스트 사이클이 지속되는 기간과 폐해의 정도는 증가한 화폐량의 크기, 지폐와 신용이 주입된 기간, 재계로 대출된 신용의 양 등에 비례한다. 4 추가적으로, 어떤 국가가 국제지폐 발행 국가인가, 국제지폐 피발행 국가인가 하는 점이 또한 고려되어야 한다. 이 점은 제4장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태그 : #미국경제 #호황과_불황 #중앙은행 #화폐와_은행 #간섭주의 #경제사 #부동산 #주류경제학비판 

  1. (원문 각주 28번) 오스트리아학파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연구자들인 미제스와 하이에크는 경기변동의 원인이 신용팽창 또는 화폐공급의 증가에 있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는 약간 다른 설명을 하고 있다. Garrison(2004)은 미제스의 과오투자와 하이에크의 강요된 저축이 그들의 설명 내용을 대조해 볼 때 동일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제스는 과소비가 발생한다는 주장을 하지만 하이에크는 과소비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Garrison(2004)은 두 학자의 견해를 현대적 관점에서 해석하면서 비교한 결과, 미제스의 설명이 하이에크의 설명보다 우수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비록 완전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여기에서는 미제스의 견해를 채택하기로 한다. 미제스와 하이에크의 차이에 대해서는 Garrison(2004)을 참조
  2. (원문 각주 29번)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뒤에서 다룸)이라는 용어는 화폐 재고의 증가와 감소라는 의미로 사용했다. 학문세계의 토론과 일상생활 모두에서 말이다. 그러나 소위 케인지언 혁명을 거치면서 두 용어의 의미는 근본적으로 변했다. 1950년대에는 인플레이션은 가격들의 일반적인 상승을, 디플레이션은 가격들의 일반적인 하락을 의미하는 것으로 고착되었다. Salerno(2003), p.82 참조. 그러나 Mises(1996)와 Rothbard(2006)는 1950년대 이후에 사용되게 된 두 용어의 정의는 과학적 토론을 위해서는 부적당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Mises(1996),pp.422~424 참조. Rothbard(2006), 번역본, pp.1161~1162 참조. 여기에서는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에 대한 당초의 정의를 따르기로 한다
  3. (원문 각주 30번) 재화들의 가격 인상 여부는 화폐 공급 증가뿐 아니라 화폐수요의 변화와 같은 다른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아래서 자세히 다룬다
  4. (원문 각주 31번) 혹자는 붐 기간이 충분히 지속되면 과오투자는 자연스럽게 종결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단 과잉투자된 자본은 어떤 방법으로든지 청산되고 재조정되어야 하기 때문에 붐 기간이 길어지고 그 정도가 클수록 버스트의 폐해는 길어지고 그 정도는 클 것이다. Rothbard(1975), p.35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