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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상승, 정보기술의 발달, 그리고 구독 경제: 피어슨 사례

국내 칼럼
경제학
작성자
작성일
2021-09-23 18:05
조회
393

전용덕
*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 경제학 박사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기업가
    • 이 글은 2021년 9월 5일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에 기고되었던 글입니다.

미국의 세계 최대 대학 교재 출판사 피어슨(Pearson)은 지난 7월에 사업모델을 바꾼다고 선언했다고 한국의 한 일간지가 보도했다. 전통적인 사업모델은 대학 교재를 대학생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그것은 우리 모두가 잘 아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7월 피어슨은 월 14.99달러만 내면 자사 소유 대학교재 1500권을 언제나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앱 ‘피어슨 플러스’를 내놓았다. 이것은 디지털 기반의 ‘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가 사업모델이다. 그것으로 피어슨은 대학 교재 사업모델을 ‘소유’에서 ‘접근’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피어슨이 판매하는 캠벨 생물학은 무려 권 당 224달러(약 26만원)에 달한다. 언제부터인가 미국 대학 앞 서점에서는 새 책은 잘 팔리지 않았고 중고 책만 새 책 가격의 50-70% 수준에서 거래되었다. 시장의 수요 추세가 바뀌면서 서점은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피어슨과 같은 대학 교재 출판사의 매출은 내리막길을 걷게 되었다.

피어슨의 매출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미국 대학생들이 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새 책을 사지 않고 중고 책을 사서 공부하고 학기가 끝나면 서점에 그 책을 다시 파는 방법으로 책의 소비 방법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생들의 책 구매 패턴이 바뀌었다 하더라도 정보기술이 발전하지 않았을 때는 피어슨은 뾰족한 대처법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디지털기술이 소유에서 접근으로 사업모델을 바꿀 수 있게 해주었다. 사업모델 변경이 피어슨에게 돌파구를 마련해 줄 것인가는 현재로서는 분명하지 않다. 아직 사업모델 변경의 초기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매우 그럴듯한 사업모델 전환으로 보이지만 말이다.

요약하면, 대학 교재의 새 책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그에 대한 대응으로 책의 소비자인 대학생들은 중고 책을 구매하여 공부해왔다. 그런 수요 패턴의 변화는 대학 교재 출판사에게 위기를 초래했다. 이제 출판사가 구독서비스로 사업모델을 바꾸면서 소비자의 수요 패턴 변화에 대응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분석은 대학 교재 출판과 중고 서적에 대한 수요 패턴의 변화에 조금만 신경 쓴다면 쉽게 가능한 것이다. 문제는 대학 교재 새 책 값이 어떻게 그렇게 높게 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미국 대학 교재 출판사가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하여 책을 제작하는 데 많은 비용을 지불한다. 대학 교재에 사진, 그림 등이 많이 들어간 것이 좋은 예이다. 즉 근본적으로 미국 대학 교재 새 책 값은 비싸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대학 교재 새 책 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던 것은 그런 점과 무관하다. 지속적 상승의 원인은 여러 가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만 들자면 통화공급의 증대이다. 다른 요인이 일정하면, 통화공급의 증대는 모든 재화의 가격을 상승하게 만든다. 대학 교재도 예외는 아니다. 일단 새 책을 한 번 제작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든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 비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유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새 책의 질적 변화가 없다고 가정하면 말이다. 오히려 새 책 가격이 낮아질 요인은 적지 않다. 한 마디로,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지만, 통화공급의 증대가 모든 재화의 가격 상승을 초래하는데 새 책도 예외는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통화인 달러의 가치는 지난 1913-2013년 기간에 100분의 1로 하락했다. 즉 2013년 100달러는 1913년 1달러와 가치가 동일하다. 그만큼 달러의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2013년 이후에는 코로나19 탓으로 미국 연준이 대량으로 통화를 발행하면서 지난 100년간 추세보다 더 빠르게 달러의 가치가 하락해왔다. 통화공급의 증대는 피어슨의 새 책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인과관계를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통화공급의 증대→비교적 높게 형성되었던 대학 교재 새 책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중고 교재 구매 증가→구독경제로의 사업모델 변경”이다. 필자는 이 글에서 통화공급 증대와 그에 따르는 새 책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이라는 문제에 직면하여 각 경제주체가 어떻게 대응하고 해결해왔는가를 보여주고자 했다. 그리고 정보기술 발달이 문제 해결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가를 분석했다.

그러나 모든 대학 교재 출판사가 피어슨과 같은 경영전략을 짤 수 있는가는 의문이다. 경영환경이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구독 경제가 피어슨과 같은 과정을 거쳐 발생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만약 피어슨이 사업모델을 변경하여 성공한다면 디지털기술이 민간에게 정부가 만들어 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사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피어슨이 성공한다면 경영환경의 변화를 읽고 정보기술을 잘 활용한 기업가도 한 사회의 귀중한 자원임을 보여준다.


태그 : #기업가정신 #경기변동 #중앙은행 #인플레이션 

썸네일 출처: What Is Entrepreneurial Spirit. The Key To Creating Your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