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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경기변동이론과 응용 - 경기변동과 인플레이션 (2)

국내 칼럼
경제학
작성자
작성일
2021-10-02 13:50
조회
443

전용덕
*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 경제학 박사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경기변동

편집 : 전계운 대표
경기변동이론과 응용 목차 <펼치기>

이제 화폐공급이 증가하는 경우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과정을 보기로 한다. <그림 2>에서 보듯이 화폐수요가 일정한 상태에서 화폐공급의 증가는 화폐시장의 균형점을 A점에서 B점으로 이동하게 만든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대부분의 재화의 가격은 상승하고 그와 반대로 화폐 한 단위의 구매력은 그 만큼 하락한다는 것이다. 화폐의 공급이 증가함에 따라 균형점이 A점에서 B점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인플레이션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화폐공급의 증가는 ‘모든’ 재화의 일반적인 가격 상승을 초래하지는 않는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개별 재화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도 그 재화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보산업과 관련된 기기인 컴퓨터, 노트북 컴퓨터, 컴퓨터 관련 부속품 등의 가격은 지난 20여 년 동안 엄청나게 하락해왔다. 화폐공급의 지속적인 증가가 대부분의 재화의 가격을 상승하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화폐공급의 증가에 의한 재화들의 가격 상승은 재화마다 상승 시기, 상승 속도, 상승정도, 상승이 끝나는 시기 등에서 모두 다르게 나타난다. 화폐공급 증가에 의한 인플레이션은 신고전학파에서 주장하듯이 재화들의 가격이 일률적으로 그리고 동시에 같은 정도로 상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신용팽창이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물가수준의 상승’과 같은 의미의 인플레이션을 일으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신용팽창에 의한 인플레이션은 다른 어떤 종류의 인플레이션과도 유사한 효과를 만들어낸다. 무엇보다도 인플레이션은 소득을 재분배한다. 소득을 재분배한다는 의미는 인플레이션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winners)과 손해를 보는 사람(losers)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라스바드는 그 점을 이렇게 적고 있다.

“새로운 화폐의 최초 수령자는 가장 큰 이득을 얻고, 다음은 그보다는 조금 적게 얻는 등, 이런 이득을 보는 과정은 중간지점에 도달할 때까지 지속되다 가 그 이후부터는 각 수령자가 새로운 화폐를 기다리면서 조금씩 더 많은 손실을 본다. 왜냐하면 첫 번째 개인들의 판매가격들은 솟아오르는 반면 구입가격들은 거의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중에는 구입가격들은 오르는 반면 판매가격들은 변화하지 않은 채 유지되기 때문이다. (중략) 이것들[새로운 지폐 혹은 새로운 요구불 예금]은 시장사회에서 다른 이들에게 드러나게 손해를 입히지 않고서는 어떤 이에게 혜택을 베풀지 않는다. (중략)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사람이 얻는 이득은 눈에 띄고 극적인 반면, 다른 이들이 입는 손실들은 숨어 있고 보이지 않지만 실질적 효력은 다르지 않다. (중략) 경제의 반은 인플레이션 지불자이고 나머지 반은 인플레이션 소비자들이다.” 

Rothbard(2006) , 번역본, pp.1128~1129

다른 한편, 휠스만은 인플레이션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를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실제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득] 재분배는 언제나 (우리가 중앙 은행이라고 잘못 부르고 있는) 불환지폐 생산자 자신들을 위하게 되고 금융부문과 증권거래소에 있는 중앙은행의 파트너들을 위하게 된다. 그리고 물론 인플레이션은 결국 정부와 기업세계에서 정부와 가장 가까운 협력자들에게 이득이 된다. 인플레이션은 앞에서 언급한 개인들과 그룹들이 부당하게 일반 국민을 희생하여 그들 자신을 부유하게 만드는 매개물이다”

(Hülsmann(2008b), p.35).

휠스만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플레이션이 소득재분배 과정을 통해 경쟁으로부터 정치적·경제적 기득권을 보호하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득재분배에 대해 라스바드와 휠스만은 상호보완적이다. 왜냐하면 휠스만은 인플레이션이 정부와 기업세계에서 정부와 가장 가까운 협력자에게 이득을 준다는 점을 강조했다면 라스바드는 국민 일반도 인플레이션 지불자와 인플레이션 소비자로 나눈다는 점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가져오는 소득재분배의 분명한 특징은 두 가지다. 한 가지는 인플레이션이 영합(zero-sum)게임이라는 것이다. 이득을 보는 사람의 이득과 손해를 보는 사람의 손실이 같기 때문에 이득과 손실의 합이 영(零)이라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이득을 보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사람을 명확히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득재분배는 눈으로 직접 목격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아마도 바로 그 점이 정부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통해 끊임없이 화폐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개인들이 취한 이득과 손실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모두 다르게 반응한다. 신용팽창은 어떤 이의 현금잔고(cash balance)를 높일 것이고 다른 이들은 현금수지를 낮출 것이다. 그 결과 지출패턴에 다양한 변화가 일어난다. 일부 재화의 가격은 다른 재화의 가격보다 더 많이 상승하였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은 일부 사람에게는 영구적 이득을 주고 일부 사람에게는 영구적 손실을 입힌다. 특히 상대적으로 ‘고정된’ 소득을 받는 집단, 예를 들어 연금으로 생활하는 사람은 단기적 피해자 또는 영구적 피해자이다.

인플레이션의 소득재분배효과는 소득불평등을 악화하게 만든다. 인플레이션이 없을 때와 비교하여 그렇다는 것이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소득 상위 계층의 소득증가율은 크지만 소득 하위계층, 특히 소득 최하위계층의 소득증가율은 소득 상위계층의 소득증가율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소득불평등이 경제위기를 초래했다는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있고 그에 따라 정부는 각종 간섭주의적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소득불평등의 악화는 경제위기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셋째, 화폐공급의 증가에 의해 초래되는 인플레이션은 ‘저축–투자’의 억제를 통해 시장의 ‘소비/투자’ 비율을 변화시킨다. 먼저 인플레이션으로 기존의 대출자들은 손해를 본다. 특히 이미 빌려준 기간을 연장해 주었으나 자신들의 이자에 구매력 프리미엄을 부과하기엔 너무 늦어버린 대출자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 이는 장래의 대출을 위축시키고, 그 결과 저축–투자를 위축시키는 경향이 있다. 저축–투자의 위축이란 상대적으로 소비가 늘어난다는 것이고 그 결과 저축의 위축으로 인한 낮은 경제성장은 사회 전체의 생활수준을 떨어뜨린다.

넷째, 인플레이션은 기업가 또는 사업가를 속게 만든다. 기업회계는 전통적으로 화폐단위가 안정적인 세계에 맞추어져 있다. 구입한 자본재들은 구입한 가격으로 자산 항목에 계상되어 있다. 문제는 그 자본재들을 팔 때 발생한다. 기업가는 인플레이션으로 마치 이득이 발생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지만 중고(中古) 자본재를 새로운 자본재로 교체하면서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그런 이득은 새로운 자본재를 살 때 흡수된다. 그 결과 인플레이션은 기업가를 속게 한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이득은 기껏해야 자본재를 교체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한 데도 마치 이윤이 발생한 것처럼 기업가를 착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업가가 이 이윤을 소비하고 그래서 무의식중에 자본도 소비하도록 유혹을 받는다. 그 결과 인플레이션이 저축–투자를 억제하는 동시에 자본 소비가 일어나도록 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다섯째, 앞에서 지적한 회계실수는 다른 부수적인 효과도 발생시킨다. 회계실수는 자본장비의 비중이 높고 그런 자본장비를 가격이 낮을 때 압도적으로 많이 구입한 기업들에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상당 기간 지속되면 그런 기업들이 가장 낡은 장비를 지니게 되고 그 결과 외양상으로는 많은 이윤이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고이윤은 실제로는 고이윤이 아님을 앞에서 지적했다. 이러한 고이윤은 시장에서 하나의 신호로 작용하여 기업의 신규 유입이나 기존 기업의 신규 투자를 유도한다. 해당 분야에서 정당화될 수 없는 투자의 팽창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물론 다른 산업 또는 분야에서는 과소투자가 일어난다. 이러한 자원 배분의 왜곡은 기업가의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능력을 감소시킨다. 기업가 능력의 이러한 감소는 장기적으로 자본주의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물론 이러한 경향은 투자가 증가하고 있는 분야에서 두드러질 것이다.

여섯째, Schumpeter(1949)는 인플레이션이 혁신의 원조라고 주장했다. 그는 신용창출이 위대한 아이디어는 가졌지만 자본이 부족한 최근에 나타난 기업가들에게 자본을 공급해 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앞에서 지적한 소득재분배라는 윤리적 문제 등을 일으킨다는 점을 제외하고라도, 신용팽창은 경쟁자들로부터 경쟁을 견딜 수 없는 기존의 기업들을 생존하게 만드는 유력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신용팽창은 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낮추기 때문이다. 결국 은행이 신용창출을 통해 어떤 기업가에게 새로운 화폐를 공급하는 것은 그 기업가를 제외한 사회의 모든 구성원을 희생하여 그 기업가를 보조하는 것이다. Rothbard(2006, 번역본, pp.1136~1137)도 이와 유사한 점을 지적한다. 일부 사람들이 신용팽창을 ‘강요된 저축’(forced saving)과 이에 따른 자본구조의 고도화를 유도할 수 있는 바람직한 것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라스바드는 팽창된 신용 중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부분이 실질적 시간 선호가 낮거나 낮아진 사람의 수중에 들어갈 때만이 그들이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라스바드는 신용팽창은 얼마든지 그 반대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 결과 그는 강제저축의 지지자들이 원하는 재분배를 위해서는 차라리 조세를 활용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 부분은 조심스러운 해석이 필요하다. 라스바드가 조세를 적극적으로 찬성한 것이 아니라 굳이 강제저축을 형성하고자 한다면 신용팽창보다 조세가 더 적절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라스바드는 궁극적으로 그런 조세도 물론 찬성하지 않는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좀 더 논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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