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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von Mi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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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편] 경기변동이론과 응용 - 경기변동의 궁극적 한계: 하이퍼인플레이션

국내 칼럼
경제학
작성자
작성일
2021-10-04 13:51
조회
653

전용덕
*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 경제학 박사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경기변동

편집 : 전계운 대표
경기변동이론과 응용 목차 <펼치기>

1 만약 한 국가가 그 나라의 지폐를 무한정 증가시킬 수 있는가? 많은 경제학자와 대부분의 일반인은 국가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떤 국가도 그렇게 할 수 없다. 지폐의 무한정한 발행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런어웨이인플레이션 또는 하이퍼인플레이션 현상이 역설적이게도 지폐의 무한정한 발행을 억제하는 궁극적 한계이다. 1923년 독일의 경험, 최근의 짐바브웨 사태 등은 하이퍼인플레이션과 같은 일이 드물지만 실제로 일어난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것으로 모든 것이 무너진다는 점에서 지폐 발행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정부가 지폐를 증가시키고 은행들이 신용을 팽창시키는 초기에는, 이 과정의 진정한 성격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는 일반 대중이 재화들의 가격 상승이 일시적이라고 믿으면서 예전보다 더 많은 화폐를 보유하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하면, 예전에 비해 소득 가운데 더 많은 부분을 현금 잔고의 형태로 유지하고자 한다. 인플레이션으로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예전보다 더 많은 현금을 보유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재화들의 가격은 화폐량의 증가와 비례하여 증가하기보다는 오히려 덜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그림 2>에서 화폐공급이 증가하는 초기에는 B점에서 균형하기보다는 화폐 수요의 증대로 B점보다 약간 위쪽에서 화폐의 수요와 공급이 일치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점은 일시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점이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정부와 은행이 일반 대중으로부터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실질적 자원을 획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이런 현상을 영구히 지속시킬 수는 없다. 궁극적으로, 일반대중은 현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깨닫기 시작한다.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 예측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화폐의 보유를 줄이고 재화들을 구매하는 것을 서두른다. 다시 말하면, 화폐의 사회적 수요는 감소하고 재화들의 가격은 화폐 공급의 증가보다 더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상황이 되면 인플레이션의 ‘조세’효과는 정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낮아질 것이다. 왜냐하면 공급이 증가된 화폐의 구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는 것은 재화들의 가격이 화폐 공급의 증가보다 큰 폭으로 상승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이런 단계에 이르면 런어웨이인플레이션 또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시작되는 것이다.

가격상승이 지속됨에 따라 이제 일반 대중은 ‘화폐로부터의 탈출’(flight from money)을 시작한다. 화폐로부터의 탈출이란 최대한 화폐를 팔고 미래의 가치 저장소로서 ‘재화(들)’를 사기 시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화폐에 대한 수요를 실질적으로 영(零)으로 떨어뜨리기 때문에 재화의 가격들은 ‘천문학적으로’ 상승한다. 그 결과 화폐단위의 구매력은 실질적으로 영(零)으로 떨어진다. 이러한 상황에 접근하면 사람들은 화폐를 사용하여 재화를 구매하는 일에 몰두하게 되기 때문에 일할 인센티브를 잃고, 그 결과 생산은 급격하게 축소된다. 그런 축소는 재화들의 가격을 더 한층 상승하게 만든다. 경제가 이런 하이퍼인플레이션 단계에 도달하면 그 경제는 사실상 붕괴하고, 시장은 실질적으로 끝장이 난다. 그런 사회는 화폐교환에서 물물교환 상태로 환원되고 사람들은 완전히 빈털터리가 된다. 이제 남은 일은 화폐제도를 어떻게 재건하는가 하는 것뿐이다.

앞에서 인플레이션이 가져올 문제점 또는 폐해를 지적했다. 그러나 하이퍼인플레이션과 같은 극한 상황은 앞에서 지적한 경제적 문제점을 넘어 인간의 삶에 훨씬 깊고 넓게 영향을 미친다. 그 점을 Cantor(1994)는 토마스 만(Thomas Mann)의 숏 스토리(short story)인 “무질서와 때 이른 슬픔(Disorder and Early Sorrow)”을 이용하여 1920년대 독일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정치, 경제, 문화 등을 포함한 인간의 삶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이 권위를 해체하고, 허무주의와 상대주의(relativism)를 만연시키고, 인간의 삶을 위선적으로 만들고, 투기의 난무로 인하여 세상을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계획을 세우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고, 중산층을 무너뜨리고, 그 결과 사회의 질서를 무너뜨리며, 정의를 무너뜨린다. 2 그리고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인간의 진정성(authenticity)을 무너뜨리고, 사람들의 옷 입는 습관마저도 바꾸고, 상품의 판매에 있어서 사기(fraud)를 증가시킴으로써 비합리성을 증대시키고, 인간들은 점점 더 위선적이 되고, 인간의 시간선호 또는 시간지평(time horizon)을 단축시키고, 정치적으로 비합리적이 된 결과로 히틀러와 나치즘의 등장을 초래한다(Mises(1944), pp.193~228). 켄터는 이러한 모든 현실 아닌 현실을 하이퍼인플레이션에 대칭되는 하이퍼리얼리티(hyperreality)라고 불렀다. 요컨대 켄터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토마스 만]은 인플레이션이 일상의 삶에 미친 영향에 주의를 기우려서 미제스가 행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훌륭한 경제적 분석에 대한 유용한 보조물을 제공한다. 미제스가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일어났던 일을 설명한 것이라면, [토마스 만]은 인플레이션이 보통 사람에게 어떤 의미를 가진 것인지를 보여주고 그렇게 함으로써 그의 독자에게 인플레이션이 초래하는 모든 공포를 보여주려 한 것이다.”

Cantor(1994),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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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원문 각주 36번) 털록(Tullock)은 인플레이션의 궁극적 한계가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이론에 없다는 지적을 했지만 그런 지적은 그의 무지를 드러낸 것이다. Salerno(1989), p.141 참조.
  2. (원문 각주 37번) Hülsmann(2008b)은 인플레이션이 계층 간 이동을 억제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는 주장을 했
    다. 우리 사회의 계층 간 이동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오래된 지적은 해방 이후 지금까지의, 단기에서는 낮지만 장기에서는 결코 낮지 않은 인플레이션과 무관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