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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편] 경기변동이론과 응용 - 경기침체의 2차 특징: 디플레이션 (2)

국내 칼럼
경제학
작성자
작성일
2021-11-20 11:04
조회
901

전용덕
*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 경제학 박사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경기변동

편집 : 전계운 대표
경기변동이론과 응용 목차 <펼치기>

경기침체의 2차적인 특징 중에서 다른 하나는 화폐에 대한 수요가 변한다는 것이다. 화폐수요에 대한 최초의 변화는 화폐수요의 증가로 나타난다. 사람들은 침체와 디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재화들의 가격이 하락할 것을 예상하면서 재화에 대한 지출을 줄이고 예전보다 많은 화폐를 보유한다. 특히 가격의 변화가 큰, 내구 소비재인 주택, 자동차 등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 은행들과 대출자들은 차용자들이 유용한 다른 자산을 처분하여 원리금을 상환할 것을 종용하기 때문에도 예전에 비해 화폐에 대한 수요가 또한 증가한다. 구조조정이 끝날 때까지 상당수 기업은 많은 액수의 손실을 보거나 파산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기업들도 신규 투자를 연기하거나 중단하게 만든다. 다시 말하면 그들은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사라질 때까지 투자를 유보하고 현금을 보유하게 된다. 이것이 경기침제기에 일어나는 최초의 화폐수요의 변화이다.

우리는 이러한 화폐수요의 증가를 ‘퇴장’(hoarding)이라는 말로 비난하는 행위를 흔히 목격한다. 그러나 얼마의 실질현금잔고(real cash balance)를 유지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주체는 화폐의 수요자 자신이다. 화폐의 수요자를 제외한 다른 사람이 현금잔고의 크기를 결정할 수는 없다. 특히 상업세계에서 파산하는 기업이 발생하고 재화들의 가격이 하락할 것이 예상되면, 현금을 보유하여 위험을 낮추고 자신이 소지한 화폐의 구매력이 높아졌을 때 재화들을 구매하는 것은 너무나 ‘합리적인’ 행동이다. 누가 이런 행위를 퇴장이라는 비난조의 말로 지칭할 수 있는가? 이 때의 화폐수요 증가는 개인들의 효용을 감소시키기보다는 증가시키는 행위이다. 그리고 화폐수요의 증가는 재화들에 대한 수요를 감소하게 만들기 때문에 재화들의 가격을 일반적으로 하락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화폐수요의 증가도 디플레이션을 초래한다. 그리고Salerno(2003)는 퇴장이라는 용어 대신에 ‘현금축적’(cash building)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을 제안하고 이러한 경우에 발생하는 디플레이션을 ‘현금축적디플레이션’(cash-building deflation)이라고 지칭하자고 제안한다. 1 다만 디플레이션의 원인이 은행신용디플레이션과 다를 뿐이다. 그러나 경기침체기의 화폐수요의 제1단계 변화는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변화하게 된다. 제2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제2단계의 화폐수요의 변화는 시장의 조정과 청산이 끝났을 때 발생한다. 진행 중인 파산이 마무리되고 차용자들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하여 동분서주하는 기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화폐수요는 다시 예전의 수준으로 하락하게 된다. 만약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재화 일반의 가격이 하락하고 그와 함께 과오투자의 조정으로 인한 고차재 산업의 재화의 가격이 하락하면 제2단계의 화폐수요 변화는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가게 된다. 제2단계의 화폐수요의 변화는 일반적으로 말해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의 일부라고 하겠다.

앞에서 경기변동 과정에서 디플레이션은 거의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디플레이션은 화폐의 공급과 화폐의 수요 차원, 두 측면에서 발생한다는 점도 알았다. 그리고 그런 디플레이션은 경제를 회복시키고 정상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데 기여를 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다시 말하면, 통화팽창으로 인한 화폐적 혼란(monetary disturbances)은 침체와 디플레이션 등을 통해 스스로 역전(self-reversing)하는 특징을 가진다(Hayek(1941), pp.33~34). 그리고 앞에서 지적했듯이, 어느 정도 스스로 역전할 것인가는 정부의 정책과 각종 제도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법이 시행되고 있다고 가정하자. 만약 최저임금제와 같은 가격고정(price fixing)이 없다면 경제가 정상적인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임금은 하락할 것이다. 노동의 가격이라 할 수 있는 임금도 버스트 국면에서 하락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최저임금제가 임금의 하락을 방해한다면 화폐적 혼란을 충분히 제거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기 이전에 또는 경제가 정상적인 수준으로 도달하기 이전에 스스로 역전하는 일이 중단될 것이다.

그러나 디플레이션에는 다음과 같은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디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과 마찬가지로 소득재분배 효과를 초래하는 것이 사실이다. 디플레이션이 가져오는 소득재분배의 분명한 특징은 네 가지다. 첫째, 디플레이션이 인플레이션과 꼭 같이 영합(zero-sum)게임이라는 것이다. 이득을 보는 사람의 이득과 손해를 보는 사람의 손실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둘째, 이득을 보는사람과 손해를 보는 사람을 구분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기업의 구조조정이 일어나는 경우와 해고 노동자 등은 쉽게 식별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득재분배는 눈으로 직접 목격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소득재분배를 명확히 관찰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이 점이 인플레이션에 의한 소득재분배와 다른 것이다. 디플레이션에 의한 소득재분배의 세 번째 특징은 디플레이션에 의한 소득재분배가 인플레이션에 의한 소득 재분배에 ‘추가’된다는 것이다(Mises(1980), p.262 이후). 이 점이 중요하다. 붐과 버스트로 이어지는 경기변동에는 먼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득재분배가 발생하고, 나중에 경기변동의 2차 특징, 즉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득재분배가 다시 발생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디플레이션에 의한 소득재분배가 인플레이션이 초래하는 소득재분배 과정의 역순으로 진행되는가 하는 의문이 있다. 그런데 이 쟁점에 대해서 라스바드와 휠스만은 견해를 달리한다. 라스바드는 역순으로 진행된다고 지적한다. 물론 이 과정이 언제나 정확하게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는 전제를 달고서 말이다. 라스바드는 디플레이션에 의한 소득재분배가 어느 정도가 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Hülsmann(2008b, p.29)은 디플레이션이 그 이전의 인플레이션의 역순의 일종은 확실히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 부분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화폐공급의 증가 또는 신용팽창으로 인한 경기변동이 이미 발생했다면 신용축소에 의한 디플레이션과 화폐수요 증가에 의한 디플레이션 또는 재화들의 일반적인 가격 하락은 침체를 악화시키기보다는 침체를 앞당겨서 경제가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가는 일에 긍정적인 기여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비록 소득재분배라는 부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이 아니지만 말이다. 그리고 소득재분배도 일부는 인플레이션에 의한 소득재분배의 역순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신용확장이 비자발적인 것이라면 신용축소와 화폐수요 증가는 자발적인 것이다.

종합하면, 적어도 신용축소와 화폐수요 증가에 의한 디플레이션은 부정적인 점보다도 긍정적인 점이 큰 것이다. 그 결과 만약 이때 다시 확장적 재정정책이나 확장적 통화정책을 시행하면 앞에서도 지적하였듯이 다시 파멸의 씨앗을 심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점에 대해서 상당수 경제학자, 정치가, 지식인은 동의하지 않는다. 특히 그들은 디플레이션에 대한 어떤 공포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디플레이션의 두려움 때문에 확장적 통화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종국적으로는 ‘리플레이션’(reflation), 즉 사실상 인플레이션을 다시 가져오게 된다(Hülsmann(2008b),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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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네일 출처 : 대한민국 ‘헬조선’의 서막, 1997년 ‘IMF 구제금융’

  1. (원문 각주 42번) 아래에서는 케인지언의 용법으로 사용할 때는 퇴장을, 오스트리아학파의 용법으로 사용할 때는 현금축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