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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쇠는 비난받아야 마땅한 존재인가

해외 칼럼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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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2-01-21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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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5

A Modest Proposal from Dr. Walter Block | Mises Institute

Walter Block
뉴올리언스 로욜라 대학의 경제학 교수이자 미제스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인 월터 블락은 아나코-캐피탈리즘이 하나의 이론으로 성립하는데 머레이 라스바드 다음으로 가장 많은 업적을 세운 대표적인 이론가이다. 1972년에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블락은 500개 이상의 논문, 24권의 책, 그리고 수천 편의 에세이를 저술했다.

"만약 그것이 움직인다면 민영화하라; 움직이지 않는다면, 민영화하라. 모든 것은 민영화되어야 한다.(If it moves, privatize it; if it doesn’t move, privatize it. Since everything either moves or doesn’t move, privatize everything.)"

주제 : #주류경제학 비판
  • 본 글은 월터 블락 교수의 저서 '디펜딩 더 언디펜더블'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A Christmas Carol)」에서 구두쇠의 이미지는 치명타를 입었으며, 지금까지도 이미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구두쇠가 그 전부터 비난을 받아왔지만, 디킨스의 스크루지(Ebenzer Scrooge)에 대한 묘사가 구두쇠의 전형이 되어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실제로, 경제학 개론서에서도 이러한 구두쇠에 대한 견해가 만연하다. 구두쇠는 주로 비고용, 비지니스 사이클의 변화, 불경기와 경기침체의 원흉으로 비난 받는다. '저축'의 패러독스에서 경제학 학생들은 저축이 개인과 가족에게는 좋지만, 경제 전반에는 좋지 않다고 배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케인스 경제학에 따르면 저축이 늘수록 소비지출은 줄어들고, 소비지출이 줄어들수록 일자리는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잘못된 생각은 버려야 한다. 저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셀 수 없이 많다. 우리 조상들이 다음 해에 심을 옥수수 씨를 아껴두는 그 순간부터, 인류는 수전노, 구두쇠, 절약자의 덕을 보고 있다. 모아둔 재산을 한꺼번에 쓰지 않고, 대신 나중에 필요한 때를 대비해서 아끼는 사람들 덕분에, 문명화를 가능케 했던 자본재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절약한 사람들은 다른 이들보다 훨씬 더 부자가 되었고, 그래서 반감도 생겼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적대감은 타당하지 못하다. 국민들이 받는 임금은 구두쇠가 축척한 돈의 비율에 직접적으로 좌우된다. 가령, 미국인 근로자가 볼리비아 근로자보다 좀 더 많은 임금을 받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미국 근로자의 교육, 건강 상태, 근무 의욕 등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지만 특히 볼리비아인들에 비해 미국인들이 더 많은 자본을 모아두었다는 점이 이러한 임금의 격차를 만드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런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다. 즉 구두쇠들은 국민들의 생활 수준을 올리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 축적 과정에서 생산적인 활동으로 인정받는 '절약'과 소비를 억제한다는 뜻의 '짠돌이 짓'은 엄연히 다르다는 이의가 있을 수도 있다. 혹자는 절약 덕분에 자본재 산업으로의 투자 자금이 늘어 좋은 물건들이 생산될 수 있지만, 억지로 쓰지 않아 모인 돈은 백해무익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짠돌이 구두쇠 때문에 수익이 줄어든 소매상은 근로자를 해고하고 중간 도매상으로부터 공급 받는 상품 수량도 줄여야 한다. 역시 중간 도매상도 직원 수를 줄일 수밖에 없고 도매상한테서 공급받는 제품 구매를 삭감할 수 밖에 없다. 구두쇠 때문에 발생한 이런 과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전체 생산 구조에 걸쳐 반복된다. 결국 일터를 잃은 근로자들이 소비를 줄이게 되면서, 이 과정은 계속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그래서 짠돌이처럼 구는 것은 완전히 무익하고 파괴적인 측면을 지닌 것으로 간주된다.


"얼굴 좀 펴요. 에디스! 결혼할 때부터 내가 케인스 경제학을 따르지 않는 수전노라는 것을 알았잖소!"

설득력이 있기는 하지만 케인스 이론을 바탕하는 이러한 주장들은 한 가지 핵심 사항을 간과하고 있다. 물가의 변동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매상이 줄어들면, 소매상은 근로자 해고와 상품 주문 삭감을 단행하기 전에 가격 인하를 먼저 시도한다. 가격 인하에 견줄 만한 다른 방법도 있다. 소매상이 취급하는 상품의 시장성이 떨어져 생긴 문제가 아니라면, 이러한 방법으로 충분히 실업과 경기 침체라는 순환의 고리를 끊어놓을 수 있다.

구두쇠는 시장에 돈을 풀지 않아 자본재의 구매를 어렵게 하여, 순환되는 자금을 감소시킨다. 그렇지만 공급 가능한 제품과 서비스의 수는 그대로다. 가격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소가 바로 '제품과 서비스의 공급량'과 '지출 가능한 돈'의 상관관계이므로 결국 구두쇠들 덕분에 제품 가격이 인하될 수 있다. 결국 시중에 자금이 줄어들 수록 사람들이 같은 돈으로 더 많은 것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소비 억제는 유통되는 돈을 줄이고, 돈이 줄어들면 가격이 인하되기 마련이다. 제품의 가격 인하에 따른 피해는 없다. 오히려 구두쇠가 아닌 사람들 역시 가격이 인하된 제품과 서비스로 혜택을 누린다는 장점을 더할 뿐이다.

물가가 내려간다고 해서 경기가 침체되지는 않는다. 실제로 인류에게 가장 성공적인 사업이었던 기계류의 가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항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자동차, 텔레비전, 컴퓨터가 처음으로 시장에 출시되었을 때 평범한 소비자들은 접근할 수 없는 수준에서 가격대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기술적인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고, 이에 따라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가격이 인하되었다. 가격 하락으로 경기 침체나 불경기가 오지 않았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러한 가격 하락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있다면, 다름이 아닌 케인스 분석을 따른답시고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가격을 인하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케인스가 주장한대로 점차 경기 침체가 확대되기는커녕, 이들은 파산의 길로 걸어들어가고 있다. 그 외의 사업가들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만족스러운 사업을 영위해간다. 물론 제품의 가격은 낮아졌지만 말이다. 따라서 경기 침체의 원인은 다른데 있음을 알 수 있다.

절약으로 인해 경제가 파괴되며, 경제가 계속 조정 과정을 거듭하게 된다며 절약을 반대하는 주장도 전혀 타당하지 않다. 설사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자유시장은 변화하는 취향에 맞춰야 영속할 수 있기 때문에 절약에 대한 비난의 구실이 되지 못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절약을 비난하려면, 자주 바뀌는 옷의 유행도 지속적으로 시장의 '세부 조정'을 요구하고 있으니 비판받아야 할 것이다. 절약은 파괴적인 과정이 아니다. 돈을 이불 밑에 숨겨놓는 구두쇠들에게도 그 돈을 찾아낼 상속인들이 있다.

은행에 넣을 경우 받을 수 있었던 이자를 포기하는 것이므로 구두쇠가 현금을 모아두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개인이 지갑에 넣어둔 돈이 이자를 낳지 못하므로 쓸데없는 것으로 치부되어야 하는 것일까? 이자를 받지 않고 현금으로 보관하고 있다면, 관점에 따라서 이 돈은 무익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돈 역시 유익하다. 구두쇠는 물건으로 사는 수단으로서가 아닌 즐거움을 느끼는 수단으로 돈을 보관하기 때문이다. 효용성을 최대화해야 한다고 배운 경제학자에게는 이런 즐거운 역시 무익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진귀한 그림과 조각을 아끼는 예술 애호가들이 무익한 사업 종사자로 취급 받지 않는다. 투자가 아닌 즐거움만을 위해 개와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을 두고 헛짓을 한다며 핀잔을 하지도 않는다. 사람마다 취미가 다르며, 다른 사람에게 무익한 것을 유익한 것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엄청난 현금을 가진 구두쇠는 이타적인 사람으로 대접받아야 한다. 우리는 그들의 절약 덕분에 얻은 가격 인하로 혜택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돈으로 더 많은 것을 살 수 있다면, 돈의 가치는 더 높아진다. 사회에 전혀 피해를 주지 않는 이들 구두쇠가 필사적으로 절약을 할 때마다, 우리의 구매력을 쑥쑥 늘어나므로 구두쇠는 선을 베푸는 사람이다.


태그 : #경기변동 

썸네일 출처 : http://kor.theasian.asia/archives/284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