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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제재는 일반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뿐 작동하지 않는다

해외 칼럼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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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2-04-08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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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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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an McMaken
라이언 맥메이큰은 미제스 연구소의 편집장이다.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경제학과 정치학을 전공하고, 콜로라도 주정부에서 10년 동안 주택 담당 경제학자로 근무하였다.

주제 : #전쟁과_외교정책

원문 : Why Sanctions Don't Work, and Why They Mostly Hurt Ordinary People (게재일: 2022년 3월 9일)
번역 : 한창헌 연구원

미국과 서유럽 나토(NATO) 가맹국들은 최근 경제 제재를 거듭 강화하고 있다. 제재는 러시아 정권 뿐만 아니라 수백만 명의 일반 러시아 시민들까지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경제 제재는 러시아와 교역을 중단하고 국제 시장에서 러시아 금융을 퇴출시키면서 이뤄지고 있다. 무디스(Moody's)와 S&P글로벌(S&P Global) 모두 러시아의 신용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준비금을 동결했고, 국제은행통신망인 SWIFT에서부터 러시아 은행들을 퇴출시켰다. 유럽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대폭 감축할 계획이다.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 구입 전면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 루블화 환율은 달러 대비 역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러시아는 한 세기 넘는 세월만에 처음으로 외채상환 디폴트를 선언할 위기에 처했다. 경제 제재 대부분이 러시아의 특정 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러시아 투자나 러시아와 관련된 투자를 하는 모든 사람에게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인식을 크게 증가시킨다. 이는 수많은 투자자들과 기업들이 위험을 줄이고 다음 제재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러시아에서의 활동을 '자발적으로' 중단하게 된다는 의미다. 또한, 코카콜라나 맥도날드 같은 기업들은 러시아 내에서 모든 사업을 중단하라는—그에 따라 모든 직원을 해고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이는 몇몇 러시아 은행들과 정계를 넘어서 러시아 내 투자 전반이 실질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일반 러시아 시민들에게 낙수효과 역시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구매력, 소득 그리고 고용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고, 많은 러시아 시민들이 생활수준 하락으로 큰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러시아의 지배계층 역시 제재의 영향을 받겠지만, 일반 러시아 시민들과는 다르게 월등히 더 나은 그들의 생활수준을 감안할 때 전반적으로 훨씬 더 풍족하게 지낼 것이다.  

그리고 역사를 돌이켜본다면 경제 제재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철군하거나 러시아의 정권을 교체하는 데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

경제 제재의 정치적 논리

경제 제재 논리 이면에는 제재 대상의 국가 국민들을 고통스럽게 만들어서 '국민'이 정권에 맞서 반란을 일어나도록 부추키고 제재를 가한 정권이 싫어하는 정책을 중단하도록 만들겠다는 아이디어가 숨어 있다. 대부분의 경우에 표면적인 목표는 정권 교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이 독일 시민들을 폭격했을 때도 본질적으로 같은 논리가 숨어 있었다. 폭격으로 시민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베를린의 항복을 요구하는 국내 여론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경제 제재는 물론 민간인을 겨냥한 폭격보다 덜 야비하지만, 동시에 덜 효과적일 가능성이 있다. 군사적이든 외교적이든 외국의 시민에 대한 공격은 국내 여론이 정권을 져버리도록 설득하는 대신 해외 세력을 향한 반감이 배가 되도록 만들곤 한다. 

민족주의가 경제적 이익을 능가한다

경제 제재가 가해졌을 때, 제재가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첫째, 다른 국가들의 전 세계적인 협력이 없는 한 제재는 실패할 것이다. 예컨대 쿠바에 대한 미국의 봉쇄 조치 같은 경우 그 조치에 협력한 국가가 거의 없었고, 쿠바의 정권과 국민들은 미국 외에 다양한 국가로부터 자원을 얻을 수 있었다. 다른 한편으론 미국 주도의 대(對)이란 제재는 주요 교역 국가들이 제재에 협력했기 때문에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러시아 제재의 상황은 쿠바와 이란 사이 어딘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영국과 같은 서방 주요 국가들은 러시아에 맞서 강경한 입장을 취했지만, 수 많은 중⋅소규모 국가들은 이와 비슷한 제재를 가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은 독일은 물론 유럽 대부분 국가들이 에너지 정책과 산업 생산 분야를 먼저 변화시키지 않고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가까운 시일 내의 제재를 거부해왔다. 몇몇 주요 중규모 국가들도 제재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길 거부했다. 예컨대 인도는 러시아와의 무기 협정을 무효화하는 데 반대했다. 멕시코는 제재를 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브라질은 중립적 입장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이 미국 주도의 제재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다른 국가들의 제재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입장에 서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아직 모스크바 당국에 대한 노골적인 지지를 표명하지 않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유엔 결의안에서 기권표를 던졌다. 이는 모스크바 당국에게 있어서 바라던 것보다 더 못 미치는 상황일 수도 있겠지만, 러시아는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와 기타 자원을 기꺼이 구매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중국은 이란에서의 미국 주도 제재에 협력하지 않았고, 이란산 원유의 주요 고객이 되었다. 중국은 러시아와도 비슷한 관계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만약 러시아의 원유 교역 상대가 줄어든다면 중국 당국은 러시아산 자원을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러시아가 중국, 멕시코, 브라질, 인도 같이 규모 있는 국가들과 계속해서 교역할 수 있는 한, 미국이 바라는 바와는 달리 고립을 겪지 않을 것이다.  

제재가 실패하는 둘째 이유는 국민들이 위협을 받을 때 대부분의 국민들 사이에 잠재 되어 있는 힘 즉, 민족주의가 제재 당하고 있는 국민들의 감정을 부추겨 정권을 지지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코헤인(Robert Keohane)이 지적했듯이, 위기 상황이 아닐 때에도 민족주의는 국가의 힘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민족주의는 정권 아래에서 국민을 통합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가 그의 저서 『미국 외교의 거대한 환상』(The Great Delusion: Liberal Dreams and International Realities)에서 밝혔듯이, "민족주의는 굉장히 강력한 정치 이념이다. (...) 자유주의(liberalism)와 민족주의가 공존할 수 있다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지만, 자유주의와 민족주의가 충돌하는 경우 민족주의가 거의 언제나 승리한다."

, 위기 상황에서 불만을 품은 자유주의 개혁자들조차도 자유주의보다는 민족주의의 충동에 복종하게 되며, 외부로부터 가해진 제재에 대해 민족주의적 반발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우리의 주장의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해 더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미국을 살펴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미국은 외국의 정복이라는 실제적인 위험으로부터 오랜 세월 동안 놀라울 정도로 안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의 침략이라는 측면에서 정권을 지지하기 위해 국민들이 단결해야 한다고 설득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특히 진주만 공습과 9/11 테러 직후만큼 거대한 국민적 지지를 얻은 적이 거의 없다. 외국 세력—예컨대, 중국 같은 국가가 경제 제재를 통해 미국인들이 정권을 교체하도록 강요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런 제재가 미국 내에서 외국 세력[제재하는 국가]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상상하기는 힘들다.    

마찬가지로 미국이 경제 제재를 통해 정치적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했던 쿠바, 이란, 북한, 베네수엘라 등지에서 친미나 반체제 활동에 활력소를 불어 넣지 못했다. 

경제 제재가 성과를 거둔 곳은 거의 없다. 이라크와 세르비아 같이 제재가 성과를 거둔 예시가 있기는 하지만, 이 지역들은 경제 제재와 더불어 압도적인 군사력이나 실질적인 위협이 동반한 경우이다. 더 말할 것도 없이 이는 매우 특별한 유형의 제재이고, 러시아와 같은 핵보유국과의 분쟁과는 거의 연관이 없다.  

또한 경제 제재는 바람직하지 않은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의 하스(Richard Haass)가 보여주듯이,  

3국이 제재 대상 국가 제재하지 않을 때 해당 국가를 2차 제재로 위협하여 제재에 협력하도록 강요하는 방식은 미국의 다양한 외교 정책 이익에 심각한 해를 끼친다. 외국 기업이 쿠바, 이란, 리비아를 대상으로 한 미국 법률을 위반하고 그에 따라 해당 기업에게 제재를 가할 경우 이런 일이 벌어진다. 이러한 위협은 특정 개인들이 미국 법률로 금지된 사업 활동에 뛰어드려는 의지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지만, 반미감정이 증가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 경제 제재는 아이티의 경제적 고통을 증가시켰고,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아이티에서 미국으로 이주하려고 하는 위험하고 큰 비용이 드는 사태를 촉발했다. 구 유고슬라비아에서는 무기 금수 조치가 보스니아(무슬림)측을 약화시켰다. 보스니아 세르비아인과 크로아티아인이 더 많은 군수품을 보유하고 있었고 외부로부터 더 많은 추가 물자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에 대한 군사 제재는 파키스탄의 핵의존도를 상승시켰다. 군사 제재로 인해 이슬라바마드가 미국 무기를 이용할 없게 되었고, 미국에 대한 파키스탄의 신뢰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설령 경제 제재가 '효과적'이더라도, 제재를 정당화하기에는 불충분하다. 제재도 결국에는 일종의 보호무역주의이며, 정부는 이러한 규제를 위반하는 미국의 개인들과 기업들을 제재해야 한다. 그 중 다수는 합법적으로 이루어지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경제 제재는 여전히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제재는 "우리"가 반드시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유권자들에게 만족감을 주고, 정부 관료들에게는 국가의 권력을 증대시키고 정권의 패거리들에게 포상을 내릴 수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권이 "무엇인가를 하도록" 만드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도박이다. 만약 유권자들이 외국의 적에 대해 도덕적인 반대 의사를 표현하고 싶다면, 언제든지 스스로 행동을 취할 수 있다. 만약 미국인들이 러시아의 재화와 서비스를 거부하고 싶다면, 마음껏 그 재화와 서비스를 보이콧하면 된다. 미국 혁명기에 영국에 맞서 보이콧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외국 정권에게 교훈을 주겠다는 명분 하에 더 많은 연방 권력을 수용한다면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일 시민들이 해를 입게 될 것이고, 많은 미국인들이 법적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이 성공할 가망 없이 이루어질 것이다. 


태그 : #사회현안 #미국경제 #보호주의와_자유무역 

썸네일 출처 : 대러시아 경제제재, 무역대금 결제는 안전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