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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스 와이어 6월호] 우리는 자본주의적 임금제도가 필요하다

국내 칼럼
경제학
작성자
작성일
2022-06-01 00:00
조회
568

전용덕
1952년 대구에서 출생하여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하였고, 퇴직하여 동 대학 명예교수이다. 한국 미제스 연구소의 학술분야를 총괄하는 아카데미 학장으로서, 자유주의 철학과 자유시장경제에 관한 연구, 강의, 발표 등에 관심과 노력을 쏟아왔다.

주제 : #사회현안

2022년 미제스 와이어 목차 <펼치기>

지난 달 26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만을 이유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해 무효라고 판결했다. 임금피크제는 고령자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에 일정 기간 임금을 줄여 그렇게 절약된 비용으로 청년 채용을 늘리자는 취지에서 2000년대 들어 도입한 제도이다. 현재는 모든 공공기관과 ‘300인 이상 기업’의 절반가량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2014년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공공기관과 대기업 상당수의 임금제도가 호봉제 또는 연공서열제로 되어 있어서 정년을 연장하면 임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구조 때문이다. 그 결과로 청년을 채용하는 일이 어려워질 것을 예상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임금피크제는 경직된 임금제도로 발생할 수 있는 세대 간 고용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제도인 것이다.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고령 노동자에게는 자신이 하던 일을 그대로 하게 하는 것이 그 노동자에게도 기업에게도 최선일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런 방법의 임금피크제는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비록 대법원이 일정한 요건을 갖춘 임금피크제를 허용했지만 말이다.

근본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호봉제 또는 연공서열제라는 임금제도이다. 호봉제 또는 연공서열제는 자본주의 임금제도라고 볼 수 없다. 호봉제 또는 연공서열제는 근무연한이 일정한 기간을 지나면 임금이 생산성의 크기보다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 때부터 사실상 ‘약탈’이 일어나고 있다고 하겠다. 노동시장에서 노동자의 임금은 생산성의 크기와 같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임금제도가 자본주의적인 것이다. 호봉제는 결코 그런 제도가 아니다.

기업의 경우에 호봉제 또는 연공서열제에서 생산성보다 많은 임금은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한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경우는 상황이 달라진다. 공공기관의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소비자의 직접적인 수요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이 번에 피소당한 기관은 비영리기관인데 비영리기관도 수요가 소비자의 직접적인 수요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공공기관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러므로 비영리기관을 포함한 공공기관 노동자의 생산성을 측정할 방법은 없다. 즉 생산성보다 임금이 많은가 또는 적은가를 알 방법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비영리기관을 포함한 공공기관 노동자의 임금은 동종업계에서 동일 학력의 노동자가 받는 임금을 벤치마킹한 것이거나 전체 세금의 규모에 달려있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는 제3의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기업과 달리, 비영리기관을 포함한 공공기관 노동자의 임금은 생산성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이 번에 소송을 제기한 노동자는 비영리기관의 노동자라는 점에서 이 경우에 속한다. 소송을 제기한 노동자나 대법원 판사들이 공공기관을 포함한 비영리기관 노동자의 임금의 그런 특성을 알았다고 보기 어렵다. 이렇게 대법원 판사들이 경제원리를 모르는 상태에서 판결을 하는 경우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임금제도를 변경하는 일은 장기 프로젝트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자본주의적 임금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쉽지 않더라도 최선일 것이다.

단기에는 두 가지를 예상할 수 있다. 첫째, 기업 또는 공공기관(이하 비영리기관 포함)이 대법원이 허용하는 임금피크제 효력 인정 기준을 준수하여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런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임금피크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임금피크제 실시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년을 단축해야 할 텐데 그것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년을 단축하는 것은 고령화 사회에 역행하는 일이다. 두 경우 모두 기업 또는 공공기관의 청년 채용은 축소될 가능성이 클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청년 실업률이 어느 때보다 높은 이 때 대법원 1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정신을 무시한 판결로 청년을 더 불리하게 만들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다른 한편, 양대 노총은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임금피크제를 무효화 또는 폐지에 나설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전략은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임금피크제를 폐지하면 기업이나 공공기관은 노동비용을 절약하는 방법으로 대응할 것이기 때문에 그런 폐지가 노동자 전체에게는 결코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을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강제에 의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그 이후 정규직 일자리를 더 줄어들게 만들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의 경직된 임금제도를 생각하면 누구라도 임금피크제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임금피크제는 임금제도의 하나이고 고용주가 어떤 임금제도를 도입할 것인가는 고용주의 권리이다. 판사들은 고용주를 권리를 보호하는 일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


태그 : #노동과_임금 #관료제와_규제 #경제적자유 #경제현안 

썸네일 출처 : [판결] 임금피크제 도입, 노조와 합의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