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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스 와이어 10월호] 주택 가격의 장기 전망

국내 칼럼
경제학
작성자
작성일
2022-10-01 01:25
조회
600

전용덕
1952년 대구에서 출생하여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하였고, 퇴직하여 동 대학 명예교수이다. 한국 미제스 연구소의 학술분야를 총괄하는 아카데미 학장으로서, 자유주의 철학과 자유시장경제에 관한 연구, 강의, 발표 등에 관심과 노력을 쏟아왔다.

주제 : #부동산

2022년 미제스 와이어 목차 <펼치기>

최근 사람들의 초미의 관심사는 향후 주택 가격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버블 붕괴’ 수준의 주택 가격 폭락이 발생할 것을 주장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단기간 조정을 거친 뒤에 재반등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만만치 않다.

어떤 재화의 가격은 어떤 재화에 대한 총수요(=총화폐수요=교환수요+유보수요)와 그 재화의 총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화폐까지 고려할 때, 어떤 재화의 가격을 결정하는 데는 상승요인과 하락요인이 있다. 어떤 재화의 가격을 상승(하락)하게 만드는 요인은 두 가지이다. 첫째, 화폐재고의 증가(감소), 둘째, 어떤 재화에 대한 유보수요 증가(감소)이다. 어떤 재화의 가격을 하락(상승)하게 만드는 요인도 두 가지이다. 첫째, 어떤 재화의 총공급의 증가(감소), 둘째, 현금보유잔고의 증가(감소)이다. 상승과 하락 요인은 모두 ‘세트리스 페리부스’ 조항을 적용해야 한다. 위 관계는 하나의 재화의 가격을 결정 할 때 뿐 아니라 모든 재화의 가격 결정에도 적용할 수 있다.

3여 년 전부터 경기변동이 시작 되었는데 그런 기간에는 화폐의 구매력에 대한 '기대'(expectation)도 모든 재화의 가격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기대는 심리학의 영역이고 사후에만 알 수 있기 때문에 이 분석에서는 제외한다. 그러나 기대라는 요인이 가격 결정에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화폐의 구매력은 주택의 구매력과 대략 반대 관계가 있기 때문에 화폐의 구매력에 대한 기대에 따라 주택을 팔기도 하고 보유하기도 할 것이기 때문에 그에 따라 주택 가격은 하락 또는 상승할 것이다.

지난 3년간 주택 가격 상승의 원인들을 먼저 규명하고 이어서 향후 집값을 전망해 본다. 지난 3년간 주택 가격을 결정했던 중요한 요인은 첫째가 화폐재고의 증가이고 둘째가 주택의 수요에 비해 주택 총공급은 너무 적었다는 것이다. 두 가지 요인이 겹쳤기 때문에 주택 가격은 단기에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폭등했다. 그리고 두 요인 중에 어느 쪽이 중요한 것인가는 실증 분석을 통해 알 수는 없다. 그런 실증 분석을 위한 데이터가 수집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폐적 요인이 실물적 요인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필자는 직관한다.

금리를 내려 화폐공급을 증가시키면 경기변동이 발생한다. 3여 년 전부터 경기변동이 발생하여 진행 중이다. 경기변동 기간에는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네 가지 요인 중에 다른 두 가지 요인도 변하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분석을 쉽게 하기 위하여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향후 주택 가격 전망은 어떻게 되겠는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함으로써 화폐재고는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주택 가격은 하락할 것이다. 정부는 지난 8월 주택 270만 가구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그런 계획이 현실화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실물적 요인이 부동산 가격을 하락하게 만드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한계가 있을 것이다. 다만 실물적 요인이 부동산 가격의 기대에 영향을 미쳐서 가격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사전적으로는 알 수 없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설명일 것이다.

주택 가격은 과거에는 어떻게 움직였는가? 과거에 주택 가격은 크게 세 가지 패턴을 보였다. 한 가지 사례는 1997년 경제위기 직후 부동산 가격처럼 V자형으로 반등한 경우이다. 다른 한 가지 사례는 1990년대 L자형으로 장기침체를 맞는 경우이다. 여기에는 가격 폭락이 먼저 있었다. 세 번째 경우는 리먼 사태(2008년) 이후 W자형 침체를 맞는 경우이다. 그러나 필자는 과거 경험은 매우 중요한 참고자료이지만 미래 예측에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주택 가격의 변동이 있을 때마다 경제여건이 언제나 달랐기 때문이다.

화폐재고가 지난 3년간 부동산 가격 결정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다면 한국은행이 향후 금리를 얼마나 그리고 언제 인상하느냐에 따라 화폐재고가 결정될 것이고 그런 화폐재고가 주택 가격의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을 예상하는 것은 단기에는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내년 하반기 이후는 쉽지 않다.

다음으로는, 부동산의 공급이 얼마나 신속히 증가하는가 하는 것인데 재건축 아파트의 규제 완화, 신도시 개발 등과 같은 방법은 정부의 의지, 민간 주택 건설업자의 대응 등에 달려있기 때문에 사전에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주택 공급이 증가하여 주택 가격이 내릴 것이라는 기대를 만들게 한다면 이 영향은 작지 않을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게다가, 여소야대 국회가 규제완화의 발목을 잡는다면 부동산 공급은 정부의 예상대로 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종합해보자. 경제학은 인과관계를 분석하는 학문이지 미래를 예측하는 학문이 아니다. 그 점에서 필자를 포함한 모든 전문가의 주택 가격 전망을 과신(過信)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그럼에도 주택 가격의 향후 움직임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어느 때 그리고 얼마나 인상하는가에 크게 달려있을 것이다. 통화공급의 과다한 증대 그리고 연이은 빠른 감소는 부동산에 침투한 붐(이것을 버블이라고 부를 수도 있지만 학문적 개념이 아니다)을 폭락하게 만들 개연성을 높이고 있다. 게다가, 금리의 인하로 인한 경기변동은 한국경제를 조만간 침체 국면으로 진입하게 만들어 주택 가격을 더 하락하게 만들 수 있다. 정부에 의한 주택 공급의 큰 증대는 주택 가격의 하락을 부추길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주택에 대한 유보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전세와 월세가 동시에 증가하고 있는 현상이 그 점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필자는 직관한다. 그러나 그 크기가 얼마나 될 것인가는 지금으로서는 예상할 수 없다. 게다가,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전쟁, 미중 간 패권 다툼, 세계경제의 동반 침체 등은 한국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주택 가격의 폭락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한국 경제의 디지털화에 많은 투자를 할 것을 발표한 바 있는데 이 점은 한국 경제의 생산성 향상에 영향을 미쳐 주택 가격 하락을 어느 정도 완화할 것이다. 이런 모든 요인을 종합해야 하기 때문에 주택 가격의 향후 움직임을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 마디로, 단기에 주택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은 작지 않아 보이고 그 이후 상당 기간 침체 할 것을 필자는 예상한다.


태그 : #경기변동 #인플레이션 #호황과_불황 #한국경제

썸네일 출처 :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209151965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