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언제나 정부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Liberty is always freedom from the government.)

-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von Mises)

칼럼 및 번역자료 투고 요령 안내

명령화폐: 화폐와 신용의 퇴행 – (2편) 상품화폐에서 명령화폐로 : 화폐의 퇴행

해외 칼럼
경제학
작성자
작성일
2023-02-15 19:54
조회
855

Hans-Hermann Hoppe
한스-헤르만 호페는 살아있는 오스트리아학파 학자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호페는 멩거, 뵘-바베르크, 미제스, 그리고 라스바드로 이어지는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과 오스트로-자유주의(Austro-libertarianism)의 가장 뛰어난 대표자로서, 칸트(Immanuel Kant)와 하버마스(Jürgen Habermas)의 합리주의 철학에 기초하여 미제스와 라스바드의 인간행동학 이론체계를 대폭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멩거(Carl Menger)에 의해 창시된 오스트리아학파가 미제스의 인간행동학을 통해 완전한 선험적-연역적 이론체계로 탈바꿈했다면,—적어도 지금까지는—최종적으로 호페가 미제스의 방법론을 경제학을 넘어 형이상학과 윤리학에도 적용함으로써, 인식론, 윤리학, 그리고 경제학을 아우르는, 일종의 모든 것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으로서의 오스트리아학파의 정체성이 완전히 확립되었다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주제 : #화폐와_은행
번역 : 한창헌 연구원

  • 번역자 주: 이 글은 한스-헤르만 호페의 사유재산의 경제학과 윤리학』, 「제6장 명목화폐 : 와 신용의 퇴행 번역한 것입니다.  
명령화폐: 화폐와 신용의 퇴행 - (1편) 화폐의 기원 보기

만약 화폐가 상품화폐로서 출현해야만 한다면, 어떻게 해야 그것이 명령화폐가 될 수 있는가? 이는 화폐 대체품(상품화폐에 대한 종이 권리증서)의 개발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오로지 부정한 방식으로, 경제적 비효율성의 댓가로서 이루어지게 된다.

1914년까지의 금본위제와 같은 상품화폐 본위제에서는 무게와 순도에 따라 본질적으로 고정된 비율로 서로 거래되는 다양한 종류의 금화와 표준화된 막대 금괴의 형태로 화폐가 ‘순환’되었다. 한편, 화폐의 저장(보관[safekeeping])과 거래(결제[clearing])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비화폐성 재화의 공간적시〮간적 교환을 원활하게 만드는 수단으로서 주식과 채권 증서 같이 거래가능한 재산권리증서가 개발되는 과정과 유사한 개발과정을 거치면서 본래의 화폐와 더불어 특정한 기관(은행)에 예금된 특정 양의 금에 대한 재산권리증서(청구권)인 금화증서(gold certificates)를 교환수단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본래의 화폐(금)와 화폐 대체품(화폐 청구권)의 공존은 화폐 순환에 얼마만큼의 증서가 사용되든지 간에 순환되는 (예금된) 전체 금의 양은 동일하기 때문에 화폐의 총 공급량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사람들 사이의 소득과 부의 분배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리고 의심할 여지 없이, 화폐와 화폐 대체품의 공존 그리고 그러한 형태들의 가변적인 조합으로 화폐를 보유할 수 있는 가능성은 개별 시장참여자들에게 추가적인 편의를 가져다 준다. 이것이 본질적으로 가치가 없는 종이 조각들이 구매력을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이다. 만약 그것들이 화폐에 대한 무조건적인 청구권을 나타낸다면, 그리고 그것들이 유효하며 실제로 어느때나 태환(redeem)될 수 있다는 사실에 의심을 사지 않는다면, 종이 티켓은 마치 진짜 화폐인 것처럼 액면가 그대로의 화폐와 거래되며 사고 팔리게 된다. 따라서 일단 구매력을 획득하고 나서 (어떻게든 태환능력을 정지시킴으로써) 화폐 청구권의 성격을 박탈한다면, 그것은 화폐로서의 기능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미제스(Mises)가 썼던 것처럼:


어떠한 경제재가 화폐로서의 기능을 시작하기 전에 그것은 이미 화폐적 기능과는 다른 어떠한 이유 때문에 교환가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미 화폐로서 기능하고 있는 그러한 화폐는 그 교환가치의 원래의 근원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가치를 유지하고 있을 수 있다.1

그러나 자기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화폐에 대한 권리증서라는 종이 티켓의 성격을 박탈하고 싶어 하겠는가? 과연 그들이 태환을 중단하고 본질적으로 가치가 없는 종이조각을 화폐로 채택하기를 원하겠는가? 밀턴 프리드먼 같은 종이화폐의 지지자들은 “그렇다”라고 대답하고 있으며, 사람들이 가진 저축-동기(saving-motive) 근거로 들어 상품화폐를 명령화폐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금본위제는 금의 채굴과 재련을 요구하는데 있어 사회적 낭비를 포함한다. 상당한 자원이 화폐의 생산에 투입되어야 한다는 이다.2 금 대신 근본적으로 비용을 들지 않는 종이화폐를 사용함으로써 그러한 낭비는 사라질 것이고, 자원은 직접적으로 유용한 생산재와 소비재의 생산을 위해 자유롭게 사용될 것이다. 그러므로 명령화폐가 더 높은 경제적 효율성을 가지며, 현 세계의 보편적인 상품화폐제도 폐가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가? 명령화폐의 승리는 정말로 무결한 저축의 결과인가? 그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정말로 상상할 있는가? 자기이익을 추구하는 개인들이 정말로 종이화폐 지지자 가정처럼 저축하기를 원하는가? 

조금만면밀히 살펴본다면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명목통화기구는 결코 무결하지 않고 죄악스러운, 아주 다른 동기가 존재한다는 가정이 필요하다는 이 드러난다. (적어도) 하나의 은행, 그리고 하나의 본래의 화폐(현대 전문 용어로는 ‘외부화폐’[outside money])뿐만 아니라 하나의 화폐 대체품(‘내부화폐’[inside money])이 순환는 통화경제(monetary economy) 가정해보라. 만약 시장 참여자들이 정말로 상품화폐의 자원 비용을 절감하기 원한다면(금의 통용 폐지하고 종이를 통화로 삼기를 궁극적인 목표로 설정한다면), 그들의 목표를 향한 근사치로서 먼저 모든 외부화폐(금)의 사용 포기하고자 할 것이다. 모든 거래는 내부화폐(종이)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그에 따라서 외부화폐는 모두 은행에 예금되어 순환에서 완전히 이탈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진짜 화폐[genuine money]가 여전히 순환되고 있는 한, 금화를 사용는 개인들은 틀림없이 바로 그들의 행동을 통해 자원 비용 절감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다.) 

그러나 그로써 정말로 화폐 대체품이 진짜 화폐와의 경쟁에서 이기고 교환수단으로서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겠는가? 많은 통화 이론가들이 그 가능성을 너무 성급하게 인정해버렸다. 그 이유는 화폐 대체품은 대체품일 뿐이고, 본래의 화폐에 비해 영구적이고 결정적인 단점을 하나 지녔기 때문이다. 지폐(화폐 청구권)는 예금기관에 예금수수료를 납부한 경우에만 액면가 그대로 태환 받을 수 있다. 보관 및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이고, 예금수수료란 그러한 화폐 보관에 지불하는 가격이다. 원예금자 혹은 이전 예금자가 보관수수료를 납부한 날 이후 태환을 위해 지폐를 제시한다면, 예금기관은 태환 수수료를 부과할 것이고, 그러한 지폐는 진짜 화폐에 대해 할인된 금액으로 교환될 것이다. 화폐 대체품의 단점이란 화폐로서의 성격, 즉 액면가 그대로의 판매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재예금, 재발행 되어야 하고, 따라서 일시적이고 불연속적으로 화폐로서 기능한다는 점이다. 오로지 본래의 화폐(금화)만이 영구적으로 교환수단의 기능을 수행하기에 적합하다. 그에 따라서 내부화폐가 외부화폐를 대체하기에는 한참 부족하며, 본질적으로 화폐 대체품의 사용은 매우 거대한 금액의 거래나 상업 거래자들 사이의 정기거래로 한정되어 영원히 극심하게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어야 한다. 반면에 압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의 거래에 본래의 화폐를 채용할 것이며, 따라서 프리드먼이 공상하던 방식으로 저축하기를 원치 않는 그들의 선호를 보여줄 것이다.

게다가 그들의 주장을 위해 모든 진짜 화폐가 은행에 저장되어 있는 동안 오로지 내부화폐만이 순환된다고 가정하더라도, 명령화폐 지지자들의 어려움은 끝나지 않는다. 물론, 그들의 관점에서 볼 때 문제는 간단해 보인다. 모든 상품화폐는 은행에서 할 일 없이 놀고 있다. 이 놀고 있는 금을 전부 치의학이나 보석 등을 위한 소비와 생산 목적으로 대신 사용하고, 교환수단의 기능으로는 더 저렴하고 사실상 비용이 들지 않는 명령화폐를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더 효율적이지 않겠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첫째, 일반 대중이 지폐를 보유하고 있는 한, 금의 통용이 폐지되었다고 해서 은행이 전체 화폐 재고의 소유권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은행주 이외에는 어느 누구도 그것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누구도 그런 저축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도 그것은 전혀 저축이라고 부를 수 없으며, 은행에 의해, 그리고 오로지 은행을 위해 대중의 재산을 몰수하는 것이다. 아무도 다른 누군가에게 재산을 몰수당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중앙은행을 통한 민간 소유 상품화폐의 몰수는 상품화폐를 명령화폐로 대체했던 유일한 방법이다.) 대신에 예금자들은 그들의 예금에 대한 소유권을 유지하고 싶을 것이고, 금을 돌려받기 원할 것이다.

그러나 그 후엔 극복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은행이든 대중이든 누가 그 지폐를 소유하고 있든 간에, 그것들은 이미 불태환 종이조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그러한 종이조각의 생산과 관련된 비용은 종이 티켓의 인쇄비 뿐만이 아니라, 더 중요한 것으로서 보관 및 결제 서비스 제공을 통한 금 예금자의 유치 비용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불태환 종이조각으로서는 더 이상 보관할 만한 것이 없다. 제작 비용에는 단지 인쇄비만 들 뿐, 거의 제로에 가깝다. 이전까지 지폐는 금에 대한 청구권을 나타냈기 때문에 구매력을 획득했다. 그러나 지금의 은행과 대중이 그것을 받아들이게끔 할 수 있겠는가? 이전에 확립된 환율로 비화폐성 상품을 사고 팔 것인가? 명백히 아니다. 적어도 지폐발행 사업에 진입하는 데 법적 장벽이 없는 한, 그리고 자유로운 시장진입이라는 경쟁 조건 하에서, 지폐에 지불되는 (비화폐) 가격이 제작비를 초과한다면, 그 즉시 지폐발행은 지폐의 가격이 제작비에 근접하게 되는 지점까지 확장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일 것이다. 어느 누구도 더 이상 종이화폐를 받지 않을 것이고, 진정한 가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시작될 것이다. 통화 경제는 완전히 붕괴되고 사회는 원시적이고 매우 비효율적인 교환경제로 되돌아갈 것이다. 그 뒤로 물물교환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다시 한번 새로운 상품화폐(금이 가장 가능성 높다)가 등장할 것이다(그리고 지폐발행자들은 그들의 지폐에 대한 수용성을 얻기 위해, 새로운 상품화폐에 대한 은행업을 시작할 것이다). 이 얼마나 절약적인 방법인가!

상품화폐를 명령화폐로 대체하는 데 성공하려면 추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지폐발행 사업에 대한 자유로운 시장진입이 제한되어야 하며, 화폐 독점이 확립되어야 한다. 단 한 명의 종이화폐 생산자만으로도 초인플레이션과 통화 붕괴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경쟁에서부터 법적으로 보호받는 한, 독점자는 안전하고 의도적으로 지폐발행을 제한할 수 있고, 따라서 구매력 유지를 보장할 수 있다. 그런 다음 오래된 지폐를 액면가 그대로의 새 지폐로 태환하는 작업뿐만 아니라, 예금수수료에 대해서는 요구불예금 계좌(demand deposit accounts)와 수표책(checkbook) 같은 지폐 대체품을 발행하는 대가로 지폐 예금을 수용하고 보관 및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작업을 수행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시나리오에 대하여 몇 가지 관련된 의문이 제기된다. 이전까지의 상품화폐 하에서는 행위자들이 자기이익과 부를 극대화하고자 한다는 가정에 따라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금광업과 금화제조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되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프리드먼의 ‘명령화폐 배당’(fiat money dividend)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화폐 생산 분야의 경쟁이 불법화되고 독점이 구축되어야 한다. 그러나 합법적 독점의 존재와 자기이익의 추구라는 가정이 조화될 수 있겠는가? 자기이익을 추구하는 행위자가 노동분업에 참여하고, 서로 같은 상품을 교환수단으로 사용하는 데 자연스럽게 동의하듯이 명령화폐 독점의 확립에 동의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러한 독점과 관련된 비용이 모든 자원비용 절감액보다 더 높은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겠는가?

이러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곧 그에 대한 답변이 될 것이다. 독점과 자기이익의 추구는 양립할 수 없다. 물론, 누군가가 화폐의 독점자가 되고 싶어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결국 귀중한 상품을 저장하고, 보관하고, 태환 할 필요가 없게 됨으로써 생산비용이 급격히 감소하고, 따라서 독점자는 추가적인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미래의 모든 경쟁에서부터 법적으로 보호받음으로써 이러한 독점 이익은 즉시 ‘자본화’ 될 것이고(그의 자산에 대한 상향평가에 영구적으로 반영된다), 독점자는 부풀려진 자산 가치와 더불어 이자 형태의 정상적인 수익률을 보장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독점이 독점자에게 이점이 된다고 해서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도 이점이 된다는 것은 아니며, 따라서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또한 아니다. 사실 독점자 자신 외에는 어느 누구도 독점자를 원할 동기가 없으며, 따라서 어느 특정한 사람을 독점자로 선택하기로 합의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독점자의 지위는 그 지위에서 배제당한 모든 비독점자의 의사에 반하여 부당하게 강요된 것일 수밖에 없다. 정의에 따르면, 독점권은 개인들을 서로 다른 법적 성질을 지닌 두 계층으로 구분한다. 하나는 화폐 생산을 허가 받은 특권층이고, 다른 하나는 전자의 배타적 이익을 위해 같은 일을 할 수 없도록 금지당한 하위층이다. 노동 분업과 상품화폐 제도와 달리, 이러한 제도는 자발적인 방법으로 지지받을 수 없다. 이 제도는 상호이익적 상호작용(mutually advantageous interaction)의 ‘자연적인’ 결과가 아니라, 일방적인 이득을 취하는 재산몰수 행위(배제)의 결과물이다. 따라서 독점자는 독점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자발적인 지원과 협력에 의존하는 대신 물리적 폭력의 위협을 요구하게 된다.3

게다가 일단 독점이 확립된다면, 자기이익 추구와 독점의 비양립성이 끝나는 것이라 아니라 독점이 지속되는 한 계속된다. 그것은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배제당한 비독점자들의 희생을 대가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첫째, 자유경쟁(자유로운 시장진입) 체제에서 모든 생산자는 자신이 생산하는 재화를 최소 비용으로 생산해야 한다는 지속적인 압력을 받게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해당 제품을 더 낮은 비용으로 생산하는 신규 진입자에게 경쟁에서 패배할 수도 있는 위험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경쟁에서부터 보호받는 독점자는 그러한 압력을 받지 않는다. 실제로 화폐 생산 비용은 독점자의 급여 뿐만 아니라 그의 모든 비화폐성 보상을 포함하기 때문에 독점자의 ‘자연스러운’ 이익은 비용을 올리는 것이 된다. 따라서 독점적으로 제공된 종이화폐의 비용은 처음부터는 아니더라도 곧 경쟁적으로 제공된 상품화폐와 관련된 비용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독점적으로 제공된 종이화폐의 가격이 꾸준히 상승할 것이고 단위 화폐당 구매력과  품질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모든 독점자는 새로운 진입자로부터 보호받기 때문에 항상 가격은 높이고 품질은 낮추려는 유혹을 받는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화폐 독점자에게 특히 강하게 나타난다. 다른 독점자들은 그들의 생산물에 대한 탄력적인 수요로 인해 가격의 상승(혹은 품질의 저하)이 실제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화폐 독점자는 자신의 특정 생산물(공통의 교환수단)에 대한 수요가 매우 비탄력적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다. 실제로 화폐에 대한 수요가 완전히 사라지는 초인플레이션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화폐 독점자는 사실상 언제나 화폐가격을 올려도(그 구매력을 떨어뜨려도) 화폐 판매수익이 증가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독점적 화폐 생산권을 갖추었으며 자기이익 추구를 전제로 하는 독점 은행은 화폐 공급의 지속적인 증가에 관여할 것으로 여겨져야 한다. 그러나 종이 화폐 공급의 증가는 사회적 자산(직접적으로 유용한 소비재와 생산재의 양)에 어떤 증가도 일으키지 못하고, 오히려 인플레이션(화폐의 구매력 저하)을 일으킬 뿐이다. 또한 추가적인 지폐들이 순환되면서 독점자는 (비독점자인 대중의 화폐 구매력을 낮추는 대가로) 자신의 실질 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다. 독점자는 사실상 제로 비용으로 지폐를 인쇄하고 그 돈으로 실물자산(소비재 혹은 생산재)을 매입하거나 그들의 실제 채무를 상환할 수도 있다. 비은행권 대중의 실제 자산은 줄어들 것이다. 그들은 더 적은 재화를 소유하고, 더 많은 화폐를 가지게 되지만 구매력은 더 낮아질 것이다. 그러나 독점자의 실제 자산은 늘어만 갈 것이다. 그는 더 많은 비화폐성 상품을 소유하게 된다(그리고 항상 원하는 만큼의 화폐를 가질 것이다). 하늘 나라의 천사를 제외한다면, 어느 누가 이런 상황에서 화폐 공급의 꾸준한 확대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통화의 지속적인 가치 하락에 관여하지 않을 것인가?

위에서 간략히 설명한 명령화폐 이론과 걸출한 현대 명령화폐의 지지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견해를 대조해본다면 매우 유익할 것이다.

초기의 프리드먼은 화폐의 기원에 대한 질문에 체계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반면, 후기의 프리드먼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문제로서 모든 화폐가 상품화폐에서 (그리고 모든 화폐 대체품은 상품화폐에 대한 창고증권[warehouse claim]에서) 기원한다는 사실을 인지했고, 후기의 프리드리히 A. 하이에크(Friedrich A. Hayek)가 제안한 경쟁적 명령화폐 발행에도 회의적이었다4 그러나 실증주의(positivist) 방법론에 취한 프리드먼 화폐(그리고 화폐 대체품)란 다른 어떤 방법에서부터 기원할 수 없으며 따라서 하이에크의 제안은 반드시 실패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여기서 전개한 견해와는 대조적으로, 프리드먼은 그의 모든 저서를 통해 상품화폐가 결국 ‘자연스럽게’ 더 효율적이고 더 자원 비용 절감적인 명령화폐체제로 대체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는 이 논제에 대해 어떤 논증적인 근거도 제시하지도 않았고, 모든 이론적인 문제를 회피했으며, 그가 제시하는 모든 논증과 경험적(empirical) 관찰은 처음의 주장과 모순되기까지 했다. 우선, 프리드먼이 외부화폐를 내부화폐로 대체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한계를 인식하고 있다는 징후가 없다. 만약 외부화폐가 순환에서 사라질 수 없다면, 재산몰수 행위를 통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종이와 화폐 상품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겠는가? 외부화폐가 순환 속에서 지속적으로 사용된다는 것은 그것이 열등한 화폐(inferior money)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화폐의 상품성을 제거하기(decommoditization) 위해 재산몰수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명목회폐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한다!

흥미롭게도, 프리드먼은 태환 중단이 어떻게 자연스럽고 효율적인 것으로 간주될 수 있는지 설명하는 문제를 회피하면서도, 위에 제시된 이유로 명령화폐는 경쟁적으로 제공될 수 없고 독점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꽤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거기서부터 전개하여 “명령화폐의 생산은, 지금 그러하듯이, 자연적인 독점이다”라고 주장한다.5 그러나 명령화폐가 독점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로부터 그러한 독점이 ‘자연적’이라는 어떠한 결론도 도출할 수 없으며, 어떻게 그러한 독점이 자기이익을 추구하는 개인들 사이의 상호작용의 자연적인 결과라고 간주될 수 있는지에 대해 프리드먼은 어떤 논증도 제시하지 않는다. 게다가 초기의 프리드먼은 고전적 정치경제학과 그것의 반독점적 주장, 즉 만약 누군가에게 특권을 준다면 그는 자신의 권력을 사용할 것이고, 따라서 모든 독점적 생산자는 (비용 뿐만 아니라 가격과 품질의 측면에서) 비효율적으로 변할 것이란 공리(axiom)에 대해 철저히 무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주장에 비추어 볼 때, 먼저 정부의 화폐독점 확립을 옹호한 뒤, 독점자가 자신의 권력을 사용하지 않고 가능한 한 최소 비용으로 작동하며, 화폐 공급을 (연간 3-5%의 비율로) 서서히 부풀리기를 기대하겠다는 프리드먼의 이론은 숨막힐 정도로 순진하다고 간주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독점자가 되는 것과 동시에, 자기이익을 추구하는 인류의 본성에 대한 근본적인 변혁이 일어난다는 가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1971년 이후 존재하게 된 순수한 명령화폐의 세계라는 자신의 이상향을 풍부하게 경험하면서, 거의 40년 전 제시했던 독점적으로 제공되는 명령화폐의 중앙자원 비용 절감이란 주장을 되돌아 보았던 후기의 프리드먼이, 자신의 예측이 노골적으로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6 금 상품 화폐 본위제의 마지막 파편이 마침내 사라져버린 이후, 그는 인플레이션 경향이 전세계 규모로 급격히 증가했고, 미래 물가 이동의 예측가능성이 급격히 감소했으고, 장기 채권(콘솔 공채(consols) 등) 시장이 대부분 사라졌고, ‘경화’(hard money) 자문위원과 투자, 그리고 이러한 사업에 묶인 자원이 급격히 증가했고, 단기금융투자신탁(money market fund)과 통화 선물 시장(currency futures market)이 개발되어서 인플레이션과 예측 불가능성이 증가하지 않았더라면 전혀 존재하지 않았나 적어도 지금 같은 중요성을 가지지 못했을 실제 자원의 상당한 양을 흡수했으며, 마지막으로 인플레이션의 대비책으로 개인 비축물 축적 금 생산을 위해 투입되는 직접적인 자원 비용도 증가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7 그러나 이러한 경험적 증거로부터 프리드먼이 이끌어낸 결론은 무엇인가? 과학은 예측이며 잘못된 예측은 이론을 반증한다는 자신의 실증주의적 방법론에 따라 프리드먼은 마침내 그의 이론을 절망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여기며 폐기하고, 상품화폐로의 회귀를 옹호할 것이라고 예상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계속해서 무지(혹는 오만) 과시하면서, 이 증거들 중 어느 것도 "금본위제로의 회귀를 바라는 탄원"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되며, "반대로, 나는 금본위제로의 회귀를 바람직하지도 않고 실현 가능하지도 않은 것으로 여긴다."라며 단호하게 결론짓는다.8 이전과 마찬가지로 금본위제로의 회귀는 그저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일 뿐이며, 오직 명령화폐만이 ‘기술적으로 효율적’이라는 견해를 고집하였다. 9 프리드먼에 따르면, 현재의 명령화폐체제의 명백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장기 가격 예측가능성을 제공할 앵커(anchor), 상품으로의 전환가능성을 대체할 대체품, 혹은 예측가능성을 불필요하게 만드는 어떤 장치"를 찾는 것이다. 

계표기준(tabular standard)의 통화 팽창 규칙(monetary growth rule)에서부터 계좌의 단위에서 교환수단을 분리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가능한 앵커와 장치가 제안되어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것들 사이의 의견 일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10


태그 : #주류경제학비판 #가치와_교환

  1. Mises, The Theory of Money and Credit, p. 111.번역본(상) p. 172
  2. Friedman, “Essays in Positive Economics, p. 210; idem, A Program for Monetary Stability, pp. 4–8; idem, Capitalism and Freedom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62), p. 40 참조하라.
  3. 문제의 독점적 은행을 모든 사람이 소유하고 그 이익을 모든 사람에게 분배한다면, 독점에 대한 합의가 가능할 수 있다(혹은 상상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독점자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금 대신 종이 대체품으로 저축을 함으로써 이익을 얻을 수 있지 않는가?

    그러한 합의는 허상에 불과하다. 독점 은행의 공동 소유는 거래 가능한 주권(stock certificates)을 발행하고 분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주식을 주어야 하는가? 은행 고객들에게 예금 규모에 따라? 그러나 모든 개인 지폐보유자는 금을 절약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고, 그들도 지폐 보유량에 따라 은행 소유자 사이에 포함되기를 원할 것이다. 비화폐성 재화의 소유자와 판매자는 어떤가? 그들 역시 금 대신 지폐를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자원 비용 절감에 한몫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기여가 다양한 양의 이질적인 소비재와 생산자재로 구성되었을 때, 얼마나 많은 주식을 그들에게 수여해야 하는지는 도대체 어떻게 결정하겠는가? 아무리 오래 기다려보아도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게다가 새로운 시장 참여자, 즉 처음부터 은행 주식에 기여하지는 않았던 예금 그리고/혹은 지폐 및 비화폐성 재화의 소유자가 이러한 합의에 동의하고 지지할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은 초기 소유자들과 다름없이 자원 비용 절감에 기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 주식이 초기 소유자들에게 무료로 분배되는 동안 새로운 참여자는 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가? 그러한 제도는 초기 소유자에게 구조적으로 유리한 소득과 부의 재분배를 포함할 것이고, 후기 소유자의 희생을 대가로 이루어질 것이다. 만약 새로운 예금, 지폐 그리고 비화폐성 제화 소유자에게 새로운 은행 주식이 발행된다면, 그러한 주식은 애초부터 가치가 없을 것이고, 그것을 제공하는 어떤 은행도 가망이 없을 것이다.  또한 아래에서 설명할 것처럼, 소유권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든지 간에, 은행의 운영은 사실상 사람들 사이의 소득과 부의 분배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4. Milton Friedman and Anna Schwartz, “Has Government Any Role in Money?” Journal of Monetary Economics (1986); for Hayek’s proposal see his Denationalization of Money (London: Institute of Economic Affairs, 1976) 참조하라.
  5. Friedman, Essays in Positive Economics, p. 216; also Friedman and Schwartz, “Has Government Any Role in Money?” 참조하라.
  6. Milton Friedman, “The Resource Cost of Irredeemable Paper Money,”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1986).
  7. 통화주의자들은 금의 통용을 폐지하고 순수한 명령화폐 체제로 전환한 결과로 금값이 당시 공식 가격이었던 온스당 35달러에서 금의 비화폐성 가치 추정값인 약 6달러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는 금값이 상승했다. 한때는 온스당 850달러까지 상승했으며, 대부분의 간 동안 300~400달러 사이를 맴돌았다. 이 논문을 쓰고 있는 시각의 가격은 375달러이다.
  8. Friedman, “The Resource Cost of Irredeemable Paper Money,” p. 648.
  9. Friedman, Essays in Positive Economics, p. 250.
  10. Friedman, “The Resource Cost of Irredeemable Paper Money,” p. 646; also idem, Money Mischief Episodes in Monetary History (New York: Harcourt Brace Jovanovich, 1992), chap. 10.

    최근 프리드먼이 고려한 대안 명령화폐 ‘앵커’에 대한 제안들 중, ‘동결 본원통화 규칙’(frozen monetary base rule)은 간단히 비평할 만한 가치가 있다(Friedman, “Monetary Policy for the 1980s” in To Promote Prosperity, John H. Moore, ed. [Stanford: Hoover Institution, 1984]를 참조하라). 이 규칙은 한 가지 측면에서 그의 초기 3퍼센트에서 5퍼센트의 통화 팽창 규칙보다 발전된 것으로 나타난다. 그가 후자의 규칙을 옹호했던 이유는 기본적으로 화폐가 사회 자본의 일부를 구성한다는 잘못된 프로토-케인즈주의(proto-Keynesian) 개념에 기반을 두고 있었기 때문인데, 화폐 공급의 비례적 증가를 통해 경제를 성장시키도록 허락하지 않는 한 경제가 5%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동결 본원통화 규칙은 어떤 화폐의 공급도 동일한 최적이라는 후기 흄의(Humean) 통찰력에 대한 인정을 나타내거나, 프리드먼 본인의 설명에 따르면, 화폐의 "공동체에 대한 유용성은 전체적으로 보아 화폐가 얼마나 많은가에 달려 있지 않다"(Friedman, Money Mischief, p. 28)는 것을 나타낸다. 그렇지 않다면 이 제안은 전혀 발전되지 않은 것으로, 세상에 어떤 독점자가 덜 엄격한 3퍼센트의 팽창 규칙 대신 더 엄격한 동결 본원통화 규칙을 따를 것으로 예상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이 문제가 기적적으로 해결되었다고 하더라도, 일방적 재산몰수 그리고 소득과 부의 재분배라는 독점의 성격은 여전히 바꾸지 못할 것이다. 독점자는 예금 및 결제 서비스(고객들이 수수료를 지불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외에도, 고객과 비고객 모두를 위해 낡고 닳은 지폐를 1대1 비율의 동일한 새 지폐로 무료로 교체해주는 기능을 수행할 것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영구적인 상품화폐를 손상되기 쉬운 명목화페로 대체하고 싶겠는가?) 이러한 작업에 드는 비용이 낮을 수는 있겠지만, 절대로 제로는 아니다. 이에 따라 손실을 피하고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독점자는 본원통화를 늘리지 않을 수 없으며, 따라서 본질적으로 이전의 통화 팽창 규칙으로 되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