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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화폐: 화폐와 신용의 퇴행 - (3편) 예금 및 대출 제도에서 부분지급준비제도로 : 신용의 퇴행

해외 칼럼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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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3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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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Hermann Hoppe
한스-헤르만 호페는 살아있는 오스트리아학파 학자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호페는 멩거, 뵘-바베르크, 미제스, 그리고 라스바드로 이어지는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과 오스트로-자유주의(Austro-libertarianism)의 가장 뛰어난 대표자로서, 칸트(Immanuel Kant)와 하버마스(Jürgen Habermas)의 합리주의 철학에 기초하여 미제스와 라스바드의 인간행동학 이론체계를 대폭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멩거(Carl Menger)에 의해 창시된 오스트리아학파가 미제스의 인간행동학을 통해 완전한 선험적-연역적 이론체계로 탈바꿈했다면,—적어도 지금까지는—최종적으로 호페가 미제스의 방법론을 경제학을 넘어 형이상학과 윤리학에도 적용함으로써, 인식론, 윤리학, 그리고 경제학을 아우르는, 일종의 모든 것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으로서의 오스트리아학파의 정체성이 완전히 확립되었다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주제 : #화폐와_은행
번역 : 한창헌 연구원

  • 번역자 주: 이 글은 한스-헤르만 호페의 사유재산의 경제학과 윤리학』, 「제6장 명목화폐 : 와 신용의 퇴행 번역한 것입니다.  
명령화폐: 화폐와 신용의 퇴행 - (1편) 화폐의 기원 보기
명령화폐: 화폐와 신용의 퇴행 - (2편) 상품화폐에서 명령화폐로 : 화폐의 퇴행 보기

은행은 엄격히 분리된 두 가지 업무를 수행하는데, 지금까지는 그 중 한 가지 검토해보았다.1 한편으로 은행은 예금기관 역할을 하며, 보관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들은 (상품) 화폐 예금 받고, 예금자에게 원하는 때에 액면가 그대로 태환 받을 수 있는 화폐 청구권(창고 영수증, 화폐 대체품)을 발행한다. 그들은 발행한 화폐 청구권에 대해 언제든지 태환 할 수 있도록 동일한 양의 진짜 화폐를 손에 쥐고 있다(100퍼센트 지급준비제도). 예금에는 이자 지불지 않는다. 오히려 예금자 은행에게 보관결제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를 지불한다. 은행사업으로의 자유로운 시장진입이 보장되는 자유경쟁 조건 하에서, 은행의 수익과 가능한 이익원을 구성하는 예금 수수료는 최소 수수료가 되는 경향을 보이고, 은행사업에서 얻는 이익, 즉 이자수익은 다른 비은행 산업과 동일한 경향을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 원래는 예금기관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던 기능이지만, 은행은 대출은행으로서 저축자와 투자자 사이의 중개자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이 기능에서 그들은 먼저 저축자에게 시간 계약(time-contract)을 제안하고 계약을 체결한다. 저축자 미래에 상환해야 할 계약상 의무와 약간의 추가 이자수익을 대가로 길거나 짧은 일정 기간 동안 은행에게 예금을 대출해준다. 저축자의 관점에서, 그들은 현재의 화폐를 미래의 화폐에 대한 약속과 교환한 것이. 이자수익이란 기다림의 기능을 수행한 대한 보상을 구성하는 것이다. 은행은 저축자로부터 예금에 대한 일시적 소유권을 획득함으로써, 미래에 상환해야 할 의무와 이자를 대가로 투자자(그 자신도 포함)에게 예금을 재대출 해준다. 저축자에게 지급하는 이자와 차용자(borrower)에게 부과하는 이자 사이의 이자 차액은 저축자와 투자자 사이의 중개 가격을 나타내며, 대출은행의 수익을 구성한다. 예금은행에서의 예금수수료와 같이, 경쟁적인 조건 하에서 중개비용은 최소비용이 되는 경향을 보이며, 대출은행에서 얻는 이익도 마찬가지로 다른 수입원과 동일한 경향을 보인다. 

여기서 특징지어지는 예금 제도와 대출 제도는 모두 화폐 공급의 증가나 일방적인 소득과 부의 재분배를 수반하지 않는다. 새로 발행된 예금 지폐마다 동일한 액수의 화폐가 순환을 멈추며(화폐의 형태 변화만 있을 뿐, 수량이 변하지는 않는다), 대출 과정에서 동일한 액수의 화폐가 반복적으로 서로 다른 사람들의 손을 거쳐간다. 예금자와 예금기관 사이의 교환 뿐만 아니라 저축자, 중개 은행 및 투자자 사이의 모든 교환이 상호 간에 이익이 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부분지급준비제도는 예금 및 대출 기능에 고의적인 혼란을 수반한다. 이는 화폐 공급의 증가를 의미하며, 은행의 이익에 따라 일방적인 소득의 재분배가 일어날 뿐만 아니라 붐-버스트(boom-bust)를 오가는 경기순환의 형태로 경제적 비효율성까지 이어지게 된다. 

부분지급준비제도 하에서 예금자는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자를 지급받고 그리고/혹은 저축자는 (특정한 미래의 시점까지 상환요청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즉시 인출할 권리를 부여받는 점에서부터, 두 은행의 기능이 혼동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엄밀히 말해, 은행이 그러한 관행을 수행할 수 있는 이유는 요구불예금(어느 때나 요청하는 즉시 액면가 그대로 태환 받을 수 있는 화폐에 대한 청구권)의 보유자들이 일반적으로 동시에 권리를 행사하지 않기 때문에, 즉 이들 모두가 동시에 은행을 찾아 태환 요청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예금은행은 일반적으로 실제 일일 인출액을 초과하는 지급준비금(본래의 화폐)을 보유하게 된다. 따라서 은행은 이러한 ‘초과’ 지급준비금을 부담 없이 차용자에게 대출해줄 수 있게 되고, 그로써 은행은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그리고 은행은 이자 지급 예금계좌(interest paying deposit account)의 형태로 예금자에게 이자수익의 일부분을 양도할 수도 있다). 

부분지급준비제도의 지지자들은 100퍼센트 미만의 지급준비금을 보유하는 이러한 관행이 단지 무해한 화폐 절약을 나타낸다고 주장하곤 한다. 그리고 은행 뿐만 아니라 예금자(이자를 받음으로써)와 저축자(즉각적인 인출권을 받음으로써)도 이러한 관행을 통해 이익을 얻는다는 점을 지적하한다. 사실 부분지급준비제도는 서로 연관된 두 가지 치명적인 결함에 시달리고 있으며, 해하고,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부분이 거의 없다. 우선 첫째, 100퍼센트 미만의 지급준비금을 보유하는 예금제도는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불리는 행위를 포함한다는 에 유의해야 한다. 신용공여(granting of credit) 위해 초과 지급준비금을 사용할 때 은행은 사실상 그것의 일시적 소유권을 차용자에게 이전하는 것이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즉시 태환 받을 권리를 가진 예금자 동일한 자금에 대해 소유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예금자와 차용자가 동일한 자원에 대해 배타적 통제권을 갖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두 개인이 하나의 동일한 사물의 배타적 소유자가 될 수는 없다. 따라서 모든 은행은 그렇지 않은 척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지급준비금을 초과하는 요구불 지불채무(demand liabilities)함으로써 사기 행위를 저지르는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그러한 계약상의 의무는 이행될 수 없다. 그들예측에 반하여, 은행뱅크런을 견뎌낼 수 없다는 사실로부터 밝혀진 것처럼, 은행은 애초부터 본질적으로 파산한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둘째, 차용자에게 초과 지급준비금을 대출해줄 때, 차용자가 이러한 지급준비금을 본래의 화폐 형태로 받든 요구불예금(당좌예금[checking accounts])의 형태로 받든지 상관없이, 은행은 화폐 공급을 증가시킨다. 만약 대출이 진짜 화폐의 형태를 취한다면, 동일한 양의 화폐대체품이 순환을 멈추지 않고도 본래의 화폐의 순환량이 증가하게 된다. 그리고 만약 대출이 당좌예금의 형태를 취한다면, 그에 대응하는 양의 진짜 화폐가 순환을 멈추지 않은 채로 화폐대품의 양이 증가한다. 어느 경우에서든 이전보다 더 많은 화폐 존재하게 되어 화폐 구매력의 감소(인플레이션)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비은행권 대중과 다른 모든 은행 고객을 희생시키는 대가로 은행과 대출 고객에게 유리한 실질 소득의 구조적 재분배가 이루어지게 된다. 은행은 비은행권 대중의 실질적인 부에 어떤 추가적인 기여(이자 수익이 은행 지출 감소의 결과인 경우, 즉 저축)도 하지 않으면서 추가적인 이자익을 벌어들인다. 그리고 차용자 나머지 대중의 실질적인 부를 감소시킴으로써 동일한 양의 실질 자산과 비화폐성 자산을 취득한다. 

게다가 은행이 초과 지급준비금을 단순히 자신의 소비에 쓰지 않고 이자를 목적으로 대출해 주는 한, 반드시 경기순환이 발생한다.2 제공되는 신용의 양이 이전보다 더 많아진다. 결과적으로 신용 가격, 즉 대출에 부과된 이자는 그렇지 않았더라면 설정되었을 가격보다 더 낮아질 것이다. 더 낮은 가격으로 더 많은 신용이 취득되고 있다. 화폐가 더 많은 화폐를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에, 이자 수익과 이자 수익에서 비롯된 순수이익을 거둘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차용자들은 대출받은 자금을 투자금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투자물의 가치(가격)을 뛰어넘는 미래의 결과물을 생산해낼 가능성이 있는 생산 요소, 즉 토지, 노동력 및 가능한 자본재(생산된 생산요소)를 구매하거나 임대해야 할 것이다. 신용의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서, 현재 사용 가능한 자원이 다른 곳에서 보다는 (현재의 소비에 사용하는 대신) 미래재 생산에 더 많이 구속될 것이며, 현재 진행 중인 모든 투자 프로젝트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신용 확대가 없이 진행되었더라면 필요했을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요구될 것이다. 신용 확대가 없을 경우 창출될 미래재에 더해, 신용 확대로 인해 새로 추가된 미래재까지 생산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시간선호율(현재재를 미래재보다 더 많이 선호하는 정도)의 하락으로 이자율이 하락하고, 그에 따라 대중이 실제로 더 많이 저축하여 투자자가 미래재의 반환을 약속 받는 대가로 더 많은 현재재의 자금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상황과 뚜렷하게 대조적으로, 우리가 고려하는 경우에서는 시간선호에서도 저축에서도 어떠한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대중은 더 많이 저축하지 않고, 따라서 은행이 부여한 추가 신용은 상품신용(대중이 소비를 절제하고 저축한 비화폐성 재화를 담보로 한 신용)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수탁신용(fiduciary credit) 혹은 순환신용(소비되지 않은 비화폐성 재화의 형태로, 이에 대응하는 채권자 측의 어떠한 희생도 없이 문자 그대로 허공에서 만들어지는 신용)을 나타낸다.3 만약 추가 신용이 상품신용이라면, 투자 활동의 규모가 확대되는 데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미래재 생산에 전념할 수 있는 현재재가 충분히 공급될 것이고, 기존의 투자 프로젝트 뿐만 아니라 신규 투자 프로젝트까지 모두 성공적으로 완료되어서 더 높은 수준의 미래 소비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신용 확대가 순환신용의 공여로 인한 것이라면, 그에 따른 투자규모는 사실상 과대평가된 것으로 입증된다. 투자자들은 낮은 이자율에 현혹되어 마치 저축이 증가한 것처럼 행동한다. 그들은 투자 프로젝트를 위해 실제 저축에 비추어 보았을 때 보장된 것보다 더 많은 현재 사용 가능한 자원을 회수하여 미래 자본재로 전환하기를 원한다. 그 결과로 처음에는 소비재 가격에 비해 자본재 가격이 상승하겠지만, 숨어있던 대중의 시간선호율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구조적인 소비재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이에 따라 이자율이 상향 조정될 것이며, 이번에는 자본재 가격에 비해 소비재 가격이 오르면서 투자금의 일부분을 지속 불가능한 과오투자(malinvestment)로서 청산할 것을 요구하게 된다. 이전의 붐은 버스트가 되고, 그렇지 않았더라면 도달했을 수도 있는 수준 이하로 미래의 생활수준이 감소할 것이다. 


태그 : #주류경제학비판 #가치와_교환

썸네일 출처 : https://ko.wikipedia.org/wiki/%EB%B1%85%ED%81%AC%EB%9F%B0

  1. (각주 20번) 다음에 관하여, 특히 Murray N. Rothbard, The Mystery of Banking (New York: Richardson and Synder, 1983); idem, The Case for a 100 Percent Gold Dollar (Auburn, Ala.: Ludwig von Mises Institute, 1991); Mises, The Theory of Money and Credit; idem, Human Action; also Walter Block, Fractional Reserve Banking: An Interdisciplinary Perspective,” in Man, Economy, and Liberty: Essays in Honor of Murray N. Rothbard, Walter Block and Llewellyn H. Rockwell, Jr., eds. (Auburn, Ala.: Ludwig von Mises Institute, 1988); S. Koch, Fractional Reserve Banking: A Practical Critique (Master’s thesis, University of Nevada, Las Vegas, 1992)를 참조하라.
  2. 경기순환론에 관하여, 특히 Ludwig von Mises, Geldwertstabilisierung und Konjunkturpolitik (Jena: Gustav Fischer, 1928); idem, Human Action, chap. 20; F.A. Hayek, Prices and Production (London: Routledge and Kegan Paul, 1931); Murray N. Rothbard, America’s Great Depression (Kansas City: Sheed and Ward, 1975)를 참조하라.
  3. 상품신용과 순환신용 사이의 근본적인 구분에 관하여, Mises, The Theory of Money and Credit, pp. 263ff를 참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