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언제나 정부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Liberty is always freedom from the government.)

-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von Mi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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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화폐: 화폐와 신용의 퇴행 - (完) 프리드먼의 통화주의와 하이에키언의 자유은행업하의 부분지급제도 비판

해외 칼럼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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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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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Hermann Hoppe
한스-헤르만 호페는 살아있는 오스트리아학파 학자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호페는 멩거, 뵘-바베르크, 미제스, 그리고 라스바드로 이어지는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과 오스트로-자유주의(Austro-libertarianism)의 가장 뛰어난 대표자로서, 칸트(Immanuel Kant)와 하버마스(Jürgen Habermas)의 합리주의 철학에 기초하여 미제스와 라스바드의 인간행동학 이론체계를 대폭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멩거(Carl Menger)에 의해 창시된 오스트리아학파가 미제스의 인간행동학을 통해 완전한 선험적-연역적 이론체계로 탈바꿈했다면,—적어도 지금까지는—최종적으로 호페가 미제스의 방법론을 경제학을 넘어 형이상학과 윤리학에도 적용함으로써, 인식론, 윤리학, 그리고 경제학을 아우르는, 일종의 모든 것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으로서의 오스트리아학파의 정체성이 완전히 확립되었다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주제 : #화폐와_은행
번역 : 한창헌 연구원

  • 번역자 주: 이 글은 한스-헤르만 호페의 사유재산의 경제학과 윤리학』, 「제6장 명목화폐 : 와 신용의 퇴행 번역한 것입니다.  
명령화폐: 화폐와 신용의 퇴행 - (1편) 화폐의 기원 보기
명령화폐: 화폐와 신용의 퇴행 - (2편) 상품화폐에서 명령화폐로 : 화폐의 퇴행 보기
명령화폐: 화폐와 신용의 퇴행 - (3편) 예금 및 대출 제도에서 부분지급준비제도로 : 신용의 퇴행 보기

근래의 부분지급준비제도 지지자들 가운데 로렌스 화이트와 조지 셀긴1 의 경우는 간단히 비평 할 만한 가치가 있다. 부분지급준비제도 지지 외에 다른 이유가 없다면, 두 사람은 모두 오스트리아 학파 전통과 특히 미제스주의 통화이론을 거스르는 프리드먼 추종자, 통화주의자들에 대한 비평가들이다.2 그들의 통화제도적 이상은 국제 금본위제와 같이 보편적인 일반 상품화폐와 이에 기초하여 부분지급준비제도 및 수탁신용공여에 관여하는 경쟁적인 은행체제로, 경제적 효율성 뿐만이 아니라 정의를 위해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의에 관한 질문에 대해 화이트와 셀긴은 부분지급준비제도의 비사기적인(nonfraudulent) 성격을 논거를 한가지 제시한다. 그러한 관행을 불법화하는 것은 "은행과 고객이 상호 동의한다면 어떤 종류의 계약상 협의라도 체결할 수 있는" 계약의 자유 원칙을 위반한다는 것이다.3 그러나 이것은 완전히 어리석은 주장이다. 우선 첫째, 역사적 사실의 문제로서, 부분지급제도를 시행하는 은행은 예금자들에게 그들 예금의 일부 혹은 전체가 실제로 대출될 수 있으며, 따라서 언제든지 태환하도록 준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절대로 알리지 않는다. (비록 은행에서 예금 계좌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고, 따라서 은행이 예금을 대출해줘야 한다는 것이 분명하더라도, 이것은 예금자들이 실제로 이러한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경제적 문맹이 아닌 사람들 중에서도 이 점을 이해하는 사람이 실제로 있다 치더라도 거의 없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또한 은행은 차용자들에게 그들의 신용공여의 일부 혹은 전체가 허공에서 만들어졌으며, 언제든지 회수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들의 관행이 사기와 횡령 이외의 다른 이름으로 불릴 수 있겠는가!

둘째, 더 결정적으로, 부분지급준비제도가 계약의 자유 원칙에 속하고 그 원칙에 따라 보호받는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믿음은 바로 그 원칙의 의미에 대한 완전한 오해를 보여준다. 계약의 자유는 모든 상호이익적 계약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만약 A와 B가 C를 약탈하기로 계약상 동의한다면, 이는 분명히 원칙에 따르지 않은 것이다. 계약의 자유는 A와 B가 자신들의 재산에 관해서 어떤 계약이든 체결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부분지급준비제도는 제3자의 재산에 관한 계약 체결을 수반한다. 그러한 양자간 계약은 은행이 ‘초과’ 지급준비금을 차용자에게 대출할 때마다 세 가지 방식으로 제3자의 재산에 영향을 미친다. 첫째, 이에 따라 화폐 공급을 증가됨으로써 다른 모든 화폐 소유자의 구매력이 감소된다. 둘째, 모든 예금자는 자신의 소유물을 성공적으로 회수할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피해를 입는다. 그리고 셋째, 수탁신용의 주입이 신용 구조 전체의 안정성을 저해하고 모든 상품신용 투자자의 사업 실패 위험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상품신용 차용자를 비롯한 모든 신용 차용자가 피해를 입는다.

화이트와 셀긴은 이러한 반대를 극복하고 부분지급준비제도가 계약의 자유 원칙에 부합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기 위해, 그들의 마지막 방어선으로서, 은행이 지폐에 ‘옵션 조항’을 첨부해서 예금자들에게는 언제든지 태환을 중지하거나 연기할 수 있다고 통지하고, 차용자들에게는 그들의 대출금이 즉시 회수될 수 있다고 알릴 수 있다는 입장으로 한 발 물러섰다. 4 실제로 그러한 관행은 사기혐의로부터 벗어나게 해주겠지만, 그러한 지폐는 더이상 화폐가 아니라 독특한 형태의 복권(lottery ticket)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또 다른 근본적인 비판을 받게 된다. 5 화폐의 기능이란 가장 쉽게 재판매할 수 있고 가장 널리 받아들여질 수 있는 재화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아직 알지 못하는 미래의 시점에 직간접적으로 사용 가능한 소비재나 자본재를 즉시 구매할 수 있도록 화폐 소유자를 준비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화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면 미래의 어떤 시점에서든지 즉시 재판매할 수 있도록 소유자에게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재산권이 주어져야 한다. 이와 뚜렷하게 대조적으로, 옵션 조항이 첨부된 지폐의 소유자는 무조건적인 재산소유권을 보유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분지급준비 주차권’(fractional reserve parking ticket, 주차 공간을 넘어서는 수량의 주차권을 판매하고, ‘먼저 온 사람이 먼저 사용하는’ 규칙에 따라 할당한다)의 보유자와 마찬가지로, 특정 규칙에 따라 특정 재화에 대한 소유권 혹은 시간대여 서비스 상품을 추첨하는 경품추첨에 참여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에 가깝다. 그러나 그러한 지폐는 무조건적인 소유권이 아니라 추첨권이기 때문에 추첨 시간까지 일시적인 조건부 가치만을 보유할 뿐이며, 경품이 티켓 보유자에게 할당되는 즉시 가치가 사라져버린다. 따라서, 그것들은 교환수단으로서 사용하기에 유례없이 부적합할 것이다.

두 번째 쟁점으로, 부분지급준비제도가 경제적으로 효율적이라는 주장에 관하여, 화이트는 어떤 종류의 수탁신용의 주입이라도 붐-버스트 사이클을 초래하고 만다는 오스트리아학파-미제스주의(Austrian-Misesian)의 주장에 대해 의심할 여지없이 잘 알고 있으면서도 경기순환의 문제에 대해서 일절 언급이 없다는 점을 지적할 만한 가치가 있다. 오직 셀긴만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셀긴은 부분지불준비제도가 경기순환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시도에서 (화폐의 효용에 의해 결정되는) 화폐에 대한 수요와 (시간선호에 의해 결정되는) 저축을 혼동하는 케인즈주의(Keynesian)의 근본적인 오류에 빠져들고 만다. 6

셀긴에 따르면, "내부화폐를 보유하는 것은 자발적인 저축에 기여하는 것"이고, 이에 따라 "화폐에 대한 수요의 증가는 은행의 대출과 투자의 증가를 보장한다." 왜냐하면,

은행이 신규 대출과 투자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부채를 확대할 때마다, 그러한 부채의 소유자들은 사실 궁극적인 신용 대여자이고, 그들이 대여하는 것은 그들의 화폐를 보유하는 대신 소비했다면 얻을 수 있었던 실제 자원이다.7 

화폐 보유란 저축을 의미하며, 화폐의 수요 증가와 저축의 증가를 같은 것으로 보는 이러한 견해에 근거하여, 셀긴은 수탁신용의 발행이 ‘자연적인’ 수준 이하로 이자율을 낮춤으로써 반드시 경기순환을 초래한다는 미제스의 주장을 ‘혼동된’ 것이라고 비판한다. "내부화폐 보유량에 대한 더 큰 수요에 대응하여 신용수단(fiduciary media)을 발행하는 것으로는 결코 나쁜 결과가 발생하지 않는다."8

그러나 혼동한 것은 전부 셀긴이었다. 첫째, 화폐 보유(사용하지 않는 행위)가 저축과 동일하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되었다. 마찬가지로 틀린 말이기는 하지만, 화폐를 쓰지 않는 것이 저축을 하지 않는 것과 동일하다고 말하는 편이 차라리 나을 것이다. 사실 저축이란 소비하지 않는 것이고, 화폐에 대한 수요는 저축과도 저축하지 않는 것과도 아무런 관계가 없다. 화폐에 대한 수요는 비화폐성 재화를 구입하거나 대여하기를 꺼리는 것이며, 여기에는 소비재(현재재)와 자본재(미래재)도 포함된다. 화폐를 쓰지 않는 것은 소비재도, 투자재도 구입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셀긴과 대조적으로, 다음과 같은 문제가 제기된다. 개인은 세 가지 방법 중 하나로 화폐 자산을 사용할 수 있다. 소비재에 쓸 수도 있고, 투자에 쓸 수도 있으며, 현금 형태로 보관할 수도 있다. 다른 대안은 없다. 개인은 항상 한 번에 세 가지의 수익률에 관한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결과는 항상 뚜렷하게 구별되고 인간행동학적(praxeologically)으로 관련 없는 두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소비/투자 비율(자신의 화폐 중 얼마를 소비에 쓰고 얼마를 투자 하느냐의 결정)은 개인의 시간선호(미래 소비보다 현재 소비를 선호하는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다른 한편으로, 현금에 대한 수요는 화폐에 부여된 효용성(불확실한 미래의 시점에 직간접적으로 사용가능한 소비재나 생산재를 즉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화폐로부터 파생되는 개인적 만족도)에 따라 결정된다.

이에 따라 화폐의 사회적 재고가 정해져 있는 동안 화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면, 이러한 추가 수요는 비화폐성 재화의 화폐 가격을 낮춰야만 만족될 수 있다. 화폐의 구매력이 높아지고, 개인 현금 보유량의 실질적 가치가 상승하며, 단위 화폐당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화폐의 수요와 공급은 다시 한번 평형을 이룰 것이다. 화폐 대 비화폐의 상대적 가격은 바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시간선호가 동시에 변했다고 가정하지 않는 한, 실제 소비와 실제 투자는 전과 동일하게 유지될 것이다. 즉, 기존의 소비/투자 비율에 따라 명목 소비와 투자 지출을 줄임으로써 추가적인 화폐 수요를 충족시키고, 소비재 뿐만 아니라 생산재의 화폐 가격을 하락시키며, 실제 소비와 투자를 정확하게 그들의 예전 수준으로 남겨두게 된다. 그러나 화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그에 상응하여 시간선호가 변한다고 가정한다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 실제로, 만약 투자재에 대해서만 지출이 줄어든다면 화폐에 대한 수요의 증가는 이자율의 증가와 저축 및 투자의 감소가 함께 병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 혹은 이와 동등하게 가능성 있는 반대의 결과는 화폐에 대한 수요의 변화 때문이 아니라 전적으로 오직 시간선호 스케쥴의 변화(상승 또는 하락)에 따를 것이다. 어떤 경우에서든 은행체제가 셀긴의 충고를 따라 수탁신용을 발행하여 증가한 현금 수요에 대응한다면 사회적 시간선호율이 왜곡되고, 과도한 투자가 초래될 것이고, 붐-버스트 사이클이 가동될 것이며, 부분지급준비제도의 시행이 사기 행위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라는 점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화이트와 셀긴이 제안한 상품화폐에 기반한 부분적 명령화폐의 경쟁적 부분지급준비제도는 정당하지도 않으며(따라서 ‘자유 은행’이라는 용어는 부적절하다), 경제적 안정성을 낳지도 못한다. 그것은 독점적으로 발행된 순수한 명령화폐라는 통화주의자들의 현실과 비교해보았을 때 근본적인 개선이 될 수 없다. 실제로 어떤 면에서는 프리드먼의 순수한 명령화폐라는 제안이 화이트와 셀긴의 것보다 더 현실적이고 정확한 분석을 담고 있다. 왜냐하면 프리드먼은 "부분지급준비제도의 '본질적인 불안정성'이라고 불리던 것"을 인식하고 있으며, 경쟁적 부분지급준비제도의 이러한 본질적인 불안정성이 조만간 ‘유동성 위기’(liquidity crisis)로 붕괴되어, 그가 선호하는 제도인 정부가 제공하는 순수한 명령화폐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9

오직 보편적인 상품화폐(금), 경쟁적 은행, 그리고 대출과 예금이 기능적으로 엄격히 분리된 100퍼센트 지급준비금 예금은행 제도만이 경제적 안정성을 보장하고, 현재 통화주의 실패에 대한 진정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다.


태그 :  #주류경제학비판 #가치와_교환 #하이에크 #프리드먼 #다른경제학파 

썸네일 출처 : https://www.nationalreview.com/magazine/2019/05/20/will-the-right-defend-economic-liberty/

  1. Lawrence White, Competition and Currency (New York: New York University Press, 1989); George Selgin, The Theory of Free Banking (Totowa, N.J.: Rowman and Littlefield, 1988)를 참조하라.
  2.  미제스의 화폐와 은행 이론의 요지에 대한 화이트와 셀긴의 잘못된 해석에 관한 비으로, Joseph Salerno, “The Concept of Coordination in Austrian Macroeconomics,” in Austrian Economics: Perspectives on the Past and Prospects for the Future, Richard Ebeling, ed. (Hillsdale, Mich.: Hillsdale College Press, 1991); idem, “Mises and Hayek Dehomogenized,” Review of Austrian Economics 6, no. 2 (1993): 113–46  참조하라.
  3. White, Competition and Currency, p. 156, also pp. 55–56; George SelginShort-Changed in Chile: The Truth about the Free-Banking Episode,” Austrian Economics Newsletter (Winter/Spring, 1990): 5.
  4. White, Currency and Competition, p. 157; Selgin, The Theory of Free Banking, p. 137.
  5. Block, “Fractional Reserve Banking: An Interdisciplinary Perspective,” p. 30를 참조하라.
  6. 이러한 오류에 관한 비판으로, Rothbard, America’s Great Depression, pp. 39–43; Hans-Hermann Hoppe, “Theory of Employment, Money Interest, and the Capitalist Process: The Misesian Case Against Keynes,” in The Economics and Ethics of Private Property, Hoppe, ed. (Boston: Kluwer, 1993), pp. 119–20, 137–38를 참조하라.
  7. Selgin, The Theory of Free Banking, p. 55.
  8. Ibid., pp. 61–62.
  9. Friedman and Schwartz, “Has Government Any Role in Money?” 참조하라.